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대기자의 밀착취재1] 베일 속 풍산그룹 류진 회장 일가 부인-자녀 미국국적 수십 년 은폐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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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 노혜경 2000년 국적상실…2010년 관보에 ‘국적상실’ 고시돼
◼ 아들 류성곤 18세 때인 2010년 美국적선택 관보에 국적상실 고시
◼ 2010년 관보 국적상실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허위공시자행 드러나
◼ 노혜경국적상실 14년 아들 21년간 은폐…딸도 미국국적 보유확인
◼ 아들 류성곤 미국명 RYU CANDACE 유권자등록 ‘미국국적 확실’
◼ 2013년 이후 수십 차례 공시서 가족 ‘미국국적’은폐 불법허위공시
◼ 상장기업 허위공시는 자본시장교란 ‘중대범죄’로 일벌백계 불가피
◼ 류 회장 유고시 대한민국대표방산업체는 졸지에 미국회사 될 위기

한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부인과 아들은 물론 딸까지, 류 회장을 제외한 일가 3명 모두가 미국국적자임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류 회장의 지분이 가족에게 증여 또는 상속되면 미국국적자가 지분 절반을 보유, 한국방산업체는 미국업체로 바뀔 운명에 처했다. 본보가 대한민국관보 확인결과 류 회장의 부인이자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딸인 노혜경 씨는 이미 24년 전인 2000년 한국 국적을 버렸고, 아들은 지난 2010년 한국 국적을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류 회장의 딸 역시 미국국적자로 드러났다. 하지만 류 회장은 지난 2014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숨겼고, 2013년에는 부인과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자라며 허위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류 회장은 이달에도 딸이 한국국적자라고 공시, 미국국적보유사실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류 회장은 지난해 8월 전경련회장에 취임했지만 부인과 자녀들의 국적을 숨기고 허위 공시하는 등 자본시장을 교란했다는 점에서 회장직사퇴는 물론 사법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풍산그룹, 소구경에서 대구경, 권총에서 M16 등은 물론 탱크 포탄을 비롯해 각종 군용탄약, 화약, 탄약부분품등을 제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탄약시장 압도적 1위 업체다. 바로 이 업체 류진 회장의 부인 노혜경 씨와 딸 류성왜 씨, 아들 류성곤 씨 등 류진 회장을 제외한 가족 3명 모두가 본보취재결과 미국국적자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류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미국국적자인 사실은 2014년 드러났지만, 딸까지 미국국적자임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류 회장은 방위산업체 최대주주의 가족이 미국 국적임이 드러날 경우,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음인지, 부인과 아들의 미국 국적 보유사실을 최소 21년 이상 숨겼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며 허위 공시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10월 11일 공시에서도 딸의 국적이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부인-아들 국적’허위공시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 씨, 노 씨는 전두환 정권시절 외교부장관과 안기부장, 국무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던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딸로 잘 알려진 노 씨가 충격적 비밀을 간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대한민국 관보를 통해 노 씨가 한국 국적을 버린 시기를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노 씨는 풍산홀딩스의 최대주주공시를 통해 2013년까지는 한국국적, 2014년부터 미국국적으로 기재됐지만, 실제 노 씨는 이미 지난 2000년 한국국적을 버리고 미국국적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혜경 씨는 지난 2010년 10월 8일자 관보, 제17357호에 ‘국적선택불이행’으로 2000년 6월 14일 대한민국국적을 상실, 미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고시돼 있다.

이 관보에서 노혜경 씨의 생년월일은 1960년 8월 30일이며, 등록예정기준지 주소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709-3번지였다. 법무부장관은 ‘국적법 제15조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국적을 상실했으므로 고시한다’고 밝혔다. 노 씨의 생년월일이 1960년 8월 30일로 기재된 것은 풍산홀딩스 공시에서 대주주 노 씨의 생일로 기재된 것과 일치한다. 따라서 이 관보에서 2000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한 것으로 고시된 노 씨는 류진 회장의 부인과 동일인 임이 명백하다. 또 관보에 노 씨의 등록기준지로 기재된 경북 안동 하회리 주소지는 서애 류성룡산생의 고택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부동산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소유주는 풍산으로, 이 또한 노혜경 씨가 류 회장 부인과 동일인 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 관보에서 국적선택불이행으로 기재된 것으로 미뤄, 노 씨는 미국 등 외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미국국적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노 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1960년 8월 30일부터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국적을 보유했으며, 2000년 6월 14일 한국국적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풍산홀딩스는 지난 2014년 5월 9일 최대주주관련 공시에서 노 씨의 국적이 미국임을 밝혔고, 바로 그 전해인 2013년 3월 29일 최대주주신고 때는 노 씨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했다.

