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롯데 신양순 미주 법인장’ 1,100만불 횡령사건’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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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다운타운에 위치한 롯데상사 미주법인 LA사무소

롯데그룹 본사는 미주법인장의 공금횡령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롯데상사·롯데주류의 미주법인장인 신양순 씨가 거액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번 공금횡령사건은 남가주 대형 한인유통업체인‘프레시아마켓’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한인사회와 한인 식품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롯데는 신 법인장이 거액의 회사 공금을 몰래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자체 감사팀을 미국 현지에 파견해 고강도 내사를 벌였다. 내사 결과 횡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롯데는 지난달 15일자로 신 법인장을 직무 정지시켰다.


또 그룹은 신 법인장이 직권을 남용해 1100만 달러 이상의 회사 공금을 횡령했으며 사기, 업무상 과실 등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데에 대해 지난달 22일 LA카운티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는 롯데상사와 롯데주류를 대표하는 미주법인장의 공금유용 사건의 전모와 그 안에 숨겨진 ‘진실과 의혹’을 파헤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 롯데상사 신양순 미주법인장

지난 4월 22일 롯데가 LA카운티 법원에 접수한 소장에 따르면 신 씨는 1,1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렸다.


롯데의 사업과 관련 없는 용도를 위해 직권 남용해 거래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의 지급보증을 세워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에 공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 롯데의 주장이다.


롯데 측은 “신 씨는 남가주에서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푸드 인터내셔널’(대표 스티브 박, 이하 스타푸드)가 2010년 1월 파산보호(챕터11·채무잠정유보)를 신청하자 ‘납품 미수금 120만 달러를 날리지 않으려면 스타푸드가 프레시아 마켓을 계속 운영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의 커버스토리를 만들어 롯데의 한국외환은행이 지급보증하는 방식으로 총 1,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임의로 빼돌려 유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소장에서 밝히고 있는 신 씨의 공금 횡령과 사기 혐의 전모를 상세히 들여다보자.



공금 빼내 프레시아 마켓에 투입


토랜스, 어바인 터스틴, 가든 그로브 등 총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운영하고 ‘스타푸드 인터내셔널(대표 스티브 박, 한국명 박석환)은 2009년 후반 무렵부터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2009년 11월부터는 시온마켓에 위탁 경영돼 왔다.


하지만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자 2010년 1월 5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해 회생절차를 밟았으며 가든 그로브 점은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되었다.


2009년 후반까지 롯데가 스타푸드로부터 납품 대금을 회수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신 법인장은 직접 스타푸드 박 대표에게 롯데의 제품을 신용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계약을 체결해주었다. 2009년 말까지 스타푸드는 롯데에 납품 대금 120만 달러의 빚을 진 상태였다.


2010년 1월 5일 스타푸드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에도 신 씨는 한국외환은행의 지급보증서(SBLC)를 통해 2010년 3월 31일 리앤브라더스 인터내셔널(Lee and Brothers International,dba LSP, 이하 LSP)이라는 회사의 태평양은행 계좌에 300만 달러의 신용여신한도(LOC)를 제공했다.


취재에 따르면 신 씨가 요청한 지급보증서는 한국외환은행 뉴욕 지점에서 발급해 준 것으로 밝혀졌으며, 신 씨가 지급보증을 요청한 이유는 거래처인 프레시아 마켓에 대금 회수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모펀드사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뉴욕, LA, 시애틀 지점은 각각 폐쇄했고, 뉴욕과 LA지점은 각각 ‘KEB NY’, ‘KEB LA’라는 이름으로 ‘프라이빗 파이낸싱 컴퍼니’를 설립해 운영되고 있다.


지급보증서(SBLC)는 해당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대신해서 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이를 담보로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본사가 있는 해외법인의 경우 한국 본사에서 자금을 직접 보내주는 대신 거래은행을 통해 지급보증서를 발급, 이를 담보로 로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 스티브 박 프레시아 마켓 대표

460만 달러 프레시아로 송금


‘LSP’는 지난 2009년 7월 스타푸드의 스티브 박 대표가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첫 번째 LOC로 마련된 돈은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 첫 번째 LOC로 마련된 300만 달러는 신 씨가 롯데의 사업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된 자금이라고 보고 있다.


