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9월 28일, LA 한인타운내 가든호텔에 4백여명의 한인들이 모였다. 김무성의원 간담회장에는 주로 중,고교와 대학 동문을 주축으로 한 인사들이었다. 분위기 또한 고무되고 들떠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별명 무대)은 “다음 타깃은 당 대표이며, 그간 공천이 위에서 무자비한 학살로 자행된 점을 지탄” 하면서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지역주민이 뽑는 사람이 공천 받도록 ‘하향식 공천’을 제도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자신이 그동안 두 번씩이나 공천에서 탈락한 부당한 공천 과정을 힘주어 설명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날 밤은 누가 뭐래도 무대의 한풀이였으며, 당당하게 당권과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 선언은 즉각 미국과 한국 언론에 모든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그리고 무대는 ‘LA 선언’대로 당권을 장악하더니 작금에 개헌을 들고 나왔다. 마지막 고지를 향해 여전히 진군중인 셈이다. 청와대는 대노했고 반격이 시작되었다. 경고 메시지와 군기잡기에 나섰다. 사실상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선데이 저널>이 지난해 LA 선언에 이은 개헌론까지의 권력암투 행보를 심층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6일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이후에는 공약 말 바꾸기로 역시 뒤집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개헌 논의가 경제의 블랙홀을 불러 올 수 있다며 개헌 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 대표가 국외에서 사태를 재촉발한 미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청와대, 강력 군기잡기 경고
21일, 청와대는 우려대로 기자들을 향해 ‘당 대표 되는 분이 실수라고 변명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가 노트북을 갖다놓고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거 아니냐’ 며 ‘작심발언’ 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청와대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내년에 선거가 없는 좋은 상황속에서 국회 처리가 이루어 져야 한다 연내에 반드시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당에(무대에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언론에 공개한 것은 당을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이며 이 역시 연말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내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김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갈수록 치열한 암투속에 권력투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당 청을 넘어 친박과 비박의 투쟁은 결국 대통령과 당 대표의 결정으로 귀결될 것이지만 누구도 승리는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스트리아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들고 나온 무대의 속내 파악에 나섰다. 그것은 여야를 넘어 가장 변수가 될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신의 한수라는 풀이다. 대통령은 외교 국방만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뽑은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묘수가 만약 무대가 대선 로드맵에 변수가 생길 것을 대비한 절묘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야당은 환영입장을 밝혔고 개헌에 동조하는 일부 비박계 의원들도 반기는 기색이다. 그러나 무대는 하루만에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일부러 참석해 자신의 전날 발언을 뒤집어 또다시 파장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제 불찰로 연말까 지 개헌논의가 없어야 되는데 크게 보도된 것에 죄송하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당에서는 개헌 논의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왠 오스트리아식 정부제?’ 아리송 “대통령의 한 말씀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며 말문을 연 박 의원은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발끈한 것 같다. 집권 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정치도 불행하지만 이걸 (청와대가) 지시해서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원내대표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개헌 얘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사태야말로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을 갖고 있으며 이를 고쳐야 한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자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완벽하다. 더 보탤 말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세월호 혼란 속 반사이익 시나리오 김 대표는 지난 해 4월 재보선을 통해 복귀한 직후 ‘근현대사 역사교실’과 ‘통일경제교실’ ‘퓨처라이프 포럼’ 등 당 안팎의 의원모임을 연달아 띄우며 세몰이에 돌입했다. 특히, 경제 공부에 열중하며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김 대표의 행보가 박 대통령의 대권행보와 유사한 측면이 분명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한국갤럽’ 10월 정례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 뒤는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이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 당시 “나는 자격도 없는데 언론 노출빈도가 높아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 1위로 나오는 것”이라며 “나는 사심이 없다, 내가 뭐 되려는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해야 한다”라고 치고 빠지기식 떠벌이 행세를 계속했다. 김 대표는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 100일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교차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에 ‘김무성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스스로는 19일 “낙제점은 간신히 면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지나 온 100일보다 다가올 100일이 더 어려운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 후 여당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키를 잡았다. 전대 직후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곧바로 7·30 재보선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이후 줄곧 선거에 매진해 압승을 이끌면서 첫 시험대를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다. 재보선 압승으로 당을 이끌고 갈 동력도 함께 얻은 김 대표는 이후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는 당직 인선과 혁신 작업을 이끌 보수혁신위원회 구성 등 혁신 드라이브로 당을 빠르게 장악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에 대해 “대선 후 소외됐던 사람들을 배려한 탕평인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하지만, 당내에서는 기존 당권파이자 주류인 ‘친박계 밀어내기’라는 시각이 병존한다. 1년 전 LA 대권 선언으로 한풀이 20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금지 발언에 대해 “유신헌법 논의를 금지한 70년대 긴급조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논의하는 건 당연한 일로,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개헌 논의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 차원의 논의를 막는 건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 당위성을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뒤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부분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 대표가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취소하고 사과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집권당 대표까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무성 여당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개헌’ 언급은 일단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적 의도가 커 보인다. 개헌의 내용·시기에 대한 입장보다 박 대통령의 ‘개헌론 금지령’ 비판에 첫 목소리가 맞춰진 점에서다. 그가 ‘개헌’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이다. 야권 대권주자로서 박 대통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 지지층 내부의 ‘개헌’ 여론 풍향을 염두에 둔 점도 있다. 그 점에서 향후 문 의원의 ‘개헌’ 관련 목소리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심층진단> 김무성 개헌론 발언 파장 ‘숨은 노림수’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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