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궤변으로 헌재 공격했으나 오히려 파면이유 정당화
█ 자신 운명 직감한 듯…헌재 도착하고도 구치소로 돌아가
█ 여인형, 이재명 포함 체포 대상자 14명 조서채택에 체념
█ 합리적이지 않은 尹 변호인단의 억지논리에 상황 급반전
헌법재판소가 야간 재판까지 불사하며 오는 20일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그대로 열기로 하면서 3월 중 파면·소추 기각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추가 증인이 없으면 2월 25∼27일께 변론을 종결하고 3월 중순께 결정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증인을 몇 명 더 신문하더라도 헌재가 ‘강행군’의지를 보인 만큼 3월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그동안 윤석열 측이 각종 궤변으로 헌재 심판 절차와 내용을 공격했으나 이런 행위들이 오히려 파면의 이유를 정당화했다는 분석이다. 12월 3일 시작된 비상계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날이 다가온 것이다. 파면이 이뤄지면 그 다음은 내란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넘어가게 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국시간으로 18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조서가 공개됐다. 윤석열은 이날 낮 12시 30분쯤 헌재에 도착했지만 탄핵심판정에 들어오지 않고 돌연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석열 측 대리인인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이 같은 검찰 조서 증거 채택에 항의해 퇴정하기도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날 공개된 조서가 사실상 자신에게 쐐기임을 직감한 윤석열이 구치소로 복귀했다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헌재까지 나왔다가 바로 구치소로 복귀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달 21일 3차 변론기일부터 한 차례도 빠짐없이 출석했던 윤 대통령은 재판 중간에 심판정에서 나와 대기하거나 먼저 구치소로 돌아간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출석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피의자신문조서
이날 열린 9차 변론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각각 증거와 의견을 제시하는 증거조사 기일로 진행됐다. 먼저 국회 측은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소추사유 중 ‘계엄 해제 의결 저지 시도’ 증거의 하나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11시 30분쯤 전화를 걸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5차례 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조서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던 것이 저 같으면 ‘몇 명 잡았냐, 왜 안 잡았냐’고 물어봤을 것 같은데, 여러번 전화에서 똑같은 내용과 톤으로만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조 청장이 “같은 날 10시 30~40분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첫 번째 통화에서 이재명·우원식·김명수·권순일·김동현 판사 등 15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 사람들을 체포할건데 위치파악을 좀 해달라고 했다”며 “두 번째 통화에서 여 사령관이 급한 톤으로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했다”고 진술한 ‘정치인, 법조인 등 체포 시도’ 증거로 공개했다. 이날 국회 측이 공개한 증거에는 조 청장처럼 아직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헌재에선 형사재판에서 다툴 예정이란 이유로 진술을 거부한 이들의 검찰 진술 조서도 포함됐다.
지난 4일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형사사건과 관련되어 진술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던 여인형 전 사령관의 진술 및 신문조서가 대표적이다. 여 전 사령관은 조서에서 “대통령이 평소 ‘비상대권‧비상조치권을 언급하면서 (체포명단에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14명 체포는 계엄 직후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서 처음 들었다”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연락받은 체포 대상자는 이재명·조국·한동훈·우원식·이학영·박찬대·김민석·김민웅·김어준·양정철·양경수·조해주·김명수 권순일 이상 14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의 졸렬한 궤변
그동안 윤석열 측은 헌재의 편향성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일단 윤석열의 방어권 보장 여부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증인 숫자와 변론 횟수를 제한하고 증인 신문시간도 제한해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건데,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는 앞서 기각했던 한덕수 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변론기일을 20일 추가로 지정했다. 윤석열 측 주장을 받아들여 예정에 없던 변론을 연장한 셈이다. 변론 횟수를 제한도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차례만에 변론이 끝났고, 사안이 복잡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7차례 진행됐다.
10차례 변론이 보장된 윤석열의 경우 비상계엄의 불법성 여부를 따지는 사건의 단순성으로 볼 때 전혀 빠르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견해다. 헌재가 형사재판이 같은 날 열린다는 이유로 윤석열 측이 10차 변론기일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다. 윤석열의 증인 직접신문 불허용이 방어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변호인단의 반발도 합리적이지 않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지위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에 그 산하에 있는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결정은 탄핵 첫 변론에서 윤석열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압박 또는 회유성 질문으로 재판이 변질된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윤석열은 직접신문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변호인을 통해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 검증 미비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에서 이미 문제없다고 판단한 부정선거를 거론하는 건 법률적 논쟁보다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다. 헌재재판관들도 윤석열이 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으로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질문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측은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했다며 탄핵 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재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내란죄는 언급하지 않고 비상계엄의 위헌성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탄핵인용 대비한 노림수
법조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윤석열 탄핵 심리 절차는 노무현·박근혜 탄핵 심판을 거치며 확고히 다져진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더구나 이런 진행 방식은 보수성향 재판관들까지 포함된 평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윤석열과 여당의 불공정성 주장은 정치적 노림수에 가깝다. 어떻게든 헌재를 위축시키고 불신을 퍼뜨려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심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