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박물관 쾌거
█ 하루에만 모금액 3,100만 달러 돌파
█ 강력한 결속력과 다각화된 전략 성공
█ 총 건립예산 8, 800만 달러 올해까지
한미박물관의 걸림돌은?
█ 모금 900만 달러 불구… 삽질도 못해
█ 시 정부 전폭적인 지원에도 ‘허송세월’
█ 정체성과 투명성부터 추진력까지 상실
미주한인사회의 최대 숙원사업 중의 하나가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Museum) 건립이다. 지난 30년 이상 꿈으로만 지나온 한미박물관은 LA시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연방정부, 주정부, 그리고 시 정부 등에서 모두 약 1천만 달러 지원금도 확정됐으며, 그동안 모금액도 900만 달러가 되는데 아직도 삽질을 못해 요원하다. 그런데, LA근교 글렌데일시에 세워지는 아르메니아 박물관(American Museum and Cultural Center of California)은 2021년 착공 5년 만인 올해 말 완공을 예정해 미국 문화계에서 놀라고 있다. 이 박물관은 수십 년 간의 논의와 2021년 착공 이후 팬데믹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공되는 만큼,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는 ‘꿈의 실현’과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 한미박물관은 아직도 ‘꿈의 여정’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국과 아르메니아는 모두 오랜 역사 속에서 주변 강대국의 침략을 견뎌낸 아픈 역사를 공유하 지만,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된 반도 국가인 반면, 아르메니아는 캅카스 지역의 산악 내륙국으로 인구 약 300만 명의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양국은 깊은 역사적 전통과 자부심이 강하다는 문화 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미국내에서도 한국과 아르메니아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LA이다. 아르메니아 역시 LA 글렌데일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내 한인은 인구 센서스 통계로 약 220만이고, 아르메니아는 150만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은 달랐다.
LA시는 소녀상을 허가하지 않았다. 아르메니안들이 강한 글렌데일시는 우리의 소녀상을 품어 주었다. 아르메니아 박물관의 성공적인 모금활동은 미국 사회에서도 화제였다. 아르메니아 박물관 건립은 강력한 커뮤니티 결속력과 다각화된 모금 전략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성공적인 건립 및 운영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난 지난 2022년 연례 갈라 ‘Legacy Gala’ 모금에서 하루 만에 모금3,100만 달러 돌파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3,100만 달러면 지금까지 한미박물관에 모아진 지원금과 약정금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아르메니아 박물관의 지난해 12월 현재 총 건립 예산 8, 800만 달러 중 61%인 5,400만 달러가 모아 졌으며, 올해 말까지 약정 금액이 모두 모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명명권(Naming Rights)기부 자와 기부자 프로그램 회원들은 유산 기부를 통해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총 2,900만 달러 이상을 약속했다. 명명권은 입구 광장, 강당 등 주요 시설에 고액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 기부를 유도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960만 달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100만 달러, 연방정부 주택 도시개발부(HUD)는 정부 보조금으로 95만 달러를 지원했다. 아르메니아 박물관이 착공 5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건축물의 완공 그 이상 의 깊은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 프로젝트가 왜 5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된, 그 핵심 의미를 3가지로 소개한다.
커뮤니티의 구심점 및 문화적 정체성
첫째, 역사적 상처의 치유와 기억 (Genocide Remembrance)이다. 이 박물관 건립의 가장 큰 배경은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Armenian Genocide)’이다. 1915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희생된 아르메니아인 들을 기리고, 그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하는 교육의 장으로 박물관이 태어나는 것이다. 역사의 비극을 딛고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아르메니아인들의 회복력(Resilience)을 상징한다. 둘째, 커뮤니티의 구심점 및 문화적 정체성 (Cultural Identity)이다. LA근교 글렌데일(Glendale) 은 아르메니아 밖에서 가장 큰 아르메니아인 거주지 중 하나이다. 이 박물관은 흩어져 있던 아르메니아 문화유산, 예술, 언어를 한곳에 모으는 ‘문화적 종가’ 역할을 하게된다. 이민 1세대와 미국에서 태어난 후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정체성을 교육하는 공간이 된다.
셋째, 다문화 공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 (Inclusivity&Growth)이다. 이 박물관은 단순히 아르메니아 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 사회에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 를 높이고 관용을 배우는 교육 장소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글렌데일 시내의 중심지에 위치하여 관광객 유치 및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박물관의 주요 시설은 전시실, 600석 규모의 극장, 학습 센터, 아카이브 등으로 역사의 기억, 교육, 희망, 공동체 발전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이 박물관은 수십 년간의 논의와 2021년 착공 이후 팬데믹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공되는 만큼,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는 ‘꿈의 실현’과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모금활동에서 특색 있는 이벤트로 스포츠 라플(Raffle) 등 대중적인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년간 5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기업 및 재단 파트너십으로 Bank of America의 유물 복원 지원금, Dadourian 재단의 음악 프로그램 지원금 등 특정 프로젝트 중심의 기금 확보도 이채를 띄었다. 한미박물관도 처음에는 아르메니아 박물관의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는 많은 계획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정체성과 투명성을 상실하면서 추진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특히 많은 동포들이 기증한 유물들도 보존 자체가 의혹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박물관 운영 부실에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 아픔의 역사
아르메니아 박물관 건립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자. 우선 디아스포라의 강력한 결속력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아르메니아인들의 민족적 정체성과 역사를 보존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고액 기부로 이어졌다. 건립 초기 단계를 넘어 박물관의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후속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런칭하여 기부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해왔다. 한마디로 단계별 캠페인(Elevate Campaign)의 성공아다. 둘째, 유물 기증의 활성화이다. 단순 금전 기부 뿐만 아니라 생존자 가족들의 개인 소장품과 희귀 유물을 기증받아 박물관의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컸다. 이 박물관은 2014년경부터 본격적인 추진이 시작되어 2021년에 착공(Groundbreaking)했다.
