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 사건에 이때다 목소리 높이는 검사 출신 의원
◼ 검찰 보완 수사권 주장 한동훈, 측근들이 처남 면죄부
◼ 김앤장 출신 KB윤종규 회장 검사 딸 문서위조 불징계
◼ 없는 죄는 만들고, 있는 죄는 덮는 검찰의 오랜 악행
최근 본국에선 장윤기라는 20대 남성의 강간 미수 살인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부터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단순 살인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이 검찰에서 강간살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장윤기의 부친과 큰아버지를 비롯한 광주 지역 향찰 들이 사건을 은폐했던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경찰 일가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파헤치며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고 거들었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것이 바로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 이유”라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던 정치권도 주춤하는 모양새다.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경찰을 향해 삿대질하는 그 손가락, 과연 깨끗한가.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똥 묻은 놈이 뭐 묻은 놈 나무란다. 대표적인 것이 한동훈 의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던 그의 처남은 같은 검사였다가 동료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
았다. 하지만 그의 성추문이 드러난 건 한참 후에 재조사를 통해서였다. 심지어 KB금융지주 회장의 딸이었던 한 검사가 고소인이 제출한 사건의 서류를 위조했지만, 징계도 받지 않은 일도 있었다. 오늘날 검찰이 완전히 문을 닫게 된 위기에 놓인 건 전적으로 검찰 스스로가 만든 일이다. 보완수사권을 줘야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야 말로 반세기 넘게 검찰이 저질러 온 횡포를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지가 한동훈 의원의 처남 진동균 전 검사의 사건을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이 사건이야말로 검찰의 자정 능력이 어디까지 바닥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판단해서다.그런 부패한 검찰 시스템 내에서 가장 큰 이득을 봤던 패밀리의 일원인 한동훈 의원이 보완수사권 관련 토론회를 제안하고 있지만, 그가 이 사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거나 사과를 한 적은 없다.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치의 길에 들어서 대선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시계를 2015년 4월로 돌려보자. 서울남부지검. 진동균 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후배 검사들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검사가 검사를, 그것도 조직 내 후배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이었다. 훗날 일부 공개된 판결 내용에 비춰 보면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의 행위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사는 검찰은 어떻게 대응했나. 감찰도, 징계도,형사입건도 없었다.
사건 발생 직후 사표가 수리됐고, 진 전 검사는 같은 해 재벌기업CJ에 임원으로 유유히 입성했다. 범죄를 인지하고도 조직 차원에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진동균은 앞서 말했던 한동훈의 처남이다. 이 집안은 대표적 법조인 집안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낙마한 진형구 전 대전고검장의 아들이자, 훗날 법무부 장관 자리에까지 오르는 한동훈 검사의 처남이다. 검찰 가족, 그것도 ‘로열패밀리’였다.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검찰의 자정 능력 덕분이 아니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출범한 성추행 진상조사단이 뒤늦게 사건을 파헤치고서야 기소가 이뤄졌고, 범행 5년 만인 2020년 9월에야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이 덮은 사건을, 검찰 밖의 힘이 단죄한 것이다.
고소장을 잃어버린 검사
같은 해 12월, 부산지검 검사였던 윤혜령은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했다. 여기까지는 실수라 치자. 문제는 그다음이다. 윤 검사는 고소인에게 재제출을 요청하는 대신, 같은 고소인이 낸 다른 사건의 고소장을 복사해 수사 기록에 끼워 넣었다. 상급자 직인이 찍힌 기록 표지를 새로 만들었고,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는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반복 제출했다’는 허위 내용까지 적어 넣었다.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애꿎은 고소인을 ‘악성 민원인’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공수처의 표현을 빌리면, 그 고소인의 사건은 “단 한 차례도 검토되지 않았다.”
공문서위조는 벌금형 조차 없이 최소 징역형부터 시작하는 중범죄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의 처분은 이번에도 판박이였다. 징계 없음, 형사입건 없음, 사표 수리. 부산지검은 “단순한 실수라 중징계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가 확정될 범죄를 ‘실수’라 부르는 조직, 그것이 대한민국 검찰이다.
