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세계 최고이다”…4명 중 1명만 동의
◼ 국가적 위기감 극심한 정치 분열 공통적 분모
◼ 국적 회의론과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를 조명
◼ 응답자 중 22%가 초대대통령 이름 조차 몰라
2026년 7월 4일 미국 독립 250주년(America 250)을 맞아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과 연구 기관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보도했는데, 독립 250주년의 의미와 독립기념일(7월 4일)의 역사적 배경을 정확히 인지하는 미국인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결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높은 애국심’과 ‘낮은 역사‧시민 지식’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갤럽(Gallup),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 PBS‧NPR‧마리스트(Marist), AP통신·시카고대 여론 조사 센터(AP-NORC), 그리고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 등으로 이들 조사는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이 느끼는 국가적 위기감과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공통적으로 짚어냈으나, 세부적인 초점과 접근 방식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진정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성진 취재부 기자>
여론조사의 대명사인 갤럽(Gallup)은 건국 이념의 성취도와 역사적 자부심 추이를 장기적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 비교 분석했으며, 로이터와 입소스 (Reuters/Ipsos)는 미국의 미래 존속 가능성과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 위험성, 정치 폭력에 대한 우려를 집중 조사했다. 중도와 중립성을 표방하는 PBS/ NPR/ 마리스트(Marist)는 25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인들의 심리 상태(불안, 자랑스러움 등)와 정당 지지별 가치관 격차를 깊이 있게 다루었으며, AP-NORC는 미국 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국가’인가에 대한 회의론과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를 조명했다. 한편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연구소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미국인들의 심각한 ‘시민 주의 지식(Civic Knowledge) 부족’ 현상과 건국 원칙에 대한 이해도를 매우 심층적으로 평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공통적으로 관측
이번 여론조사의 공통점으로 나타난 모든 결과는 현재 미국의 침체된 대중적 분위기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미국인 과반수(약 60%~80%)가 미국이 ‘건국 이념과 목표에서 멀어졌다’고 응답했으며, 미래에 대한 비관론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향후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통적으로 관측되었다. 특히 여론조사는 뿌리 깊은 당파적 균열을 지적하였는데, 거의 모든 문항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여론조사에 나선 이들 미디어와 연구기관들은 미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세부 주제와 통계적 접근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응답자의 답변을 들어보자.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자들이 현재 미국의 모습을 본다면 77%가 실망할 것”이라는 응답(2001년 42% 대비 급증), “미국인 5명 중 2명(38%)은 미국이 향후 250년을 더 버티지 못하고 분열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비율이 공화당원은 93%에 달한 반면, 민주당원은 45%에 그쳐 극단적 온도차를 보였고, 현재 정권(트럼프 2기)에서의 애국심 정의와 축제의 정치화 논란도 나타났으며, 헌법 지식과 공교육 체계 내 시민 교육의 실패를 지적하는 평가 도 나왔다.
무엇보다 카토 연구소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46%가 독립 250주년의 역사적 의미(독립선언서 채택)를 모른다”는 충격적인 시민 지식 부재를 나타냈다. 올해 독립절을 바로 앞둔7월 2일 발표된 카토 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 (약 46%~53%)이 미국이 매년 7월 4일에 기념하는 ‘독립기념일’이 정확히 어떤 역사적 사건을 기리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40%의 응답자는 미 대륙 최초 13개 주(식민지)가 독립을 위해 싸웠던 상대국이 ‘영국’이라는 사실조차 틀리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은 독립을 위해 싸웠던 상대국이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독일 등등으로 답변했으며, 초대 대통령의 이름도 ‘모른다’는 답변이 13%이고, 초대 대통령을 애브라험 링컨, 토마스 제퍼슨, 심지어 영국 국왕 킹 조지 등으로 답변한 사람들이 22% 나 되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 이름 틀린 응답 22%
특히 카토 연구소는 금번 미국 건국 250주년 (America 250)을 앞두고 미국인의 국가 정체성과 헌법, 가치관에 대한 대규모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국가의 건국 이념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 간의 철학적 차이가 무엇인지 분석한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전국적인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놀라운 모순이 드러났다. 카토 연구소가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와 공동으로 전국 성인 2,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7월 4일이 미국의 독립 선언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정확하게 인식한 사람은 단지 53%였다. 나머지 47%는 인식을 못했다.