미국 내 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는 대개 부지 확보, 환경 영향 평가, 막대한 기부금 모금 등으로 인해 10~2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박물관 역시 기획부터 착공까지 약 7~8년이 걸렸으므로 준비 과정이 매우 체계적이고 동력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셋째, 박물관은 보통 공공 및 민간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아르메니아 커뮤니티의 결집력이 강해 모금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아르메니아 학살(Armenian Genocide) 승인 등과 관련된 정치적 논의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부지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 지만 아르메니안 들의 결집력이 이를 이겨냈다. 현재 미국에는 여러 아르메니아 관련 박물관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두 곳이다.
오래전 매사추세츠주에 워터타운에 위치한 아르메니아 박물관(ALMA, Armenian Museum of America (ALMA)는 현재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박물관은 1971년에 설립되었으나, 현재의 독자적인 대형 건물을 갖추기까지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초기에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 된 것이다. 현재 글렌데일시에 건립중인 아르메니아 박물관으로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우리의 한미박물관은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숙원 사업인 한미 박물관 건립이 30년 넘게 지연되며 사실상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우선 리더십 및 운영 주체의 한계이다. 무엇보다 폐쇄적 이사회 운영이다. 특정 인사가 수십 년간 이사회를 장악하며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크다. 비영리 단체로서의 주 정부 및 연방정부 등록 상태가 미비 하거나 웹사이트 운영이 중단되는 등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되었다.
둘째, 설계 및 계획의 잦은 변경이다. 지난 10년 동안 최소 4차례 이상 설계를 변경하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했다. 그 중에는 “아파트 박물관”이란 논란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저소득층 아파트와 박물관을 병행 건립하려다 정체성 논란과 커뮤니티의 반발을 샀다. 셋째, 재정 및 외부 환경 요인이다. 반복된 지연 기간 동안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하여 당초 계획했던 예산으로는 완공이 공사비 급등으로 불가능해졌다는 변명이 나왔다. 여기에 팬데믹 및 정치적 악재까지 겹쳤다. 코로나19로 인한 행정 중단과 더불어, 사업의 핵심 파트너였던 현지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동력을 잃었다. 현재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사회의 전면적인 개편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체계적이고 동력이 강한 건립준비과정
글렌데일 시는 박물관을 위해 다운타운 센트럴 파크 내 최상의 부지를 제공했다. 박물관은 더 아메리카나 앳 브랜드, 네온 아트 박물관 (MONA), 다운타운 중앙 도서관 등 주요 다운타운 명소와 인접해 있다. 아르메니아 박물관은 2단계 프로젝트로, 1단계 기초 공사(지하 1층 주차장 및 건물 기초 공사)와 2단계 호라이즌 공사(지상 2층, 50,820제곱피트 규모의 박물관 단지)로 구성된다. 1단계 공사는 2023년에 완료되었으며, 2단계 공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2026년 완공 예정이다. 박물관은 핵심 전시관, 임시 전시관, 강당, 학습 센터, 데모 주방, 기록 보관소를 통해 다양한 프로 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며, 전국 및 전 세계 관객을 위한 가상 체험 기회도 마련된다.
박물관은 강력하고 몰입감 넘치며 사색을 자극하는 다양한 전시를 기획·개최하고, 의미 있는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공공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예술과 문화를 기념하며, 가족· 청소년·어린이를 위한 교육 기회 를 제공하고, 유산과 역사의 보존소 역할을 수행하며, 상징적인 장소로서 기억에 남는 경험, 모임, 행사를 주최할 것이다. 박물관은 아르메니아와의 문화적·교육적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박물관은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아르메니아 유물을 선보이고, 아르메니아 현지 개인 및 단체와 공동 행사 및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아르메니아 예술가·사상가·아이디어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미국 전역의 더 넓은 관객에게 아르메니아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아르메니아 소재 박물관 및 교육 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 할 것이다.
본 박물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아르메니아의 풍경, 소리, 경험을 공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이 문화적 호기심과 발견의 흥미진진한 여정을 시작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다. 박물관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 기념 서부 미국 위원회(Armnian Genocide Centennial Committee Western USA)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아르메니아 대학살로 희생된 150만 순교자의 기억을 기리고, 강인함, 인내,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로 커뮤니티의 다음 100년을 구축하고 정의하기 위한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채택했다. 이 박물관은 역사상 가장 암울한 장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 대학살에 대해 대중을 교육할 것이며, 범죄와 엄청난 손실 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민족의 생존과 인내를 강조할 것이다.
또한 박물관은 아르메니아 민족의 수천 년에 걸친 풍부하고 활기찬 역사, 전 세계 사회에 대한 그들의 광범위한 기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 하는 그들의 앞날에 대해서도 대중을 교육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박물관은 과거를 기리고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완공될 박물관은 입장료, 박물관 숍 수익, 박물관 주차장 이용료, 그리고 대중을 위한 주요 행사 장소로 활용될 박물관 공간 임대 수익을 통해 운영을 지원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비영리 박물관으로서, 이 센터는 기금과 재단, 기업, 정부 기관의 보조금을 통해 운영을 지원할 것이다. 우리의 숙원인 한미박물관도 30년전에는 꿈이 있었다. 30년을 지나 온 오늘 우리의 한미박물관 건립에 글레데일에 자리잡은 외로운 ‘소녀상’은 바로 옆에 세워질 아르메니아 박물관의 위대한 “꿈의 실현”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