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신천지 의혹 광주 지역지 신문 대표와 친분
◼ 광주지역 기반 베드로지 파, 신천지 국내 최대 계파
◼ 가입 신도만 4만 명, 코로나 때도 방역 당국이 관심
◼ 합수본 역시 ‘신천지도 민주당 당원 가입 정황 확인’
8월15일 개최되는 본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때아닌 신천지 개입 의혹으로 뜨겁다. 친명계로 불리는 김민석 후보가 친청계의 정청래 후보가 신천지와 엮여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한국 종교계에서 사이비 이단 단체로 꼽는 신천지는 이미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엮였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실제로 신천지가 국힘과 깊이 엮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여당 전당대회에 느닷없이 신천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선데이저널>취재 결과 신천지의 최대 계파가 전남 광주 지역의 베드로지 파라는 곳이고, 실제로 이들이 정치권과 가깝다는 정황은 여러 곳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 곳의 특정 언론사 대표가 신천지에 속해 있고,이 언론사가 주관하는 강연에 정청래 대표가 강연을 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다만 이러한 연관성이 정 후보를 신천지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신천지라는 집단이 본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넘나들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당 전대를 뒤흔들고 있는 신천지 유착설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근 본지가 접촉한 민주당의 한 오랜 광주지역 권리 당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정청래 후보와 신천지와의 유착설이 상당히 근거있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 북구 일대에 신천지 시설이 들어선 이후 주변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었고, 전남대 인근에서는 심리상담이나 설문조사를 명목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퍼져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존 교회의 성경 공부 모임에 침투해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포교가 활발히 이뤄졌으며, 이 때문에 신천지가 호남 지역에 교세가 대단하다는 인식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북구에 일종에 본산을 두고 있는 베드로지 파가 신천지 내부에서도 규모가 큰 조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남일보 회장이 신천지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나 정청래 후보가 해당 언론사 행사에서 강연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며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진과 영상 등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의 베드로지 파는 2020년 기준으로 약 4만 명의 신도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교세가 크며, 코로나19사태 당시에도 방역 당국이 신천지의 활동을 경계할 정도였다고 한다. 호남 지역에 교세가 강한 신천지가 민주당 내부 상황에도 끊임없이 개입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김민석의 폭탄발언
신천지가 민주당 전대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은 김민석 후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처음 제기했다. 그는 20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집권여당 당대표 후보가, 그것도 총리까지 지낸 인물이, 공개 연설에서 자기 당 전당대회에 사이비 논란의 종교집단이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음날 라디오에서는 한술 더 떴다. “근거가 있고, 적정한 시기에 말하겠다.” 그리고 21일에는 기자들 앞에서 “(정청래 지도부 당시)신천지 특검이 진행이 안 된 점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짚겠다”라며 화살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사실상 숨기지 않았다. 전임 대표 정청래, 그리고 그를 미는 친청계다. 여기에 송영길 후보까지 개입설 제기에 가세하면서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친청계는 즉각 들고일어났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공개 석상에서 “근거 없는 신천지 공세로 민주당을 모욕하지 말라. 유력 대표 후보의 발언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쏘아붙였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이성윤·한민수·최민희 의원은 아예 국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김 전 총리는 민주당과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대표 후보를 사퇴하라.” 정청래 후보도 본인도 참지 않았다.
