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 에리카 김 수상한 검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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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에리카 김의 한국행은 준비된 시나리오였음이 드러났다. BBK 사건 핵심인물로 2007년 대선 당시 “BBK는 이명박 후보의 소유이며 모든 지시는 그가 했다”고 악다구니를 쓰던 에리카 김이 느닷없이 귀국해 “모든 것은 거짓말이며 BBK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라고 말을 뒤집었다. 결국 김씨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라는 면죄부를 받아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검찰은 김씨의 321억 원 규모 횡령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동생인 김경준씨가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서 세간의 떠돌고 있는 김씨의 ‘기획입국’ ‘사전조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씨에 대한 기소유예 결정에 야당은 물론 BBK 사건을 예의주시하던 국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청와대 차원의 재가없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한마디로 어설픈 시나리오였다. 대본도 그렇고 주연도, 조연들도 모두 삼류 일색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 중심에서 “BBK-eLK-옵셔널캐피탈 등의 회사는 이명박 씨의 소유이며 지시를 내렸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그녀가 돌연 귀국해 “이명박 대통령은 BBK의 실소유주가 아니며 거짓으로 꾸며댄 것이다”라고 말을 뒤집었다.


기소유예 결정 ‘윗선’ 개입 의혹


검찰은 정확히 3주 만에 에리카 김씨의 혐의에 대해 죄는 인정되지만 가담 정도가 미미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동생 김경준씨가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라는 점을 감안, 에리카 김씨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결국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이명박 당시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지난 수사 결과를 재확인함으로써 이른바 BBK 사건은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BBK 사건 관련 피고인인 에리카 김씨가 기소유예를 받음에 따라 사실 상 BBK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차기정권에 공이 넘어간 것이다.
이번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동렬 부장은 2008년 BBK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최재경-김홍일’ 직계 라인으로 통한다.
에리카 김씨는 지난달 25일 입국 전 K변호사가 소속된 유명 로펌을 통해 수사재개를 신청하고 입국했다. K변호사는 전 검찰간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MB정권 실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씨가 지난 25일 인천공항에 입국할 당시 K변호사가 만약의 상황을 염려해 직접 공항에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BBK 사건으로 기소 중지되어 있던 김씨는 처음 검찰에 출두할 당시 K변호사를 대동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K변호사가 수시로 김씨를 수사하는 특수1부 수사검사실까지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법조계 주변에서는 K변호사를 둘러 싼 정권 배후설이 나돌았다.
여기에 김씨가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결정을 받자 법조계에서는 K변호사의 영향력 뿐만 아니라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윗선개입’ 없이 검찰이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차기 검찰총장을 노리는 한상대 서울지검장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8년 BBK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모두 MB 정권아래 요직을 독식하고 있고 앞으로 2년이나 남은 현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을 낙선시키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에리카 김씨 남매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기소유예 결정을 한 만큼 ‘관대한’ 정권이라는데 국민적 반발이 거세다.
온갖 저주의 악담과 험담을 퍼 부으며 이 대통령을 ‘짠돌이, 구두쇠, 거짓말쟁이, 사기꾼’ 등으로 몰았던 에리카 김에게 면죄부를 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MB-에리카 김 두 사람에 대한 부적절한 소문은 둘째 치고 이번 그의 한국행과 기소유예 배경은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짜 맞추기 수사


이번 검찰의 BBK수사를 보면 윗선의 하명수사라는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예상대로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선거법 위반)와 옵셔널 벤쳐스 주작조작에 모두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씨는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이 후보가 BBK 주식 100%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허위 이면계약서를 언론에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 현지에서 저지른 다른 범죄로 3년6개월 간 가택연금 처분을 받아 귀국이 이뤄지지 않아 2009년 6월 공소시효 기간을 넘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윤갑근 3차장 검사는 “지난달 가택연금이 끝난 김씨가 국내에 들어와 검찰 조사에서 ‘동생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고, 대선 정국에서 의혹을 폭로하면 동생의 수사·재판에서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잘못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지만 결국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옵셔널벤처스 법인 자금 횡령에 대해서 회사 자금 319억 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가담한 사실을 밝히고 횡령액 중 40억 원으로 미국 베벌리힐스에 주택을 구입한 것을 비롯해 50억 원가량을 김씨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지만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동생 경준씨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11년6개월을 복역하는 점, 미국 현지 소송에서 패소해 배상책임 금액 대부분이 압류된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발표는 어딘가 수상하다. 검찰은 그동안 가택연금 중이던 에리카 김씨에 대해 미국 사법 당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조사 과정에서 “BBK 문건이 허위란 것을 알았다”는 김씨의 자백을 받고도 공소시효 만료에 묶여 기소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실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더라도 기존 사례로 볼 때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김씨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지만 만료 전에 입국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동생 김경준씨와의 대질신문에서 에리카 김씨는 “동생이 혼자 주도했다”고 떠넘기고 김경준씨는 “혼자 다 했다”고 뒤집어쓰는 짜 맞추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평이 조사관들 입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특검 재개 가능성







민주당은 지난 21일 BBK 의혹과 관련, 검찰이 에리카 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데 대해 “BBK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해진 수순의 기획수사라는 설이 결국 사실로 판명됐다”고 비판하며 기획수사 의혹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김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관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한 줌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던 법무부 장관의 호언장담이 결국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다”는 논평을 내고 “이번 정권이 안 되면 차기 정권에서라도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 낼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또 “이명박 정권과 검찰이 다가오는 정권 말기의 레임덕을 눈속임용의 적당한 수사로 넘어가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민주당은 검찰이 적당히 눈감고 넘어간 BBK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반드시 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김경준씨가 올해 8.15 광복절이나 크리스마스 경 특사로 풀려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하지만 검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에리카 김씨는 기소유예 처분과 함께 다음 주 초 LA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구속 수감 중인 동생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스와의 소송이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옵셔널 벤쳐스 소송에서 패소한 남매는 다스와의 소송에서 또 패하면 그야말로 쪽박신세가 된다. 에리카 김은 변호사 라이센스를 받기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분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김씨는 쉰을 바라보는 중년의 여인이다. 과거 앳된 그녀의 얼굴과 이번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찍힌 그녀의 사진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LA 사람들의 말이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미모의 여성 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던 그가 어쩌다 기구한 운명을 맞았는지 동정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에게 놀아나 한탕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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