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한국학원 교장단은 왜 ‘피켓’을 들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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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상생해도 부족한데…만나기만하면 쌈박질

앞에선 ‘정상을 위해’

뒤에선 ‘속셈을 위해’

LA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인 남가주한국학원의 정상화 과제를 두고 수년째 기존 이사회와 LA 총영사관 및 비대위가 막장 분쟁을 계속해 오면서 상호 신뢰성 훼손으로 헤어날 줄을 모른다. 요즘 LA총영사관이‘갑질’논란으로 본국 정부의 감찰 대상도 됐는데, 남가주한국학원의 정상화 과정에서‘갑질’과‘막말’이 난무하여 학원 정상화 과정에서 비방과 해명이 계속 오가다가 급기야 막말논란으로 신뢰성을 훼손하여 분규 해결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남겨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남가주한국학교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해묵은 감정싸움은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 남가주한국학원 문제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10일 해단식을 가졌다.

▲ 남가주한국학원 문제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10일 해단식을 가졌다.

지난 2월 3일 LA총영사관의 재외동포재단 파견 이희경 영사로부터 남가주한국학원 교장단에게 학교 운영비 등 지원금 관련해 줌 미팅을 개최2월 5일에 하자고 통보가 왔다. 이에 2월 5일 오후 3시 줌 미팅에 11명 교장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줌 미팅이 시작하자마자 원래 소집을 했던 동포재단 영사가 나서지 않고 박경재 총영사가 나타나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박 총영사는 <2월 안에 통합 이사회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30% 삭감하겠다>고 했으며 이어 <현재 이사회에 조희영, 제인김은 이사 자격이 없으므로 그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불법이고 그럴 때는 불이익을 받게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혀 예상치도 않은 박 총영사의 발언에 교장단은 황당한 입장에 빠졌다. 몹시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총영사의 발언이 권고나 양해나 어떠한 설명이 아닌 협박성 압력 발언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날의 줌 미팅에서 교장단은 남가주한국학원이 분규단체 지정의 원인이 다른 사립학교에다 ‘장기 임대’를 계획한 것이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되었는데도 이 문제를 제기하며 지원금을 운운하며 총영사관이 자신들만의 입장만을 강행하려는 처사는 부당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장단은 25여년전 남가주한국학원 주차장 구입의 한국정부 지원금이 잘못 쓰인 것을 갚지 않으면 실력 행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이사회를 공격하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장단은 총영사관의 주도로 구성된 비대위(위원장 박성수 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측 인사들은 정작 주요한 과제인 뿌리교육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를 명분으로 학교 건물에 대해 줄곧 이야기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뿌리교육 운운하며 이사회에 합류하려는 자세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교장단은 남가주한국학원 건물에 대한 활용시 남가주한국학원의 권리를 보장 하고 수익은 남가주 한국학원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영사는 모든 건물의 수익은 남가주한국학원에서 사용한다는데 동의한다고 했다. 정작 이날의 줌미팅을 제의한 총영사관의 재외동포재단 파견 이희경 영사는 발언하지 않고 미팅은 끝났다.

“뿌리교육 운운”하면서 잿밥에 마음간 이사들

한편 지난해 10월 8일 오후 3시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 교육감, 교장 2명이 총영사관을 방문 하여 통합이사회에 관한 회의를 할 때 박 총영사가 “정부는 …”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랬다고 했다. 그 후 2개월 정도 지나서 박 총영사는 남가주한국학교 건물을 방문하여 강당을 둘러보며 주위 관계자들에게 “정부는 …”이라는 말을 하면서 총영사관이 권고한 통합 이사회 구성을 빨리 진행하게 하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7일 임시 이사회가 열린 날, 새로 이사에 선임된 박성수 이사(전비대위 위원장, 전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의 ‘막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박 이사는 총영사관이 주도한 남가주한국학원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교장들을 향해 “아줌마! 조심해!”라는 상식밖의 언사를 뱉어, 교사들이 “교장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 어떻게 이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큰소리로 항의했다.

▲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가 박경재 총영사(중앙)와 협의를 갖고 있다.

▲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가 박경재 총영사(중앙)와 협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박성수 이사는 멀리서 사람을 치기라도 할 듯한 걸음으로 한 교장의 코앞까지 와서 “아줌마, 조심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교장들을 향해 “아줌마, 까불지마. 내일 신문을 봐… 아무리 탄원 서명을 받아도 소용없어”라는 식의 막말을 통해 마치 이미 언론을 장악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교장은 전했다. 학교 관련 단체의 이사는 적어도 관련 기능의 경력과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사회적 경험 및 식견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총영사관이 주도하여 구성된 비대위에서 추천되어 새로 이사로 들어간 3인(박성수 전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정영조 전 흥사단 미주위원회 위원장, 라이언 이 인지심리학자)에 대하여 검증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는 지난 17일 학원 교장단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임시 이사회 를 열고 남가주한국학원 교직원들로 부터 “기피인물”이 된 박형만 전이사장을 재선출 하는 것 만으로 이사회를 마첬다. 나머지 안건은 토의 조차하지 못했다. 일단 박형만 이사장만 뽑고보자는 식이었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정관에 의거 내년 7월까지이다. 문제는 이날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의결되지 못했다. 이날 새 이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불법의혹의 대상이었다. 이사장 선출은 마땅히 무기명 비밀 투표로 실시하는 것이 상례이고 관례인데, 어쩐일인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은 거수투표 였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나 심지어 국가 기관 등에서 인사 선출은 기본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가 정석이다. 미국이나 한국 등 대학이나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이사장 등 선출은 기본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이다.

