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3] 나라은행 이종문 이사장 전격사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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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은행 이종문 전 이사장의 전격사퇴 이후, 그의 사퇴배경을 둘러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퇴 이후 1주일 만에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출되는 이변이 연출돼 나라은행의 앞날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 증권가에서는 이종문 전 이사장이 올해 수익분에서 막대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자신 소유의 주식을 매각한 뒤 손실분 1,000만 달러를 세금보고에 반영하면 그만큼 이익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장 신분으로 해당 주식을 올해 안에 매각하는 것은 규정 위반인 까닭에 이를 피하기 위해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는 것이 뉴욕 증권가의 분석이다.
만약 이 같은 분석대로 이 전 이사장이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물러났다면 그는 은행발전이나 커뮤니티 이익보다 사익을 먼저 챙겼다는 면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저버린 인물로 도마 위해 오를 공산이 크다.
한편 다른 은행들보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고 이들이 이사회를 좌지우지하게 된 상황에서 아예 사외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된 배경에도 적잖은 의문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지난주에 이어 이종문 전 이사장의 전격 사퇴를 둘러싼 전말을 밀착 취재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뉴욕 증권가 내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 24일 “엠벡스 기업을 운영하는 이종문 회장이 올해 약 3천만~5천만 달러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면서 “그가 거액의 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그가 세금 폭탄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라은행 주식 손실액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려면 이사 직책을 사퇴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고 귀띔했다.
본지는 이 소식통의 설명이 이종문 전 이사장의 전격사퇴 배경과 상통하는 지 전문 공인회계사(CPA)의 자문을 구했다. 회계법인 경험이 풍부한 공인회계사 K씨는 지난 24일 “캐피탈 게인 택스와 주식 손실분 반영은 맞는 이야기”라며 “내년부터 세법 규정이 변경돼 올해 반영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씨는 또 “나라은행이 상장은행이기에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는 해당 은행이나 증권위원회 규정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회계사 L씨는 “이 전 이사장이 자신의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보전할 경우 이는 개인의 이익을 은행의 공익보다 우선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이사장은 은행의 경영구조가 양호하고, 교육자선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서 이사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전 이사장이 단순히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와 은행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세금 폭탄 피하려 편법 동원?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지난 5월 5일 현재 6.19%의 나라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주당 13.88달러 때 2,000만 달러를 투자해 나라은행 주식을 사들였다. 현재 7달러 미만의 주식 시세로 볼 때 그는 적어도 1,000만 달러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은 지난 15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한인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사직을 사임해도 나라은행 주식을 처분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당 13.88달러에 매입한 주식이 25달러 까지 올랐어도 안 팔았는데 7달러도 안 되는 지금 가격에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 가격에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이 전 이사장은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 24일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유중인 은행 지분에 대해선 매각 여부를 고민 중이다. 나라 주식 일부를 팔더라도 그만큼을 다른 한인은행 주식으로 대체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그의 의중을 놓고 해석은 분분하다. 애초 이 전 이사장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섣불리 밝힌 측면이 없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말을 바꾸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주식을 매각해 자신의 손실분 1,000만 달러를 반영시켜야 하는 상황인 까닭이다.
은행 최고 경영자로서 최대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연히 주가가 하락할 것이기에 이는 은행 주주들의 손해로 직결된다. 따라서 이 전 이사장은 사퇴 직후 주식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복선을 깐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온전히 그의 자유다. 하지만 한 은행의 최고 경영자가 사익을 위해 주식을 판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인은행은 몇몇 투자가가 만든 은행이 아니다. 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투자로 어우러진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한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은행이 운영될 때는 커다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은행이라는 신용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식을 팔더라도 다른 한인은행 주식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다”라는 여운을 남겼다. 본지는 지난주 보도에서 이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타 은행에서 젊은 이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물망에 오른 인물이 새한은행의 새로운 실세 윌리엄 박 이사장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박기서 신임이사장도 인터뷰에서 “이사회에 공석이 있다. 이사진의 나이가 많아 젊은 새 이사 2명 정도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마 이 전 이사장은 사퇴하기 전 새로 영입할 이사와 교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여진다. ‘주식을 팔더라도 다른 한인은행 주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자칫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퇴한 이사장의 주식매각과 새로 영입되는 이사의 주식투자 분의 연관관계는 자칫 증권거래의 내부자거래 위법으로 의심을 살만한 사안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렴청정과 사외이사의 전횡

나라은행은 지난 23일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의 새 이사장에 박기서 사외이사(78), 부이사장에 스티븐 브로이디 사외이사를 각각 선출했다. 이사장과 신설 부이사장을 모두 사외이사로 선출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박 이사장과 브로이디 부이사장은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을 거쳐 공식화된다. 이로서 박 신임 이사장은 지난 15일자로 전격 사임한 이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나라뱅콥지주사 이사회를 대표하게 된다.
전격 사퇴한 이 전 이사장은 은행의 구조조정이 잘 되어 걱정이 없다고 밝혔지만 신임 박 이사장은 “더블딥 우려가 나오는 등 경제상황이 불확실하다.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대조를 보였다. 실제 은행 사정이 낙관적이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지난 1월 나라은행에 오랜 기간 재직한 비한인 사외이사가 사임했다. 포브스닷컴에 따르면 스테이스 전 이사는 지난 2008년에 나라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이사회비 및 스톡옵션 등으로 총 23만8459달러를 수령했다. 사외이사가 엄청난 보수를 받았다는 증거다.
지난 2007년 나라은행은 벤자민 홍 전행장과의 법정소송에서 패하면서 책임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당시 이종문 이사장이 느닷없이 사외이사 2명을 보강했다.
