탈북자 한성옥 모자의 ‘아사 비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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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수가…남한 땅에서 굶어 죽다니…”

김정은은 때려죽이고…
문재인은 굶겨죽이고…

“아니…도대체 남한 땅에서 굶어 죽다니…말이 됩니까?” 평소 LA동포사회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창춘 LA통일교육위원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북한땅에서 300여만명이 굶어 죽어 나간 동안에도 살아남아 대한민국으로 탈북해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해 살던 탈북여성 한성옥씨(42세)와 6세아들이 굶어서 죽었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 국내외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탈북자 아사 소식을 듣는 순간 멘붕 상태가 되었다”면서 “유가족도 없어 누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새터민 (탈북자) 엄마 한성옥(42)씨와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던 아들 김동진(6)군이 지난 5월 말 굶어서 세상을 떠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내외로 충격이 몰려들고 있다. 이 참극 소식이 국내에서 뒤늦게 나오면서 BBC방송에서도 보도했다. BBC방송은 “이번 사건은 ‘만약, 이랬다면…’이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면서 “만약 시청 당국이 이 탈북자의 실태를 알았다면, 만약 정부 가 탈북자 보호에 관심을 두었다면, 만약 이 탈북자가 주위에 호소라도 했다면 침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중의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굶어서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물망초미주재단의 존 차 대표가 주류 사회에 이 참극 사실을 알리고 있다. <정리-성진 취재부 기자>

탈북모자

▲ 빈소에 차려진 한성옥씨의 영정 사진

탈북자 모자가 굶어죽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은천동 주민센터 관할) 13평 임대 아파트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도요금 장기 연체에 따른 단수 조치로 식수도 한방울 나오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유일하게 고춧가루만 있었다. 죽은 모자 옆에는 아들이 생전에 그렸던 그림 종이만이 앙상하게 걸려 있었다고 한다. 굶어죽은 한씨는 생전에 보증금 547만원에 월세 9만원인 임대 아파트의 관리비를 수개월 연체했다. 지난 7월 31일 수도 검침원이 관리사무소에 알리면서 모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지 두달 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현장엔 외부 침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었고 자살 흔적도 없어 “굶어 죽었다”는 말이 나왔다. 자칫 단순 변사로 덮힐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달 12일 국내 언론 보도를 계기로 ‘굶어 죽은 탈북 모자 아사 사건’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굶주림을 피해 사선을 넘어 탈북했는데 음식이 남아 돌아가는 남한 땅에서 굶어 죽었다니, 동료 탈북자들이 말을 잇지 못했다.

한성옥씨 모자가 굶어죽었다고 알려지자 광화문에 차려진 빈소에 음식물들이 가득 올려졌다. 모자의 비극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충격을 넘어 분노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3만 3000명(입국 기준)을 넘은 동료 탈북자들이다. 탈북자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허광일 북한민주화 위원장)를 꾸리고 지난 14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비대위는 ‘굶어 죽은 탈북 모자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한성옥‧김동진 모자가 살던 임대 아파트 주변에는 음식점이 즐비했고 먹을 것이 넘쳐났다. 죽은 모자가 살던 아파트 현관 앞에는 중국요릿집과 족발‧보쌈 집에서 붙여놓은 광고 전화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모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도시가스 검침 기록을 보니 4월까지만 점검 흔적이 있었고 5월부터 시신이 발견된 7월까지 모두 공란이었다. 모자가 사는 집에서 주민센터와 어린이집까지 걸어가 보니 직선거리로 불과 400여m, 6분 거리였다.

한 주민은 “서로 어울려야 뭐가 힘들고 불편한지 알고 쌀이라도 도와주든지 할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씨 모자가 고립된 채 살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성옥‧김동진 모자에게는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한씨는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하나원 동기가 전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팔려가면서 비극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탈북 1호 여성 박사’인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는 “탈북 여성 대부분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 결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은 아이를 출산한다. 이것이 탈북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1호 여성 박사’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는 “중국에서 브로커에 팔려가는 북한 여성 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왜 침묵하느냐”고 물었다.

