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수, SG사태 꼬리자르기 수사로 기소조차 안 돼
◼ 판사 집안에 막내아들로 출생, 돈냄새 맡는 덴 귀신
◼ 라덕연 소개하고 다니며 300여 명 투자하는데 일조
◼ 부당이득 7,300억…벌금 추징금 합쳐 3,000억 불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민간업자에게 억대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과 비교해 형량이 1년 줄어든 것이다.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는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으로 가면 형량이 더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보면 박 전 특검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 전 특검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챙긴 실익에 비하면 져야 할 책임은 새발의 피(鳥足之血)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박 전 특검은 SG주가조작 사태에도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아예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특수부 검사들의 오랜 카르텔이 교묘한 눈속임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특검을 잘 아는 주변인들은 “박 전 특검이 막내아들이라 욕심이 많다”고 입을 모으곤 했다. 대장동 사태를 본 박 전 특검의 한 후배 변호사는 “(영수형이) 너무 많이 해 먹었다”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SG사건의 주범인 라덕연 일당은 2019년 5월~2023년 4월 투자자 명의 계좌 등을 이용해 8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7,305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원, 추징금 1,945억 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징역 8년, 벌금 1,465억 원, 추징금 1,816억 원으로 감형됐다. 벌금과 추징금을 합쳐도 4,000억원이 남는다. 과연 이 부당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선데이저널>은 검찰과 금융브로커의 절정의 콜라보 작품인 SG금융 주가조작 사건 관련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다시 한번 들춰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 전 특검의 부친은 목포 향판이었고, 조부 박명효씨는 초대 북제주군수와 제주읍장도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광복 직후 제주도 내 우익진영의 대표적 인물로, 당시 도내 가장 영향력 있는 4명의 박 씨를 일컫는 사박(4朴)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이 박씨 가문이 살았던 제주도 원도심의 한 초가집은 지금까지도 ‘박 판사네’로 통하며, 현재는 꽤나 유명한 관광 명소로 언급되기도 한다. 박 전 특검은 ‘박 판사네’ 막내아들이다. 덕분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도련님’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검찰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
많은 사람들은 박 전 특검의 ‘출세 가도’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거론한다. 박 전 특검이 2001년 6월 김대중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박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장을 지낸 박 전 특검의 부친 박창택 판사와 박 의원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을 잘 안다는 주변인들에 따르면 실제 그는 술자리에서 박 의원에게 전화가 오면 “예 선생님”이라고 하며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통화를 하곤 했다고 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박지원과 박영수는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준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영수 전 특검은 법조계에서 돈 냄새를 잘 맡는 것으로 유명했다.
SG사태, 전면 재수사해야
그런 그가 유일하게 주변에 극찬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투자자문업체 호연의 라덕연 전 대표였다. 2023년 초 이 사건이 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라덕연 일당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본지에 결국 이 사건의 키맨은 박영수 전 특검이라고 콕 집어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이 사태가 터지자 박 전 특검은 라덕연 대표 측 회사 2곳의 법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박 전 특검은 2022년 9월 라 대표의 측근이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와 법률 자문 계약을 한 데 이어 2023년 1월에는 승마리조트 회사와도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박 전 특검은 두 업체에서 총 6,6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박영수 전 특검은 단순 고문이 아니라 사실상 라덕연 회사의 세일즈맨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주변 변호사들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지인들에게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라고 소개하며 다녔다고 한다. 대한민국 검찰의 중수부장과 검사장, 특검까지 지낸 인물이 극찬을 하고 다녔으니 법조계에서는 라덕연을 믿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박 전 특검을 믿고 라덕연에게 투자한 변호사만 300명이 넘고, 심지어 법률사무소 직원들과 청소부까지도 피 같은 돈을 라덕연에게 투자했다고 한다. 이렇게 라덕연에게 모인 돈이 수 조 원이며 결국 이 돈 중 상당수는 주가폭락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직도 말 못 하는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가 300명이 이 사건에 물렸는데 과연 판검사들 중에 발을 담근 사람이 과연 없을까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법조인과 연예인들, 의사, 금융인, 사업가들이 여기에 물려 있었는데 과연 판검사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목소리가 컸고, 실제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1/3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놈이 특검했으니…
본지가 2023년 8월 우려했던 것은 이런 점이었다. 당시 검찰은 대부분 박영수 라인이었다. 본지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에 대해 몇 차례 보도에서 언급했지만 당시 검찰의 빅4 자리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는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이들이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다. 이 중에서도 법무부 예산과 인력을 컨트롤하는 검찰국장과 신봉수 반부패부장 등이 현 검찰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신자용 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순천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신 국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며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졌다. 신봉수 반부패부장은 전북 출신으로 전주 영생고등학교와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8년 ‘BBK 특검 수사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과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광주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특수통’으로 유명하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 지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에서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 특수1부 부장검사로 활약했다. 