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에는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케이스 뉴욕 빌딩 투자 4천억 원 몽땅 날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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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한국 투자운용사의 계속되는 미국투자실패 이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신기루 쫓다 잇단 낭패

윗부분미국부동산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의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뉴욕 맨해튼 초대형 사무용 빌딩에 투자한 4천억 원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7년 5월말 메자닌론 형식으로 돈을 빌려줬지만, 앵커테넌트를 잃게 되자 채무자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리 5-7%정도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아왔지만, 만기 10년의 절반도 못 채운 4년여 만에 이자는 물론 원금도 받지 못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앵커테넌트의 임대만료를 미리 알고도 투자했다는 점에서‘하이리스크 하이리턴’만 맹목적으로 추종했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투자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떤 상황인지 짚어 보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4천억 원을 투자한 맨해튼 부동산 소유회사 PWM 프라퍼티매니지먼트가 지난 10월 31일 델라웨어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 파산보호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챕터 11은 완전파산이 아니라 일정기간 부채를 동결, 회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으로 한국으로 말하면 화의신청에 해당한다. 이 법인은 맨해튼 245 파크애비뉴 부동산을 소유한 업체로, 지난 9월 30일 기준 자산이 25억 3천만 달러인 반면 부채는 21억 9천만 달러라고 밝혔다.

▲ PWM 프라퍼티매니지먼트는 이 건물 소유주인 245 파크애비뉴프라퍼티유한회사를 비롯, 메자닌 A,B,C등 모두 9개 자회사가 파산보호신청자측의 재무자라고 밝혔다.

▲ PWM 프라퍼티매니지먼트는 이 건물 소유주인 245 파크애비뉴프라퍼티유한회사를 비롯, 메자닌 A,B,C등 모두 9개 자회사가 파산보호신청자측의 재무자라고 밝혔다.

PWM, 대체 테넌트 못 구하자 챕터11신청

PWM은 지난 2017년 5월 5일 ‘245 파크애비뉴프라퍼티유한회사’라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으로 부터 이 건물을 22억 천만 달러에 매입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도 이때 투자를 감행했고 현재 이 건물은 JP모건, 안젤로 고든,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베이스 볼[MLB] 본부 등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본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채권자가 PWM 측에 돈을 빌려줄 때 ‘MLB가 떠날 경우, 임대계약 만료 1년 전까지 새 임대자를 구하지 못하면 PWM의 현금 1900만 달러를 압류할 수 있다’고 계약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본부의 임대계약만료일자는 2022년 11월 1일, 따라서 만약 PWM이 새 임대자를 구하지 못하면 올해 11월 1일 채권자는 1900만 달러 압류가 가능했고, PWM은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구책으로 압류 하루 전인 10월 31일 전격적으로 파산 보호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본부는 지난 2016년 10월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돼, PWM 측이나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앵커테넌트인 MLB의 이전 사실을 알고 매입 투자를 한 셈이다. MLB의 이탈을 알았고 4년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새 임대자를 구하지 못해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투자한 돈은 PWM의 메자닌론 중 일부로 약 4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PWM의 파산보호신청서에 따르면 메자닌론 A는 2억 3650만 달러에 연리 5$, 메자닌론 B는 2억 2100만 달러에 연리 5.7%, 메자닌론 C는 1억 1050만 달러에 연리 6.85% 이며 10년 만기로, 최종 상환일은 2027년 6월 1일로 밝혀졌다. 메자닌론 3개의 총액은 5억 6800만 달러였다. 이중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메자닌론 A와 B의 50%, C의 전액을 대출해 줬다. A의 2780억 원 중 1390억 원, B의 2597억 원 중 약 1300억 원, C의 1300억 원을 더하면 메리츠가 빌려준 돈은 4천억인 것이다.

▲ 메자닌론 A,B,C의 대출규모 및 연이율

▲ 메자닌론 A,B,C의 대출규모 및 연이율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오는 2027년까지 연 5-7%대의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아 짭짤한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4년여 만에 채무자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이자는 물론 원금상환에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PWM 측은 파산법원에서 이 건물의 운용을 맡은 SL그린이 새 임대자를 구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귀책사유를 주장하고 있고, SL그린 측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채권자들은 PWM의 파산에 반대한다며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만약 채권자들의 파산 반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PWM은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돼 후순위 채권자인 메리츠 측의 대출금 회수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SL그린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SL등의 소개로 이 건물에 투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 SL그린과 미국부동산 4건 투자

