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본사는 미주법인장의 공금횡령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롯데상사·롯데주류의 미주법인장인 신양순 씨가 거액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번 공금횡령사건은 남가주 대형 한인유통업체인‘프레시아마켓’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한인사회와 한인 식품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롯데는 신 법인장이 거액의 회사 공금을 몰래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자체 감사팀을 미국 현지에 파견해 고강도 내사를 벌였다. 내사 결과 횡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롯데는 지난달 15일자로 신 법인장을 직무 정지시켰다. 또 그룹은 신 법인장이 직권을 남용해 1100만 달러 이상의 회사 공금을 횡령했으며 사기, 업무상 과실 등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데에 대해 지난달 22일 LA카운티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는 롯데상사와 롯데주류를 대표하는 미주법인장의 공금유용 사건의 전모와 그 안에 숨겨진 ‘진실과 의혹’을 파헤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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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롯데가 LA카운티 법원에 접수한 소장에 따르면 신 씨는 1,1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렸다. 롯데의 사업과 관련 없는 용도를 위해 직권 남용해 거래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의 지급보증을 세워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에 공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 롯데의 주장이다. 롯데 측은 “신 씨는 남가주에서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푸드 인터내셔널’(대표 스티브 박, 이하 스타푸드)가 2010년 1월 파산보호(챕터11·채무잠정유보)를 신청하자 ‘납품 미수금 120만 달러를 날리지 않으려면 스타푸드가 프레시아 마켓을 계속 운영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의 커버스토리를 만들어 롯데의 한국외환은행이 지급보증하는 방식으로 총 1,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임의로 빼돌려 유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소장에서 밝히고 있는 신 씨의 공금 횡령과 사기 혐의 전모를 상세히 들여다보자.
공금 빼내 프레시아 마켓에 투입 토랜스, 어바인 터스틴, 가든 그로브 등 총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운영하고 ‘스타푸드 인터내셔널(대표 스티브 박, 한국명 박석환)은 2009년 후반 무렵부터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2009년 11월부터는 시온마켓에 위탁 경영돼 왔다. 하지만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자 2010년 1월 5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해 회생절차를 밟았으며 가든 그로브 점은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되었다. 2009년 후반까지 롯데가 스타푸드로부터 납품 대금을 회수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신 법인장은 직접 스타푸드 박 대표에게 롯데의 제품을 신용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계약을 체결해주었다. 2009년 말까지 스타푸드는 롯데에 납품 대금 120만 달러의 빚을 진 상태였다. 2010년 1월 5일 스타푸드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에도 신 씨는 한국외환은행의 지급보증서(SBLC)를 통해 2010년 3월 31일 리앤브라더스 인터내셔널(Lee and Brothers International,dba LSP, 이하 LSP)이라는 회사의 태평양은행 계좌에 300만 달러의 신용여신한도(LOC)를 제공했다. 취재에 따르면 신 씨가 요청한 지급보증서는 한국외환은행 뉴욕 지점에서 발급해 준 것으로 밝혀졌으며, 신 씨가 지급보증을 요청한 이유는 거래처인 프레시아 마켓에 대금 회수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모펀드사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뉴욕, LA, 시애틀 지점은 각각 폐쇄했고, 뉴욕과 LA지점은 각각 ‘KEB NY’, ‘KEB LA’라는 이름으로 ‘프라이빗 파이낸싱 컴퍼니’를 설립해 운영되고 있다. 지급보증서(SBLC)는 해당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대신해서 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이를 담보로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본사가 있는 해외법인의 경우 한국 본사에서 자금을 직접 보내주는 대신 거래은행을 통해 지급보증서를 발급, 이를 담보로 로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
