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사건 들춰낸 이유는 총선 후 ‘탄핵’ 위기감 때문
◼ 김건희 비판여론 무마하고, 극우 지지층 결집 ‘일타쌍피’
◼ 본지 4년 전 서창호 코트라 방문 보도 뇌물죄 뇌관될 듯
◼ 교활하고 비열한 윤석열 발탁한 문재인에게도 책임 있어
윤석열 정권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정국의 단골 이슈였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뉴스들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채상병 특검법도 신문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신문 안쪽면 쪽기사로 다뤄질 정도로 그 비중이 축소됐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전 남편 서창호를 연결고리로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에 김정숙 여사까지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가족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와 같이 가족 전체를 도륙하는 전형적인 윤석열 사단 식 수사의 전형이다. 문제는 ‘이미 수년이 지난 사건을 지금 꺼내 들었나’ 하는 점이다. 통상 전 정권 수사는 정권 초반 이뤄진다. 하지만 정권 중반에 접어든 지금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뇌물죄 사건을 갑작스럽게 꺼내들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이뤄진 돈거래까지 들춰내어 이를 언론에 생중계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윤석열 정권이 코너에 몰렸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본국 정치권에서 야당이 계엄령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일가의 심복인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역시 같은 흐름이다. 문재인 수사를 둘러싼 윤석열 정권의 흑막을 <선데이저널>이 들춰내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 것은 취임 1년이 거의 다 될 시점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적폐수사가 이뤄진 것도 취임 초기였다.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는 문재인 정부 취임 전부터 이미 진행되던 것이었다. 그것을 주도한 것이 바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찰 특수부 라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는 정권이 3년차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본격화 된 것이 이례적이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 같지만 이번 수사는 검찰 인사를 보면 언제부터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는 빚이 있다. 지난 대선 전 본지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과거 육성 파일을 공개했을 때 보면 그는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통령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김경준에게 네다바이 당한 사람”이라 일컬었고, 박 전 대통령에게는 “재단이 직업인 여자”라고 비판했다. 그에 비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 정도의 비판을 가한 바 없다. 그저 어리숙하고 무능한 대통령 정도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전 대통령은 본인에게 있어서는 은인과 같은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에 찍혀서 한직으로 떠돌던 그를 정권 출범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고검장들이 임명되는 자리였는데, 문 전 대통령은 중앙지검장을 검사장이 앉는 자리로 격하시키고 이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을 앉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지내며 그야말로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초고속 승진을 했다.
문재인, 尹정권 탄생 원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정권 내에서는 “윤석열을 믿을 수 없다”는 비토도 만만치 않았다.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을 부정적으로 본 대표적 인물이 조국 민정수석이었으며, 그를 천거한 것은 양정철 전 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렸음에도 문 전 대통령은 결국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 후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었고, 자신의 스폰서인 황하영의 아들을 운전기사로 내줄 정도로 양정철과 가깝게 지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하튼 문 전 대통령이 이때 조국 장관의 말을 듣지 않고 양정철의 말을 들은 것이 오늘 날의 검찰 정권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무능하다거나 윤석열 정권 탄생의 원죄가 있다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양정철이 문 전 대통령 주변에서 쫓겨난 지 오래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게 빚진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다시 이번 수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윤 대통령은 이런 마음 때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 만큼은 건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국 의원을 비롯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최강욱과 황희석 등 지난 정권 반 검찰 인사들을 모조리 수사를 했음에도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윤 대통령의 심경에 변화가 일었던 것은 바로 지난 총선이다. 야당이 190석을 차지하면서 자칫하면 탄핵도 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윤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문재인 일가 수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주지검에서 진행하던 이상직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타이이스타젯 관련 의혹이다. 