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53] 윤석열 정권과 김앤장 실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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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강제징용 피해방안, 이미 10년 전 김앤장이 내놓은 방안
■ 한동훈 부인 진은정-국가정보원 김남우-최지현도 김앤장 출신
■ 한덕수 총리도 김앤장 출신…주요직에 전부 김앤장 출신 배치
■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 고문으로 빨아들이는 로비스트 공작소

윤석열 정권은 김건희 정권이자 김앤장 정권으로 불린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역술인과 종교인을 등에 업고 인사를 쥐락펴락 하는 정황들이 이미 너무나 많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윤석열 정권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에 대해 사람들이 간과하는 측면이 작지 않다. 현 정부 고위직은 대부분 김앤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앤장에서 오래 고문을 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역시 김앤장 변호사다. 국가정보원 실세인 김남우 기획조정실장 역시 검사를 하다 김앤장에서 변호사를 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 기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업무를 도맡았던 최지현 변호사 역시 김앤장 출신이다. 문제는 김앤장이란 집단의 도덕성이다. 변호사에게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김앤장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변론들을 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 정부 정책에까지도 관여한다. 김앤장이 그런 것은 비단 이번 정부 때부터는 아니지만, 검사 출신이 정권을 잡으면서 김앤장이 보다 폭넓게 국정운영에도 관여하면서 광범위한 이득과 권력을 취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 몇몇 인사들이 보좌진에 합류했는데, 그 중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이 최지현 변호사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42회 사시 합격 후 2년간의 사법연수원 연수 후 곧바로 김앤장 변호사로 갔다. 중간에 뉴욕에 있는 로펌으로 연수를 간 것을 제외하고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이후 다시 미국 대학에 연구원으로 갔다가 2020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잠시 서울대 법대 로스쿨 객원교수를 지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이 별로 없었던 그가 캠프에 사실상 가장 가까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문이 모아졌다. 심지어 그가 부대변인에서 김건희 여사를 관리하는 핵심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결국 이것이 김앤장의 힘이란 추측이 나왔다. 지금도 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이 최지현 변호사를 윤석열 캠프 핵심 보직에 밀어 넣었다는 것이 정설로 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임명했을 때 윤석열 정권이 김앤장 공화국이 될 것이란 이런 전망이 거의 사실로 굳어졌다. 한 총리는 2017년 12월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김앤장을 위해 일한 그의 직함은 ‘고문’이었다.

윤 정부 주요직에 전진배치

한덕수 총리의 사례가 문제인 것은 이런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처럼 경제부처에서 일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전관’이 최근 10년 간 최소 100명에 달한다. 공직 경력을 활용한 ‘회전문’인사들이 사실상 민간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전관 수는 100명으로 집계됐다. 집계 대상에서 빠진 다른 경제부처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관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6개 기관 중 금감원 출신이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세청(24명), 한은(17명), 공정위(14명), 기재부(10명), 금융위(5명) 순이었다. 김앤장이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보다는 주로 기업을 직접 조사·제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힘 있는’ 기관 출신을 더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관의 연봉은 부처 퇴직 당시보다 네배 이상 뛰었다. 한 국회원실 분석에 따르면 김앤장으로 이직한 경제부처 관료 100명의 이직 전 연봉은 평균 6,707만 원이었는데, 이직 후에는 2억 9,700만 원까지 높아졌다.

특히 국세청 전관의 평균 연봉은 7,332만 원에서 김앤장 이직 후 4억6,224만 원까지 6.3배로 늘었고, 공정위 전관 연봉도 6.1배(5,472만 원→3억3,456만 원)로 뛰었다. 한 총리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 다수가 사외이사 등 민간 경력이 확인되는 등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한 민관유착 관행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안위와 관련이 있는 국가정보원의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 김앤장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낙마한 조상준 전 기조실장에 김남우 변호사 역시 김앤장에 몸을 담다가 곧바로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 수원지검 안양지청 부부장검사를 한 뒤 박근혜 정부 땐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법무과장,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 실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구지검 2차장, 서울동부지검 차장을 역임하다 2020년 9월 검찰을 떠나 지금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를 해왔다. 그는 검사 출신에 윤석열 라인,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인사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어디 이 뿐인가. 윤석열 정권 최고 실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진은정 변호사 또한 김앤장에 소속된 미국 변호사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2006년 뉴욕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2009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아내가 일하는 로펌이 김앤장이라는 것은 이들 부부가 최소한의 이해충돌의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김앤장이란 집단의 도덕성이다. 변호사에게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김앤장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변론들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정서 반하는 日기업 변론까지

