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씁쓸한 여운… 한 「高官」집안의 行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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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국무총리 일가에 얽힌 금융의혹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고건씨 하면, 명문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고등고시(행정과)에 합격, 62년 내무관료로 관계에 들어선 후 도지사, 정무수석(천와대), 장관(교통부. 농림부. 내무부), 그리고 서울특별시장(민선 포함)과 국무총리를 두 번씩 맡은 영달일로의 능리(能吏)이자 대학총장과 국회의원도 지낸 ‘일인지하’최고위 인사로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단정한 용자와 매끄러운 일처리로 정평이 난지 오래였으며 군사독재정권이래 소위 상류층에 유행처럼 만연했던 부동산투기나 기타 재(財)테크, 특히 도덕성이 의심되는 자제의 병역기피 풍조에도 일체 물들지 않은 청렴결백의 명사로서 널리 일반의 숭앙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 유관되다니.. 충격을 금할 길 없다.
하긴, 고건씨가 올2월 참여정부의 초대총리로 영입될 당시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이호웅의원이 몇가지 고씨일가에 얽힌 “부정축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 때, 이호웅의원의 “지명자가 서울시장으로 있던 당시 장남과 사촌의 회사가 급성장하다가 그만두기 몇 달전부터 사업이 어려워졌는데 도움요청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고건 국무총리 지명자는 “ 그런 청탁을 하지않는게 엄격한 가풍이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응수한 바 있다. 돌이켜 볼 때, 열거된 의혹들이-만약 사실이라면- 청탁은 안받았지만 (자진해서) 도와줄수는 있었다는 논리가 성립될수있으니 그 ‘가풍(家風)’을 부러워할 일은 아니었다싶기도하다. 4촌사이라면 아버지끼리 형제이니 가장 가까운 친족이다. 그런 사이인데 회사운영에 전혀 무관심하고 무슨 청탁이고 뭐고 일체 오불관이었다면 말은 그럴사하지만, 실제론 있을수 없는 비현실적 얘기가 된다. 문제는 합법이냐, 아니냐의 잣대를 적용해봐야 아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주목적이다. 고건씨의 장남도 그 길에 들어섰다면 전혀 무관일수도 없지않는 것으로 보는게 자연스럽고 또 인지상정이다.
그런 면에서 청문회 때 이호웅의원이 “장남 고진씨가 바로비전회사를 설립할 때” 8천만원을 출자했는데 친인척들이 도움을 주지않았나 라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답한건 조금은 어색해 보였다. 어느 친척의 누구에게서 얼마씩을 받았는지 그 구체적내역을 잘 모르겠다는 취지였는지, 아니면 친척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는 뜻이였는지 지금와서 따질 게제까지는 없지만 이또한 잘못된 답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사실여부이고 진실이 문제가 된다. 숱하게 열거되는 의혹들에 대해 일일이 천착할 필요도 없고 흥미 또한 없지만 가장 의심스럽고 걸리는 것이 융자건 이다.
지난7월10일 모 증권전문 사이트의 종목별뉴스에서 드러난 사건 개요를 보면, 부산지검 외사부에 의해 구속된 전 KDS회장 고종씨는 고건총리의 5촌조카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형제등은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자 분식회계로 재무제표를 위조하여 97년부터 2001년사이 12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도합 3조1,487억원이란 거액을 대출받았다. 또 99년부터는 컴퓨터모니터를 제작해 미국의 위장계열사(지사)에 수출하고는 수출대금을 회수하지않거나 BW(신주인수권부 사채)의 투자등으로 해외에 모두 2,938억원을 빼돌린 혐의이다.
97년부터 6년간 부정대출과 자본의 해외도피를 자행해왔으니 중범죄이다. 물론 고건총리가 관여했다거나 방조한 흔적이 없으니 무슨 직접적 관련을 운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위 “엄격한 가풍’을 자랑하던 고씨가문에서 특히, 4~5촌의 지근친족이 이토록 엄청나고 통 큰 부정행위를 장기간에 걸쳐 자행해 왔다면 힐문하지 않을수 없다. 그밖에 고건씨가 서울특별시장때 정무부시장으로 기용한 김희완씨가 사기행각으로 DJ아들을 감옥에 보내게 했던 유명한 최규선씨와 단짝이었을뿐 더러 말썽많던 체육복표사업자 타이거풀스사에 김희완씨를 통해 KDS사도 투자하는등 커넥션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어느 누구인들 인간이기에 실수도 있고 과실도 있게 마련.. 그래서 옛날에도 이하관_ 오얏나무아래서 관(冠)을 고쳐쓰지 말라는 고사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이건 오해를 사는 정도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내재해있다고 지적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가능성에 가까운 존경스럽고 또 본 받으며 뒤따를 만한 지도자의 존재는 우리에게 앞날을 향한 밝은 희망을 안겨주고 혼탁한 사회에서 일종의 방향을 뿜어주는 청량제와도 같이 포근함과 시원함을 주어왔는데, 산산이 부셔진 꿈은 되살릴 길이 없어져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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