이 같은 역사적 시민 의식에 대한 지식 부족 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들은 여전히 자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하여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감사함(grateful)을 느끼고 있으며, 79%는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6% 이상이 미국의 건국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70%는 건국자들이 세운 이념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7월 4일이 미국의 독립 선언일’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한 사람은 단지 53%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번 카토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많은 미국인들이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 지만, 국가의 헌법 체계와 자유라는 이상에는 여전히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응답자의 86%가 헌법이 미국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고, 82%는 헌법이 미국의 번영에 필수적이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동시에 많은 미국인들은 나라가 그러한 이상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는데, 응답자의 57%는 미국이 건국 이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56%는 향후 50년 안에 미국이 자유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부패, 권력 남용, 그리고 정치인들이 헌법적 제한을 무시하는 행위를 공화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대다수는 정부에 대한 헌법적 제약을 여전히 선호하며, 58%는 어떤 정당도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72%는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카토 연구소 조사의 가장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오늘날의 정치적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건국 이념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원의 81% 이상과 공화당원의 86%가 미국의 건국 정신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민주당원의 72%와 공화당원의 83%는 건국 원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조사에서 공화당원들은 더욱 강력한 지지 를 표명했으며, 더 많은 비율이 건국 이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라고 답했고, 이러한 원칙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몇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한 주목할 만한 철학적 차이점도 드러났다. 공화당원(76%)은 민주당원(53%)보다 미국이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공화당원들은 개인적 정체성을 가족, 국가, 종교에 기반하는 경향이 더 강한 반면, 민주당원들은 국가 정체성과 더불어 인종과 성별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민주당원(51%)은 공화당원(37%)보다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것을 더 지지했다. 민주당원(61%)은 공화당원보다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후보를 지지할 가능 성이 훨씬 더 높았다. 한편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의 미래에 대해 훨씬 더 낙관적인데, 54%가 미국 의 전성기가 앞으로 올 것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44%만이 미국의 전성기가 이 미 지났다고 답했다.
그래도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
미국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2026년 기준, 만 14세에서 29세에 해당 하는데, 이들은 디지털 기기가 대중화된 환경에서 자란 최초의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불린다. 이들 Z세대는 역사상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세대로 평가받는 동시에, 경제적 실리를 좇아 대학 학위의 가치를 냉정하게 저울질하는 세대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한편 카토 연구소는 미국의 Z세대(청년층)의 의식의 변화와 기성세대와의 현격한 차이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건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1%는 독립 250 주년이 ‘독립선언서 채택(1776년)’을 기념하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다.(성인 평균 오답률 46%). 청년층은 기성세대에 비해 건국 아버지를 ‘용감한 지도자’로 보거나 그들의 이념을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대신 미국의 역사적 성취와 심각한 불평등(인종차별 등)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는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을 강력히 요구했다. 주목할 사실은 이번 카토 연구소 조사에서는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사회주의(Socialism)와 공산주의(Commu-nism)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 (53%)이 사회주의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를 밝혔고, 특히 18세-29세의 Z세대는 38%가 공산주의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갤럽(Gallup)조사에서 “나는 미국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답한 냉소적인 비율도 4% 존재했다. 입소스(Ipsos) 조사 결과, 전 세대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본 가치에는 동의 했으 나, 기성세대는 ‘기회와 자유’에 더 방점을 둔 반면, Z세대 등 젊은 층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을 미국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핵심 유산으로 꼽았다.
갤럽(Gallup) 조사에서 미국 성인 전체의 58%가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Z세대는 단 41% 만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국가 정체성의 중요도에서 AP-NORC 조사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은 75%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30세 미만 청년층은 약 33%에 그쳐 세대 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독립기념일에 대한 감정도 달랐다. 청년층(30세 미만)의 약 30% 는 독립 축제를 바라보며 기쁨보다는 ‘모순적(Conflicted)’이거나 ‘무관심(Indifferent)’한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PBS News와 NPR, Marist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83%가 국가가 건국 이념 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며, 심각한 정치적 분열과 30세 미만층의 58%가 정치적 폭력의 필요성에 동의하 는 등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회의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53% 는 미국의 미래가 더 밝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했다. 미국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약 51%로 간신히 절반을 넘겼으며 이는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애국심과 자부심의 하락 으로 분석됐다. AP통신과 시카고대학교 여론조사센터 NORC(AP-NORC Center for Public Affairs Research)는 올해 4월 16~20일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2,596명을 대상 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6월 8일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미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약 25%에 그쳤 다. 약 44%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 과 함께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라고 답했고, 약 30%는 미국보다 더 나은 나라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동일 기관이 10년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약 19% 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Z세대, 국가에 대한 자부심 역대 최저’
퓨리서치센터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0%는 국가가 건국 당시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실패했거나 멀어졌다고 느끼고 있다. 정체성 저하건국 이념과의 괴리현상으로 분석됐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미국의 역사 및 공교육은 연방 정부 차원의 통일된 커리큘럼이 부족하여 주(State)마다 교육의 질과 비중이 다르기 때문으로 빚어진 결과다. 즉, 지방 분권화된 역사 교육의 문제점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도 있다. 다양한 매체가 쏟아지면서 대중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보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정치적 양극화 현상 도 문제였다. 국가의 역사적 성취보다는 현재의 정파적 갈등이나 현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국가 기념일의 통합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