메리츠는 2017년 PWM부동산 4천억 원 투자, 2018년 소호부동산 6555만 달러 투자, 2020년 9월 페이스대 신축공사 지분투자, 지난 7월말 더뉴스빌딩 9100억원 투자 등 SL그린과 최소 4건 이상의 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지난 7월말 뉴욕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에 9천억 원을 투자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지난 7월 22일 뉴욕 맨해튼 ‘220 이스트 42스트릿’의 37층 규모의 ‘더뉴스빌딩’의 지분 49%를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SL그린으로 부터 7억 9천만 달러, 한화 9100억 원에 인수했다. 1930년 지어진 이 건물은 뉴욕 일간지 뉴욕데일리뉴스가 본사로 사용하는 건물로, SL그린이 지난 2003년 매입했으며 메리츠에 49%를 매각한 이후에도 51%를 보유하고 임대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빌딩2지난해 9월에도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SL그린으로 부터 뉴욕 페이스대 복합건물 재개발 사업의 지분 80%를 인수했다고 밝혔었다. 신축예정지는 뉴욕 맨해튼 15 비크만스트릿이며 메리츠의 인수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총 사업비가 26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천억 원 상당의 투자로 추정된다. 오는 2023년 가을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은 27층 규모로 기숙사와 식당, 도서관, 강당 등이 들어서며 SL그린은 페이스대로 부터 해당부지를 90년간 임대했고, 완공 이후 최소 30년간 건물 임대권을 갖게 된다. 또 지난 2018년 8월 7일에도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뉴욕 맨해튼 소호의 115 스프링스트릿의 부동산을 담보로 SL그린에 6555만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SL그린과 2017년 인연을 맺으면서 미국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뒤 긴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첫 투자처의 파산신청은 SL그린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 관계에 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메리츠 대체 투자운용은 지난 9월 말 워싱턴 DC의 655 뉴욕애비뉴 빌딩을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브룩필드로 부터 9250억 원에 매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건물은 2019년 준공된 12층 규모의 건물로 유명 의료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PWC등이 입주한 건물로, 임대기간이 14년정도 남아 있어, 비교적 임대 수입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메리츠 측이 올해 3분기에만 미국부동산 투자액이 약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PWM 4천억 원 투자는 앵커테넌트인 MLB의 임대중단을 알고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신중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메리츠는 물론 한국기업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적지 않은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빌딩1

▲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지난 9월말 92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DC의 빌딩

미래-농협 등 미국투자금
11억 투자소송

메리츠 금융산하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2월 19일 뉴욕 맨해튼 50스트릿,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인근 71층 규모 최고급 콘도 ‘더센트랄레’에 PIA 자산운용을 통해 3억 5천만 달러를 대출해 줬으나 분양이 부진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자 지난 1월말 연대 보증인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본보는 지난 2월초 이를 보도했었고, 메리츠증권은 그로부터 2개월 뒤인 4월초 수개월째 대출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채무자가 디폴트 상태임을 시인했었다. 코로나 19위기가 막 시작되던 때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결국 코로나19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고, 무모한 투자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처럼 메리츠증권과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등 메리츠 측으로서는 최소 8천억 원 이상의 대출금이 디폴트에 빠진 것이다.

▲ PWM프라퍼티매니지먼트는 뉴욕은 물론 시카고에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담보채무중 가장 큰 부분은 시카고 및 뉴욕시 정부에 체납한 재산세로 확인됐다.

▲ PWM프라퍼티매니지먼트는 뉴욕은 물론 시카고에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담보채무중 가장 큰 부분은 시카고 및 뉴욕시 정부에 체납한 재산세로 확인됐다.

또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이 라스베이거스의 드류 라스베이거스호텔 신축공사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5월8일 채무자가 디폴트를 선언, 불과 3개월 만에 투자금을 몽땅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이 역시 코로나19 초입에 투자한 것이며, 이미 이 호텔신축은 10여년간 공사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 투자라는 지적이 있었고, 결국 그 같은 지적이 현실화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2월 9일, 프랑스 나타시스은행과 농협과 KEN하나은행, 이지스자산운용, 에이아이파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은 뉴욕부동산 개발회사인 20TSQ유한회사를 상대로 6억 5천만 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한국투자자들은 선순위채권 2억 9천만 달러, 메자닌론 2억 6천만 달러 등 5억 5천만 달러를 빌려준 것으로 확인돼 전체 소송액 6억 5천만 달러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중국안방보험소유의 호텔 15개가 ‘소유권 사기’에 휘말린 사실을 모르고 약 7조원에 인수하려다 계약금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했었다. 다행히 미래는 안방과의 소송에서 승리, 계약금 7천억 원과 변호사비용 등을 모두 회수했지만 이 또한 실사를 꼼꼼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한국금융기관의 미국부동산투자, ‘하이 리턴, 하이리스크’가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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