이 전 이사장은 갑자기 2명의 사외이사를 영입해 당시 당연직 이사인 민 김 행장까지 9명의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를 두고 한인금융권에서는 ‘이종문 이사장이 자신의 세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 영입한 2명의 사외이사 중 빌딩 메인테인 비즈니스로 한인사회에서 재력가로 잘 알려진 스티브 황 이사는 은행 전문성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지만 이종문 이사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이 이사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영입했다는 해석이다. 이사회 중심에는 항상 이종문 전 이사장이 있다.
한인 은행권에서는 나라은행의 박기서 사외 이사 등에 대해 “현재 나라은행 이사회는 투자도 하지 않은 사외 이사들이 이사라는 직책으로 좌지우지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2009년) 나라은행 측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들은 평균 연 5만6,000달러 정도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신임 이사장이 된 박기서 사외이사는 연 5만9,830달러를 받았다.
현재 나라은행은 이종문 전 이사장의 전격사퇴로 7명의 이사로 이사회가 구성되고 있지만 이중 사외이사가 4명을 차지해 절대과반을 이뤘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사외이사가 결정할 수 있다. 은행에는 투자도 하지 않은 사외이사들이 은행 경영에 막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 전 이사장이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외이사들에게 전권을 부임하고 은행을 원격 조종하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종문 전 이사장의 전격사퇴 직후 토마스 정 전 나라은행 이사장이 나라은행 이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 2008년 5월 20일 당시 이종문 이사장을 포함해 박기서?백제선?존박?스캇황?김용환?하워드 구드?제임스 스테이스?테리슈와코프 등 당시 이사진과 민 김?양호 전 행장 등 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사건번호 BC391222)을 제기했다.
정 전 이사장은 2005년 벤자민 홍 전 행장 보너스 문제로 이사회가 부당 회계처리에 따른 파동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50만 달러 보상을 요구했다. 정 전 이사장은 2002년 홍 전 행장 보너스 지급 문제 등 이익배당금의 회계오류가 불거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2005년 3월 홍 전 행장과 함께 불명예 퇴진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당시 이사들은 정 전 이사장에게 “이사장직에서 사임하게 되면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일단 불을 끈 다음 6개월 후 다시 모시겠다” 호소, 정 전 이사장은 자신의 명예보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용퇴했다. 그러나 이종문 전 이사장이나 이사들은 그 후 세월이 지나가도 정 전 이사장에게 어떤 예우도 하지 않았다.
그 후 나라은행 측은 홍 전 행장 보너스 문제 수정으로 2002년도까지 소급해 회계수정에 나섰고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등 5500만 달러 손해를 봤다며 홍 전 행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중재재판을 통해 2007년 8월 법원은 나라은행 측의 회계수정이 애초부터 필요치 않았다고 판결해 홍 전 행장의 손을 들어줬다.
정 전 이사장을 퇴진시킬 때 “6개월 후에 다시 모시겠다”는 약속을 공염불로 만든 이사진들은 홍 전 행장과의 소송 패소 결과를 받아 들고도 정 전 이사장에게 도의적인 사과도 표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 전이사장의 주위에서는 “이제 직접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권유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항을 감지한 이종문 전 이사장은 정 전이사장에게 수차례 “조금만 기다리면 조치하겠다”고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이를 진실로 받아들인 정 전이사장은 지금까지 주위의 권유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8년 당시 이종문 이사장이 전격적으로 2명의 사외 이사를 영입해 9명의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발표는 사태를 점점 악화일로로 몰았다. 9명의 이사진 구성은 한인은행 이사진 구성 여건으로 볼 때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이사 영입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 전 이사장의 이사복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종문 이사장의 답변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한 금융계 인사는 이번 사태를 빗대어 “이종문 이사장이 원격조종으로 정 전이사장의 복귀 희망에 비수를 꽂은 격”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판국에서 더 이상 ‘기다림’이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정 전 이사장도 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인은행 이사회의 기능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 확실한 가르침이 필요했던 것.
정 전 이사장의 2008년 소송의 의미는 나라은행 측이 2005년 회계보고 늦장처리로 주가폭락 등 일련의 사태가 전적으로 당시의 이사회가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또한 5500만 달러의 손실은 홍 전행장이나 정 전이사장의 책임이 아니라 바로 현재의 나라은행 이종문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의 책임이라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지 않았던 홍 전행장의 보너스 요구 문제가 복잡하게 된 계기는 2005년 당시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장을 맡았던 백제선 이사가 홍 전 행장과의 ‘보너스계약서’(2002년 10월10일)가 ‘주가조작혐의’의 증거가 될지 모른다는 의혹을 지니고 은행 법률 팀에게 심사를 지시했던 것이다.
큰 건을 잡은 변호팀들은 회계사들과 영합해 사건을 눈덩이처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주가조작혐의’는 재판에서 무혐의로 결정되는 바람에 머쓱해진 나라은행 이사들은 서로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나 LA수피리얼법원의 칼 웨스트 판사는 지난 21일 정 전 이사장이 나라은행 지주사인 나라뱅콥과 이종문 전 이사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사회가 회계처리 문제를 두고 법률 팀과 회계 팀에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는데, 정 전 이사장 측의 변호사는 법원이 증거채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배심원 재판으로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나라은행 이사들은 증거물에 대해 디포지션에서 ‘잘 모른다’ 는 등의 답변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이사장은 현재 추석 성묘 차 한국을 여행 중이며,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뜻을 지니고 여러 방편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는 60일 내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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