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47] 곽상도 무죄 판결 윤 정권 몰락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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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50억 클럽 특검 얘기 나오자 하는 수 없이 수사 의지
■ 윤석열-한동훈, 박영수 50억 수사여부 두고 의견 크게 갈려
■ 박영수 수사하게 되면 윤석열 부산저축은행사건도 수사해야
■ 민주당 특검 시작 전에 검찰 출신에게 미리 면죄부 줄 수도

아들이 대장동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에도 잠잠하던 검찰이 여론이 들끓자 최근 50억 클럽 수사에 뒤늦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에도 말만 나불대던 검찰이 이제 와서 검사를 파견하는 등 본격적 수사 시늉을 보이고 있는 것. ‘50억 클럽’은 대장동 시행사 대표인 김만배 씨로부터 50억 원을 약속받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곽상도 전 의원 외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는 최근 같은 검찰청 형사 4부로부터 강현욱(사법연수원 41기)검사를 추가로 파견 받았다. 지난 6일에는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 검찰연구관이던 정종원(연수원 41기)검사를 파견한 데 이은 조치다. 반부패부는 과거 특수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검찰 일각에선 ‘50억 클럽’으로 호명된 인사들 중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 최 전 민정수석 등이 수사선상에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이나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 검찰 관련 논란들을 털어야 하는데, 한동훈 장관이 그 역할을 하면서 국민적 인지도를 띄우겠다는 것이 현 정권의 시나리오로 알려져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변호사·회계사·기자 등으로 구성된 ‘대장동 일당’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 개발로 8000억 원대의 잭팟을 터뜨린 사실이 드러난 것은 2021년 9월이다. 이들은 민관합작 법인의 7%만 가지고도 배당금 4040억 원을 챙겼고, 4000억 원에 가까운 별도의 분양 수익도 얻었다. 인허가권자이면서 대장동 개발을 함께했던 성남시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장동 일당을 도운 건 지자체뿐만이 아니었다.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거나, 수사기관의 부름을 받게 될 때마다 이들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법조계·정계 인사들이 있었다.

대장동 일당 가운데 주로 정·관계 로비를 책임진 전직기자 김만배 씨로부터 50억 원을 약속받은 사람들, 즉 ‘50억 클럽’이 그들이다. ‘50억 클럽’ 가운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아 혐의가 가장 뚜렷해 보였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은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대장동 비리 의혹은 ‘성남시와의 유착’과 ‘50억 클럽’ 이렇게 크게 두 갈래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전자 관련 수사는 수십 명의 검사가 달라붙어 결국 야당 대표를 기소하더니, 후자는 수사의 진척이 없고, 그마저 했던 수사도 무죄가 나왔다. 애초부터 50억 클럽에 대해 전혀 수사할 의지가 없어 보이던 검찰이 최근 곽 전 의원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고, 그 책임론이 검찰 쪽으로 불거지자 급 당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소수 정당인 정의당이 특검론까지 제기하면서 검찰이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

곽상도 무죄에 화들짝 놀라

사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고, 한 장관은 이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정순신 변호사 학폭 논란과 곽상도 전 의원 무죄 논란 등으로 검찰 출신들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결국 이 사건을 수사해서 털고 가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이나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 검찰 관련 논란들을 털어야 하는데 한 장관이 그 역할을 하면서 국민적 인지도를 띄우겠다는 것이 현 정권의 판단이다. 검찰 내에선 50억 클럽 수사 드라이브가 진행될 경우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 그리고 최재경 전 수석 등이 1순의로 수사선상에 오른다.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사람 중 두 사람 또는 그 주변이 대장동 개발과 직접적 관련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측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취업해 10개월간 자문료로 매달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있다. 박 전 특검의 경우 딸이 3년 가량 동안 화천대유자산관리에 근무하며 11억 원을 빌리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 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또 박 전 특검의 외사촌인 이모씨가 화천대유가 시행한 아파트 사업에서 분양대행 용역을 독식하고 김만배 씨와 수상한 돈 거래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나 있지만, 검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최 전 수석의 경우 지난 1월 검찰 수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화 사실 만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연관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통화한 배경에 의혹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박영수·최재경 고육지책 수사

세 사람은 모두 고위 법조인 출신이라 검찰에선 ‘고난도의 수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다시 사법권력에 칼을 댄다”라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고,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박 전 특검은 ‘윤석열의 은인(恩人)이자 멘토’로 불릴 정도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선데이저널>이 지난 대선 전 공개했던 녹음파일에 보면 두 사람은 이미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 시절부터 형님 동생으로 가깝게 지냈던 것이 윤석열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을 정도로 밀접한 사이다. 세 사람 중 수사 대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박 전 특검이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이들에게 각 50억 원씩을 줘야 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알다시피 50억 짜리들이 나가야 되는 부분도 있잖아”, “50개 나갈 사람 세어줄게”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김만배 역시 재판에서 자신의 발언 사실을 인정했으나 허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만배·남욱·정영학이 공통비용 분담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비용을 일부러 부풀려 말했다는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1심을 맡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세 사람의 갈등이 본격화된 2019년 이후부터 김만배 씨가 ‘50억 명단’을 구체화 한 점 등을 들어 김만배 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봤다. 문제는 김만배 씨의 발언을 그저 ‘허언’이라고 볼 수 없게 만드는 정황들이다. ‘50억 클럽’ 인물들과 김만배 씨 간에 수상한 돈 흐름이 실제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화천대유를 퇴사한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재직 중 5차례에 걸쳐 11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받았다.

또한 회사 보유분이던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한 채를 약 7억 원에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17억 원 가량이다. 여기에 더해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이모씨는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5개 블록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했고 김만배 씨로부터는 109억 원을 받았다. 최근에 31억 원이 추가로 더 흘러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씨는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100억 원을 토목업체 대표 나 씨에게 건넸다. 나 씨는 애초 이 씨에게 20억 원을 건네면서 대장동 사업권 수주를 약속받았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씨가 5배 넘는 돈을 돌려받은 셈인데 그 이유는 ‘미궁’이다. 박영수 전 특검 주변에서 이뤄진 여러 비정상적인 거래는 2021년 가을부터 드러났다.

대장동 시행사 측에 부산저축은행 자금 1155억 원 대출을 알선했다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게 된 조우형씨를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남욱은 최근 재판에서 ‘당시 김만배가 박영수 전 특검을 조 씨에게 소개시켜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조우형씨는 2011년에는 사법처리를 피했다가 3년 후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를 통해 기소된다. 조우형씨가 알선수재 혐의 입건을 면했을 당시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박영수 전 특검과 윤 대통령 간 친분관계 때문에 ‘봐주기 수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 온 배경이다. 하지만 1년 5개월이 흘렀음에도 검찰수사에 별 진척이 없다. 자칫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검찰로선 적잖은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박 전 특검을 강도 높게 수사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어쨌든 검찰은 민주당이 특검을 시작하기 이 전에 이 문제를 털고 가야 논란을 키우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여전히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으로 넘어갈 경우 가득이나 ‘검찰공화국’이라고 비판받는 현 정권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50억 클럽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한 ‘대장동 개발 불법 자금 수수 및 부당거래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특검법 제안 이유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내용을 조사하는 검찰이 복수의 민간 사업자를 기소하면서도, 정작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개발자금의 조달 과정과 용처, 개발수익 배분 결과 등에 대해서는 미진한 수사를 벌이는 점을 꼽았다. 과연 대장동 540억 클럽의 판도라 상자가 열어 실추된 검찰의 위신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것인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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