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사회, ‘짝퉁’ 이력·학력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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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인‘가짜 풍조’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재외국민총연합회(회장 유영)의‘대통령 축사 무단사용’사건을 비롯해 미군 계급장 무단사용 건까지 불거져 망신을 사고 있다.
일반인들의 허위학력·경력 논란을 포함해 대학 입학을 위해 중·고등학생들까지 LA한인 봉사단체에서 과외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만드는 등 가짜풍조가 만연하다.
한 예로 현재 한인타운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단체장, 성직자, 전문인 중에도 박사, 회장, 이사장 등의 직함을 달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대학의 명칭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명문대학의 이름을 도용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과거 학력이나 경력을 검증할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를 악용해 타운을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는 한국정부가 적절한 검증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으로 알려져 이 같은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 40년 동안 LA한인사회에서 한인회장을 포함해 각종 단체장 선거에서 보면 후보자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따른 가짜 소동이 흔하다. 이달 말 실시되는 미주한인총연합회 회장선거 역시 김재권 후보와 유진철 후보 모두 허위 학력과 경력 시비(본지 784호 참조)가 불거졌다.
최근 논란이 된 재외국민총연합회 유영 회장은 창립대회에서 배포된 팜플렛에 자신의 학력을 소개하면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제학 석사라고 기재했으나 정작 학사 경력은 소개하지 않아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현재 분쟁 중인 한인동포재단의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는 김영씨에 대해서도 신분 문제등 각종 의혹이 있다 라는 진정서가 각 언론사에 배포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계가 가짜 박사 으뜸


LA한인타운에서 “박사”라고 명함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어느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는지 검증할 자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필리핀에서 받았다고 하지만 정확한 대학교의 명칭이나 소재지가 불분명해 확인할 길이 없다.
이들 중에는 과거 소련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구소련 위성국가에서 받았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R씨는 구소련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교수까지 했다고 했지만 대학교의 명칭 철자조차 불분명해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어떤 인사는 ‘학회 회장’이라고 명함에 찍혀있는데, ‘xx국제정치학회’나 ‘xx세계경제연구학회’ 등등으로 그럴듯한 학회 명칭을 지니고 있지만 학회 소재지나 임원 등을 문의하면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인타운에서 많은 성직자들 중에도 신빙할 수 없는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케이스가 허다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0년에 발각된 LA소재 국제개혁신학교에서 일어난 소위28명의 목회학 신학박사 가짜학위 소동은 성직자들이 얼마나 학위에 연연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국제개혁신학교는 그간 안팎으로 목회학 박사 학위 수여를 홍보해왔다.
이들은 수년 전 미주한국일보를 통해 학위 수여식을 광고하면서 “미연방 정부 교육부 ABHE의 인준을 받아 정식 학위를 수여한다”는 문구와 함께 졸업생 명단까지 수록했다. 또 한국의 일간지에는 “ABHE 학위 승인 대학”이라는 문구와 함께 목회학 박사 학위 지원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수시로 올리기도 했었다.
미주 지역은 한국보다 학력위조가 더 쉽다. 과거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직접적인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학력과 경력 세탁이 더 쉬울 수 있다. 그래서 타운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 중에 한국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한인사회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인사들의 학력에 대해 의문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 적이 있었다. 학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사기나 폭력 등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단체의 중심에 선 적도 있었다.
모 인사는 단체의 핵심멤버로 수년간 활동해 왔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었으나 본국에서 확인된 그 인사의 범죄 전과기록은 사기와 폭력으로 화려했다. 또한 대학을 나왔다는 학력도 물론 가짜였다. 그는 가끔 한인타운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으나 아무도 이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짜 일색 LA한인사회


학력위조나 경력위조는 나이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미주 한인사회는 스탠포드 ‘가짜 대학생’ 사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오렌지카운티 플러튼 지역에 사는 18세의 한인 김 모 양이 스탠포드 재학생 행세를 무려 8개월 동안이나 하다가 적발돼 한인들의 ‘학력 지상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 양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업을 들었고 심지어 ROTC 훈련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숙사 열쇠가 없어 창문을 통해 출입하던 김 양은 결국 기숙사 위치를 다르게 말한 것이 들통나 엽기 행각의 막을 내리게 됐다.
가짜풍조는 학력이나 경력뿐만 아니라 일반단체 활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짜 한인회’ ‘가짜 상공회의소’ 등이 대표적이었다.
지난 1981년 당시 신군부 실세인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총영사관은 ‘대통령 초청 교민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한 단체장 명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총영사관 관계자는 “단체 등록서류를 가져 오라고 하니 300여명의 단체장이 등록을 했다”면서 “몇 년을 두고 단체 현황 파악이 안됐는데 2~3일 만에 단체실태조사서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단체 서류 중 대부분이 확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외곽 지지조직으로 알려진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회장 이영수)의 후신으로 급조된 ‘한국의 힘’(뉴코리아파워)이란 조직을 주도했던 미주지부장 김준식 씨의 이상야릇한 LA행각이 최근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국실련’과 ‘한국의 힘’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같은 조직체의 감투에 욕심이 난 이곳동포들도 모여들었다가 창피만 당했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김 씨가 LA 등 미주 지역에 나타나 내년 참정권을 미끼로 새 조직 구성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조직은 이미 LA와 뉴욕 등지에서 신빙할 수 없는 조직체로 검증된 바 있는데도 감투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짝퉁 이력서 교수행세까지


