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진’이 된 가주 예비선거
캘리포니아 주에서 7일 실시된 예비선거는 한마디로 “정치적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미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민주당이 지배하여 온 캘리포니아주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대하여 일침을 가한 것이다. 미국에서 뉴욕과 함께 가장 진보적인 대도시인 LA와 SF에서 유권자들은 공권력의 무능과 범죄 증가, 그리고 만연된 노숙자 문제에 대해서 불만이 깊어 왔는데 이번 예비선거에서 폭발하고 만 것 이다.이러한 불만은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자이자 전 공화당원인 릭 카루소 후보가 LA시장 선거에서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캐런 배스 의원을 제치고 선두 자리에 올렸으며, SF에서 진보파 민주당의 체사 부딘 검사장을 압도적으로 재소환(Recall) 결정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계속 LA시장 선거의 선두주자로 여겨졌던 캐런 배스 의원이 2위에 오른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LA시의회 선거, 그리고 LA카운티의 진보파 조지 개스콘을 소환하려는 분위기는 LA 와 SF 두 도시의 유권자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던 감정이었다.
민주당에 냉엄한 메시지
많은 유권자들은 현재의 LA와 SF 등 지방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책임인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유지 하는데 실패했다고 본 것이다. 이는 1990년대 LA와 NY시장 선거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리오단과 루디 줄리아니를 시장에 당선시킨 것과 유사하다.
이번 캘리포니아 선거 결과는 연방의회와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냉엄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전대통령의 입김이라고 보는 측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고, 유권자들이 그들의 삶에서 정당에 대한 신뢰성과 확실성이 박탈되었다고 느낄 때, 집권 정당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직면 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범죄와 노숙자 문제를 넘어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개솔린 가격 그리고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펜더믹으로 인한 지속적인 사회경제의 혼란에서 오는 역학관계이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LA연구센터를 이끄는 정치학자 페르난도 게라는 “유권자들과 주민들 은 지난 30년간 LA를 지배해온 자유 민주주의 정당이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A에서 1975년부터 거의 40년간 LA 시의회와 LA카운티 수퍼바이저에서 활동한 베테랑 정치인 제브 야로슬라브스키는 “LA유권자들이 오늘날처럼 불만족스럽게 기억할 수 있었던 시절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재산세로 주민발의안 제13호가 제정됐던 시대였다. 1980년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선거 당선에 도움을 준 세금 반란도 있었다.
제브 야로슬라브스키는 “사람들은 이제 집세를 어떻게 지불할가, 노숙자가 우리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할가, 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가에 크나큰 관심을 지니게 됐다”면서 “그런 생각이 결국은 지방 정부의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바로 신뢰성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2013년 취임한 누리 마티네스 LA 시의회 의장도 이런 돌풍을 느끼고 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두고 나타난 유권자들의 불만을 본 적이 없었다”면서 “저는 이 모든 것이 이제 비등점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심판론
특히 LA와 SF예비선거에서 범죄와 노숙자의 주요 이슈는 2020년 여름 이후 정치적 이슈를 뒤집는 것이었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두 도시 모두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후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었다.
LA에서 시장과 시의회 선거 이슈는 도시 전역에 대규모 노숙자 텐트의 확산에 대한 우려에 의해 계속 논란이 왔다. 이러한 노숙자 텐트 이슈는 2016년 LA에서 주택 건설과 노숙자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상당한 지출을 허가하는 두 개의 투표 발의안이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산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LA시 의회는 학교, 도서관, 탁아소 등등 교육 환경 지역 주변의 노숙자 텐트의 제거를 허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음에도 시민들과 유권자들은 계속 불만을 나타냈다. UCLA 러스킨 스쿨의 연례 여론조사에서 LA 카운티 전역의 백인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인들 사이에서도 범죄와 노숙자 문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LA와 SF 두 도시 모두에서 널리 퍼진 노숙자 이슈들은 민주당의 집권의 지방정부가 도시의 안전을, 특히 길거리의 안전을 위한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고, 이는 40년 전 “깨진 창문” 이론의 옹호자들이 어슬렁거림, 범인 취급, 대중적 도취와 같은 “질서”의 범죄에 대해 더 큰 시행을 주장하도록 자극했다. LA시의회 의장인 마티네스는 “LA의 거리를 살펴보라. 여러분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든, 여러분이 길을 걸어 가면서 본다면 시와 카운티 정부가 해왔던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퇴임하는 에릭 가세티 LA시장에게 깊은 실망감을 표시한다. 에릭 가세티 시장은 그의 임무를 소홀히 여기고 인도 대사로 임명되는 것에 대한 승인을 얻으려고만 했다는 점도 지적을 받았으며, 그가 애초 노숙자 문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멀어지면서 많은 유권자들은 길거리에서 고조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정치인 초년생인 릭 카루소 후보는 LA시장에 당선될 경우 시의회의 승인 없이 노숙자 텐트를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시장으로서 선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캐런 배스는 거기까지 가지 않았지만 노숙자 텐트를 끝내겠다고 다짐 했다. 이번 LA시장 선거에서 마저도 전 공화당원인 카루소 후보가 그렇게 많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주에서 “정치적 지진”이 발생했다는 증거이다. USC 대학의 도르시페 에퀴티 연구소 소장인 마누엘 파스토르는 “카루소 후보의 공공 질서 회복 약속은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8일에 치뤄질 선거는 중간선거로 불리는데 연방상원 의원 100석 중 34석, 하원 의원 전체,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포함 LA시장 등 지방정부의 중요 공직자들을 선출한다.
카루소 선전의 의미 깨달아야
현재 민주당은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극단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연방 의회의 선거 결과 공식 인준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의 문을 부수고 쳐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위협하는 등의 폭동을 일으킨 사건을 조사하는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전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임기 중 두 번째 탄핵 소추라는 상황을 맞이 해야 했다. 의사당이 협박받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친미국가, 반미국가 할거 없이 전 세계가 트럼프와 폭도들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이고 “본 적 없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성스러운 미국인의 약속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이건 반대가 아니라 난동이고, 혼란이다. 폭동 선동과 닿아있다”고 말했다. <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