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진단] 무안공항 참사 진짜 원인은 이것

이 뉴스를 공유하기
◼ DJ 차남 김홍업과 리들 DJ 한화갑이 지역구로 있던 무안공항
◼ 광주‧여수공항 있었음에도 지역구에서 국제공항 있어야 주장
◼ 정치 논리에서 못 벗어난 본국의 쌍팔년도 행정 드러낸 참사
◼ 버드스트라이크에 취약하고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피해 키워

2025년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둔 12월 29일 본국의 전라남도 무안에 위치한 무안공항에서 사상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179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내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항공참사로 꼽히고 있다. 앞서 1993년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목포공항(현 해군 목포비행장)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해남 추락사고 때는 68명, 2002년 부산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돗대산 추락사고 때는 130명이 사망했다. 참사 이유에 대한 본국 정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들로만 보면 무안공항 활주로 끝자락에 있던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를 키웠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애초에 건설하지 말았어야 할 공항을 정치논리에 의해 건설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참사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무안공항을 업계에서는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뜻에서 ‘고추공항’, 한화갑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한화갑 공항’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외된 공항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말처럼 이번 사고는 본국의 행정이 여전히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쌍팔년도에 머물고 있음을 드러내는 참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무안군 망운면에 있는 무안공항은 1993년 전남 영암군의 목포공항(현 해군 목포비행장)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해남 추락사고 이후 목포공항의 민항기능을 폐쇄하면서 ‘망운신공항’이란 이름으로 조성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로 항공수요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정권 실세 정치인의 고향에 들어서는 ‘정치 공항’이란 부정적 여론이 비등했다.

정치논리로 건설된 무안공항

무안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리틀 DJ’로 불린 한화갑 전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무안·신안)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신안군 하의도)과도 가깝다. 무안공항 개항 당시 지역구(무안·신안) 국회의원은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본국에서는 무안공항을 일컬어 ‘한화갑 공항’ 내지 ‘김홍업 공항’ 등으로 부른다. 사실 1993년 목포공항 폐쇄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지역에는 광주공항은 물론 여수공항까지 있었다. 무안공항까지 들어설 경우, 광주·전남 지역에는 공항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002년 강원도 양양공항을 개항을 앞두고 강릉공항(현 강릉비행장)과 속초공항(현 속초비행장)의 민항기능을 통폐합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는 1999년 무안공항 착공을 강행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완공했다. 공항 건설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옛 모회사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최저가를 제시한 금호건설은 설계심사 부문 1위(현대건설)와 2위(삼성물산)를 제쳤다. 그러면서 호남 기업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나왔다. 안정남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가 활주로 골재 납품을 수주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무안을 지역구로 둔 정권 실세 한화갑 전 의원이 주도해 추진 동력은 꺾이지 않았다.

개항 18년째에 이르러도 무안공항 이용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광주공항의 국제선 기능만 무안공항에 넘기고 국내선 기능 이전은 거부하면서다. 무안공항 개항 이듬해인 2008년 총연장 41㎞의 무안광주고속도로까지 놓았는데도 이용객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지방공항 가운데 공항 신설과 함께 고속도로를 놓은 것은 무안공항이 유일하다. 무안공항은 국내 다른 공항과 달리 공항주차장도 무료개방 중이다. 평일에는 비행기의 이착률 보다 주민들이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런 점을 꼬집어 ‘고추 공항’, 즉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상의 유령공항

숱한 우려 속에서 2007년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3056억 원이 투입됐다. 무안~광주 고속도로, KTX 무안공항역(공사 중) 등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사업도 이뤄졌다.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실은 초라했다.
개항 전 연간 992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23년 기준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2.3%)에 그쳤다. 2018~2022년 5년간 10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국 공항 중 최대 적자다. 무안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34만명으로, 국내 8개 국제공항 중 7번째다. 내륙공항인 대구공항(323만 명)이나 청주공항(424만 명)의 10분의1이 채 안 된다. 역설적으로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직후부터 오는 1월 7일 오전 5시까지 무려 열흘간 활주로를 폐쇄했지만 큰 불편이 없는 것도 저조한 활주로 이용빈도 때문이다.