공교롭게도 윤 전 검사는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딸로, 검찰 안팎에서 ‘귀족검사’로 불렸다. 더 기가 막힌 대목은 따로 있다. 임은정 검사가 이 사건의 은폐 책임을 물어 2019년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경찰에 고발하자,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 차례 기각한 끝에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금 검찰은 “경찰 수사를 통제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경찰이 검찰 비위를 수사하려 했을 때 그 길목을 틀어막은 것은 다름 아닌 검찰 자신이었다. 결국 이 사건도 검찰 밖에서 매듭지어졌다.
임은정 검사의 공익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가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고, 공수처는 검찰이 ‘표지 위조’라는 가장 가벼운 혐의로만 기소해 놓은 이 사건에 고소장 위조와 허위 수사보고서 작성 혐의를 추가해 다시 법정에 세웠다. 2024년 11월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2025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수처 출범 이래 직접 기소한 사건으로는 첫 대법원 유죄 확정이었다. 검찰의 ‘봐주기 기소’를 바로잡은 첫 사례가 하필 검사의 범죄였다는 사실은 검찰이 80년 가까이 어떤 기관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검찰의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수사는 하고, 안 하고 싶은 수사는 안 하고, 덮고 싶은 건 덮고 이런 일들은 과거에도 자행됐다. 본지 발행인도 검찰의 이런 구태 문화로 인해 수감까지 했으나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는 덮는 검찰의 악행이 본질이다.
자정 능력 잃은 검찰
두 사건의 공통 분모는 선명하다. 검사의 범죄를 검찰이 덮고, 진실은 검찰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힘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검찰 조직은 진실 규명의 조력자가 아니라 방해물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본지가 보도했던 라덕연 SG주가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박영수 전 중수부장이 사실상 라덕연의 브로커처럼 활동했지만, 이 사건에 검찰이 얼마나 개입되어 있는지는 아직도 손도 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지명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별장에서 수년간 성접대를 받은 의혹이 불거졌고,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이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잠정 결론냈음에도 검찰은 선배 검사인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것 역시 대표적 흑역사다.
6년 뒤 재수사로 법정에 세웠지만 법원은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면서도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를 확정했다. 1차 수사팀이 기소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두 차례 무혐의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이 보인 행태가 조직적 은폐로 확인된다면 관련자 전원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썩었으니 검찰이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통제자의 손이 최소한 피통제자보다는 깨끗해야 한다.
제 식구의 성폭력을 덮고, 제 식구의 문서위조를 덮고, 그 은폐를 수사하려는 경찰의 영장마저 뭉갠 조직이 ‘수사 통제자’를 자임하는 광경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이런 조직에서 자정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주문이다. 내부 비위를 목격한 검사가 감찰을 요청하는 순간 그의 검사 인생이 끝난다는 것을, 2천 명 검사 모두가 학습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침묵은 생존 전략이 되고,은폐는 조직 문화가 된다. 진동균 사건도, 윤혜령 사건도 검찰 내부에 목격자와 인지자가 수두룩했지만 조직은 수년간 침묵했다. 입을 연 것은 언제나 ‘배신자’라는 낙인을 각오한 극소수였고, 조직은 범죄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을 응징했다.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범죄자를 용서하는 조직이 된다. 검찰의 자정 능력은 고장난 것이 아니라, 이 문화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거해 버린 것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보완수사권 존치에 유리한 방향으로 아전인수하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경찰이 송치 당시 이미 성범죄 정황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경 어느 한쪽에 면죄부를 쥐여주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검사든 경찰이든 제 식구를 스스로 벌하지 못하는 조직의 생리를 꿰뚫는 제3의 감시 장치다. 부산지검 사건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 공수처였다는 사실을, 검찰은 애써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남의 눈의 티끌을 빼겠다고 나서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을 일이다. 그것이 진동균과 윤혜령이라는 이름 앞에서 검찰이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염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