신 씨는 “지급보증을 위해 만든 신용장은 스타푸드가 사업을 연장하고 롯데가 납품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롯데는 “신용장은 완전한 허위이며, 3백만 달러를 신 씨가 착복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씨는 300만 달러를 LSP에 제공하기 일주일 전인 2010년 3월 25일 자신이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 재정책임이사(CFO)로 등록된 ‘프레시아 세일즈’(이하 프레시아)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신 씨는 프레시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롯데에 알리지 않았고, 이 같은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


또 신 씨는 2010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460만 달러의 공금을 롯데의 거래은행인 우리미주은행의 롯데계좌에서 본인이 CEO로 있는 프레시아로 송금했다.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120만 달러까지 총 460만 달러의 돈을 7차례에 걸쳐 분할 해 프레시아로 송금한 것이다. 이는 롯데가 우리아메리카 은행의 송금 신청서를 입수해 소장에 근거자료로 명시했다.


2010년 11월 10일 신 씨는 한국외환은행에 두 번째 지급보증서(SBLC)를 요청해 중앙은행의 ‘프레시아’ 계좌에 350만 달러의 신용여신한도(LOC)를 제공했다. 롯데는 이 상황에 대해 “롯데의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롯데의 자금을 유용하도록 하는 계획의 일부”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세 회사 통폐합, 자금 은닉


롯데는 조사 과정에서 신 씨가 ‘스타푸드’와 ‘프레시아’로 자금을 이체한 것뿐만 아니라 신 씨가 롯데의 자금을 스티브 박에게 정기적으로 만 불 씩 지급하는 등 무제한으로 다른 사람에게 지급되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롯데는 또 신 씨가 2010년 4월 22일 전에 스타푸드 박 대표가 오너로 있는 ‘LSP’의 지분을 인수받고 그 회사의 이사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롯데는 LSP가 스타푸드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LSP가 제공한 관리시스템을 스타푸드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커넥션을 바탕으로 롯데는 스타푸드를 통해 자금을 전횡하기 위한 신 씨의 계획과 LSP라는 회사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0년 9월 1일 신 씨는 스타푸드와 LSP, 프레시아 등 세 회사를 다시 통폐합해 진행해 오던 사기의 결실을 얻고자 세 회사의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세 회사의 주주총회는 오후 2시에 시작돼 불과 30여분 만에 ‘초스피드’로 마무리되었다.


LA 한인타운 내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뤄진 세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신 씨는 자신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형태로 설립된 ‘프레시아’가 LSP의 모든 자산을 350만 달러에 사들였고, LSP는 해산시켰다. 또 스타푸드의 지분 100%를 단돈 ‘1달러’에 매입하는 결정을 이끌었다.


이 같은 주주들의 모임과 해산, 매입은 모두 신 씨와 스티브 박에 의해 사인되었으며 집행되었다. 불과 30여분 만에 이뤄진 세 회사의 통폐합이었다.


롯데는 “이 같은 회사 통폐합 작업은 신 씨와 관련 일당이 사기 행위에 따른 이익과 혜택을 은닉하고, 과실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킥백’ 수법으로 공금 착복


이밖에도 롯데는 신 씨가 거래처들에게 납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도록 한 뒤 그 초과금액을 본인이 되돌려 받는 ‘킥백(Kick back)’ 수법으로 공금을 착복하였으며 그 금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청난 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롯데는 소장에서 “롯데로부터 횡령한 자금은 LSP와 프레시아의 소유권 등을 통해 분배되어왔으며, 착복한 돈으로 신 씨 개인 명의로 LA에 콘도미니엄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3월 롯데는 이 같은 횡령 정황을 인지하고 자체 감사팀을 미국에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기간 동안 신 씨의 부정 행각이 속속 드러나자 롯데는 신 씨의 미주 법인장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4월 22일 그를 상대로 공금 횡령과 사기 등의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신 씨는 지난 2001년 롯데상사 미주법인에 파견된 이후 지난 2009년 롯데주류의 미주시장 진입 업무까지 총괄하며 현지 법인대표를 맡아왔다. 미국 식음료ㆍ주류 시장에서 단기간에 롯데 제품의 점유율을 확대한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양순 미주법인장 공금횡령 사건 미스터리 <쟁점 4>



