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삼성전자아메리카, 거액뇌물비리 임원 합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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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 명의로 회사 만들어 협력업체 승인하고 부당이득
◼ 부하직원 제보로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비리 행위 적발
◼ 내부감사 시작직후에 모든 정보 삭제하고 사직서 제출
◼ 삼성, 12월 김 씨에 합의금-정보 받고 소송 전격 취하
◼ 합의 조건 비공개 불구 250만 달러 이상으로 합의추정
◼ 올해 1월 삼성, 김 씨 부부 주택 250만 달러 채권설정
◼ 양파 껍질처럼 줄줄이 내부 비리 폭탄 터져 나올 수도
◼ 승소하고도… 전혀 삼성답지 않은 합의 배경에 의아심

삼성전자아메리카가 고위 임원의 횡령과 킥백수수 의혹을 적발 뒤 소송을 제기, 최소 250만 달러 이상의 합의금을 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아메리카[SEA]는 고객서비스담당 부사장 김OO씨가 지난 2010년부터 2024년 감사를 시작하고 자진 퇴사할 때까지, 삼성의 고객서비스담당 협력업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왔으며, 부인 명의로 회사들을 설립 후, 삼성의 협력업체로 등록한 뒤 돈을 받는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진술이 형사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수정헌법 5조,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송은 양측의 합의로 종결하고, 삼성전자는 소송 합의로 이들 부부로부터 250만 달러의 채권을 확보했다며, 이들 부부의 저택에 담보권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세계적 대기업들이 고객 서비스 응대 등을 협력업체에 위임하고, 협력업체들은 저임금국가에 콜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 미주법인[SEA]의 한 고위 임원이 고객서비스담당 협력업체를 상대로 최소 10년간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킥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 고발로 드러난 뇌물수수

특히 이 같은 사실은 이 임원의 부하직원이 회사 측에 제보했고,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감사를 시행한 뒤,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만천하에 공개됐다. 삼성전자아메리카가 지난해 2월 14일 뉴저지주 버겐카운티법원에 삼성전자아메리카 고객서비스담당 부사장 김모씨와 김 씨의 부인, 그리고 콜센터프로세스컨설팅, 컨슈머일렉트로닉스텔리서비스, VOCOSVC, 임플레오컨설팅서비스유한회사, CCPM유한회사, SE그래픽스 등 6개 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합의로 소송이 종결됐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아메리카가 승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아메리카는 소송장에서 ‘전 고객서비스담당 부사장 김 씨는 1998년 삼성에 입사한 뒤 2017년 고객서비스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고위직으로 막대한 재량권 및 감독권을 보유했고, 2024년 9월 27일 내부감사 도중 갑작스럽게 자진해서 사직했다. 지난 2023년 9월 한 내부고발자가 김 씨가 특정 협력업체를 편애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감사팀 조사 결과 이해관계의 충돌, 자기거래, 킥백구조 등이 발각됐다. 피고에 포함된 법인은 김 씨 또는 부인이 소유, 통제한 회사들이며, 이들 회사를 통해 협력업체로부터 킥백을 받은 것은 물론, 삼성전자의 자금을 빼돌렸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아메리카는 ‘임플레오컨설팅서비스유한회사[ICS LLC]를 삼성전자협력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특정인을 이 회사의 CFO로 해서, W-9, 즉 법인의 납세정보내역서를 삼성전자아메리카에 제출했으나, 이 CFO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김 씨 부부의 회사로, 김 씨는 이 회사가 자신의 회사임을 숨기고 삼성전자아메리카의 고객서비스담당 협력업체로 등록한 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로부터 약 30만 달러를 부당하게 받았으며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아메리카는 ‘직원으로서의 충실의무 위반, 부인 관련 법인에 대한 부당지원, 횡령, 사기, 회사 PC와 핸드폰의 데이터삭제, 협력업체 등에 대한 방해, 민사공모 등 모두 7개 혐의로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 부당이득 환수 등을 요구’했다. 특히 삼성전자아메리카는 김 씨의 부당행위는 지난 2010년 7월 23일 자신의 아내에게 콜센터프로세스컨설팅사를 설립하라고 지시할 때부터 시작됐다. 김 씨 부부가 자신들의 회사를 통해 삼성의 자금을 횡령하고 협력업체의 리베이트를 받기 위한 통로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김 씨가 2012년 10월 4일에는 자신의 아내에게 컨슈머일렉트로닉스 텔리서비스를, 2012년 12월 10일에는 VOCOSVOC를 각각 설립하도록 지시했고, 2013년 2월14일 부인이 설립한 임폴리오, 즉ICS유한회사를 삼성의 협력업체로 등록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벤더등록을 승인하게 했고, 삼성에서 14개월 동안 약 30만 달러를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ISC LLC를 이용, 4개 이상의 삼성전자아메리카의 협력업체로부터 2024년까지 16만 7천 달러, 14만 6천 달러 등 막대한 금액의 킥백[리베이트]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부하직원에게 최소 6회에 걸쳐 총 1만 5천 달러를 지급하고, 자신의 횡령 등을 돕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10년간 반복적으로 리베이트 챙겨