“탈북여성의 인권사각 비극”

한씨는 중국에서 아들을 낳았지만 2009년 태국을 거쳐 탈북자 자격으로 혼자 입국했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 교육을 받고 취업하면서 10개월만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그만큼 삶의 의욕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떨어져 살던 아들이 보고 싶어서 견디기 어려웠던 한씨는 중국에 있던 남편과 아들을 2012년 한국으로 초청했다.
한국에서 둘째 동진이를 임신한 기간에 남편의 폭행이 있었고 동진이는 뇌전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조선소에 취업한 남편을 따라 경남 통영에서 한동안 살았는데 조선업 불황으로 일이 끊어지자 2017년 가족 모두 중국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한씨는 곧 남편과 이혼하고 큰아들을 중국에 둔 채 동진이만 데리고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10

▲ 광화문에 차려진 굶어죽은 탈북자 모자의 빈소

▲ 광화문에 차려진 굶어죽은 탈북자 모자의 빈소

월 서울 관악구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아동수당(0~5세) 10만원과 양육수당(집에서 보육할 경우) 10만원씩을 받았다. 당시 한씨의 소득인정액(소득+소득의 재산 환산액)이 0원이었는데도 주민센터는 기초 수급자로 보호하지 않았다. 한씨는 같은 해 12월 17일 주민센터를 다시 찾았지만, 이때도 역시 주민센터는 한씨의 어려운 상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관악구와 주민센터를 상대로 뒤늦게 조사해 밝혀낸 사실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제도를 만들었다고 떠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또다시 구멍이 난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당시 다른 업무가 바빴다”고 변명했지만, 처벌 대상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탈북자 보호대책 제로”

