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며 포효 이란이 꼬리를 내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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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격추사실 드러나자 3일만에 사실 인정

‘꼬리를 내렸나, 꼬리를 감췄나’

폐허1미국은 최근 이란과의 분쟁 시점부터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포함 중요 군사 시설에 대한 위성 탐사와 공중 첩보기 드론 등으로 이란 측의 군사 활동을 모두 추적하고 있었다. 가공할 수준의 감시망이다. 이런 감시망은 북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편 이란이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 피살과 관련, 미군에 보복하려고 지난 8일(현지시간) 수십발의 러시아제 미사일을 이라크내 미군 기지에 발사했다. 그런데 이중 2발이 마침 테헤란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제 여객기를 맞추는 바람에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이란의 미사일에 의한 격추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처음부터 제기되자, 이란군 측은 발끈하면서 “항공기는 이륙 직후 엔진에 화염으로 추락한 것”이라며 “미국이 심리전으로 우리에게 뒤집어 쒸운다”고 반박했다. 이란 측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 이라고 계속 부인하다가 미국 측이 확실한 증거를 대자, 결국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를 하고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왜, 이란 측은 계속 부인하다가 3일만에 전격적으로 꼬리를 내리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을까? 북한 정권 같으면 결코 이란처럼 시인하지 않을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란은 관련 의혹을 계속 부인하다 사고 3일만에 입장을 뒤집고 ‘우발적’(“Unintentionally shot”)으로 격추를 했다고 시인했다. 격추 사건에 대하여 ‘우발적’이란 표현도 이상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란 미사일 부대가 이라크내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하면서 제대로 작전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격추된 여객기는 이란으로 진입하는 항공기가 아니라, 이란에서 외국으로 이륙하는 항공기였는데 이란 군부는 ‘신원 미상의 물체가 이란으로 친입하는 것으로 보고 자위권 발동해 미사일을 발사 했다’ 라고 한 설명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편 미군 측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하여 대비하고 있었다. 미군 측은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인명 피해는 없고, 군사 장비만 피해를 입었다’고만 밝힐 뿐 더이상의 상황은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망은 사건 당일 테헤란 상공 전역에 이란 측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첨단 탐사 장비를 통해 전부 영상 녹화를 해 놓았다는 것이 미국의 정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같은 정보를 뉴욕 타임스(NYT)를 포함해 월스트릿 저널(WSJ)포함 CNN 등에도 전해져 계속 ‘우리가 격추 안했다’면서 발뺌을 하는 이란 측을 압박했다. 심지어 이란 군부 측은 ‘그 여객기에 우리 이란계 학생들이 많이 탐승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쏠리가 있겠는가’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한 이란 측은 처음부터 부인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서방 측에 대하여 ‘증거를 대라’고 반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AP통신은 이날 알리 아베드자데(Ali Abedzadeh) 이란 민간 항공청장이 테레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캐나다 측에 의한 이란 미사일 격추설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격추설을 주장하는 미국과 캐나다를 향해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이란 미

▲ 우크라이나 소속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공항 이륙후 미사일에 격추되어 잔해가 뒹굴고 있다.

▲ 우크라이나 소속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공항 이륙후 미사일에 격추되어 잔해가 뒹굴고 있다.

사일 격추설을 ̒이란에 대한 심리전̓이라고 하면서, “비행기 탑승자가 속한 국가의 정부는 대표를 (사고 장소에) 보낼수 있고, 보잉사가 블랙 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처럼 이란은 처음에 부인했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이 실수로 격추시킨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격추설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캐나다 ‘격추설’에 이란 ‘증거대라’

미국 정부는 이와 별도로 자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이란 스위스대사관을 통해 이란 당국에 이란 미사일에 의한 격추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란혁명 수비대(IRGC) 지도부가 공개사과 했다. AP에 따르면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대공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국영 TV를 통해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격추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 부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군 당국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176명의 사망자를 낸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에 대해 “인간의 실수(human error)”였다며 의도치 않은 격추였다고 인정했다. 관계자들은 군사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여객기가 민감한 군사 중심지 쪽으로 방향을 틀자 적대적 표적으로 오인해 격추했다는게 이란 군 당국의 입장이다. 당시 이란군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 이후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었다. IRGC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재발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영 TV에 따르면 이란 사법당국은 군사법원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자료 및 문서 수집 등 즉각적인 조사를 명했다.

