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가 ‘부실경영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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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주총을 앞둔 한인은행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최근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부실경영에 따른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감독국으로부터 은행경영개선조치 명령(C&D)조치를 받은 은행의 행장들이 은행 경영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등의 형식으로 줄줄이 목이 날아가고 있다.
이미 퍼스트 스탠다드 은행과 IB은행, 유니티 은행의 행장이 잇따라 물러났고 지난 15일엔 미래은행의 박광순 행장이 자진 사퇴해 올해 들어서만 3개의 은행장이 자리를 EJ났다. 해당 은행들은 한결같이 현금관리 규정인 BSA를 위반하거나 부실대출로 문제로 감독국에 의해 C&D조치를 받은 은행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특히 IB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C&D조치를 받아 부실경영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래은행의 경우는 더욱 더 심각하다. 다른 비상장 한인은행들도 상황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나스닥 상장은행들도 부실대출과 위축경영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어 이사들과 경영진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5월 주총에서 경영부실과 관련해 치열한 책임 공방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은행으로 전락하고 있는 한인은행들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집중 취재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지난 15일 전격 사임한 박광순 행장의 측근들은 “모든 책임을 박 행장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들 역시 “부실책임은 오히려 이사들이 더 크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은행 부실에 이사들 책임이 크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은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은 이사들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대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인은행들의 고질적 병폐인 은행 이사들의 지나친 직·간접적인 경영간섭과 이사 스스로 은행의 규정을 위반하는 거래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돼 왔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행장이 지게 돼 있는 대출문제 역시 이사들이 개인 간 친분을 이용해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정도다.
또한 은행 내부의 대출 책임자들이 일부 융자 브로커에 놀아나 부실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유대인 기업 ‘냄코 캐피탈’의 라스베가스 부지 대출건과 관련해 중앙과 미래은행 등 여러 한인은행들이 수천만 달러를 물린 배경도 알고 보면 한인은행에 근무하는 브로커와 결탁한 대출책임자의 책임이 크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래 없었던 미래은행,
‘올 것 왔다’













 ▲ 미래은행 대주주인
조풍언씨의 부인 이덕희씨.
지난 3월 은행감독국은 오는 6월말까지 3000만 달러의 증자 시행을 명령했다. 박광순 행장의 퇴진 속사정은 증자문제로 한인 타운 재력가들을 상대로 증자 참여를 호소했으나 외면당하자 결국 마지막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행장의 퇴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고질적인 실적부진과 엄청난 부실대출 때문이다. 미래은행은 출발부터 미래가 없었던 은행이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래은행 최대주주는 현재 대우그룹 회생 로비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무기브로커 조풍언(70)씨 부인 조덕희씨로 미래은행은 이들 부부의 쌈짓돈으로 설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씨가 지난 2005년 미래은행을 설립을 주도하자 미래은행은 항간에는 미래은행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행’으로 DJ가 숨겨 놓은 해외 은닉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다.
현재 조덕희씨의 지분은 미래은행 총 주식 660만주 중 9.8%이며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조씨 지분은 50%에 가깝다는 것이 은행가의 공통된 추측이다. 조덕희씨 역시 친분관계의 인사들을 동원해 증자 타진을 시도했으나 곪을 대로 곪은 은행사정 탓에 외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1대 주주인 조씨의 남편 조풍언씨가 한국에서 대우그룹 회생로비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은행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은행이사들이 증자금의 절반인 1500만 달러를 증자하겠다고 했으나 1대주주인 조덕희씨와 2대 주주인 김순임(미주총연 김승리 회장의 부인)씨를 제외하고는 이사들의 증자능력이 여의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미래은행은 2008년에만 3051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금년 1분기에도 717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자본금이 1558만 달러로 감소, 급기야 지난달 감독국 감사에서 자본증자와 대출여신 등으로 인해 최고 제제조치인 C&D조치를 받아 은행이 사실상 동사상태에 빠졌다.









은행 망친 인사,
또 경영에 참여


미래은행 이사회는 증자 마무리와 새로운 변신을 꾀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벤자민 홍 전 새한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공석인 행장 역할을 대신 맡을 행장 커미티(Chief Committee)를 이사회 기간 내 구성,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은행에 따르면 벤자민 홍 전 행장은 지난 14일 고문직을 수락했으며 오는 27일부터 고문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가에서는 홍 전 행장의 고문직 수락과 은행경영 참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도 문제지만 새한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까닭이다.
홍 전행장의 은행경영 참여 발표에 대해 금융가에서는 “한인은행을 부실로 만든 장본인들이 다시 은행을 기웃거리는 볼썽사나운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개탄하며 “도대체 벤자민 홍 행장 말고는 그렇게 행장감이 없느냐”는 볼멘 목소리 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IB은행 역시 홍승훈 전 행장이 경영부실로 인한 손실로 문책성 사퇴를 당하자 초창기 중앙은행장을 지냈던 김종국씨가 행장에 취임했고, 유니티 은행도 중앙은행장을 지냈던 김선홍행장이 행장으로 취임했다가 불과 수개월 만에 한미은행 이사로 자리를 옮겨 전 새한은행장 이었던 김주학씨가 행장에 복귀했다.
또 퍼스트 스탠다드 행장에는 구본태 행장이 은행부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전 윌셔은행장을 지냈던 임봉기 행장이 다시 취임해 한인은행장 직위가 ‘돌려막기’식 주먹구구 인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은행을 부실로 이끈 책임자들이 해당 은행을 떠나고 주변을 맴돌다 다시 다른 은행의 행장으로 부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한인은행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나스닥 상장 빅4도
악순환 되풀이


