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참석자가 결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
|
|
이렇게 읽어 나간 김준 씨는 그 다음날 4월24일 다시 배무한 선거사무실에 나갔으나 어제 일을 생각하자 더 이상 배 후보 캠프에 나가기 싫어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니 공인으로서 자격과 인품이 전혀 한인회장으로 당선되어서는 안될 인물로 생각이 되었다”면서 “상대후보의 기밀을 훔쳐 오도록 지시한 것은 도둑질 교사죄에 해당되며 도덕과 윤리개념이 썩고 부패한 사람이 LA한인회장에 당선된다면 이민사회가 부패될 수 밖에 없다는 죄의식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번민 속에서 양심고백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는데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김준 씨의 양심고백서에는 글을 적은 날짜를 2012년 5월 4일자로 했으며 자신의 이름과 사인을 했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하기환 한우회장은 “양심선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추진위에서 마련한 결의안 (별첨참조)을 낭독하면서 “당선증을 받은 배무한 후보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면서 “6월 중에 새 후보자를 받아 선거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또 선거를 위해서 “현 한인회는 대표성을 가진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인사들로 새로운 선관위를 즉각 발족 시키라”고 요구했다. 이 결의문에는 현재 선관위가 보관중인 선거기금 잔여금은 새로운 선관위에 전액 이월시키고, 이 기금으로 새로운 한인회장 선거를 치루고 한미동포재단은 31대 한인회장 당선자의 한인회관 사용을 즉각 거부하라는 요구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익현 한미에스크로 회장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선거는 공명정대하게 실시되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가 그렇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밝혔으며, 김영배 목사회장은 “LA한인회 선거는 국내외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면서 “깜짝 놀란 사실은 (선관위가) 신문을 볼 때마다 새로운 걱정거리가 나왔는데 결국 선관위가 즉각 처리한 사실이다”라고 말하고는 “박 후보가 새벽기도를 간 것을 두고 결격사유로 했다는 성직자로서도 듣기가 거북 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이한종 올드타이머협회장은 선거에 나선 배무한 후보와 박요한 후보 당사자를 향해 “선거법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입후보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박 요한 후보는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이다”라고 공박했다.
▲ ‘양심선언’을 한 김준 씨가 쓴 자술서.
“양 후보 모두 자격미달”
이어 이한종 회장은 “지난동안 우리들이 잘못된 선거법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후보는 말이 없었고, 한인사회도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1.5세나 2세들에게 이런 꼴을 보여서는 안된다. 한인회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날 모임을 주도한 하기환 회장이나 이안범 회장 등은 ‘오늘 모임이 마치 박요한 후보를 두둔하거나 박 후보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고 수차례 말을 했으나, 정작 단상에는 박요한 후보의 공동후원회장과 박 후보 지지자가 자리를 하고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만 했다.
이날 모임 장소에는 과거 LA한인회 임원들과 LA한인상공회의소 임원들도 나왔고, 체육회 관계자, 노인상조회와 복지회 회원들도 많이 나왔다. 애초 주최 측은 30여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80여명이나 참석해 기대감을 높였다. 현장에서는 결의문에 서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모임 장소에 양심선언자인 김준 씨를 처음 배무한 후보 사무실에 소개한 최무일 전 중앙일보 광고국장도 참석했는데, 김준 씨가 양심선언을 하는 사이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침석자들은 새로운한인회장선거가실시되어야한다는데뜻을같이하고오는 8~9월쯤 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LA한인회 측에 요청하기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이를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엔 이안범 국제정치외교협회장이 추대됐다. 이안범위원장은 “현 한인회장과 선관위원 전원은 오늘 당장이라도 사퇴하고 임시체제로 운영하면서 선관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무한ㆍ박요한’ 담합사실 드러나
한편 배무한 후보와 박요한 후보가 선거 2주일 전 측근 인사들과 배석한 자리에서 박 후보가 낸 선거 공탁금 10만 달러중 5만 달러는 배무한 후보가, 2만 달러는 하기환 한우회장이 대신 주는 조건으로 선거 없이 ‘배무한 회장-박요한 이사장’을 골자로 담합했던 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두 후보들과 측근들은 현 상황에서 선거를 치루기가 어려우니 선거없이 ‘회장-이사장’을 나눠 갖기로 하고 박요한 후보의 공탁금 중 배무한 후보가 5만 달러를 박요한 후보에게, 하기환 한우회장이 2만 달러를 박요한 후보에게 주기로 합의했으나 수일 후 배무한 후보가 약속을 파기하고 전면 백지화시켰던 담합사실이 알려지자 양측은 당황한 분위기다.
배무한 후보 측은 이미 박요한 후보의 탈락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담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선관위와 교감이 오간 배무한 후보는 정보원들을 통해 박요한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고 문제가 있는 상황들을 배무한 진영에 즉각적으로 알렸으며, 배무한 후보 진영은 선관위에 선거법 위법 내용들을 모두 보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법을 초과한 떡집 영수증 사건도 배무한 후보 정보원이 떡집 영수증을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들 간의 담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어 이번 두 후보의 담합사실에 대해 어떤 추가 조치가 따를지도 상당한 의문이다. 이미 선관위가 해체된 상황에서 법정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