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권설 시나리오 실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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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타고 오르자
‘대망론’ 물밑가동

임종석최근 본국 정치권, 특히 여권 내부에선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파다하다. 실제로 현재 정권 핵심부의 권력 구도를 보면 임 실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지가 지난해 처음 보도해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도 임 실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을 싹슬이했는데, 특히 서울시가 발주한 사업이 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임 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로 오기 전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했던 인물이다. 결국 외부에서는 임 실장과 허 전 위원장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이해찬 대표와 김진표 의원이 싸웠지만, 실제로는 이해찬 대표와 임 실장의 구도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가 대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의중을 외부에 내비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이미 여권에서는 그가 차기 대선 후보군의 상수로 보고 있다. 과연 임종석 실장이 현 정부에서 어떠한 파워를 가지고 있고, 그가 차기 대선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자주 독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인사와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8월 6일 청와대 비서관 인사를 한 결과, 대학 총학생회장 등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전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의 36%였다. 임 실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미치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로 좁히면 61%를 차지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를 꾸릴 때 운동권 경력만 있으면 청와대 입성이 어렵지 않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완전체 운동권 청와대’가 구성된 것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총학생회장·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 실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란 말이 많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임 실장과 운동권 그룹이 청와대를 주도하고, 이들이 국정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실장은 적폐청산, 탈원전, 남북 정상회담 같은 문 정부의 핵심 정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林 대망론’ 올해 초부터 본격화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대안으로 태양광 사업을 밀고 있는 것도 결국 임 실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많다. 태양광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운동권 인사인 허인회 녹색드림 이사장이 임 실장과 직간접적 인연이 많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본지가 이미 지난해 보도했지만 허 이사장은 임 비서실장의 운동권 2년 선배다. 임 실장이 국회 입성했을 때 허 이사장 역시 정치에 몸을 담고 있었다. 끝내 국회의원이 되지는 못 했지만 그는 와신상담 후 태양광 사업을 통해 기지개를 폈다. 특히 임종석 실장이 문재인 캠프 합류 전까지 정무부시장으로 있던 서울시에서 대거 사업을 따냈고, 최근에는 중앙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까지 따내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 실장의 모교인 용문고등학교 출신들도 정치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임 실장은 인사권을 비롯한 각종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문으로 정계에서 물러난 뒤 임 실장은 여권 차기 주자로도 거명되기 시작했다. 경력 면에서도 문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초선 국회의원, 노무현의 친구’ 경력으로 대통령이 됐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 재선 국회의원, 문재인의 핵심 참모’라는 유사한 경력을 갖고 있다. 본인 역시 대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의 ‘대망론’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그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둔 남북관계 개선 및 교류 작업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한한 북한 일행을 접촉했고, 4.27 판문점 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행사 전반을 관리했다. 관련 회의를 주도하고 언론 인터뷰에 앞장섰으며 회담 당일 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배석했다.
당시 준비위원회 간사 및 위원은 각처 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진 등이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국가의 핵심 관료들을 지휘한 셈이었다. 임 실장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도 준비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총괄했다.

커져가는 왕실장 영향력

▲이해찬 의원이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된 것도 ‘막후 권력투쟁’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껄끄러운 이 의원 대신 김진표 의원을 막후 지원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해찬 의원이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된 것도 ‘막후 권력투쟁’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껄끄러운 이 의원 대신 김진표 의원을 막후 지원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향력이 커지는 것만큼 거기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단 여권 내부에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거론되는 첫 번째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고용 급감으로 인해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1차 타깃이지만 임 실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80%대에서 50% 미만으로 꺾였다.

임 실장에 대한 야권의 견제가 늘어나는 것도 임 실장의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야권에선 임 실장에 대해 “야당을 장기판 졸(卒)로 여긴다” “스토킹 수준으로 평양 동행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임 실장은 9월 10일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장과 야당이 재차 거절하자 그는 페이스북에 “올드보이가 아닌 꽃할배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썼다.

야당은 “무례한 초청”이라며 격앙했다. 손학규 비른미래당 대표는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임 실장의 꽃할배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실장이 이처럼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여권 내부에 그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성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 사람 모두 권력투쟁과 대망론 시나리오에 의한 제거작업의 일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해찬 의원이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된 것도 ‘막후 권력투쟁’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껄끄러운 이 의원 대신 김진표 의원을 막후 지원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대표의 낙승이었다. 여전히 친노인사들이 당권을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임 실장의 고민이 있다.

이 대표와 임 실장은 운동권 선후배 사이이긴 하지만 관계가 썩 원만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엔 여러 차례 부딪힌 전력도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에선 당 중진들의 2선 후퇴 요구가 빗발쳤다. 이 대표도 그 대상이었다. 당시 쇄신위원이었던 임 실장은 이 대표를 포함한 중진들을 향해 “최대한 염치와 반성에 바탕을 둔 합의가 나와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한명숙 등 친노 인사들이 핵심이던 ‘혁신과 통합’은 불법비리 전력 후보들의 공천 배제 방침을 발표했다. 확정판결 이전이라도 자체적인 확인을 거친 뒤 낙천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임 실장은 보좌관이 금품을 수수해 1심에서 집행유예 1년형을 받은 상태였다. 추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긴 했지만 임 실장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맡고 있던 사무총장직을 내려놓고 공천을 반납했다.

이런 악연 때문에 원조 친노에서는 임 실장을 견제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다시 차기 주자로 떠오르는 것도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한 원조 친노들의 차기 대권 전략일 수 있다.

2020년 총선 도전?

분명한 것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었던 그가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국의 주간지인 <시사저널>이 전문가 1000명에게 의뢰한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임 실장이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문재인 대통령, 2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대통령의 우두머리 비서가 현직 대통령, 글로벌 기업 총수에 이어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이 매체는 기사에서 임 실장의 영향력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임 실장의 힘은 내각을 책임진 국무총리 이상이다. 임 실장은 대통령을 대신해 UAE(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전 문제를 해결한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까지 맡으면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내엔 임 실장과 인연이 길고 깊은 386운동권 인사들이 적잖이 포진돼 있다. 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운동권에서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당내 이들의 세가 다소 약화됐다곤 하지만, 향후 임 실장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국 정치권에서는 이미 임 실장이 내년 중 청와대를 나와 21대(2020년)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 성동구에서 두 번 의원을 지낸 만큼, 차기 총선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임 실장이 3선에 성공해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한 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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