박지원 의원과도 친분이 있던 걸로 유명하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요직에 이처럼 호남 출신과 비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한꺼번에 2명이 있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사람은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지만 박영수 전 특검과 관계가 돈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전 특검은 제주 출신이며, 호남 정권에서 가장 잘 나갔다. 그래서 그가 전남 목포 출신이란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최순실 특검 역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바 있다. 검찰 인사들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윤석열 정권 검찰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덕연도 대폭 감형된 이유
외부인인 그가 어떻게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냐는 반문을 할 수 있겠지만, 박 전 특검과 각별한 사이인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요직에 대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박 전 특검의 의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것이 검찰 내 정설이다. 박영수-윤석열로 이어지는 사단의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맡은 상황에서 SG사건을 검찰이 맡는 건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 없는 행태였다. 라 전 대표 일당은 2019년 5월~2023년 4월 투자자 명의 계좌 등을 이용해 8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하며 투자자 계좌를 관리하고,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은 혐의도 있다.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그들이 토해내어야 할 돈을 보면 왜 이들이 박영수 전 특검을 비롯한 법조계 수사를 제대로 안 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라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원, 추징금 1,945억 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징역 8년, 벌금 1,465억 원과 추징금 1,816억 원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이 CFD 거래도 처벌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 만큼, 형량이 얼마나 올라갈지가 남았다. 1심과 2심의 형량을 보면 벌금과 추징금을 다 합쳐도 3,0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7,305억 원의 부당이득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이 남아 있는 것이다. 라덕연은 아직 젊고 박 전 특검은 대폭 감형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는 돈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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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박영수의 형량이
계속 줄어드는 기막힌 이유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민간업자에게 억대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과 비교해 형량이 1년 줄어든 것이다. 5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는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이희준)는 이날 박 전 특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나이 등을 고려해 다시 구속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두 사람은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우리은행의 개발 사업 컨소시엄 참여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원과 단독주택 2채 등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11~12월 양 전 특검보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에게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박 전 특검은 이후 우리은행의 직접 참여가 무산되자 1,500억 원 규모의 여신의향서 발급 등을 도와주는 대가로 김만배 씨에게 5억 원을 받고 별도로 50억 원을 약속받았다는 혐의, 특검 재직 중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딸을 통해 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았다.
불구속 이유가 기막혀
지난해 2월 1심은 이 가운데 변협 선거 자금 3억 원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 양 전 특검보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각각 1억 5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나머지 혐의에는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무죄 또는 면소를 선고했다. 1심은 김만배씨가 주변에 ‘박 전 특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금품을 주고받기로 확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선거 자금 가운데 2014년 11월 7일과 같은 달 중순 각각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돈을 전달했다는 남 변호사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나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다만 2014년 12월 하순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2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양 전 특검보에게 2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관련 증거도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두 차례 수수에 관한 남 변호사의 진술이 사실과 맞지 않더라도, 이는 의도적인 허위 진술보다는 오래전 일에 대한 기억 착오로 보인다고 했다. 항소심은 이 2억원이 모두 박 전 특검의 선거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박 전 특검에게 전액 추징을 명령했다.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양 전 특검보에 대한 추징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에 대해 “엄격한 청렴 의무가 요구되는 우리은행 임원으로서 거액을 수수해 금융기관 종사자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닥치는 대로 받아 챙기고도
다만 고령이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판결이 아닐 수 없다. ‘50억 클럽’ 의혹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큰돈을 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사업을 도와준 고위 법조인과 언론인 6명에게 50억 원을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2021년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했다. 그 가운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 전 특검이 50억 원을 받았거나 약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 직원이던 아들을 통해 김만배 씨에게 50억 원(세후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