아들 류성곤, 18세 때 미국국적 선택

즉 류 회장은 부인이 이미 지난 2000년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2014년까지 약 14년간 이를 숨겨온 것이다. 특히 2013년에는 미국국적자인 노 씨의 국적이 한국국적자라고 허위공시까지 한 것이다. 부인이 미국국적자임을 숨기기 위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류 회장은 노 씨와 결혼해서 1990년 딸 류성왜 씨를, 1993년 아들 류성곤 씨를 출산했다는 것이 풍산홀딩스의 공시를 통해서 알려진 상태이다. 본보는 관보에서 류성곤 씨로 추정되는 유성곤 씨의 국적이탈사실을 확인했다. 유성곤 씨는 지난 2010년 11월 2일. 관보 제17374호에 ‘외국국적선택’을 이유로, 2010년 8월 26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 미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고시돼 있다.

이 관보에서 유성곤의 생년 월일은 1993년 10월 19일이며, 등록기준지 주소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709-3번지였다. 법무부장관은 국적법 제14조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했으므로 고시한다고 밝혔다. 즉 유성곤 씨는 대한민국국적을 버리고, 미국국적을 선택한 것이다. 풍산홀딩스의 최대주주 공시 등에는 ‘류성곤’씨로 기재된 반면, 관보에는 ‘유성곤’씨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생년월일은 두 서류 모두 동일했고, 등록기준지로 기재된 경북 안동시 하회리 주소지는 서애 류성룡선생 고택이다. 따라서 이 관보에서 2010년 한국국적을 버리고 미국을 택한 유성곤은 류 회장의 아들 류성곤과 동일 인물임이 명백하다.

법무부장관이 국적이탈 사유를 ‘외국국적선택’이라고 명시함으로써, 1993년 출생인 류씨가 18세 때 미국국적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류씨가 미국에서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18세가 되는 해에 국적선택의무가 있다. 당시 류 회장은 한국 풍산금속에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노 씨가 미국에서 류 씨를 출산한 것은 아들이 미국국적을 취득, 대한민국 병역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원정출산 가능성을 보여준다. 명색이 국무총리의 딸이자, 대한민국 대표적 방위사업체 수장이 자녀 병역기피를 위해 부인에게 원정출산을 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하지만 풍산홀딩스는 지난 2014년 5월 9일 최대주주관련 공시에서 류성곤 씨의 국적이 미국임을 밝혔고, 바로 그 전해인 2013년 3월 29일 최대주주신고 때는 류 씨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했다. 풍산홀딩스의 2013년 공시는 명백한 허위공시이다.

류 씨는 이미 2010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 국적을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한민국국적이라고 공시한 것은 허위공시에 해당한다. 또 류 씨가 1993년 출생과 동시에 미국국적을 취득했음을 감안하면, 2013년까지 이를 숨겼고, 2014년 이를 공개함으로써, 류 회장은 최소 21년간 아들의 미국국적취득사실을 은폐한 것이다. 류 회장이 이처럼 부인과 아들이 한국국적을 버린 사실을 숨긴 것은, 자신이 대한민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안보를 볼모로 돈을 벌면서, 부인과 아들은 대한민국을 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된다. 즉 류 회장 부인과 아들의 한국국적포기는 ‘이율배반적’ 또 ‘매국노’ 등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숨겨왔고, 2014년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박근혜 정권 때 아들의 병역논란을 우려, 마지못해 병역면제에 해당하는 미국국적자임을 공개한 셈이다.