본지도 이미 2021년 이 사건을 3차례에 걸쳐 다룬 바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이 전 대통령 사위가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타이 이스타젯(본국 이스타항공의 태국 계열사로 보임) 임원으로 취직시키면서 사위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고, 이 대가로 공공기관 이사장 및 여당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딸 다혜 씨는 2018년 돌연 태국으로 이민을 갔다. 대통령 재임 중에 그 딸이 해외로 이주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다혜 씨는 이민을 상당히 서두른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타이이스타젯을 둘러싼 사건은 본지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는데, 최근 이 전 이사장과 사위 서 씨를 둘러싼 이상한 정황들이 당시에도 이미 나와 있었다. 일단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리스할 때 이스타항공이 보증을 서줬고, 이스타항공이 태국의 티켓총판회사에 받아야 할 외상매출금 71억 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에 쓰였다. 원래 청와대 측은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던 회사와 이스타항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런 해명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두 회사의 임원이 모두 이상직 의원의 ‘가방모찌’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타이이스타젯에 들어간 돈 71억 원 중에 51억 원이 모두 현금화 되어서 불투명하게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도 모자라 대통령 사위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잠시 몸담았던 말단 직원이 아니라 최소 4개월간 전무급으로 일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번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본지가 2021년 단독으로 보도한 서 씨의 코트라 방문 보도 때문이다. 당시 본지 보도의 일부분이다. “이 의원과 서 씨가 2018년 타이 이스타젯 설립 당시 함께 코트라에 방문해 정부 측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런 증언은 정부 기관인 코트라가 태국 이스타젯 설립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줬는지 여부를 밝히는 핵심적인 사안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만약 코트라가 타이이스타젯이 설립되고 태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개입했다면 사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즉 정부 기관이 대통령 친인척이 다니는 회사를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내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적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대통령 퇴임 후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한다. 본지가 코트라 관계자 등으로부터 확보한 증언 등에 따르면 2018년 서 씨가 태국으로 급하게 이주한 후 이 의원 등이 방콕으로 건너가 현지 코트라 사무실을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타이이스타젯은 설립 이후부터 신생 소형항공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특혜들을 타이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결국 이는 코트라와 같은 정부 기관의 보증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엮기 수법…尹 하명 없인 불가능
총선에서 패배해 위기감을 느낀 현 정권은 이 사건을 보다 깊숙하게 들여다보며 논리를 만들었다. 이 사건의 기본적인 골격을 짠 것이 이창수 당시 전주지검장이었다. 그는 이 사건을 골격을 짜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수사는 전주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 마디로 이창수 지검장이 이 사건을 위해 발탁한 된 인사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번 사건 수사로 노리는 점은 한 둘이 아니다. 일단 레임덕이나 탄핵으로 가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우선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의혹들이나 채상병 외압의혹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여기에 의대증원 이슈도 점차 현 정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카드 중 전직 대통령 수사는 가장 효과적이다. 이미 문재인 일가 수사 관련 뉴스가 본국의 모든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 그마저도 검찰에서 흘리는 정보대로 보도되고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거의 비슷한 흐름이다. 이제 검찰 수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으로 향해 갈 것이다. 아마 추석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고 딸 문다혜부터 김정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본인까지 줄줄이 검찰청 기자들 앞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권 3년차는 이 이슈에 묻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사단의 악랄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 검찰 수사는 가족 중 한 명에 대한 수사에 초첨이 맞춰졌다. 그게 관행이었다. 가족 모두를 건드리는 것은 대단한 중범죄였거나 액수가 큰 경제범죄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윤석열 사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본인에 대한 죄가 뚜렷하지 않으면 가족 주변부터 훑어서 본인을 옭죄어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국 대표는 현재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감옥에 딸 조민 씨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학위는 이미 다 취소됐다. 한 가족을 도륙한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 때도 아들 휴가를 문제 삼아 그를 압박했다. 이제 그 방식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가족이 취업한 것을 뇌물로 보고 전직 대통령을 엮는 것은 과거 관례에 비추어 봤을 때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지금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을 끌어준 전직 대통령의 일가를 도륙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