비행기와 이용객이 외면한 공항을 새떼들이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인 2020년 4월부터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는 바람에 무안공항 이용객이 ‘0명’에 수렴한 것도 공항 주변 새떼들에 최적의 서식환경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매연을 내뿜는 주변 산업시설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굉음을 내뿜는 국내선 항공기나 전투기라도 활주로를 빈번히 오갔더라면 새떼들 역시 주변을 회피하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용객이 늘었더라면 활주로 이용빈도도 크게 늘면서 관제 및 소방, 조류퇴치 인력도 확충되고 비상시 사고대처능력 역시 지금보다 더 향상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충분한 항공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방공항에는 주로 저가항공사(LCC)가 취항한다. 무안공항 역시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비롯해, 비엣젯·뱀부(이상 베트남)·쓰촨(중국)·라오(라오스)·캄보디아항공 등 저가항공사만 취항 중이다. 일반적으로 저가항공사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연차가 낮고 경력이 짧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많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 등 3개 항공사에 신규 국제항공운송면허를 추가 발급하면서 LCC 9사(社) 체제가 되었고 자연히 조종사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무안~방콕(수완나품) 노선은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신규 취항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노선이었다. 조종사들 역시 공항 인근 지형지물 등에 생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상 관제탑에서 적절한 유도는 필수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관제탑의 당시 근무자는 2명이었다”며 “남자 관제사는 5년 경력, 여자관제사는 3.5년 경력”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제공항에 비해 활주로 이용빈도가 낮았던 무안공항에서 적절한 지상관제를 통해 안전한 착륙을 유도했는지는 향후 조사과정에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과제다. 지상 관제탑에서 ‘조류충돌 경보’를 발령한 시점(오전 8시57분)도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포한 오전 8시59분보다 불과 2분 전이었다. 사실 무안공항 활주로(2800m)는 군공항과 활주로를 공유하는 대구공항(2755m)이나 청주공항(2744m)에 비해서도 더 길다. B737-800같이 동남아까지 취항 가능한 협동체 ‘C급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데 필요한 활주로 길이는 1800m면 충분하다.

‘버드 스트라이크’ 철새서식지

하지만 사고항공기가 활주로 남단 264m 지점(착륙대 기준 199m 지점)에 설치된 2~3m 높이의 둔덕 아래 콘크리트로 매립된 착륙유도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과 부딪히면서 결정적으로 피해규모를 키웠다. 2015년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활주로 이탈사고 때는 로컬라이저를 들이받고 활주로로 내려왔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둔덕 형태였다.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외부에 설치돼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지침이 발견돼 ‘거짓 해명’ 논란도 일고 있다.

적법성 여부와 별개로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둔덕을 쌓아 올린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때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남쪽으로 2% 정도 경사가 있는 지형을 반영해 2m 둔덕을 쌓은 뒤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방지 등 기본적 안전 관리에서도 무안공항은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다. 무안 망운면 일대는 안개가 적게 끼고 높은 산이 없다는 점에서 공항 최적지로 꼽혔다.

하지만 환경부는 1998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무안공항 근처에 조류 44종이 서식하고 있다며 조류 충돌 위험성을 경고했다. 2020년 활주로 연장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재차 받았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철새도래지 4곳이 무안공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이 단 4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포공항(23명), 제주공항(20명), 김해공항(16명) 등보다 훨씬 적다. 내륙에 있는 대구공항(8명) 수준도 안 된다. 관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무안공항의 관제사는 7명뿐이다. 부산지방항공청은 2017년 관제 인력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야간 운행 제한을 시도했지만, 지역사회 반발로 무산됐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