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인수위, 끊이지 않는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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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최근 본국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보를 빗대어 이 사자성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수위 일부 자문위원들이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다 내놓은 정책의 상당수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위 자문위원들의 물의는 <선데이저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을 즈음하여 이건수 인수위원장 자문위원 위촉이 가지는 함의를 지적하며 인수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일들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겁다. 여론의 호의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일단 발표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언론에 흘리지만 뒷감당은 전혀 못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란 정권 교체기에만 활동을 하는 한시적 기구로서 이번이 3번째 활동이지만 제도가 생긴 이후로 이처럼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던 적은 없었다. 최근 인수위에 불고 있는 강한 역풍에 대해 점검해봤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최근 본국에서는 이명박 차기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 4일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당선인의 지지율은 선거 후 60%를 넘어섰던 것이 현재는 50%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인물난’과 지나친 ‘과욕’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인물난은 심각할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인선을 잘못할 경우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이명박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 한 달을 맞이해 주재한 전략회의에서는 “새 정부 인선은 오래 끌면서도 정작 눈에 띌 만한 새로운 인물은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이미지 추락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人物難, 이미 본보서 지적


사실 ‘인물난’은 인수위 출범 때부터 우려됐던 바다. <선데이저널>은 지난 625호 ‘이건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자문위원’ 관련 기사를 단독보도하며 새로운 출발을 대내외에 표명한 인수위원회가 과거 기득권과 유착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물을 핵심 요직에 앉힌 것으로 미뤄보아 인물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곧 이 당선인이 내세운 ‘실용인사’라는 미명하에 덮이고 말았다. 일을 잘 할 수 있다면 과거의 전력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당선인의 ‘인사 철학’은 곧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가장 큰 혜택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전두환 정권시절 국보위 입법위원으로 활동해 군사정권에 정당성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동아일렉콤 이건수 회장도 ‘정경유착을 통해 지금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본보의 지적은 지난 몇 년간 IT업계에서 이룬 성공으로 인해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위원장 자문위원은 크게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으면서도 차기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장 지근거리에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알짜배기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그러나 그의 과거는 이내 묻히고 말았다. 일부 언론에서 언급했을 뿐 대다수의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한 현재 인수위에서 겪고 있는 ‘인물난’은 인재풀이 빈약해 새로운 인물들이 아닌 과거 전력에 문제가 인물을 중용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정권이양 작업을 하고 있는 인수위 인사들이 일으키고 있는 갖가지 물의들도 포함된다. 모두 인선에 대한 안일함에서 터져 나온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잇따른 자문위원들의 물의


1월 초에는 자문위원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1월 중 북한에 특사를 보내 2월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고위급 인사가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를 본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인수위가 북한 고위급 인사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언론사 성향조사 문건도 문화관광부 출산의 자문위원이 작성해 돌린 것으로 확인돼 큰 파문이 일었었다. 이에 언론사에서 반발이 일어나자 인수위는 즉각 박 위원을 위원직에서 파면시키고 이 당선인도 “차기 정부에서 말도 안 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진화했다.
또한 고종완 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자문위원으로서 고액의 부동산 컨설팅을 한 것이 구설수가 돼 해촉된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인수위가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대운하 주변 땅의 부동산 투기를 인수위에서 막을 대책이 없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인수위 측에서는 자문위원이란 직책은 단지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일 뿐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위촉된 이들은 ‘자문위원’이란 직함을 이용해 갖가지 월권행위를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사공이 너무 없어 문제


정책을 둘러싼 혼선은 더욱 심하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정책은 대선공약 자체를 뒤엎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단 여론의 호의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은 발표하고 보자는 태도다. 하지만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교육과 관련한 것들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지만 방법에 있어서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인수위 인사들의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들이 언론에 흘러나가면서 파문이 일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 ‘영어 잘 하면 군대 안 간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인수위는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통신비와 유류세 인하, 신용불량자 대사면 본국에서 민생과 관련한 부분들은 더욱 심각했다. 인수위는 출범 초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이라며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취임 전이라도 휴대전화요금 20%와 유류세 10%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채무 탕감이나 연체 기록 삭제 등 720만명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신용 회복 방안도 발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생활과 밀접한 요금과 세금, 빚을 깎아준다는 말에 국민은 반겼다.
하지만 인수위는 지난 3일 휴대전화요금 인하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기본료와 가입비 등을 (인수위가) 손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수위는 지난달 말까지 휴대전화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국민여론을 의식한 설익은 정책이란 점을 자인한 셈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지원 방안은 감감무소식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인수위가 내놓은 취득세ㆍ등록세 인하도 2월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쯤되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인수위를 향한 비판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수위는 한나라당이 망망대해에서 잡아온 여러 고기를 부두에서 인수받아서 공판장까지 운반하는 역할”이라며 한계를 명확히 했다.
강 대표는 “인수위는 ‘인수위원회법’에 의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주 신중하고 겸손하게 좀 더 차분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조금 오버하면 결국은 반발이 일어나게 돼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또한 “너무 세부정책에 대해서 확정된 정책인 것처럼 발표를 한다든지 정책집행까지 다 책임지는 행정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그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전재희 최고위원은 영어공교육 강화방안과 통신요금 인하 문제 등을 예로 들면서 “인수위가 짧은 기간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 최고위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공약을 이행하는데 각 부처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식을 점검할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시행되는 것은 각 부처의 장관이 임명된 후에 시기, 방법, 내용을 차분하게 검토해서 정책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수위의 잇따른 정책이 잇따라 여론에 역풍을 맞자 4월 총선을 의식한 한나라당이 선을 분명히 긋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는 대통령 취임 전에 국정운영이 어떻게 흘러갈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음과 동시에 신임 대통령의 국가 조직 운영을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인수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부담은 고스란히 이 당선인이 안고 가는 것이다. 출범 전부터 떨어지는 이 당선인의 지지율은 여론이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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