460만 달러 프레시아로 송금 ‘LSP’는 지난 2009년 7월 스타푸드의 스티브 박 대표가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첫 번째 LOC로 마련된 돈은 3개의 프레시아 마켓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 첫 번째 LOC로 마련된 300만 달러는 신 씨가 롯데의 사업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된 자금이라고 보고 있다. 신 씨는 “지급보증을 위해 만든 신용장은 스타푸드가 사업을 연장하고 롯데가 납품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롯데는 “신용장은 완전한 허위이며, 3백만 달러를 신 씨가 착복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씨는 300만 달러를 LSP에 제공하기 일주일 전인 2010년 3월 25일 자신이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 재정책임이사(CFO)로 등록된 ‘프레시아 세일즈’(이하 프레시아)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신 씨는 프레시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롯데에 알리지 않았고, 이 같은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 또 신 씨는 2010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460만 달러의 공금을 롯데의 거래은행인 우리미주은행의 롯데계좌에서 본인이 CEO로 있는 프레시아로 송금했다.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120만 달러까지 총 460만 달러의 돈을 7차례에 걸쳐 분할 해 프레시아로 송금한 것이다. 이는 롯데가 우리아메리카 은행의 송금 신청서를 입수해 소장에 근거자료로 명시했다. 2010년 11월 10일 신 씨는 한국외환은행에 두 번째 지급보증서(SBLC)를 요청해 중앙은행의 ‘프레시아’ 계좌에 350만 달러의 신용여신한도(LOC)를 제공했다. 롯데는 이 상황에 대해 “롯데의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롯데의 자금을 유용하도록 하는 계획의 일부”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세 회사 통폐합, 자금 은닉 롯데는 조사 과정에서 신 씨가 ‘스타푸드’와 ‘프레시아’로 자금을 이체한 것뿐만 아니라 신 씨가 롯데의 자금을 스티브 박에게 정기적으로 만 불 씩 지급하는 등 무제한으로 다른 사람에게 지급되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롯데는 또 신 씨가 2010년 4월 22일 전에 스타푸드 박 대표가 오너로 있는 ‘LSP’의 지분을 인수받고 그 회사의 이사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롯데는 LSP가 스타푸드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LSP가 제공한 관리시스템을 스타푸드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커넥션을 바탕으로 롯데는 스타푸드를 통해 자금을 전횡하기 위한 신 씨의 계획과 LSP라는 회사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0년 9월 1일 신 씨는 스타푸드와 LSP, 프레시아 등 세 회사를 다시 통폐합해 진행해 오던 사기의 결실을 얻고자 세 회사의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세 회사의 주주총회는 오후 2시에 시작돼 불과 30여분 만에 ‘초스피드’로 마무리되었다. LA 한인타운 내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뤄진 세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신 씨는 자신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형태로 설립된 ‘프레시아’가 LSP의 모든 자산을 350만 달러에 사들였고, LSP는 해산시켰다. 또 스타푸드의 지분 100%를 단돈 ‘1달러’에 매입하는 결정을 이끌었다. 이 같은 주주들의 모임과 해산, 매입은 모두 신 씨와 스티브 박에 의해 사인되었으며 집행되었다. 불과 30여분 만에 이뤄진 세 회사의 통폐합이었다. 롯데는 “이 같은 회사 통폐합 작업은 신 씨와 관련 일당이 사기 행위에 따른 이익과 혜택을 은닉하고, 과실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
‘킥백’ 수법으로 공금 착복 이밖에도 롯데는 신 씨가 거래처들에게 납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도록 한 뒤 그 초과금액을 본인이 되돌려 받는 ‘킥백(Kick back)’ 수법으로 공금을 착복하였으며 그 금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청난 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롯데는 소장에서 “롯데로부터 횡령한 자금은 LSP와 프레시아의 소유권 등을 통해 분배되어왔으며, 착복한 돈으로 신 씨 개인 명의로 LA에 콘도미니엄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3월 롯데는 이 같은 횡령 정황을 인지하고 자체 감사팀을 미국에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기간 동안 신 씨의 부정 행각이 속속 드러나자 롯데는 신 씨의 미주 법인장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4월 22일 그를 상대로 공금 횡령과 사기 등의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신 씨는 지난 2001년 롯데상사 미주법인에 파견된 이후 지난 2009년 롯데주류의 미주시장 진입 업무까지 총괄하며 현지 법인대표를 맡아왔다. 미국 식음료ㆍ주류 시장에서 단기간에 롯데 제품의 점유율을 확대한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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