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트롯 경연 유튜브게재는 저작권침해’ 벅스, 멜론등도 피소
■ 송가인이 부른 노래 ‘단장의 미아라고개’편곡 정의송TV도 걸려
■ 피소된 7개사 음원업체 ‘미국법원은 재판관할권 없다’ 기각요청
■ 음원업체 ‘한국주민등록증 있어야 판매…국외는 이용불가’ 주장
미스트롯경연대회에서 애끓는 목소리로 트롯가요를 열창,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이 불렀던 노래는 ‘단장의 미아리고개’. 이 노래를 작곡한 전설적 작곡가 이재호 씨의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미스트롯을 기획, 방송한 TV조선과 MBC를 비롯해 모두 9개 한국회사가 미국연방법원에 피소됐다.지난 1937년부터 1960년까지 무려 2천여 곡의 트롯곡을 남긴 작곡가 이재호 씨의 아들인 이범수 씨가 지난 2월 10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미스트롯을 연출해 대히트를 친 TV조선 등을 상대로 저작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설의 작곡가 이재호 씨 아들이 소송
소송피고는 TV조선 외에도 MBC방송과 노래방기기 서비스업체인 TJ미디어와 금영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음원서비스 업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멜론, NHN벅스, 소리바다, 지니뮤직, 정의송TV, 심플엔터 등 모두 9개사에 달한다. 한국가요관련 주요서비스업체들이 모조리 피소된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소송장을 작성, 제소한 이범수 씨는 ‘지난 2001년 미국특허청에 부친인 이재호 선생이 작곡한 노래 125곡의 저작권등록을 마쳤으며, 2018년 사망한 어머니 김정선 씨가 미국저작권을 나에게 넘겼고, 이 저작권은 오는 2030년까지 유효하다. 피고업체들이 미국 내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이미 2021년 통보하고, 저작권료 협상 등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의도적 저작권 침해는 1건당 15만 달러, 단순저작권침해는 1건당 3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TV조선은 이재호 작곡 노래 3곡을 유투브에 게재하는 등 의도적으로 3차례에 걸쳐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45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했다.
또 MBC는 36만 달러, 음원서비스업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84만 달러, NHN벅스는 27곡 81만 달러, 지니뮤직은 26곡 78만 달러, 소리바다 27곡 81만 달러, 심플엔터 3곡 9만 달러, 노래방기기 서비스업체인 금영은 12만 달러, TJ 미디어는 39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의송TV는 이재호작곡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편곡해 신사랑고개라는 노래를 만들어 6차례에 걸쳐 유투브에 게재한 혐의로 18만 달러 배상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이 제기되자 소리바다와 심플엔터를 제외한 7개 업체가 4월 11일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 선임계 제출과 동시에 소송답변서 연기를 요청한 뒤 4월 29일 소송답변 및 기각요청서를 통해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은 재판관할권이 없으므로 이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 2017년 노래방 등 상대 소송
피고는 ‘유투브에 노래를 올려서 피소당한 업체를 유투브 피고,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서비스로 피소당한 업체를 플랫폼 피고’라고 칭했다. 피고 측은 ‘유투브피고의 경우, 단순히 유투브에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고 해서 미국 연방법원에 재판관할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캘리포니아주민들이 특허침해와 관련이 있어야 관할권이 발생하며,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피고의 경우 서비스이용자들에게 한국 주민등록번호와 한국 휴대폰번호 등을 요구하고 한국은행이나 한국 휴대전화 회사를 통해서만 결제를 할 수 있는 등 한국인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미국을 포함해 한국외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측은 원고가 의도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연방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이른바 플랫폼 피고들은 연방법원에 자술서를 제출하고, 한국 주민등록증, 한국 휴대폰번호 등의 인증절차를 거치므로, 자신들의 플랫폼은 한국인이 한국국내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한국 밖에서는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니뮤직 이수민 법률팀장은 한국휴대폰망을 통해서 회원가입이 가능하므로, 한국인이나 한국거주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으며, 의도적으로 한국 이외 지역에 서비스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NHN벅스뮤직의 성진아 라이센스팀장은 자술서에서 벅스뮤직 플랫폼을 통한 음원은 해외에서 구입이 불가능하며, 결제 또한 한국국내 지불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멜론의 이영환 라이센스소싱팀장도 멜론을 통한 음원서비스는 한국국내로 한정돼 있으며 한국 외에서는 휴대폰에 멜론앱 다운로드 및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피고 측이 캘리포니아 주 주민 등과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연방법원은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자 원고 측은 6월 30일 수정소송장에서 ‘캘리포니아에만 약 150만 명의 한인이 살고 있으며, 그 중심인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유투브를 통해 한국드라마와 한국음악 등을 즐기고 있으므로, 캘리포니아 주 주민들과 저작권 침해가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는 TV조선은 2019년 미스트롯콘테스트를 개최,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우승자인 송가인은 이재호 씨 작곡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불렀으며, TV조선이 유투브에 게재한 미스트롯 영상을 시청한 회수가 약 505만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KBS의 전국노래자랑에서 신미래 씨가 이재호작곡의 꽃마차를 불러 우승을 차지했고, KBS가 유투브에 올린 이 동영상은 시청자가 420만 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엄청난 유투브 시청자 중에 캘리포니아 주 한인이 많이 포함돼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TV조선의 모회사인 조선일보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행되는 조선일보 LA와 연관돼 있으며, 노래방기기 서비스업체인 TJ미디어는 미국에 지사를 운영하다가 저작권문제를 우려,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는 지난 7월 22일 수정소송장 답변을 통해 유투브 등에 있어서의 저작권 침해 등의 재판관할권 판례를 제시하며 재판관할권이 없음을 거듭 주장했다. 현재 연방법원은 쌍방의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오는 9월 중순 재판일정조정회의를 열고 심리일정을 조정하기로 한 상태다. 유투브 등 온라인 플랫폼은 그 특성상 이른바 월경현상이 불가피하다. 전파가 국경을 넘듯, 인터넷서비스도 국경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LA소송은 승소, 뉴욕은 합의종결
여기에다 저작권을 적용할 경우, 전세계를 상대로 한 저작권이 없을 경우, 저작권침해에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만 저작권이 있는데 이를 유투브에 게재한다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한국 내 다른 곳에서 듣는다면 엄격히 말해 저작권 침해가 되는 셈이다. 음원서비스업체는 이같은 시비를 우려, 아예 한국주민등록 번호와 한국휴대폰 등으로 한국결제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되게 함으로써 한국 이외 지역에서의 구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저작권 소송에 걸리더라도 의도적 저작권 침해 시비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바로 이 같은 경우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 씨는 지난 2017년 7월13일 이베이와 CJ아메리카, 대한항공등과 로스앤젤리스 노래방 43개를 대상으로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저작권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18년 3월 13일 2개 노래방에 대해서만 저작권 침해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1개 노래방은 이씨에게 750달러를, 또 다른 노래방은 이씨에게 5250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특히 연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1건당 배상액을 750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또 2018년 5월 1일 뉴욕지역 노래방 13개를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소송은 지난 2021년 2월 23일 원피고 양측의 합의로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시 합의내용은 연방법원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2018년 초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이 저작권 침해 1건당 배상액을 750달러로 책정했기 때문에 이 범위를 크게 넘지 않는 선에서 합의금이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