심지어는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에도 직간접으로 관여한다. 최근 한일 정상이 합의해서 문제가 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의 골자는 일본 기업이 아닌 피해자 지원재단이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와 CJ 등이 재단에 돈을 출연했고 피해자들에게 돈을 배상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범 기업을 변호했던 김앤장이 설계했던 것과 유사했다. 지난 2013년 11월 작성된 외교부의 문서에 보면 김규현 당시 외교부 1차관이 목영준 김앤장 변호사를 만나 의견을 교환했는데, 문서에는 일본 기업의 배상판결이 확정될 경우 ‘중첩적 채무 인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우리 정부나 별도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채무를 인수한 뒤 피해자에게 변제하는 방안이었다. 일본 기업 채무를 재단 등이 떠안는 구조라 일본 측 지원금이 지급될 여지도 줄어들고. 또 피해자 거부 시에는 공탁하면 된다고도 나와 있다.

최근 한일 두 나라 정부가 함께 발표한 ‘병존적 채무 인수’와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 즉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리했던 김앤장 측과 논의했던 방안이 최종 확정된 셈이다. 김앤장이란 로펌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돈이면 뭐든지 다 하는 사람들이다. 이 자들이 이런 류의 짓거리를 저지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영화〈블랙머니〉를 통해 다시 알려진 이른바 론스타 게이트 사건 당시 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노릇을 한 로펌은 바로 김앤장이었다. 또 8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당시 가해자인 영국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변호를 맡았던 로펌 역시 김앤장이었고 최근 진위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윤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사건에도 김앤장변호사들이 나온다. 그래서 온 나라에서 사건만 터지만 김앤장을 선임하려고 애를 쓴다. 최근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100억 원의 거액을 송금한 것도 결국엔 그것이 가장 자신의 돈을 지키는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권 대표가 테라·루나 폭락을 예상하고 미리 법적 문제에 대비하려고, 김앤장 측에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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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무슨 치국을…

장인은 주가조작 사건 연루
처남은 후배 여검사 성추행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처가는 대표적인 법률가 집안이다. 그의 아내가 김앤장 변호사인 것은 물론이고 그의 장인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며 처남은 진동균 전 검사다. 문제는 이들이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월코프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인 점이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조 모 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횡령한 것으로 기소된 돈의 일부를 진형구 전 검사장이 가져다 썼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진형구 전 검사장 아내 소유 아파트에 가압류까지 걸었다. 진형구 전 검사장은 조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의 이사와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동훈의 처남이자 진형구 전 검사장의 아들인 진동균 전 검사는 주가조작범이 소유한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수천만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장인 진형구 전 검사장은 지난 1999년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으로 해임, 구속이 된 인물이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다가 털어놓은 발언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 전 해 있었던 한국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검찰이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는 발언이었다. IMF 사태 직후 쏟아지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을 일축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강성이었던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진형구 전 검사장은 해직과 함께 구속을 당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진 전 검사장이 20대 주가조작범 조 씨가 벌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은 그로부터 8년 뒤인 2007년의 일이다. 조 씨는 자신이 처음으로 인수한 ‘뉴월코프’의 자금을 이용해 ‘아이에스하이텍’을 인수했고, 아이에스하이텍 자금으로는 덱트론을 인수했다. 이 세 회사에서 조 씨가 횡령한 돈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데, 조 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임의로 사용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 중 3억 원을 쓴 사람으로 진형구를 지목했다. 조 씨가 지목한 사람은 모두 4명인데, 그 중 2명은 조 씨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인물들이고 나머지 1명은 조 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다. 조 씨가 지목한 나머지 3명이 모두 사건 관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진형구 전 검사장을 지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도 진형구라는 이름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공소장에 아예 적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 전 검사장이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은 조 씨 관련 회사 여러 군데에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조작범 조 씨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진형구 전 검사장의 가족은 또 있다. 바로 진형구의 아들이자 한동훈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다. 진동균 전 검사는 지난 2015년 서울 남부지검에 재직하던 중 만취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사직서를 냈다.

검찰은 징계나 수사하지도 않은 채 그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아버지는 전 검사장, 매형은 잘 나가는 한동훈 검사인 ‘검찰 귀족집안’의 자제라서 봐준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진동균은 이후 CJ 상무로 재취업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된다.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에 의해 진동균 전 검사 문제가 공론화되자 검찰도 더 이상 뭉갤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그제야 진동균을 수사해 기소했다. 징역 10개월 형을 받은 진동균 전 검사는 2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검찰의 자의적 기소가 또 한 번 드러난 순간이다. 임은정 검사는 사건을 은폐한 검찰 간부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모두 불기소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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