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자살 공화국>

이 뉴스를 공유하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자살 공화국>

최근 한국이 여전히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처럼 유명인이나 정치인들 특히 사회 지도층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자살하면 모든 죄를 덮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미화(?)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우리를 암담하게 만들기 까지 한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자살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 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1만 3,670명으로 하루 평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37명이었다. 매시간 당 1.5명 꼴로 자살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10~30대 사망 원인 순위 1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40대 사망자의 21.3%, 50대 10.1%가 자살로 사망한 반면 젊은층의 경우 30%를 넘어서며 ‘자살’로 인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10대 자살률은 35.7%로, 2위인 악성신생물(14.5%)보다 2배 이상에 달했다. 20대의 경우도 절반에 육박하는 47.7%가 자살로 사망, 30대도 39.4%나 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뒤에는 ‘의문사’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살 의심되는 사망 사건을, 자살로 처리하면서 자살률 높인다는 지적이다. 자살이 많은 원인 중 하나가 ‘의문사’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살 혐의점이 있는데도 수사 기관이 ‘자살’로 처리하면서 사망 원인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살공화국> 오명 뒤엔 ‘의문사’

최근의 ‘박원순 시장 자살’을 포함해 그동안 소위 잘 알려진 정치인들의 자살이 속 시원하게 밝혀진게 거의 없었다. 그러니 음모론도 나오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카톡 등에 나도는 문자에는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스릴있는 암살을 뺨치는 내용이 소름을 돋게 한다. 오죽하면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는 최근 주일 설교 제목을 <자살 공화국>으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설교에서 ‘자살도 살인이다. 성문제로 자살한 사람을 서울시 장례로 치르는 건 옳지 않고 자살하면 죄를 덮어버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때 운동권이었던 김 목사는 다른 유튜브 방송에서는 ‘운동권들의 성문제 의식’도 지적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정말 심각하다. 지난 2005년부터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1년에 1만309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한 달로 따지면 1091명, 하루 평균 36명이다. 2위 일본과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전쟁을 하지 않고도 매년 1개 사단 규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자살 공화국>의 불명예 딱지가 붙은 한국에서 남녀노소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이 유행(?)하자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자살률이 오른 것과 관련해, 유명인 자살사건이 늘어난 데 따른 “베르테르 효과”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대가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젊은 층들이 책 주인공을 우상화 한 나머지 그를 따라 자살한 풍조에서 유래된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초기 1774년에 쓴 작품으로 이 책이 처음 나오자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왕족과 귀족은 물론 글을 읽을 줄 하는 사람들이 다투어 읽는 바람에 “세계 최초의 베스트셀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나폴레옹까지 이 책을 이집트 원정 때 가지고 가서 16번이나 읽었으며, 독일과 싸우는 전쟁터까지 갖고 가서는 끝내 독일에서 괴테와 만나 토론까지 벌였다고 한다. 한국의 롯데(Lotte)그룹이라는 대기업의 명칭도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성 샤롯데(Charlotte)의 이름에서 롯데(lotte)를 따와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유럽의 청년들이나 동양의 청년들이 젊은 베르테르를 못 잊는다.

자살은 모든 의혹의 ‘주홍글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책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 젊은 청년 베르테르는 발하임이라는 마을에서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에게는 알베르트라는베르테르 멋진 약혼자가 있었다. 로테의 소개로 약혼자 알베르트를 만난 베르테르는 어쩔 수 없는 삼각관계에서 본능적으로 알베르트를 질투하게 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이 절망이라는 벽에 부딪혀 이승에서의 꿈을 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이뤄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젊은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이 사회로 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자신의 온전한 사랑이 그 세상과는 일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낙담하면서 그 시대에 항거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한다. 젊은 베르테르는 홀로 사랑한 로테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그녀의 약혼자 알베르트로 부터 빌린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로테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알베르트는 로테를 지켜주기 위해 베르테르의 장례식도 가지 못한다. 하지만 알베르트와 로테의 아버지들이 나서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애도하면서 그의 유언대로 보리수 나무 두그루를 심은 땅에 묻어 준다.

이 책은 당시 청년들에게 베르테르를 단숨에 우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랑하는 여성을 더이상 가까히 갈 수 없음에 더 사랑하기 위해 죽음으로의 길을 가버린 청년이 어쩌면 자신일 수도 있다는 감성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 베르테르를 우상으로 여긴 당시의 청년들이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을 하는 바람에 한 때 책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래서 “베르테르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인권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서울 시장으로 활동한 고 박원순 시장도 젊은시절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과연 자살로 그가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가 있을까. 나중에 그 세상에서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성진 기자>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