류 회장 부인의 한국국적상실은 2010년 10월 8일자 관보에, 아들의 국적상실은 2010년 11월 2일자 관보에 실렸다. 공교롭게도 류 회장 부인과 아들의 국적상실사실이 수십 년간 은폐돼 오다 한달 남짓 간격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이는 아들의 국적선택시기, 즉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반드시 국적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닥쳐오자, 아들은 물론 부인의 국적상실을 동시에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류 회장이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한국국적을 버린 대신, 그 이후 오랫동안 허위공시 등을 통해 이를 숨긴 것이다. 풍산홀딩스 최대주주공시에 따르면 ‘류성왜’ 라는 인물이 드러났다. 공시서류에는 1990년 3월 20일 태어난 여성이며, 대한민국 국적이고, 최대주주인 류진 회장의 친인척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류성왜 씨는 바로 류 회장의 딸이다. 1남 1녀 중 첫째가 딸인 류성왜이며, 둘째가 아들인 류성곤으로, 류성왜 씨가 류성곤 씨의 누나이다.

딸 유성왜[CANDACE] 미 유권자 등록

그렇다면 ‘류성왜 씨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는 풍산홀딩스의 공시가 맞는 것일까? 아니다, 본보취재결과 류 회장의 딸 역시 미국국적자로 밝혀졌다. 류성왜 씨의 미국이름은 류 캔데스[RYU CANDACE]로 밝혀졌고, 이 미국이름으로 미국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자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국적자가 아니면 유권자가 될 수 없다는 미국법을 감안하면 류성왜 씨는 미국국적자임이 명확한 것이다. 미국국적자로서 유권자등록을 하고 말고는 미국국적자의 자유의사이다. 다만 유권자등록은 미국국적자만 가능한 것이므로, 유권자등록이 돼 있는 사람은 반드시 미국국적자이다. 따라서 류 회장의 딸은 미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국적자인 류성왜 씨의 동생 류성곤 씨 역시 유권자등록이 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부인 헬렌 노씨는 미국국적자지만 유권자등록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류 회장의 가족 4명 중 류회장 본인을 제외하고, 부인과 딸, 아들 등 3명 모두가 미국 국적자인 것이다. 특히 풍산홀딩스는 지난 2013년부터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11일 최대주주주식변동 관련 공시에서 류성왜 씨가 대한민국 국적자라고 밝혔고, 이는 류 씨의 미국국적보유사실을 숨긴 것이다. 류 회장과 풍산홀딩스는 류 회장 부인과 아들의 국적을 한국이라고 허위공시한데이어 무려 수십 차례의 공시를 통해, 딸의 국적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며 딸의 미국국적 보유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공시가 한두 차례가 아니고 수십 차례에 해당한다. 류성왜 씨 역시 미국에서 출산한 것으로 추정되며, 아들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미국국적임을 밝혀야 했지만, 딸은 병역의무가 없으므로, 류 회장은 이를 자진해서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을 제외한 일가족 3명이 모두 미국국적으로 드러나면 욕을 먹었으면 먹었지, 좋은 말을 들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이를 숨긴 셈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주식변동 등의 공시에서 반드시 국내인 인지 외국인인지 여부와 국적을 밝히게 돼 있는 만큼, 풍산홀딩스는 류성왜 씨의 국적이 미국임을 명시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65세 이하는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류성왜씨가 1990년생인 만큼 아직 30대이며 65세가 되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풍산홀딩스는 공시서류에 류 씨의 국적이 미국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허위공시로, 사실상 불법을 저지른 것에 해당한다. 류 씨가 미국과 한국국적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밝혔어야 하고, 한국법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적법하게 행동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풍산홀딩스의 공시담당 직원이 오너의 딸의 국적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허위공시는 실무진보다는 류 회장의 책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류 회장이 꽁꽁 숨긴다면 실무진이 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허위공시는 자본시장 교란 중대범죄