이런 현상은 나스닥 상장 한인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인은행의 맏형격인 한미은행은 최근 부실자산과 1.50센트 밑으로 하락한 주가 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다른 상장은행도 마찬가지다.
구제금융 수혜가 불가능한 한미은행은 당장 6000~1억 달러 정도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는 27일 있을 주주총회를 통해 행장과 이사, 그리고 고위 임원들에 대한 거액의 스톡옵션 지급 문제가 주요 이슈로 터져나올 테세다.
이번 주총에서 한미은행의 증자에 관한 필요성과 주가하락, 부실대출 문제로 행장은 물론 이사들에게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성원 전 행장에 대한 부실 대출 책임론도 뒤늦게 불거지고 있다.
손성원 전 행장 영입에 ‘공헌’을 했던 리챠드 이 전 이사장이 물러난 배경도 손 전 행장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은행 역시 55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금융기관에 2%도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로 예탁했을 뿐 아니라 정부에는 연 8%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 결과적으로 6%이상 이자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연 350만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출동결과 부실 우려 대출노트(Note) 저가매각이 결국 윌셔와 나라은행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에셋이 무려 5억 달러 이상 벌어졌으며 예금과 대출부분도 5~7억 달러 이상 현격한 차이(도표참조)를 보였다.
또 예대마진율 이자가 3%대 이하로 하락하면서 ‘역마진’ 현상마저 초래하고 있다. 상장은행들이 한미은행을 제외하고 자본비율이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면 모두 10%대를 유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BIS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결국 증자를 해야만 해결될 사안이다. 만일 구제금융을 받지 못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13%대의 자본비율이 10%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장사 은행의 행장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오히려 은행이 건실해 질 것이다”라며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나라은행도 문제가 심상치 않다. 오는 28일 주총에서 계속 불거질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과 관련해 민 김 행장에 대한 추궁이 이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손실에 이종문 이사장까지 재신임됐을 뿐 아니라 민 김 행장을 ‘견제’할 목적으로 과거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던 바니 이 전무를 다시 책임자로 끌어 들여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민 김 행장 후임에 또 다시 여성행장이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이사장인 토마스 정 회장과의 소송문제도 나라은행의 발목을 잡고있다.



돌고 도는 은행원
‘그 밥에 그 나물’


한인은행들이 처한 위기는 세계적인 불경기 탓도 있지만 은행 관계자들이 오늘의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임기응변에만 능했던 탓도 크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원들은 ‘귀하신 몸’으로 대접 받으며 스카우트 열풍에 이리저리 옮겨다닐 정도였다.
행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 솟아 은행원들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은행을 상대로 저울질을 했고 은행들은 이들 행원들을 상대로 ‘연봉 100% 인상’ 등의 무리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혈안이 됐었다.
지난 수년 동안 일부 은행들은 돈이 남는다며 무려 200%가 넘는 보너스에 스탁 옵션까지 주는 등 ‘돈 잔치’로 흥청망청 세월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서브 프라임 사태 후 은행원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3000명에 육박하던 은행원들이 이제 2000명으로 줄었으며 그나마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행장들도 예외가 아니다. 계속되는 은행부실 경영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은행장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4개에 이르는 한인은행들이 한결같이 부실은행으로 전락하면서 현직 행장들의 거취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인은행의 행장들이나 고위직원들을 보면 모두 가주외환은행 출신으로 한미은행과 중앙은행, 윌셔은행 등을 두로 옮겨 다니며 은행 업무를 익힌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미국 유수의 대형 은행에서 업무를 배운 사람이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설사 은행이 합병을 한다고 해도 대형 은행 경영 경험이 없어 제대로 은행 업무를 이끌어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수치에만 매달려 부동산, 가스 스테이션, 리쿼 스토아 마켓 등 리스크가 적은 곳에만 치우쳐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혜안이 부족했던 것이 한인은행의 부실을 만든 원초적인 이유다.
여기에 잔돈 좀 벌었다고 마치 한국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위세를 떨쳤던 한인은행 이사들의 지나친 은행 경영간섭도 은행 발전에 저해요소로 지목된다.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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