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수, SG발 주가조작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로 극찬…피해양산
◼ 대장동 남욱 “박영수 소개로 김만배가 윤석열 父親집 샀다”폭로
◼ 본지, 라덕연 게이트 때부터 尹과 朴때문에 수사 안 될 것 경고
◼ 라덕연, 25년에서 형에서 8년으로 감형…시나리오 대로 진행 중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친 집을 대장동 업자인 김만배가 사줬다는 폭로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본국 언론은 이 관계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김만배 일당의 대장동 개발 비리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본지는 박영수와 윤석열의 관계가 대장동 사건보다 더 중요한 라덕연 게이트의 부실 수사와 연관이 있었을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 본지는 2023년 9월 SG주가조작 사태가 터져 본국 금융권이 휘청일 때 박영수 전 최순실 특별검사가 라덕연 호안투자자문업체 대표를 일컬어 ‘금융치료사’라고 극찬한 사실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라덕연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조각들은 빙산의 일각이며 박영수가 방패가 되어 사건을 막아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최근 박영수의 소개로 대장동 업자 김만배가 윤석열 부친의 집을 사줬다는 대장동 주역 남욱변호사의 폭로를 보면 사실상의 두 사람은 경제 공동체이고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인 라덕연 게이트는 애초부터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23년 4월 24일 월요일 오전, 한국 주식시장에는 전례 없는 폭락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대성홀딩스, 선광, 서울가스, 삼천리,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세방 등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하며 수백 명의 투자자가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었다. 이른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즉 ‘라덕연 게이트’의 신호탄이었다.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당시42세) 호안투자자문 대표는 2019년 부터 2023년까지 약 4년에 걸쳐 통정매매와 다단계 방식을 결합해 8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하고 최소 7,305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를 “주가조작 범행 사상 최대 규모”로 규정하며 1심 재판부는 라덕연에게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하며 “죄질이 매우 악질적이고 불량하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뒤인 2025년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형량을 징역 8년으로 3분의 1 이하로 깎아버렸다. 라덕연의 측근들은 1심 실형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역대급 피해 규모, 조직적 범행, 수천 명의 피해자-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그 결말은 어딘가 어색할 만큼 조용히 마무리됐다. 사건의 배후에는 촘촘히 짜인 인맥의 지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소리소문없이 마무리된 라덕연 게이트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터지고 수사가 본격화하던 2023년 5월, 박영수 전 특검이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측 법인 두 곳의 법률 고문을 맡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그것도 단순 자문이 아니었다. 박 전 특검은 라덕연 측이 운영하는 강남의 골프업체로부터 전년도 9월부터 매달 수백만 원의 자문료를 받아왔으며, 같은 해 1월부터는 라덕연 측근인 안모씨가 이사로 있는 승마·리조트 회사에서도 추가로 고문료를 받았다. 합산하면 6,6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박 전 특검은 당연히 해당 업체들이 주가조작 세력의 돈세탁 창구로 의심받는 곳들이었다는 점에서 ‘법률 자문’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라덕연 측이 고액 의사들과 변호사 법조계 및 연예계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이 골프업체를 거점으로 삼아왔다는 점은 수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었다. ‘정의의 특검’이 주가조작 세력의 법률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의혹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당시 라덕연 일당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본지에 이 사건의 키맨은 박영수 전 특검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이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박영수 전 특검은 단순 고문이 아니라 사실상 라덕연 회사의 세일즈맨과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주변 변호사들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지인들에게 라덕연을 ‘금융치료사’라고 입이 마를 정도로 치켜세우며 소개하고 다녔다고 한다.
대한민국 검찰의 중수부장과 검사장, 특검까지 지낸 사람이 극찬하고 다녔으니 법조계에서는 라덕연을 믿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박 전 특검을 믿고 라덕연에게 투자한 변호사만 300명이 넘고, 심지어 법률사무소 직원들도 피와 같은 돈을 라덕연에게 투자했다고 한다. 이렇게 라덕연에게 모인 돈이 수조 원이며 결국 이 돈 중 상당수는 주가 폭락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직도 말 못 하는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변호사가 300명이 이 사건에 물렸는데 과연 판·검사들 중에 발을 담근 사람이 과연 없을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법조인과 연예인들, 의사, 금융인들이 여기에 물려 있었는데 과연 판검사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다.