류 회장 일가 3명의 미국국적보유는 현실적으로 한국대표 방산업체의 정체성 문제를 유발한다. 또 만약 류 회장이 사망해, 지분이 가족들에게 상속된다면, 이 업체가 미국업체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8월 14일 풍산홀딩스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2024년 반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류진 회장이며, 류 회장의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자지분이 48.72%에 달한다. 특히 류진 회장 본인이 37.61%, 부인 헬렌 노 5.41%, 류성왜 3.12%, 로이스 류 2.43%이며, 황세영 0.02%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지분이 전체 주식의 48.72%에 달하며, 최대주주일가 4명의 보유지분이 전체지분의 48.7%에 달한다. 사실상 류 씨 일가 지분이 전체지분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대주주 일가 중 류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지분이 11.09%에 달하며, 이 11.09%가 미국인 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시 상으로는 미국인 지분이 3명이 아닌 2명, 11.09%가 아닌 7.84%로 기재돼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는 류성왜 씨가 미국국적자이므로, 3.12%가 미국인 지분으로 추가돼야 한다. 풍산홀딩스는 코스피상장 기업으로 지난 21일 기준, 외국인보유율이 14.8%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보유율에 류성왜 씨의 지분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3.12%가 많은 약 18%인 것이다. 이 같은 차이가 모두 류 회장의 허위공시에 따른 것이며, 이는 주식투자자를 오도하고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류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 3명을 모두 미국국적을 선택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류 회장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방위산업체가 미국에 넘어갈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약 38%에 달하는 류진 회장의 지분이 가족들에게 증여되거나, 만약 류 회장의 사망 때 가족들에게 상속된다면, 이는 류 회장의 지분이 미국인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최대주주 친인척 미국인 3명은 현재 지분이 약 11%에서, 류 회장 지분의 증여 또는 상속이 이뤄진다면 49%의 지분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체 지분의 절반이 미국인에게 넘어가고, 결국 미국업체가 돼 버리는 것이다.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올해 66세로서, 아직 정정한 나이다. 현재 건강하고,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적지만 사람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90세 까지 건강하게 경영한다면 24년 뒤에는 증여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가족들에게 증여하면 미국업체로 바뀔 수 밖에 없다.

또 조금 더 빨라진다면 미국업체로 변모하는 시기는 더 빨라진다. 부인과 자녀의 보다 편안한 생활, 병역문제해결 등을 위해 미국국적을 쥐어줬는지 모르지만, 이제 더 큰 문제에 봉착했고 자칫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이라는 주장은 류 회장이 아들을 미국국적자로 만듦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대한민국 방위를 책임지는 업체로, 탄약을 만들어서 국가를 위한다는 각오는 부인과 자녀를 줄줄이 미국국적자로 만듦으로써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안보를 볼모로 성장한 업체의 행보로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류 회장 유고시 후계구도에 큰 영향

류 회장 일가 3명의 미국국적취득은 류 회장이후 풍산의 후계구도 또는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진 회장은 후계구도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지만, 아들이 미국국적 자여서인지, 아직 아들의 후계자수업 또는 풍산 본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본인이 66세이며, 아들도 이미 31세인만큼, 다른 재벌들이라면 이미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들이 미국국적자임을 감안한 때문인지, 아들을 한국에 데려다가 경영수업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국적자가 한국의 대표적 방위사업체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적지 않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누구보다 류 회장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셈이다.

다만 류 회장 아들이 미국 자회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류 회장아들의 주장이다. 본보확인결과 류 회장의 아들은 지난 2022년 4월, 즉 약 2년 6개월 전부터 풍산의 미국자회사인 PMX인더스트리스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류 회장의 아들이 링크드인에서 스스로 밝힌 경력에 따르면, 자신이 2022년 4월부터 PMX인더스트 리스의 EXECUTIVE VICE PRESIDENT 라고 주장했다. 정확히 한국어로 번역하기 힘들지만, 대략 수석부사장 등의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올해 3월부터는 풍산아메리카코퍼레이션의 스페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근무중이라고 밝혔다. 2개 직책 모두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풍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MX 인더스트리의 자산은 약 3587억 원, 풍산아메리카의 자산은 2263억 원으로, PMX 자산이 풍산의 약 1.5배에 달했다. 류 회장의 아들은 풍산 본사에서는 일자리를 맡지 못하고, 미국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류회장의 아들의 학력은 화려하다.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명문사립학교로 불리는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스탠포드대학을 졸업했고, 2016년 스탠포드대 로스쿨에 진학, 2019년 말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는 미국최고대학중 하나이며, 스탠포드대 로스쿨의 명성 또한 유명하다. 다만 류 회장의 아들은 아직 캘리포니아 주 및 뉴욕 주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명문법대를 나왔지만, 재벌 2세이므로, 굳이 머리 싸매고 공부해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류 회장의 부인 헬렌 노 씨 역시 스탠포드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어머니와 아들이 스탠포드대 동창으로, 동문자녀에 해당한다.

