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전세계로 번지는‘항공 대란’사태

이 뉴스를 공유하기

6월 말부터 LA→인천 발
‘항공료 고공행진 풀릴 것’기대

■ 인천국제공항 올 가을부터 24시간 정상 운영
■ 항공권 판매 시기 고려 8월부터 정상화 기대
■ 수용을 하지 못하면서 운항 차질‘항공편 대란’
■ 항공사들 2020년 코로나-19 역대 최악의 해

천정부지로 뛰는 LA-인천 노선의 국적기‘항공권 대란’이 빠르면 6월 말부터 점차 내려가 8월 하순 경부터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8월부터 10월은 비수기이다. 한국정부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공항 운영 규제를 지난 8일 전면 해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상승폭을 탄 태평양 노선 국적기의 항공권 가격이 6월 초순에 들어서는 한국에서 LA로 오는 비행기 가격이나, LA에서 한국으로 가는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종전 가격의 3배 이상으로 튀는 이상현상의‘항공권 대란’이 지속되어왔다. 한편 미국 등 유럽은 코로나로 숨죽였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에 대한 항공사들이 제대로 수용을 하지 못하면서 운항 차질을 빚는 바람에‘항공편 대란’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특별취재반>

현재 태평양 노선에 대한항공보다 엄청 싼 운임의 외국 항공사들이 있지만, 모두가 직항노선이 아니다. 이들 싼 운임의 항공사들은 베이징이나 홍콩 등을 경유하도록 되어 있는데, 싼 맛에 이런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은 경유지에서 오랜 시간 지체와 현지 세관이나 공안원들의 ‘갑질’ 등으로 운송품의 분실 등으로 나중에 비싸더라도 국적기의 직항노선을 찾게된다. 코로나 첫해인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의 여객 부문 수송실적은 전년 대비 77% 급감했다. 이 탓에 여객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티켓 가격이 높았기 때문 이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티켓 가격을 계속 조정하는데 최근에는 조정 폭이 크지 않다”며 “가격을 내린다고 구매가 더 많아 지지도 않으니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학업 등으로 꼭 해외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의 티켓이 많이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 2020년 역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내 항공 사들만 해도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국내 저가 항공사 상당수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장이 독과점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적사의 독점 노선은 과거보다 티켓 가격이 오를 여지는 상당하다. LA, 시카고, 시드니, 팔라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적절한 수준에서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국적기의 ‘항공권 대란’을 불러 온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있지만, 이 외에도 유가 상승, 계절 요인 등 많은 요소들이 가세하고 있다. 항공권도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좌우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안전과 규제로 인해 여행이 제한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모든 제한이 거의 풀리면서 눌렸던 용수철이 반동으로 튕겨져 올라오듯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편 공급은 폭발하는 여객 수요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 대유행의 기간에 여행 수요가 얼어붙자 조종사, 승무원, 지상 직원, 정비사 등을 해고하면서 대규모 직원 감축을 단행했다. 항공사들은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 수익 제고를 위해 공급을 증가시키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팬데믹 이전으로 공급을 증가시키려 해도 단기간에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구인대란’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과도한 수요와 턱없이 부족한 공급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가져와 오늘날 항공권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천공항 운영 정상화도 당초 예상됐던 올해 말에서 가을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국토교통부는 8일 오전 0시부터 인천공항 도착편수(슬롯)와 비행금지시간(커퓨) 제한 등 의 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지난 2020년 4월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0대로 축소했다. 이날부터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0대로 늘어난다.

대표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인천공항도 24시간 운영된다. 국제선 증편 규모도 애초 계획보다 커진다. 국토부는 지난 5월부터 국제선 운항수를 주당 100~300 회씩 단계적으로 증편해 올해 안에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까지 회복할 계획이 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증편규모 제한도 해제된다.

▲ 대한항공 화물기가 화물을 싣고있다.

하지만 곧바로 항공편이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이 운항 스케줄을 인가 받고, 항공권 판매 기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달 말부터 서서히 항공규제 해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하루 여객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0% 수준(6만명)에 이르는 시점을 성수기인 7월 정도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가 예상보다 일찍 항공 규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수요 또한 급증하는 추세라, 이를 고려하면 2019년 여객 대비 30% 회복 시기는 이달 안으로 앞당 겨질 것으로 보인다. 여객 수요가 6만~12만명 수준으로 회복하면 체크인카운터는 전체의 80% 이내까지, 편의시설은 70%까지 운영된다. 현재는 두 시설 모두 50% 이내로 관리되고 있다. 보안 검색대와 출입국 시설, 교통시설, 상업시설들은 60~70%까지 정상화된다. 일일 여객이 2019년 대비 60%가량인 12만명을 넘어서는 시기는 당초 11~12월로 예상됐으나, 이 또한 9월 중순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되면, 인천공항을 완전히 정상화하고, 공항 내 주요 시설 대부분을 100% 운영한다. 해외입국자의 격리 의무도 8일부터 해제했다. 검사는 현행대로 입국 전·후 2회를 유지한다. 입국 전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입국 후에는 3일 이내 PCR 검사를 받아 야 한다. 신속한 검역 심사가 가능한 ‘Q-코드’ 이용률도 높여 공항 혼잡도를 관리할 예정이다. 출발지에서 온라인으로 사전에 입력하는 Q-코드를 사용하면 공항에서 소요되는 검역시간이 60초에서 30초로 줄어든다.