한인뿐만 아니라 학력위조와 경력위조는 미국에서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미국에서 가짜 학위를 취득한 고객의 실명이 공개됨에 따라 한인 커뮤니티 뿐 아니라 미국에도 파장이 일어났었다.
공개된 고객명단에는 연방 직원만 350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고위직도 포함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보부(CIA) 요원, 변호사, 학자들도 가짜 학위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졌다.
특히 그 명단을 보면 가짜 학위를 구입한 한인은 59명에 달했다. 이중 미 시민권자 한인은 31명이고 나머지 28명은 미 영주권자와 한국 국적자였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의 가짜학위로 한국내 근무지에서 자신의 승진을 위한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시 한국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가짜 예일대 박사 학위를 구입한 것이 밝혀진 후 학위 및 자격증 위조사범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바 있다. 당시 대검찰청은 단속으로 215명을 적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사 결과를 통해 취업을 위해 학력을 속이거나 가짜 외국 졸업증명서, 토익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는 ‘짝퉁 증명서’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줘 사회적으로도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대학의 학위 인증을 검증하는 기관인 미국고등교육인정위원회(CHEA, Council for Higher Education Accreditation)에 따르면 매년 10만~20만 개의 가짜 학위증이 미국 내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유령 대학들은 주 정부당국의 단속망에 걸린다 해도 장소와 이름만 바꾸면 상당 기간 사기행각을 계속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도 학위 수여가 가능하다는 법안이 채택된 후 유령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면서 가짜 학위 남발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사건 수사결과 연방항공국(NASA)이나 중앙정보부(CIA) 등 주요 연방정부 및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가짜 학위를 구입해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승진이나 취업을 위해 가짜 학위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연방의회는 가짜 학위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가짜 학위증 거래범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파렴치 사기꾼들이 박사행세


또 다른 케이스를 소개하자면, 대학입학사정을 담당하고 어드미션 매스터즈의 펑키지 샤마 수석 컨설턴트는 그의 컬럼을 통해 미국대학의 위조사례를 밝힌바 있다. 델라웨어 주의 애덤 윌러는 지난 2007년 하버드 대학에 편입하면서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를 만점으로 졸업했고, MIT를 1년간 다녔다고 위조한 서류를 제출했다.
각종 위조 서류로 하버드 대학으로부터 4만 5천 달러의 장학금까지 받아낸 그가 미국 대학생의 최고영예라는 로즈(Rhodes) 장학금과 풀브라이트 (Fulbright) 신청을 했다가 들통이 났다.
윌러는 이미 2005년 메인주 소재 보든 칼리지에 다니다 부정행위로 적발돼 정학 조치를 받은 경력이 있던 학생으로 자신이 SAT 성적으로 1100점을 받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절도와 신분증 위조, 학력 위조, 논문 표절 등 20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미주 지역 등의 가짜박사 등 허위학력 등이 계속 논란이 되자 한국정부는 미국 등 해외에서 받은 학위의 인증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조회·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말부터 미국지역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해외학위 검증 기준·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일단 한국연구재단의 해외학위조회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외학위 검증 강화 방안을 지난1월에 마련했다.
해외학위 검증 강화 방안은 최근 ‘신정아 사건’과 ‘타블로 학력위조 의혹’ 등 해외학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고, 대학이 해외학위에 대한 자체 검증역량을 강화해 정당한 입학자격을 갖춘 학생을 선발토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본국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 사무실은 지난 16일 본보에 전화로 “유영 재외국민총연 회장 취임에 축하를 보낸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형법상 공문서를 위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사문서 위조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다. 미국에서도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사용하면 연방법으로 다루게 되며 일반적으로 5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일반 신분증을 위조해 사용하면 한 건 당 1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 1,000 달러를 병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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