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방송 “2차대전”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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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2002년도 결산승인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을 계기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한나라당과 방송간의 전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3일 KBS 예산을 국회에서 사전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에서 KBS 결산안을 부결시켰지만 이미 사용한 돈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KBS 예산 사전 심의는) 아직 우리가 발동을 걸 상황이 아니”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홍 총무와 이견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정의화 한나라당 수석부총무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홍사덕 총무가 KBS의 예산안에 대한 사전 심의를 포함한 법개정을 전제로 ‘결산승인안 부결’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며 “현재 (방송법) 개정안을 내는 것까지 포함해 총무와 의장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2002년 KBS 결산승인안’을 부결시켰다. 반대표는 대부분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KBS는 2일 저녁 뉴스를 통해 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했고, 3일 오전 홍사덕 총무는 다시 ‘KBS 예산 사전 심의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과 방송간의 전운은 KBS 사장 인선 때부터 감돌았다. 한나라당은 “정연주 사장이 임명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며 지난 대선을 거치며 쌓여있던 방송에 대한 ‘앙금’을 토해했다. 특히 이번 KBS 결산안 부결은 최근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개혁안’에 대한 논란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방송노조는 ‘방송개혁안’과 관련 “한나라당이 공영방송을 해체하려고 한다”며 한나라당 당사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언론노조 “야당의 방송 피해의식에 따른 공격성 우려”
최병렬 “총선 앞두고 언론과 전쟁할 바보 아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와 최병렬 대표의 면담은 그 동안 누적되어온 양쪽의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언론노조측은 “청와대나 권력이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는데도 여전히 한나라당은 방송이 권력에 예속되어 있다고 본다”며 “한나라당이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대통령과 정연주 사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것은 언론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지금은 바뀌고 있지만 한 때는 ‘KBS는 전라북도에서, MBC는 광주·전남에서 장악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우리는 언론과 싸울 의사가 없고, 다만 조금 덜 비우호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총선을 앞두고 언론계와 전면전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총무와는 달리 최 대표는 방송과의 관계개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방송개혁안은 지금 당장 집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정책”이라고 해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언론노조측이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기간행물법, 신문독과점규제법, 지역신문육성관련법 등의 재·개정에 대한 협조를 구하자, <조선일보> 출신인 최 대표는 “<조중동>이 자전거 등을 경품으로 주는 것은 솔직히 얘기해서 국민들 보기에 좀 치사한 방법”이라며 “그 만큼 컸으면 안 해도 되는데…, <조중동>에서 경품을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측에서는 신학림 위원장을 비롯해 최승호 방송노조협의회 의장, 박상진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김순기 지역신문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들과 최병렬 대표의 대화록 전문이다.

KBS 결산승인안 부결은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만 때문?


최승호 최병렬 대표 취임 이전에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에서 내놓은 ‘방송개혁안’에 대해 방송사 노조는 공영방송을 해체하고, 상업방송을 주류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이번 KBS 결산승인안을 거부하고, 새롭게 예산안을 심의하겠다는 등 일련의 치밀한 계획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방송인들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언론대책특위의 방송개혁안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할 것인가

최병렬 원칙론적으로 대답하겠다. 조직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임이 하던 것을 후임자가 중지시키는 것은 조직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 당사자들의 반발은 이해한다. 나는 방송문화진흥재단을 만든 주무장관이었다. 그러나 현재 MBC 사태가 어떻든 이대로 영속적으로 가기는 어렵다. 주인도 없고, 공적영역도 없는 MBC가 이대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렇다고 방송개혁안이 MBC 민영화를 지금 당장 집행하겠다는 정책이라고 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가야되지 않겠나. 당장 그것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MBC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최승호 MBC의 위상이 이상하다는 것은 단편적인 판단이다. MBC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병렬 MBC는 국민의 재산이다. 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MB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KBS는 명실공히 공영방송이다. KBS의 문제에 대해 우리당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연주 사장을 문제 삼는 이유는 알 것이다. 또 프로그램의 취소와 편성, 사회자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시비 걸거나 트집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에 KBS 결산승인안 부결 문제는 KBS가 작년에 잘못한 것을 올해 그대로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의원들에게 알려졌다. 당에서 반대하라는 지침이나 지시를 내려 보낸 것이 아니다. 반대 토론을 보고 의원들이 납득할 수 없었고, 여기에 최근 우리가 KBS에 가지고 있던 걱정이 함께 어우러져 반대표가 나온 것이다. 계획된 것이 아니다. KBS는 우리당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의원들이 제기한 의문들에 대해 방송을 통해 해명을 해야 한다.