한편 테헤란 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은 11일 (현지시간) “미사일 운용병이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를)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면서 “고위층과 사법부에서 어떤 책임을 묻더라도 따르겠다”고 했다. 이같은 해명도 문제가 있다여객기.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했다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은 설명이다. 보잉사 여객기와 크루즈 미사일과의 사이즈는 엄연히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이란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군부 세력인 혁명수비대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다. 자칫 여론을 악화시켜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데다, 외교적으로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희생자에 대한 배상 문제도 있다. 자국민이 다수 희생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나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배상‧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포함한 정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의 구체적 증거에 ‘항복’

이란이 이 같은 정치․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격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리는 물증들이 나왔기 때문으로 외신들은 분석한다. 사고 다음날인 9일 우크라이나 보안위원회는 정보 요원들을 테헤란 현지에 급파했다. 우크라이나 요원들은 사고기 동체에 있는 손톱만한 구멍들을 다수 발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캐나다인 승객의 여권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는 발사 명령을 내리면 5초 만에 5㎞를 날아가 목표물 바로 앞에서 터지면서 탄환 같은 쇠붙이를 쏟아내는 지대공미사일 M-1 토르 미사일의 특성을 보여주는 증거들 이었다. 이란이 쏜 것으로 파악되는 미사일 파편도 찾았다. 사고기 잔해를 살펴보면 동체가 윗부분은 멀쩡한데 아래쪽은 형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보안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란이 미사일을 여객기 조종석 밑으로 쐈다고 결론내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혀진 현장 영상들에서 미사일이 여객기로 접근해 폭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보도한 것도 이란 정부엔 부담이 됐다. 미 CNN은 테헤란 인근 축구장에서 폭발한 비행기 파편이 우수수 떨어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앞으로 이란은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격추 시인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미 재무부는 10일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발표했다. 입장이 난처해진 이란이 앞으로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 뉴욕타임즈가 공개한 미사일 공격 당시 영상. 미사일이 여객기로 접근해 폭발했다.

▲ 뉴욕타임즈가 공개한 미사일 공격 당시 영상. 미사일이 여객기로 접근해 폭발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선데이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지금이야말로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나설 때”라고 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사건 조사를 위해 국제적 규범 안에서 어느 나라든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군부 실세 살해를 거론하며 “모든 법을 지켜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만큼 미국의 중동 개입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탑승자 총 176명 중 캐나다 국적자는 57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이란계로 이란과 캐나다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이중 국적자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지난 2012년 이란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위협하며 이란에 주재하는 자국 외교관의 신변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이란과 단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번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라며 “이번 일은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희생자 11명의 시신을 19일까지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나설 때”

이란이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에 대한 과실과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이란인과 이란계 캐나다인이라는 점도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지난 11월부터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아왔다. 로이터통신은 11월 15일 이후 2주간의 소요 사태로 1,500명이 사망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10대 17명과 여성 400명도 포함된 숫자다. 앞서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하고 한달 구매 상한량을 60ℓ로 제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산유국인 이란 입장에선 서방의 제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재정을 보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군과 친정부 민병대 등을 투입, 시위대에게 실탄 사격을 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의 ‘영웅’ 대접을 받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이란혁명 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하면서 미국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가며 국면 전환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자국민이 탄 여객기를 격추시키는 ‘자살골’로 최악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AP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인정하는 군부 성명 발표 직후 희생자 유가족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사고에 대한 빈틈없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솔레이마니 살해 이후 이어진 미국의 “협박과 괴롭힘”이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슬픈 날”이라고 운을 뗀 뒤 “미국의 모험주의가 촉발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실수가 비극을 초래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 국민과, 모든 희생자 가족, 그리고 이번 사고로 영향 받은 국가들에 깊은 유감과 사죄, 조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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