한씨는 1월에 한국에서도 이혼 신고를 했다. 1~2월 한씨와 마지막 통화를 한 김용화 탈북난민 인권연합 대표는 “두부와 돼지고기를 좀 가져가라고 했는데 아픈 동진이를 두고 나올 수 없었는지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3월부터는 동진이가 6세가 되면서 아동수당 10만원이 끊겼고 이때부터 고정 수입은 보육수당 월 10만원이 전부였다. 결국 휴대전화비를 내지 못해 전화가 차단되면서 모자는 세상과 연결이 끊어졌다. 지인들은 한씨가 다시 중국으로 간 것으로 여겼다. 5월 13일 은행 통장에서 마지막으로 3858원이 인출됐고, 한씨의 통장 잔액은 0원이었다. 이후 약 보름만인 5월 말, 모자는 숨진 것으로 경찰이 추정했다. 그런데 한씨 모자의 시신이 7월 31일 발견 될 때까지 경찰서 신변보호관조차 한씨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극을 피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탈북자들은 한씨 모자가 극심한 생활고에다 고립감과 외로움이 겹치면서 삶의 의욕을 잃었고 급기야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탈북자 봉사 단체인 ‘홍익 인간 세상을 위한 모임’ 박진혜(45) 회장은 “한성옥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가까스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은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 보니 주변과 쉽게 차단되고 자기만의 울타리를 친다. 방에 누워 있으면 ‘왜 내가 탈북해 이곳에 왔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한씨는 이 고비를 못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혜 ‘홍익인간 세상을 위한 모임’회장과 이나경 탈북 미혼모 장애인 자립지원협회 대표가 한성옥 모자 분향소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 했다. 박진혜 ‘홍익인간 세상을 위한 모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이나경(46) 탈북 미혼모‧장애인 자립 지원협회 대표는 “탈북자 중에 혼자 어렵게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5000명이나 된다”고 했다. 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탈북자도 700명이나 되는데 탈북 5년이 지나면 정착 지원이 끊겨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제 2, 제 3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23일 관악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 불명’으로 나왔다”고 밝히자 탈북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허광일 비대위원장은 “질병도 자살도 타살도 아니었고 누가 보더라도 굶어 죽었는데 사인 불명이라고 하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가 김정은 눈치 보기를 한다”며 반발했다. 최정훈 비대위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장례를 진행하면 탈북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북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는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권 들어 탈북 인권 단체들에 대한 압박과 탈북자들에 대한 무시와 소외가 낳은 인재”라고 지적했다. 노현정 NK경제인연합회장은 “통일부 장관, 하나재단 이사장, 하나센터장, 구청장, 서울시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탈북 아사 모자 사건 긴급 현안 점검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정병국,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참석해 탈북자 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통일부와 하나재단, 보건복지부, 서울시 관계자도 참석했다. 모자의 비극에 이어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수천 명의 시민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애도 하고 분향소를 찾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먼저’라며 인권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분향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설치한 ‘기억과 빛’ 전시장에서 분향소까지는 불과 30m다. 북한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 정부와 ‘미리 온 통일’이라는 탈북자의 거리감이 너무 멀어 보였다. 그래서 탈북민 사회단체가 ‘탈북민 아사’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이 사망 원인 등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 숨진 탈북민을 ‘무연 고자 날림 장례’로 처리하려 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26일 ‘아사 탈북민 고 한성옥 모자 추모‧장례위원회’(이하 탈북모자장례위)에 따르면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은 지난 20일 탈북민 사회단체 대표 허광일 씨 외 단체장 2명을 접촉해 한씨 모자의 장례를 ‘무연고 사망자 장례 및 유골 안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탈북모자장례위는 한씨 모자의 장례를 3~5일간 진행되는 형식적 ‘무연고 장’이 아닌, 국민이 함께 추모하는 ‘애도 시민장’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모자장례위는 북한민주화 위원회‧자유북한방송 등 26개의 ‘북한인권연합’(탈북민 사회단체)과 보수 지식인단체인 비상 국민회의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이미 두 달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인은 규명 중이나, 자살의 정황이나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23일 3주 동안 진행된 부검과 수사결과를 종합해 ‘사인불명’ 판정을 내렸다. 한씨 모자 사망 이후 관악서는 한씨와 이혼한 중국인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씨 모자를 ‘무연고자’로 처리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담당 지자체인 관악구청 소관으로 서울 공영장례수용업체 위탁으로 장례가 치러지며, 이후 화장돼 10년간 유골이 보관된다. 탈북모자장례위는 정부가 한씨 모자의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장례와 화장을 서두른다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8월 2일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한씨 모자의 부검이 진행됐지만, 결국 사망 원인을 ‘불명’으로 처리했다”며 “복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 아래 굶어 죽은 국민이 나왔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한에서 굶어 죽은 국민이 나왔다”

조형곤 탈북모자장례위 집행위원은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굶어 죽은 국민 두 명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다”며 “정부의 ‘대북 저자세’로 고인에 대한 사망 원인도 밝히지 않은 채 서둘러 장례를 진행해 참극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북민들은 한씨 모자는 탈북민에 대한 정부의 외면과 내실 없는 복지 시스템이 죽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남북하나재단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100억여 원 증액된 350억원가량이다. 재단 관계자는 그러나 “예산은 목적사업비로 측정되어 탈북민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사용되기에, 직접 극빈 탈북민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탈북민 장만송(44) 씨는 “탈북민은 한국에 오기 위해 죽음을 무릅 썼는데 한국의 무관심과 배척으로 굶주림 속에 죽었다”며 “정부는 ‘탈북민 보호시스템’으로 천문학적 혈세를 사용했지만, 결국 고인은 극빈의 상태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탈북민 김모 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옆 세월호 분향소는 방문했지만, 굶어 죽은 국민에게는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이러한 차별적 정부의 태도 속에서 한씨 모자는 한국 사회의 무관심으로 살해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민의 성토에도 통일부는 원론적 견해만 내세웠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탈북민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대처하겠다”며 “(한씨 모자에 대해서는) 남북하나재단 중심으로 탈북민 시민단체와 장례절차에 대해 협의 중이며, 조화‧조문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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