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출발점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때부터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적극적인 대외활동 의지를 피력하고,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다음 달 초 당 차기 지도부가 구성되면 박 전 대표가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은 다음달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여명의 정회원이 참석하는 첫 총회를 연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미래연구원은 총회에서 지난 6개월간 연구한 외교·안보, 거시금융, 재정·복지 등 분야별 성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본격 대권 행보와 발맞춰 그의 발목을 붙잡는 일도 터졌다. 바로 최근 본국을 뒤흔들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얼마 전 구속된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전 회장과 막역한 친구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 박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 전 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 코오롱 이웅렬 회장도 함께 나선 것으로 알려지며 그가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해 현재와 미래 권력에 모두 보험을 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3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의 회동이다. 이날 회동은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사람의 대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발언은 박 전 대표가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꼭 그렇게 힘써 달라”고 답한 부분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이와 같이 이 대통령이 향후 박 전 대표의 적극적 행보에 사실상 동의를 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례적으로 박 전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도 이런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회동이 진행됐다는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로선 그동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정치행보를 자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국정에 협조하면서도 차기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고, 이 대통령은 국정동반자이자 차기 주자로서 박 전 대표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청와대가 회동 시간 등 부수적인 것만 브리핑한 채 회동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맡기며 뒷받침한 데서 보듯 발표 형식에서도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은 점은 돋보인다.
박 전 대표 광폭행보
향후 박 전 대표의 ‘보폭’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당직이나 대북특사 등 구체적 역할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면서도 “당직이 아니더라도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이번 회동이 주로 민생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고, 새 지도부 선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한 내용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사다마’라고 했나. 박 전 대표의 광폭행보와 더불어 그의 발목을 잡는 사건도 터졌다. 바로 최근 정국을 뒤흔드는 저축은행 사태에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