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강금실 카드’… 위협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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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문희상이라는 포장지가 뜯어지니 정동영·김근태·유시민 등 담겨진 내용물이 다 쏟아지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당권 경쟁을 놓고 벌어지는 현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겨냥한 정동영(DY)·김근태(GT) 장관의 치열한 물밑 경쟁에 친노 그룹이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제3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이름이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또한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측의 ‘유시민 띄우기’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당대회가 ‘노무현 평가대회’
돼선 안돼”


친노 386 의원들이 포진한 의정연(의정연구센터)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제3후보론’의 실체에 대해 “아니다, 맞다를 잘라 말할 수 없다”며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해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이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 전당대회가 마치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대회처럼 치러져서는 곤란하다”며 “참여정부의 성과를 폄하, 왜곡하면서 특정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후보를 내서라도 맞서겠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최근 당 상황에 대해 “차기 주자들에 줄서기하며 이합집산하는 모습이 한심스럽다”며 “당 중심을 세우고 대선 주자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범친노 세력의 결집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의원은 ‘제3후보론’이 마치 ‘정동영·김근태 불가론’으로 비춰질 것을 의식, “그렇지 않다”며 “균형과 견제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금실 장관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모임 차원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의 ‘제3후보론’은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김 특보는 지난달 31일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동의하면서 당을 걱정하는 분들을 영입해 신용을 쌓아야 한다는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강금실 전 장관을 거명했다.

이튿날 유시민 의원은 ‘강금실 영입론’에 대해 “우리 당은 열려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고 강 전 장관 같은 분이 참여해 주신다면 당으로서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환영을 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같은 친노 측의 움직임은 DY·GT측의 ‘자극’에 대한 ‘반작용’ 수준으로 보인다. 백원우 의원은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당이 대선캠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당이 중립적으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제3후보론’을 앞세운 친노 측의 역공은 일단 ‘청와대 책임론’에 찬물을 끼얹은 효과를 낳았고, 두 차기 주자측에선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너무 즐겁게” 떠난 강 전 장관, 마음은 어디로








한편 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법무장관직을 그만 둔 뒤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당시 법무부 과천청사를 떠나며 “너무 즐거워서 죄송해요, 호호”라며 던진 인사말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 전 장관이 표면적으론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는 뜻을 누차 밝혀 왔지만 지인들은 그의 ‘진심’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민변(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대중적 인기를 맛본 사람은 쉽게 그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법”이라며 지방선거(지역구) 출마 등 험난한 방법이 아닌 ‘우회로’를 통해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강 전 장관이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과 컨텐츠를 제공하고 정책대안을 내놓는 ‘싱크탱크’를 만들려는 뜻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또 다른 지인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정계진출 의향을 물으면 ‘싫다’고 잘라 말한다”며 “자신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계속 거론되는 것이 ‘거품’이라는 점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증된 ‘정치력’이 아닌 부풀려진 이미지가 만들어낸 ‘상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강 전 장관의 정계진출 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지닌 강한 대중 흡인력은 두 차기 주자를 견제하는데 충분한 위협 카드가 된다는 것이 친노 측의 계산이다.






 민주당 “합당? 흘러간 옛 얘기, 노래방에도 없는 노래”


10·26 재선거 참패를 전후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민주당과의 재결합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저녁 CBS <시사자키>에 출연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 들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 이야기는 이미 끝난 이야기”라면서 “흘러간 옛 이야기이고, 노래방에도 없는 노래”라고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할 때, 민주당에 인사하러 와서 ‘마음은 두고 몸만 간다’고 말했다”면서 “마음이 여전히 민주당에 있으면, 몸이 걸어서 민주당에 오면 될 일이지, 왜 합당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먹던 물에 침뱉고 나간 분들이 다시 그 물 먹으려면 최소한 미안하다 말하고 표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게 정권과 권력을 다 줄테니까 동거정부를 구성하자고 대연정 제안했고, 염 의원은 대연정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면서 “불륜도 지조가 있어야 한다, 이사람 저사람 집적거리는 것은 불륜의 도의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친노 직계의 호남권 좌장역할을 하고 있는 염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앞으로의 정국해법과 관련해 “마치 집만 고치면 민심을 회복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집을 지탱하는 땅에 물이 스며들고 탄탄하지도 않는 토양 자체가 결실을 맺을 수 없게끔 돼있다”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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