공항인력 정상화가 시급한 숙제

이 같은 항공권 대란에 대하여 정헌용 남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진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이 항공권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의 급등은 항공권의 고공 행진에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항공유의 상승은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물론 항공사들은 헤지를 통해 항공유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지만, 현재의 유가 상황은 결코 헤지가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공권 상승에 직접적 영향도 미치지만 비행경로의 우회로 인한 비행시간과 연료 추가로 인한 간접적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노선에 대한 회피는 기타 노선에 대한 수요 증가의 추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항공권 가격도 연휴나 연말연시에는 당연히 평상시보다 비싸고 여행 성수기인 7~8월에 고가를 형성하는 계절성을 보인다. 불행하게도 대유행의 해제에 따라 굳게 닫혔던 전 세계의 빗장이 풀리는 시기와 공급 부족, 유가 상승 그리고 여름 성수기가 겹치면서 마치 심술궂은 마녀들이 주식 시장을 휘젓는 쿼드러플 위칭 데이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쿼드러플 위칭 데이는 하루, 이틀의 고통이라지만 현재의 항공권 대란은 단지 며칠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더 크다. 가장 좋은 이상적 시장은 완전하고 완성된 시장이다. 완전시장(perfect market)은 시장에서 거래의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인들이 하나도 없는 시장이며, 완성시장(complete market)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의 수와 발생가능한 상태의 수가 동일한 시장을 의미한다. 즉 완성시장은 시장에 자산 또는 상품의 종류가 무궁무진해서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항공권 시장은 완전하지도 완성되어 있지도 않다. 더구나 시장이 완성시장으로 근접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 항공 시장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시장을 보다 불완전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노선의 감축으로 이어지고 독점에 가까워진다. 경쟁은 최고의 가격을 가져오지만 독점은 그 반대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항공권 가격이 하늘로 치솟는 시기에 두 항공사의 합병 진행을 보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항공업계의 세계 경쟁력 강화 못지않게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국적기 사랑이 떠나면 국적기의 경쟁력도 멀어진다. 항공권 가격의 급등, 렌터카 가격 상승과 유류비 상승, 숙박비 급등 등 해외여행의 걸림돌들이 즐비하다.

펜데믹 인한 심각한 항공인력난

한편 코로나 인력난에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비행기 취소 대란이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후 각국 봉쇄로 여행이 금지되자 항공사들은 조종사와 승무원을 감원했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사태가 완화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항공사들은 조종사와 승무원을 구하지 못해 항공편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여름 여행철이 본격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미국 현충일·5월 30일) 연휴 기간 전 세계에서 7000건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해 여행객 피해가 속출한 바 있다. 또 영국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인력난을 채 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휴가 겹치면서 항공편 대란 이 일어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말 동안 항공편 200편 가까이가 결항하면서 유럽 곳곳에 있는 영국인 여행객 수만 명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다시 인력을 보충하려 해도 인건비가 급등해 여의치 않거나 악천후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직원 결근, IT 시스템 불통, 정전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항공 대란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미국, 코로나19 항공규제 풀렸는데…

‘비행기표값은 언제 저렴해질까?’

6월 8일부터 인천공항 24시간 운영·국제선 조기 정상화

한국에서 항공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었던 야간운항금지, 슬롯제한 등 정부 정책이 사라진다. 한국정부는 3일 지난 2년간 이어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겨났던 항공규제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국무총리 주재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8일부터 국제선 조기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최승호 사무관은 이날 BBC에 “증가하는 입국객 에 대비하기 위해 Q-코드 이용을 적극 권장하여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권, 왜 이렇게 비쌌나? 항공권 가격 상승에는 정부 방역 정책과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이 컸다. 방역당국은 2020년 4월 인천 공항에 야간운항금지 시간을 설정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금지한 것. 정부는 당시 이를 24시간 입국객 전수조사를 할 검역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또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를 20대로 제한하는 ‘슬롯 제한’ 정책도 실시했다.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 수는 코로나19 이전 40대였다. 이들 방역 정책은 최근 해외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문제가 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추진과 중국의 봉쇄 해제 가능성 등으로 유가가 폭등 하면서 한국발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예로 코로나19 당시 800달러 이하에 팔리던 뉴욕행 비행기 표는 4,000달러까지 급등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 속 8일 국제선 운항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항공편 공급이 원활해지고 다양한 항공 스케줄도 조속히 회복될 예정으로, 휴가철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해외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 수는 8일부터 다시 40대로 늘어나고, 오후 8시부터 다음 달 오전 5시까지 있던 야간운행금지도 사라진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날 최근 급격히 증가한 항공 수요와 국내외 코로나19 안정세 등을 고려해 8일부터 운항 규모를 항공 수요에 따라 제한 없이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항공권 가격이 너무 비싸졌고, 그조차 구할 수 없어 꼭 필요한 해외 출장이나 친지방문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항공규제로 항공사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데 국제선 조기 정상화를 통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불편을 해소하고 항공업계가 다시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Q-코드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입국 시 필요한 건강상태 질문서, PCR 음성확인서 등 검역정보를 입력 하는 시스템이다. 국토부는 늘어날 입국객의 신속한 검역을 위해 ‘Q-코드’ 이용률을 높일 전망이다. 국토부는 Q-코드 이용 시 공항 내 검역 소요시간이 60초에서 30초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족한 안내, 질서유지 인력은 인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국방부 등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최승호 사무관은 이날 BBC에 검역인력 지원 역시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