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20년간 내구성-10년 품질보장 주장’모두 헛소리
◼ ‘소비자기만-사기’ 소송원고들 LG측에 시정요구 서한
◼ 2020년 냉장고결함…지난해 1150만 달러 합의금지불
◼ 2022년102명 CA서 냉장고집단소송합의로 종결한 듯
미국에서 팔리는 냉장고 4대중 1대가 LG전자 제품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냉장고가 컴프레셔 결함으로 얼음이 잘 얼지 않는 등의 하자가 있다며 수년째 줄줄이 소송을 당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피소된 뒤 합의금을 지불하고 소송을 취하했고, 지난 2022년 말 또 다시 다른 소비자 1백여 명으로 부터 피소된 뒤 올해 5월 합의하에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1월초에는 앞선 소송의 변호사가 또 다른 소비자 40여명을 대리해서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전제품의 왕’이라고 불리는 LG의 명성이 흔들흔들하고 있다. 전후사정을 취재했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미국에서 팔리는 냉장고 2대중 1대는 삼성 또는 LG의 냉장고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들 2개사가 각각, 미국냉장고 4대중 1대씩을 책임질 정도로, 냉장고 시장을 독점, 한국가전제품의 우수성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가전부문에서는 삼성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전자가 콤프레셔 결함으로 수년째 집단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1개 소송을 해결하면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되고, 또 1개 소송을 해결하면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되는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함 소송 사실상 연례행사
LG전자로서는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유명한 아주르 모우자리변호사.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소비자문제 전문변호사로, LG는 물론 삼성 등 전 세계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품질보증문제 등의 소송으로 명성이 높은 변호사다. 아주르 모우자리 변호사가 캘리포니아 쪽 연방법원이 아닌 뉴저지연방법원에 나타나 LG전자를 상대로 한 냉장고하자 소송의 소비자 측 공동변호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르마 아머 씨 등 모두 47명은 지난 11월 8일 뉴저지 연방법원에 LG전자 USA[이하 LG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결함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원고 측 변호사는 뉴저지 주 변호사들이지만, 소송장에는 조만간 아주르 모우자리 변호사가 연방법원 허가를 신청, 원고 측 변호사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소송장에 따르면 ‘아르마 아머등 14개주 47명은 LG전자가 생산한 냉장고를 구입 사용하고 있으나, 냉장고에 장착된 인버터리니어컴프레셔의 고장으로 냉동 등 냉장고의 성능을 유지, 발휘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서 음식이 상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LG전자가 인버터리니어컴프레셔, 즉 선형압축기에 고장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으며, 워런티에 따른 고장수리 등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LG전자는 이처럼 압축기결함 등이 이미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압축기가 내장된 냉장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이미 같은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한 뒤에 합의로 소송을 취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판매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는 냉장고가 20년간 내구성이 보장되며 10년간 워런티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적절한 워런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수리 등을 요구하면 결함이 있는 압축기를 유사한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LG냉장고와 인버터리니어컴프레셔에 대한 불만이 빗발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인터넷에 제기된 불만사항 등을 캡쳐, 소송장 본문에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 측은 현재 14개주 47명이 소송에 참여했지만, 기존 원고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계속 합류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이 소송이 집단소송요건에 부합한다며, 집단소송으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원고 측은 소송장과 함께 소송제기 이전에 LG측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했다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내용증명에 해당하는 서한도 증거로 제출했다.
‘공정, 사기, 기만적’ 행태 주장
소송이전에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내용증명은 지난 9월 6일 LG측에 보내진 것으로 당시만 해도 약 14명의 소비자들의 불만만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LG냉장고를 구입한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인버터리니어컴프레셔는 냉각을 담당하는 주요요소로서 냉장고의 기본적 기능인 음식과 음료의 냉각과 보존기능을 수행하지만, 컴프레셔의 결함으로 냉장고내 온도가 상승하고 음식이 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LG전자 측은 20년간 내구성이 있다고 약속했지만, 새 냉장고 구입 3년도 못돼서 고장이 났고, 일부는 단 1년도 버티지 못했다. LG전자는 냉장고 마케팅–판매등과 관련해서 명시적, 묵시적으로 품질보증을 약속했지만, 이는 불공정하고, 사기적이고, 기만적이며, 기타 불법도 자행했다’며 각주마다 이와 관련한 법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들은 이 서한을 받은 지 30일 이내에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요구사항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달증명서에 따르면 이 서한은 9월 26일 오후 인편으로 LG측에 전달이 됐고, 결국 LG측이 송달30일이 지나도 이 내용증명에 대해 답변하지 않자 11월 8일 소송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지난 12월 9일, 소송제기 한 달 만에 소송장을 송달받았다며, 변호사를 선임, 소송에 임할 것임을 재판부에 밝혔고, 답변서 제출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 측은 답변서를 위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겠지만, 일단 사실무근임을 주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원고 측이 소송주장을 명명백백하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LG측이 원고소송주장에 대해 추후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해도, 이 같은 소송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고소송을 기각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버터리니어컴프레셔 결함, 그에 따른 냉장고의 하자 등 동일한 원인의 소송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이들 소송에 대해 대부분 LG측이 합의금을 지불하는 대신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번 뉴저지소송에는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유사한 소송에서 소비자를 대리, 합의금을 받아낸 변호사도 합류함에 따라, 원고 측은 최강의 전력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전왕’ 명색이 무색할 정도
LG전자는 지난 2020년 프렌치도어 냉장고와 양문형냉장고등에서 컴프레셔 이상이 발생, 집단소송을 당했고, 지난해 6월 약 115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대신 끝내 제품결함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12월 5일 무려 102명의 소비자가 LG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결함에 따른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피고 중에는 LG전자뿐 아니라, LG전자 컴프레셔를 사용하는 켄모어, 홈데포, 베스트바이, 로위스, 시어스등 다른 전자업체와 이를 판매한 유통업체도 포함됐다. 당시 이 소송은 아자르 모우자리 변호사가 원고대리인을 맡았으며 ‘LG전자가 자사냉장고가 냉각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를 판매했으며,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컴프레셔가 냉매를 압축, 순환시켜서 냉장고에 냉기를 만들고, 냉동고에서 얼음을 얼려야 하지만, 얼음이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이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이 명백히 입증되지 못했으며,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소송은 결국 원고가 지난 4월 22일 자진 철회하는 서류를 제출했고, 5월 3일 종결됐다. 하지만 원고가 자진 철회한 것은 LG전자로 부터 102명의 원고가 적절한 보상을 받고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LG가 냉장고소송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반도체에서 삼성에 밀리는 LG는 스스로 가전만큼은 삼성을 앞선다며 ‘가전제품의 왕’이라고 자랑해왔다. ‘가전왕’ 명성이 냉장고문제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