박상진 KBS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만이 강력하게 개입된 것 아닌가.
최병렬 정직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정연주 사장 문제가 개입된 것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번 결산승인안을 반대한 것은 반대토론의 내용을 보고 의원들이 판단한 것이다.

신학림 어떤 분이 KBS 사장으로 오든 이제 방송은 특정한 정치세력이나 어떤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최승호 방송은 이제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다. 권력이 앉히는 사장이 아니다. 청와대나 권력이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여전히 한나라당은 방송을 권력에 예속되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도 권력에 속박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병렬 김중배 사장이 권력에 예속되어 있지 않았다고 확신하나? 우리도 대충 방송 구조가 어떻게 돼 있고, 내부가 어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 우리도 듣는 게 있다. 선수들끼리 왜 이러나? 지금은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한 때는 솔직히 KBS는 전라북도에서, MBC는 광주·전남에서 장악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나?


최승호 터무니없는 얘기다.
최병렬 그런 얘기가 언론계에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지금은 바뀌거나 바뀌고 있다고 믿고 싶다. KBS는 바뀐 것 같다.
최승호 MBC도 바뀌었다.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최병렬 오해가 아니라 견해가 다른 것이다. 프로끼리 그렇게 얘기하지 말자. KBS 사장을 대통령이 재천하고 있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재천 할 수 없는 자리다. 또 대통령과 정연주 사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것은 언론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리당이 너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우리는 언론과 싸울 의사가 없다. 다만 조금 덜 비우호적으로 해 주길 바란다.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총선을 앞두고 언론계와 전면전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신학림 지난 대선 때 방송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가.
최병렬 우리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 때문에 이겼다’고 하지 않던가, 하하하. 토론 등 공적 기능도 많이 했지만 불만이 왜 없겠는가. 아마 민주당도 있을 것이다.

최병렬 “<조중동>의 자전거 경품은 치사한 일”

신학림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 중 신문·방송 겸업 허용은 결국 신문사가 방송을 보유하도록 허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 <중앙>, <동아>가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신문들은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조중동>에게 방송을 주자는 것은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의 종합적인 계획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신문 시장의 불공정행위, 물량 공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연간 구독료의 20% 이내에서 경품을 주게 돼 있는데 <조중동>은 거리에서 자전거를 나눠준다. 요즘엔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나줘주고,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금년에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신문사는 <조선>, <중앙> 정도이다. 신문시장이 정상화되어 공존공생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간행물법, 신문독과점규제법, 지역신문육성 관련법이 재정 또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도와달라.

최병렬 <조중동>이 자전거 등을 경품으로 주는 것은 솔직히 얘기해서 국민들 보기에 좀 치사한 방법이다. 그 만큼 컸으면 안 해도 되는데…. <조중동>에서 경품을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이 이제 좀 성숙해 달라. 나라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어떤 프로를 보면 섬뜩할 정도다. 내부적으로 거르는 작업이 왜 안 되는가. 언론이 비판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어제 KBS의 보도는 상식 밖의 보도였다. 야당의 본질을 조금 벗어나 노 정권을 도와주려고 하는 당에 대해 공영방송이 그렇게 하면 대단히 섭섭하고, 불만스럽다.

최승호 KBS 예산 사전 심의안을 추진할 것인가.
최병렬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 같던데…, 예산안을 사전 심의하고, 결산은 안한다고 하더라.
최승호 예산안을 사전 심의하게 되면 국회가 모든 프로그램에 관여하게 된다.
최병렬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안되도록 노력해보자. 아직 우리가 발동을 걸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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