신양순 롯데상사 미주법인장이 공금 횡령 혐의로 롯데 측에 고소당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남과 동시에 많은 의문점도 낳고 있다. 거의 ‘미스터리 극장’ 수준일 정도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기업 롯데가 주요 계열사 미주법인대표의 무단 지급보증이 이뤄지도록 내부 관리감독 시스템이 허술한가에 대한 점, 신 씨의 횡령금액이 과다 추산된 점, 또 롯데가 왜 신 씨를 해고하지 않고 직무정지 처분을 결정했으며,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대처한 이유, 마지막으로 거액의 횡령자금의 실체와 향방 등이다.



1. 두 차례 지급 보증, 롯데 본사 몰랐나?



먼저, 관련업계에선 신법인장이 롯데 본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1,1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어떻게 전용할 수 있었는지에 의혹을 표하고 있다.


롯데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신용장을 개설한 만큼 본사도 신 법인장의 대출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식품기업의 다른 미주법인 대표자에 따르면 “현지 법인장의 지급보증 권한은 본사 재무팀의 확인 결재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며, 그럼에도 한국 재계 서열 5위의 대그룹 롯데가 수백만 달러의 횡령사건을 겪을 정도로 허술한 관리 감독 체계를 가졌다는 사실에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2. 횡령금액 ‘과다 추산’, 롯데 왜 부풀렸나?



또 롯데 측은 신 씨가 1,100만 달러 이상의 회사 공금을 빼돌렸다고 하지만 피해금액의 상당 규모는 회사로 되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환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빼낸 650만 달러(태평양은행 300만 달러, 중앙은행 350만 달러)와 미주법인의 우리미주은행 계좌에서 신 씨가 설립한 ‘프레시아 세일즈’로 송금한 460만 달러를 근거로 롯데는 1,100만 달러 이상으로 피해금액의 규모를 추산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태평양은행이 LOC로 제공한 300만 달러는 상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분할 송금된 460만 달러는 빼돌린 게 아니라 프레시아 마켓 운영을 위해 물품대금이 필요할 때마다 신 씨가 이자를 받고 회사 대 회사 차원에서 빌려주었으며 그때마다 이자를 붙여서 되갚은 게 상당액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따라서 그 460만 달러 가운데 상당액은 손실 총액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씨가 ‘불운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스티브 박 대표도 본지를 통해 “롯데 측으로부터 받은 돈은 대부분 다시 롯데에 갚았으며, 모든 근거 자료를 제시할 수 있으며, ‘킥백 사건’ 또한 롯데와 오해를 풀었다”며 “본인과 관련된 피해 금액이 상당히 부풀려 졌다”고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3. 왜 형사소송 아닌 민사소송 선택했나?



또 다른 의문은 롯데가 1,1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이 횡령된 사건을 형사소송을 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미주법인장과 모종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소장의 내용을 보면 롯데는 신 씨가 현재 LA의 모처에 있으며, 신 씨와 수시로 연락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 또한 “내가 그랬다면 이미 감옥에 있었지 어떻게 다닐 수 있겠냐?”며 “롯데 측과 많은 얘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의 신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지금은 응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현재 신 씨는 언론의 노출을 피하며 롯데와 모종의 타협을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신 씨가 모종의 타협과 합의를 끌어낼 경우 비상한 관심을 끈 이번 사건은 ‘집안일’로 덮어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가 거액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신 씨를 형사고발이 아닌 민사소송한 것도 뭔가 타협의 여지를 갖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4. 의혹투성이 거액의 횡령자금은 어디로?



거액의 횡령사건이 터진 만큼 롯데상사의 미주법인이 그동안 세금보고를 어떻게 했는지도 관심사다. 롯데의 주장처럼 신 법인장이 1,1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용했다면 거액의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도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여러 가지 미스터리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롯데상사 미주법인장의 공금 횡령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이며 파헤치는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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