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매각설 앞과 뒤] 메시아 기다리는 홍석현 누나 도움만이 유일한 탈출구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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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어진 시간은 30일, 자구책 마련 못 하면 JTBC도 못 지킬 것
◼ 홍석현회장 일가 ‘중앙일보 팔아서라도 JTBC는 지키겠다’ 의지
◼ 매물로 나온 중앙일보, ‘부채 떠안고 2,000억 원 주면 팔겠다?’
◼ 기댈 곳은 홍라희 여사뿐인데 분노의 이재용 회장 의중이 관건

중앙일보의 모회사인 중앙홀딩스의 자금난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는 전날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036420),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4개 사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허가했다. 그러나 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던 JTBC에 대해서는 오는 30일까지 결정을 보류하고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했다. ARS(자율구조조정 지원)는 법원이 강제로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기업과 채권자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예외적 제도다. 쉽게 말하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직전, 법원이 잠시 판단을 멈추고 당사자끼리 합의할 시간을 주는 완충 장치다. 이 단계에서는 채권자나 주주의 권리가 희석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기업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즉 중앙홀딩스 홍석현 회장 일가가 중앙일보를 비롯한 자회사는 모두 매각하고, JTBC만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중앙일보를 공식적으로 매물로 내놓은 셈이다. 남은 것은 JTBC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느냐인데, JTBC는 오히려 자금 사정이 가장 좋지 않다는 점에서 ‘메시아’의 등장 없이는 회생이 쉽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본국 재계와 미디어업계에서는 홍석현 회장의 누이인 홍라희 여사의 행보에 중앙홀딩스의 앞날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1일 본국 법원의 판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석현 회장 일가가 중앙일보를 팔아서라도, JTBC는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같은 그룹인데 JTBC 하나에 대해서만 취급이 갈렸다는 점이다.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메가박스중앙 등 4곳은 회생절차 개시가 확정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JTBC는 회생 개시 판단이 7월 30일까지 한 달 보류됐다. 이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먼저 JTBC는 아직 ‘법정관리 회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4곳은 이미 법원 관리 아래 들어갔지만, JTBC는 개시 결정 자체가 미뤄졌다. 이 방향은 우연이 아니라 JTBC가 애초에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회생 신청과 동시에 ARS를 함께 신청했기 때문이다. 즉 그룹 차원에서 JTBC만큼은 법정관리라는 낙인을 최대한 피하고 자율협상으로 살려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 다음으로 법원이 그 시도에 일단 시간을 줬다는 것 자체가 긍정 신호다. 법원이 ARS를 승인했다는 건, JTBC가 채권단과 합의를 이뤄낼 여지가 있다고 봤다는 뜻이다. 가망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4곳처럼 곧바로 개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기한 내에 채권단과 자율구조조정 합의에 이르면 JTBC는 회생 신청을 취하하고 합의 내용대로 채무조정을 진행한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법원이 다시 키를 쥐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홍석현 회장 일가가 7월 한 달 안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면 JTBC마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단 의미다.