‘아줌마, 까불지 마’ ‘정부는 …’ 무슨 의미?

▲ 박형만 이사장(오른편)이 시위중인 교장단을 만류하고 있다.

▲ 박형만 이사장(오른편)이 시위중인 교장단을 만류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되거나 분쟁 당사자이거나 하는 인물이 투표의 대상이 될 경우는, 해당 인물은 그 투표 현장에서 잠시 물러나 있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 인물들이 현장에 자리하고 있으면, 투표자들 의 공정한 의결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사장 선출에서 대상자는 박형만 전 이사장이었다. 그는 지난번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기부금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등등으로 교직원들로부터 “사퇴하라”는 요구사항의 중심 인물 이었다.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거수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이사장 선출 방법이 적어도 무기명 비밀투표여야 했는데 거수로 실시됐다.

이것이 교육단체 이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계속되는 이유이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지난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에서 추천한 인사 6명 중 3명인 박성수 전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정영조 전 흥사단 미주위원회 위원장, 라이언 이 인지심리학자 등 3명을 신임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임시이사회에는 박형만 이사장, 당연직 이사인 LA총영사관 최하영 영사, 기존 이사인 제인 김, 조희영, 박신화 이사, 비대위 출신으로 신임 이사인 박성수,정영조 ,라이언 이 이사 총 8명이 참석했다. 임시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미 판세는 결정됐다. 총 참석 이사 8명중 기존 이사인 제인 김, 조희영, 박신화 이사 3명을 제외 한 5명은 총영사관 측 교육담당 최하영 영사를 포함으로 과반을 넘는 수로 5대 3으로 의결권을 장악한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투표와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다. 자기편끼리도 못 믿는 상황이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는 ‘새 이사장 선출, 추가 이사 선임, 주말 한국학교 교장단 사태 대응’ 등등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사 일정을 두고 이사들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교장들의 시위 사태 등등으로 이사회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일부 한인 언론에 “제인 김, 조희영, 박신화 이사가 새 이사장 선출 안건 때부터 박형만 이사장 재선출을 강하게 반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이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박 이사장에게 해 분위기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잠시 후 회의실 밖에 머물던 교장 단까지 무단으로 들어와 항의를 벌였고, 박형만 이사장 재선출 직후 회의 진행이 어려워 이사회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의혹 투성이 이사장 선출 방식

이날 임시이사회는 시작 전부터 유례없는 교장단의 피켓 시위가 발생하여 긴장이 흘렀다. 이사회 산하 11개 주말 한국학교 교장단(교육감 신미경) 10여 명은 임시이사회가 열린 장소에서 ‘갑질 행정 LA총영사 물러나라’ ‘박형만 이사장 퇴진하라’ 등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형만 이사장은 “교장 선생님들이 이러면 학원이 망신만 당한다. 대화를 나누고 이사회 협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자”고 했다고 한다. 이에 교장단은 교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 대화의 장으로 문제를 풀어 가자는 입장을 계속 요구했다. 신미경 교육감은 “우리의 요구안을 들어 달라. 이사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파업 등)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단들은 LA총영사관이 2021년 주말 한국학교 정부 지원금을 빨리 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박형만 연임 이사장은 “한국학원은 한인사회와 한국정부가 뜻을 모아 설립한 뿌리교육 산실로 특정인이나 단체가 소유할 수 없다. 이사진이 서로 협력해 한인사회와 LA총영사관 지지 속에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31일자로 발표된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한국학교 교직원 일동 명의로 된 성명서에는 “박경재 총영사는 분규단체 해결과 재외동포단체 지원금 지급을 빌미로 자신이 지명한 이사를 영입토록 지속적으로 종용해 결국 3명 이사의 영입이 되었다. 그러나 3명 이사는 뿌리교육의 경험과 관심은 전무하고 학교교육이 아닌 건물 용도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형만 이사장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성명서에서 “지난 7월 임기만료된 박형만 이사장은 남가주한국학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수만불 기부금 약속으로 이사장직을 맡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학교 교육 현장의 어려움에는 관심없고 위기상황에서 한국학교를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학원 교직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4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1) 총영사의 지명으로 영입된 박성수, 정영조, 라이언 이 이사의 퇴진
2) 총영사관의 간섭이 없는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의 독립적인 운영 보장
3) 박형만 전 이사장의 퇴진
4) 발전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이사회의 정관 개정(교육 영사의 이사회 의결권 부여 중지, 이사회에서의 교장단 발언권 부여)

이어 성명서는 “뿌리교육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온 남가주한국학원의 교사진은 언제든 질높은 수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하루속히 학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이사회와 총영사는 우리의 요구에 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남가주 한국학원의 신미경 교육감은 지난 2일 “새로 들어온 이사 3명이 한국학원 학교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의욕을 보이지도 않는다”며 “새로운 이사회와는 학교 운영을 함께 해나가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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