결국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려면 라덕연 일당이 입을 열어야 하는데 과연 검찰이 그의 입을 열게 할 만큼 수사에 최선을 다할지는 미지수였다. 본지의 우려대로 라덕연 게이트는 용두사미 수사로 끝났고, 결국 최근 선고된 2심에서도 형량이 1심 형량 25년에서 8년으로 감형 선고됐다. 결국 그 배경에는 정권 초 서슬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윤석열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번진다. 그런 면에서 남욱 변호사의 폭로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 폭로가 의미하는 바를 알려면 시간을 15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2011년 3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 12곳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단일 금융 비리로는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사건에서 검찰은 박연호 부산저축 회장을 포함해 42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겉보기에는 강력한 수사였다. 그러나 이 수사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하나 있었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에 1,1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10억여 원의 대가를 챙긴 브로커 조우형이 무혐의로 처리된 것이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대장동 대출 역시 PF대출로 분류돼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검찰은 ‘일반 대출’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수사를 끊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당시 조우형의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다. 그리고 대검 중수2과장은 박영수 전 특검의 호형호제 후배인 윤석열 검사였다. 조우형에게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해 준 것은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였다.(2022년 10월 4일자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박영수 전 특검이 당시 조우형 사건 변호를 맡으며 받은 변호사비는 1억6,000만 원에 달했다. 이 삼각관계-조우형(브로커)→박영수(변호인)→윤석열(수사 지휘자)은 이후 ‘대장동 게이트’의 씨앗을 품은 채 소리 없이 봉합됐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수사가 ‘봐주기’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수사권을 쥔 쪽이 이를 재검토할 이유는 없었다.
다시 8년이 흐른 2019년. 이번에는 부동산거래라는 형태로 인맥의 결이 다시 드러난다. 그해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승진했다.
대한민국 검찰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는 해였다. 그리고 같은 해, 윤석열의 부친이 거주하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가 누나 명의로 매입했다.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 거래를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이 거래가 공론화되자 윤석열 측은 “우연한 거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조차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2011년 조우형 봐주기 수사에 관련된 인물들이, 10년 뒤 대한민국 검찰 최고 권력자의 부동산거래에 고스란히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라덕연 수사
라덕연 수사의 핵심적 역설은 여기에 있다. 검찰은 라덕연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세조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라덕연이 어떻게 그토록 오랜 기간,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그 긴 시간 동안 8개 종목에 걸친 시세조종은 금융감독원의 레이더를 피해 계속됐다. 법률 자문으로 박영수 전 특검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됐어야 마땅했다.
박 전 특검이 언제부터 라덕연 측과 관계를 맺었는지, 그 관계가 라덕연의 범행 지속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단순한 법률 자문 이상의 역할은 없었는지,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은 공식 수사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이는 우연이 아닐 수 있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임명된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던 검사들이 수사 지휘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박영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파고드는 수사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25년→8년 대폭 감형된 라덕현 형량
결국 2025년 11월, 항소심 재판부가 라덕연의 형량을 1심 형량 징역 25년에서 8년으로 줄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라덕연 한 사람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던 검찰의 논리가, 2심에서 8년으로 귀결된 것은 어쩌면 이 사건 자체가 처음부터 핵심을 비껴간 채 진행됐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2026년4월 21일 국정조사 청문회는 여러 의미에서 분기점이 됐다. 남욱 변호사의 증언 “박영수 고검장 소개로 김만배가 윤석열 부친 집을 사줬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심 받아온 사실을 법적 절차 안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한 사건이었다.
이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들을 종합하면, 하나의 일관된 구조가 보인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실은 봉인하고, 불리한 인물은 수사로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 기관을 도구로 삼았다는 것. 라덕연 사건은 이 구조의 한 단면이었다. 박영수가 라덕연 측의 법률 고문이었다는 사실은 ‘단순 수임’이 아니라, 법조 권력과 자본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라덕연은 현재 2심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구금하고 있으면서도 LA팜벨리골프장 매매와 운영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수천억 원의 피해를 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치고는 가볍다는 비판과, 법률 적용의 기술적 한계라는 반론이 여전히 맞선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라덕연이 어떻게 4년간 그 범행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박영수 전 특검의 법률 자문은 어떤 기능을 했는가다. 2011년 봄, 대검찰청 중수부는 1,100억 원대 불법 대출 브로커 한 명을 조용히 놓아줬다. 그 조용한 해방이 10여 년에 걸쳐 대장동 비리로, 대규모 주가조작으로, 그리고 수천 명의 피해로 이어졌다. 야만의 시대는 총성이 없었다. 서류 한 장, 악수 한 번, 고문료 영수증 하나로 조용히 완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