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요한 임명 뒤에 김한길, 호남 기반으로 한 사적 관계
■ 윤석열은 김한길, 김한길은 인요한 내세워 당장악 획책
■ 낙동강 오리알 김기현은 아무 권한 없는 허수아비 대표
■ ‘윤석열에 두 번 안 속는다’ 인요한 전권임명에 반발 커
본국 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구원투수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임명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리는 그를 내세워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본국 정가에서는 결국 인 위원장 임명이 대통령실의 ‘눈 가리고 아웅’식에 그치고, 여전히 대통령실이 당의 공천과 여러 가지 활동에 있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그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임명에 대한 당내 시선이 차갑다. 혁신과 통합이란 주요 키워드를 내세우며 혁신위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와 함께 출범한 혁신위가 하나 같이 친윤계 인사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비윤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혁신위원 자리를 거절했다. 이런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번 속지 않겠다는 기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맥주 회동을 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손을 잡은 듯 했지만, 뒤로는 “3개월짜리 대표”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듯 양두구육의 모습을 보인 게 주요했다. 결국 인요한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건데 대통령이 보여 온 야욕들이 당과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인 위원장의 임명에는 사실상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천거가 결정적이고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인 위원장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한국에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1895년 전라남도에서 선교 활동을 한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이 그의 외증조부다. 유진 벨의 딸 샬롯 벨은 인 위원장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튼과 결혼했다. 인 위원장의 아버지 휴 린튼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전쟁 때 미군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에 남아 전라남도 순천 일대에서 순천 기독치료소를 설립하는 등 결핵 퇴치에 헌신했다. 전주에서 태어난 인 위원장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순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서울로 왔다.
1980년 휴교령으로 순천에 내려와 있던 인 위원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맞닥뜨린다. 당시 인 위원장인 외신과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도왔다. 2019년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인 위원장은 “(5·18 당시) 외신들이 보니 젊은 애가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말도 하는 거다. 그래서(외신의 요청으로) 급히 기자회견 통역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인 위원장은 5·18의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게 된다. 인 위원장은 2012년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한국보건재단 4대 총재를 지냈고,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보수 계열 정당에 입당한 적은 없다.이처럼 호남을 기반으로 자라온 인 위원장은 역시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던 김한길 위원장과 자연스럽게 연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두 사람 방송에 함께 출연해서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0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요한 씨뿐 아니라 당의 어떤 자리에 대해서도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은 2019년 김한길 최명길 부부의 여행기를 다뤘던 채널A ‘길길이 산다’에 출연한 바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인 박사라고 불러야 하나요”라고 묻자 인 위원장이 “불편해요. 그냥 동생이라고 하세요”라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2022년 12월 국민통합위원회의 유튜브 채널 ‘통합으로 가는 길’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인 위원장의) 삶 자체가 현대사이기도 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 10여 년 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요한 교수”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인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되자 추천설을 부인했지만 당에서 받아들이는 시각은 다르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 대표였던 자가 윤석열 뻐꾸기가 돼 국민의힘을 망하게 한다”며 “김한길 같은 기회주의자가 보수 탈을 쓰고 인 위원장을 뒤에서 조종하려는 수작이 너무 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尹책사 김한길은 희대의 간신배
과정이야 어찌됐든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본국시간으로 26일 12명의 혁신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민과 함께 혁신위’로 명명한 혁신위엔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과 서울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도 혁신위에 합류했다. 혁신위에 인선된 전·현직 의원 3명 모두 서울 지역 정치인으로 구성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확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인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당내 인사로는 정선화(전북 전주병 당협위원장) 동국대 WISE캠퍼스 겸임교수와 정해용 전 대구 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발탁됐다. 외부 인사로는 이젬마 경희대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등 6명이 임명됐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된 모양새다. 당내에선 박성중 의원과 김경진 전 의원 같은 친윤계 인사가 2명 포함된 반면, 이준석 계를 포함한 비윤계 인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인 위원장이 애초 강조한 ‘통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의 경우 대표적 이준석 계 인사인 허은아 의원과 동대문을 지역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의진·윤희숙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 김재섭·천하람 당협위원장 등이 인 위원장의 혁신위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신진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등도 정치철학이 다르다는 이유 등을 대며 끝내 고사했다.
공천권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민생 119특위’ 출신의 정선화·정해용 위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출신의 이소희 위원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모양 갖추기 혁신위로는 자칫하다간 민주당 혁신위처럼 ‘망신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인요한 위원장 개인을 향한다기 보다는 그를 임명하게 된 배경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혁신위원장 임명으로 가장 난감해진 사람은 김기현 대표다. 가뜩이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그는 인 위원장의 임명으로 다시 한 번 식물대표가로 전락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쇄신을 위해 당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건데, 당찬 포부와는 달리 당 안팎에선 김 대표의 입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혁신위원장과 당 대표의 역할 분담을 둘러싸고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를 띄우면서 ‘용산바라기’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벗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인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없었다”며 주체적 판단임을 강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혁신위가 김 대표의 ‘장식품’에서 벗어나 오히려 김 대표가 혁신위의 ‘장식품’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 그래도 위상이 시원찮은 김 대표 입장에서는 혁신위로 인해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의 관심은 김 대표가 과연 어느 수준까지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 모두 공천 작업에 들어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특히 혁신위에 어느 정도의 공천 관련 권한을 주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12월 12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등록일도 한 달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아 공천권을 둘러싼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공천권은 형식적으로 각 정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이 갖게 된다. 하지만 방식과 범위 등 공천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당 대표와 혁신위원장 등 지도부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대표와 혁신위원장 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시작부터 삐걱댈 수 있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당 대표와 혁신위원장이 동상이몽을 할 경우 오히려 혁신위가 당 분란의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은 이미 눈밖에 벗어나
일각에선 국민의힘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원회도 곧 발족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패배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급추락하자 김 대표가 당 체제 전환을 언급하며 발표한 세 가지 기구가 하나씩 선을 보이는 셈이다. 이럴 경우 혁신위원회와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가 각각의 역할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혁신위와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 등이 출범하게 되면 일단 국민의힘은 총선 채비를 갖추는 셈이 된다.
쇄신 작업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이 러닝메이트의 모습을 띠면서 당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와 가장 충돌 가능성이 높은 건 총선기획단이다. 성격상 총선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어서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혁신위 역시 공천룰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고, 총선을 위한 기획단을 발족해 사무총장을 선봉에 앉혔다면 당 대표 역할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선거의 핵심이자 실세임을 증명하는 공천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를 게 없어진다.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만희 사무총장을 앞세워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정작 자신의 입지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을지도 총선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