류 회장의 아들은 2018년 여름 뉴욕의 밀뱅크 법무법인에서 인턴십을 했으며, 2019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 8개월간 밀뱅크 법무법인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부인이 뉴욕 맨해튼에 1125만 달러짜리 콘도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 24일이다. 아들의 뉴욕 법무법인 근무시기와 어느 정도 일치하며 아들의 거처로 이 콘도를 매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 회장 아들은 로펌 등에 근무하다 풍산 미국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재미난 것은 류 회장의 아들이 PMX인더스트리스의 부사장이라고 밝혔지만, 몇 해 전에는 류 회장의 부인이 자신이 PMX의 부사장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헬렌 노씨는 2012년 2월 22일 정치자금 기부 때 풍산금속 미국법인인 PMX 인더스트리의 임원, 2015년 8월 31일 정치자금 기부 때 PMX인더스트리의 부사장, 또 같은 해 9월 3일 정치자금 기부 때도 PMX인더스트리 부사장, 같은 해 9월 16일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잽 부시 플로리다주지사에게 2700달러를 기부하면서 자신의 직책을 PMX인더스트리 부사장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PMX 부사장자리는 류진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연달아 맡은 것이다. 특히 텍사스 주에 설립된 탄약제조회사 PMC AMMUNITION의 법인서류 확인결과 헬렌 노씨가 이 법인의 PRESIDENT, 즉 대표이사로 등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류 회장의 딸 류성왜 씨가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텍사스 주에 머무른 흔적은 없다. 류 회장의 부인과 자녀 2명이 풍산 미국법인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이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위공시는 명백한 실정법위반

류 회장의 부인과 자녀들이 줄줄이 미국국적을 획득함으로써 후계자수업 등에 그룹 내부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허위공시를 했다는 점이며, 이에 따라 한국경제인협회, 즉 전경련회장직에 적합하지 않으며 자진사퇴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류 회장이 부인과 아들 등이 한국국적을 상실한 뒤에도 한국국적이라고 허위공시를 한 것은 실정법위반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비록 그 보고책임은 실무자에게 있을 지라도 류 회장역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또 딸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하고, 미국국적을 숨긴 것도 허위공시논란을 낳을 수 있다. 딸의 미국국적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류 회장이 허위공시 등 실정법을 위반했음이 명백하고, 또 아직도 일부 허위공시를 계속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류 회장이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증시상장기업의 허위공시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허위공시로 인해서 기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집단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류진 회장이 지난해 8월 제39대 전경련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 맏형으로 불리고 있다. 류진 회장은 전경련의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꿔 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재계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허위공시를 일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 재계 맏형의 지위를 내려놓았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재계 대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며, 오히려 한국재계의 부끄러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재계대표로 재임하면서 계속해서 허위공시를 한다면 사법처리를 받아 마땅하다.

류 회장은 가족들의 미국국적취득을 사실대로 고백하고, 허위공시를 사과한 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다. 경제인협회 회원사역시 회장에게 과감히 용퇴를 건의해야 할 것이다. 또 대한민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에 미국인이 대주주라는 사실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만큼, 미국인 주주들의 지분도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위사업체에서 외국인 지분보유율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큰 의미를 지닌다. 비록 통신, 방송 등 외국인지분한도를 법적으로 제한한 33개 국가기간 사업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풍산 또한 그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류 회장 자신의 지분도 미국인에게 증여, 상속하기 보다는, 퇴임을 하기 전에 시장에서 적정한 값에 처분, 합당한 수익을 챙기고, 한국국적자가 경영을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류 회장은 부인과 자녀를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한다며 미국에서 지내도록 하고, 미국국적을 받아 자녀의 병역문제등을 해결했지 만, 이제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될 시기에 처했다.

류회장으로서는 노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 힘든 숙제를 어깨에 짊어진 것이다.
또한 LA에 거주하고 있는 류진 회장의 이복형제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구설수가 뒤따르고 있다. 라디오코리아에 8백만 달러를 빌려주고 매월 상당한 이자를 받아 오다가 고 손태수 회장 작고 후 투자로 전환, 공동 주주였으나 최근 라디오코리아가 PCB은행에서 스테이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정리해 원금을 모두 돌려받은 유미 씨와 베버리힐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유미 씨의 언니의 재산을 둘러싸고 전개된 각종 루머가 LA한인사회와 언론계에 파다하게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스테이션 매입 당시 직원들에게 투자받았던 투자금은 손태수 회장 사망 직후 모두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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