“아니면 말고 식, 치고 빠지기식, 폭탄 던지기가 아니라 정확하게 육하원칙에 따라 신천지가 전당대회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밝혀달라.” 요컨대 ‘연막 피우지 말고 까라’는 것이다. 반면 친명계 쪽 반응은 결이 달랐다. 한 최고위원 후보는 “제보 등 물증은 충분하다. 당에 먹칠하는 내용이라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채현일 의원은 “김 후보의 문제 제기는 사이비 외부 종교세력의 조직적 정치 개입을 막아내려는 위기경보였다”고 엄호했다. ‘근거 있다’는 쪽과 ‘근거 대라’는 쪽. 어느 한쪽은 당원들 앞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합수본은 알고 있었다
말싸움으로 끝날 뻔했던 이 공방에 기름을 부은 건 뜻밖에도 수사기관이었다. 공교롭게도 김 후보의 의혹제기 나흘 뒤인 24일,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김태훈 고검장의 검·경 합동수사본부발 보도가 터졌다. 합수본이 신천지 신도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 신도들이 민주당에도 당원으로 가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자 소환 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이 그리는 그림은 이렇다. 신천지는 경기 과천·고양·가평, 인천, 전북 익산 등 전국 각지에서 건물을 사들여 종교시설로 쓰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용도변경이 번번이 막혔다. 이 민원을 풀기 위해 신도들에게 해당 지역 다수당, 즉 민주당 가입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신천지 관계자는 “호남 같은 지역에선 국민의힘보단 민주당 당원이 되는 게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까지 내놨다. 기억해 둘 것은 이 수사의 본류다. 합수본은 지난 1월 출범 이후 신천지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을 파왔고, 이만희 총회장을 신도 강제 가입 관련 정당법 위반·업무방해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했다. 즉 신천지의 정당 침투는 음모론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로 확인돼 가는 실체 라는 것-다만 그 주된 침투처가 지금까지는 보수정당이었고, 민주당 쪽은 이 번에 ‘정황’이 추가된 단계라는 게 정확한 좌표다.
그런데 본지가 주목하는 건 그 다음이다. 합수본은 이미 지난 3월, 신천지 탈퇴 신도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몬지 파 청년회장이 “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다 가입돼 있다. 정치인들에게 우리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넉 달 전에 진술을 쥐고도 민주당 쪽 수사는 진행하지 않다가, 하필 전당대회 국면에서 정치권 공방이 터지자 입건과 수사 착수가 이뤄지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친청계 최민희 후보가 “합수본의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김민석 후보 측이)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라며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정면으로 겨눈 것도 이 지점이다. 만약 당권 주자가 수사기관 내부 정보를 미리 받아 전당대회 무기로 썼다면 그것대로 대형 스캔들이고, 아니라면 김민석의 ‘근거’는 대체 무엇인지가 다시 문제가 된다. 어느 쪽이든 해명이 필요한 국면이다.
국힘에 이어 민주당도
당사자인 신천지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전당대회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개별 신도의 정당 가입을 교단 개입으로 보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맞섰다. 이만희 총회장 구속 기소로 궁지에 몰린 교단의 항변이지만, 법리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논점이기도 하다. 개인의 정당 가입 자체는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조직적 동원’과 ‘경선·선거 개입 목적’의 입증이고, 합수본도 그 경우에만 선거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로 확인된 것은 ‘지역 민원 해결 목적의 민주당 집단 가입 정황’까지다. 이번 8·17전당대회 경선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김민석의 주장은, 현재로선 어떤 물증도 공개되지 않은 ‘주장’의 영역이다.
사실 신천지 정당 침투의 원조 무대는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었다. 이만희 총회장은 2021년 국민의힘 20대 대선 경선과 2024년 22대 총선 경선 등 네 차례 선거를 전후해, 신도 최소 5만 6,472명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조직적으로 가입시킨 혐의(정당법 위반·업무방해)를 받는다. 이 작전에는 ‘필라테스 프로젝트’라는 그럴싸한 위장 명칭까지 붙었다.
총회장의 지시가 총무와 지파장을 거쳐 말단 신도까지 상명하복식으로 내려꽂히는, 사실상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동원 체계였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목적도 노골적이다. 책임당원으로 가입해 경선에서 표로 힘을 보여주고, 그 대가로 교회 건물 용도변경 등 교단 현안을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법원도 이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24일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95세 고령의 이만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합수본은 7월 13일 그를 구속 기소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원만 구속 3명, 불구속 4명이다. 남은 건 이제 두 개의 답이다.김민석 후보는 “적정한 시기”만 되뇌지 말고 정청래를 겨눈 그 ‘근거’를 국민 앞에 까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합수본은 본진이든 지점이든, 여든 야든, 성역 없이 끝까지 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