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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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장안의 유명 역술인한테 예쁜 부잣집 딸 하나가 개를 끌고 점인지 사주인지를 보러 왔습니다. 곧 시집 갈 처녀가 궁합을 보러 온 것으로 지레짐작을 한 점쟁이는 헛기침을 하며 한껏 폼을 잡습니다. 헌데 이 여자의 주문은 좀 별납니다. 개의 사주와 자기 사주를 함께 봐달라는 겁니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 이 처녀가 개한테 시집을 가려나 보다 생뚱맞은 생각을 해  보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의 사주팔자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당근’ 개는 개 팔자로, 사람은 사람 팔자로 나왔겠지요. 굳이 장안의 유명 역술가가 아니더라도, 점괘는 개 팔자 하나와 사람 팔자 하나, 2가지로 나왔을 겁니다.


‘귀태’가 득실대는 세상


MBC의 일일 연속극 <오로라 공주>에서 며칠 전 본 장면입니다. 주인공 오로라가 집에서 기르는 ‘떡대’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사주팔자를 보러 유명 역술인을 찾아가는 장면이지요. ‘막장-괴기 드라마의 지존(至尊)’ 쯤으로 부르고 싶은 중진작가 임성한의 이런 참 몹쓸 드라마를, 우리 부부는 무슨 기구한 팔자에선지, 요즘 또 보고 있습니다. 전작인 ‘하늘이시여’ ‘신기생뎐’을 본 후, 이 작가의 드라마는 다시는 안보겠다고 하나님께 맹세를 했었습니다. 헌데 저녁밥 먹는 시간에, 처음에는 누가 쓴 작품인지도 모르고 건성으로 보다가, 임성한 드라마에서만 느껴지는 어떤 ‘귀기(鬼氣)의 아우라’에 가위 눌려 작가 이름을 찾아보니, 짐작대로 ‘막장-괴기(怪奇) 드라마 전문’ 임성한의 작품이었습니다.
요즘 한국의 최고 유행어는 귀태(鬼胎)입니다. 가방 끈 짧은 한 야당 국회의원이, 어떤 책에서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본식 한자어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이거다 싶어 무릎을 치며 여성 대통령 공격용으로 써먹은 게 유행의 단초가 됐지요. 귀태는 귀신의 자식, 태어나선 안 될 존재라는 뜻입니다. 막장 스토리에다 유난히 귀신 얘기가 많이 등장하는 임성한의 드라마야말로 ‘귀태’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로라 공주>엔 내로다 하는 열 대 여섯 명의 중진급 배우가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팔자에 없는 사주팔자 점을 치게 되는 오로라 집 개 ‘떡대’도, 출연 빈도에서는 이들과 동급입니다. 헌데 이들 모두가 정신 줄을 거의 놓고 사는 이상 성격자들로 설정돼 있습니다. 정신상태가 ‘또라이 급’인 인간 군상(群像)을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로 만들어 내는 것도 임성한 만의 재주라면 재주입니다. 그나마 제정신인 건 떡대라는 개 뿐입니다. 이런 드라마를 저녁밥 먹으면서, oh, gosh!  저런 변태!  말도 안돼! 어쩌구 ‘한미합작’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고 있는 우리 부부도 결코 제정신은 아니겠지요, 이런 드라마가 시청율 3위를 기록하며 방송사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현실이 희한합니다.



박근혜는 연산군+광해군?


박근혜 대통령은 명(命) 하나는 길겠습니다. 북한방송으로부터 ‘박근혜 그년’ 정도의 욕설을 예사로 듣더니, 요즘은 ‘좌파 재야’와 야당도 북쪽 망나니들 못지않은 ‘욕설 공세’로 대통령을 씹어대고 있습니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니까, 인터넷 이름이 ‘발끈해’이고, 야당이 저주하며 부르는 대명사가 ‘당신’인 우리 대통령의 ‘명 줄’ 하나는 대박이겠습니다.
결코 발끈 성내는 일도 없이 ‘발끈해’ 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딱 꼬집어 잘못한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마치 연산군에다 광해군을 합쳐놓은 ‘폭군’처럼 엄청 욕을 얻어먹고 있는 이 ‘박근혜 패러독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자의 노래처럼 ‘여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건지, ‘유신 귀태’ 박정희의 딸이어서 당하는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민주당의 최근 대공세, 특히 문재인-이해찬등 골수 친노들의 박근혜 공격은 지난 대선 패배를 믿고 싶지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무한 적대감’의 표출입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인 댓글사건에 대통령이 책임을 지라고 물고 늘어지면서도, 당 지도부는 ‘대선 불복’은 절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허지만 이는 국민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전략적 레토릭 일 뿐, 친노 그룹은 “대선 불복, 박근혜 아웃”을 외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친노의 좌장격인 민주당 고문 이해찬의 엊그제 충청지역 당원대회 발언은, 박근혜 정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무현 추종세력의 ‘한 맺힌’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느냐. 박정희가 누구고 누구한테 죽었느냐.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국정원과 인연을 끊어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 자꾸 미워하고 거짓말 하면 당선무효 까지 주장하는 세력이 늘게 된다….”


대선 불복 투쟁은 야당 최대의 자충수                 


이해찬은 박씨 집안과 정보부- 안기부의 끈질긴 인연을 좇아, 박근혜가 국정원과 손잡고 댓글이라는 부정선거로 대통령 자리를 도둑질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김한길 대표등 현 지도부가 아무리 제동을 걸어도 ‘막무가내 친노’는 이렇게 고집스레 ‘대선 불복’ 마이웨이를 내닫고 있습니다.
이해찬은 대통령에 대한 ‘당신’이라는 표현에 대해 여권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당신은 높힘 말”이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이해찬이야 가방 끈이 짧아 그렇다고 해도, 평생을 방송기자와 뉴스 앵커로 살아 온 당 최고위원 신경민 까지 나서 “당신이라는 단어의 어법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기사를 쓰라”고 언론에 불만입니다. 당신이 존칭어법이라면 신경민 집 아이들은 ‘존경의 마음에서’ 이제부터 제 아버지를 당신이라 부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박근혜 아웃’을 외치고 싶었다면 그가 취임 초 잇단 인사실패로 죽을 쑤고 있을 때, 특정 하자면 윤창중 사건으로 온 국민이 멘붕일 때가 차라리 호기(好機)였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선거부정을 이유로 대선불복 투쟁을 벌이는 것은 헛짚은 정치적 패착(敗着)입니다. 국민이 전혀 호응을 안하고, 자칫 거센 역풍으로 오는 10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는 빌미만 제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은 이명박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분노하면서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야당이 근거없이 너무 가볍게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행태에 대해서는 ‘더 큰 분노’로 심판할 겁니다. 노무현 탄핵을 이끈 구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거의 궤멸적 패배를 당한 전례가 바로 그렇습니다.
<오로라 공주>는 한국이 LA보다 한 달 앞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한국 방송분에선 요즘 열 대 여섯 명의 주연급 조연들 중 무려 예닐곱 명이 교통사고, 미국행, 유럽행등으로 사라지고, 4중 겹사돈이라는 엽기스러운 막장 ‘러브 라인’이 전개되고 있다지요. 대중문화는 결국 현실의 모습을 담아내는 배면 거울입니다. 정치가 저렇게 막장으로 가는 나라에서 막장 드라마 한편 놓고 이런저런 용훼(容喙)를 해 쌓는 짓이, 차라리 부질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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