시간을 벌었다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부채비율 2,443%에 누적적자 7,000억 원대라는 근본 재무구조는 그대로이고, 한 달 안에 수천억 원대 금융채무를 두고 채권단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게다가 그룹의 자금 창구였던 사옥 매각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지주사 중앙홀딩스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도 제약된 상태고, 협상 카드가 넉넉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이번 결정은 ‘JTBC가 살았다’가 아니라 ‘JTBC가 스스로 살아볼 기회를 한 달 얻었다’다. 7월 30일까지 채권단과 어떤 조정안에 합의하느냐, 특히 금융채무를 어느 수준까지 조정받느냐가 실제 생존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 달 시간 번 洪 일가의 벼랑 끝 자구책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홍석현 회장 일가가 중앙일보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이다. 본국의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중앙일보 워크아웃 채권자 소집통지 참고 자료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 계획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계열사 간 신용위험을 분리해 재무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신규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더 구체적으로, 현재 중앙일보 최대 주주는 중앙홀딩스로 지분 64.73%를 보유 중인데, 투자자문 업계에서는 몇몇 건설사 등 복수의 원매자와 초기 단계 논의가 진행 중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최대 2,000억 원까지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중앙일보가 “매각설은 허위”라며 유포자를 고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회사 스스로 경영권 매각을 공식 자구안에 담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본국에선 후보그룹으로 지난주 본지가 보도했던 서울신문 오너 호반건설과 이데일리 오너 KG그룹 그리고 헤럴드경제 오너 중흥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앙일보 측은 기존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에다 현금 2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5천억 원 부채를 감안하면 7천억 원을 부른 셈이다. 이는 동화마루가 한국일보를 인수하던 방법과 비슷하다. 동화마루는 2015년 한국일보 인수 당시 한국일보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던 부채를 떠안고 여기에 수백억을 얹어줘서 한국일보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옥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전기 등과 네임밸류 등을 감안해도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1위를 주장하는 종이신문이 인터넷매체에 팔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매각 대상자들은 당연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굳이 비싸게 중앙일보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회생절차가 시작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인력도 감축되고, 부채도 준다. 굳이 지금 중앙일보를 사들여서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중앙일보가 그룹에서 재무적으로 가장 건강한 본업을 가진 회사인데도(신문사 매출 1위, 유료 구독 성과) 사주가 매각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방송 면허라는 규제 자산을 가진 JTBC의 희소가치를 더 높게 본 판단으로 읽히지만, 정작 흑자 사업을 놓고 적자 사업을 지키는 게 맞느냐는 논쟁의 여지는 남는다.

홍라희에 쏠리는 눈

홍석현 회장 일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다. 일단 최우선책은 중앙일보를 매각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자금은 부족하다. 결국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남매인 홍라희 여사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홍석현 회장이 4개 종편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건 두 가지 요인이 크다. 하나는 과거 동양TBC방송을 부활시키겠다는 본인과 홍씨 집안의 의지, 다른 하나는 삼성그룹의 영향이 크다. 종편이 출범하던 2010년대 초 만해도 두 중앙과 삼성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중앙그룹은 삼성이란 뒷배를 믿고 다른 종합편성 채널에 비해 압도적 투자를 했다.

TV조선을 비롯한 다른 채널들이 보도에 집중하는 동안 JTBC는 드라마와 연예프로 등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대거 제작하며 1등 종편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실제로 그 기간 삼성에서도 JTBC에 광고로 후방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시기 중앙그룹이 삼성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JTBC가 했던 보도 때문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JTBC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뿐 아니라,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특히 삼성이 단순한 승마협회 지원을 넘어 정유라 개인에게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적했다.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삼성의 정유라 지원 문제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고, 결국 이재용 부회장(당시)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당시 보도는 JTBC의 홍석현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혼맥으로 맺어진 사실상의 가족기업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중앙일보 역시 과거 삼성그룹 계열 언론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중앙이 삼성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JTBC가 오히려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보도가 계속 이어지자, 재계에서는 “중앙이 삼성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라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이 삼촌인 홍석현 회장에 대해 갖고 있는 현재의 이미지는 상당히 나쁘다는 것이 삼성 내부를 잘 아는 인사들의 해석이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 JTBC보도와 홍 회장에 대한 분노를 종종 드러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즉 홍라희 여사가 홍석현 회장을 돕기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의 동의가 필수 조건인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선이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삼성가의 지분 정리가 분명하게 되지 않아 홍씨 일가의 역성혁명설도 나왔지만, 지금은 지분 정리가 끝나고 상속세도 전부 납부했다.

즉 홍라희 여사가 지분으로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아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재용 회장에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중앙홀딩스가 지금의 상황까지도 오지 않았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선데이저널>이 지난해 7월 단독으로 보도한 홍라희 여사의 담보 대출도 같은 맥락이다. 홍라희 여사는 지난해 6월 말 홍석현 회장에게 360억 원을 빌려주면서 홍 회장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바 있는데, 이 역시 아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동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의 발로였을 것으로 보인다. ‘동생을 구하려니 아들이 걸리고, 아들을 따르려니 동생이 걸리고’ 홍라희 여사는 중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괴롭기 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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