이와 관련, ‘협력업체 A는 2011년 김 씨의 부인에게 1만 3,600달러를 킥백으로 지급했고, 2013년에는 A가 ICS유한회사에 5회에 걸쳐 2만 5,400달러를 지급한 것은 물론, 김씨가 A에게 한국 계좌로 보내던 돈을 모두 ICS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협력업체B는 2018년 CCPM과 SE그래픽에 4만 1천 달러를, 협력업체C도 2018년 CCPM과 SE그래픽에 9만 달러를 킥백으로 지급했다. 또 협력업체B는 2019년 김 씨에게 직접 최소 14만 6천 달러를. 협력업체D와 협력업체E는 2019년 김 씨에게 직접 최소 16만 7천 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협력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김 씨가 2013년 부인 관련회사 직원에게 지시해 부인 회사인 ICS유한회사를 협력업체로 승인하도록 했으며, 2018년 이 직원에게 2,500달러를 포함 2019년에 모두 7회에 걸쳐 1만 2,500달러 등을 지급하고, 공모를 유도하고, 내부통제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김 씨가 ‘협력업체B와 D, E 등 최소 3개 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2024년 사직 직전까지도 이들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시키면서 삼성전자의 자금을 지급했다.

특히 김 씨는 사직 전 회사PC와 휴대폰에서 개인이메일을 모두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했고, 삼성전자는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이메일을 모두 복구,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이메일 등 증거로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부인 회사를 삼성 협력사로 등재, 삼성 돈을 받게 하고, 자신의 아내에게 여러 개의 회사를 설립하도록 해서 협력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통로로 사용하고, 이들 협력업체의 지분까지 몰래 보유하는 등,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비리는 2010년께부터 2024년께까지 장기적으로 반복됐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소송을 제기하자, 김 씨 부부는 3월 24일 각자의 답변서를 통해 소송 주장에 대해 모른다거나 정보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대부분을 부인했다. 전면부인 또는 무정보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다. 피고의 전형적인 최초 방어포맷이다. 김 씨는 ‘삼성에서 근무했고, 2024년 9월 퇴사’라는 사실만 인정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 부인도 임플레오를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인했고, 소멸시효가 지났다. 삼성의 과실이며, 삼성의 부정행위 등 12개의 적극적 항변을 했다.

또 김 씨 부부는 수정답변서를 통해 ‘민사소송에서 답변이 형사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든 진술을 부인할 수 있다. 이는 수정헌법 제5조에 보장된 권리이다.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묵비권을 행사한다’라며 대부분의 소송 주장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급적 김 씨 부부의 반론을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했지만, 답변서가 전면부인, 정보 없음이 대부분이었다.

부인 명의 회사 설립 후 협력사 등록

특히 김 씨는 자신이 아내에게 지시해서 설립한 법인을 2년 정도만 유지케 한 뒤 폐쇄하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 2025년 7월 30일 ‘이미 해산된 법인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해달라’며 약식판결을 신청했다. 김 씨 측이 선제적으로 약식판결을 신청한 것이다. 이는 개인은 수정헌법 제5조에 따른 묵비권이 보장되지만, 이들 법인은 이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법인에 대한 디스커버리를 통해 킥백 등의 증거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김 씨는 약식판결요청서에서 ‘임플레오컨설팅서비스는 2013년 1월 3일 설립됐지만, 2015년 10월 27일 이미 해산됐고, CCPM유한회사는 2015년 10월 27일 설립됐지만 2018년 4월 17일 해산됐고, SE그래픽스는 2018년 4월 9일 설립됐지만 2020년 2월 19일 해산됐다. 길게는 10년 전, 짧게는 5년 전 해산됐고 남은 자산도 없고, 법적으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 피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들 피고에 대한 기각을 요청했다. 김 씨는 ‘뉴저지주 회사법상 유한회사는 해산 후 5년이 지나면 회사나 그 회사의 멤버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해산은 법인의 죽음이 아니라 청산과 책임 정리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며 해산된 법인도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하므로 소송 대상’이다. 또 불법행위가 법인해산 이전에 발생하면 소송 대상이며, 법인해산이 불법행위 은폐를 위한 수단이었다면, 법인은 해산을 무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 해산된 법인이라도 재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이전됐다면 소송대상이다. 또 법인이 해산됐다고 하지만 공동피고인 김 씨 부부의 통제를 받았으므로, 김 씨 부부가 법인을 대리해서 문서 등을 제공하면 된다.

특히 이들 부부는 김 씨의 회계사가 2025년 5월 2일 해산증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인 5월 8일과 5월 12일, 5월 14일 해산된 법인 법의로 답변서를 제출했다. 해산한 법인에 대한 소송을 기각시켜달라는 것은 디스커버리를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도 약식판결은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어야 한다. 명백한 사실일 때만 약식판결이 가능하며,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다면 약식판결이 불가능하다. 원피고가 신청-반대-재반박을 할 정도로 다툼이 명백한 사안이었다.

‘소송철회-비용각자부담’ 합의

그렇다면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9월 2일 ‘김 씨의 약식명령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해산한 법인을 변호사 대리 범위에서 제외해달라는 신청도 기각했고, 해산된 법인에 대한 소송 기각요청도 기각됐다. 한마디로 말하면 법인이 해산됐더라도 해산 전 불법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김 씨 측의 약식명령을 모두 기각,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과적으로 김 씨 측은 소송 계속과 일정 부분 이득을 챙기고 합의 종결하는 방안을 고민했고, 결국 합의로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전자아메리카와 김 씨 측은 지난해 12월 8일 법원 중재하에 합의를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고,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양측이 12월 30일 소송종결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김 씨 부부, CCPM유한회사, 임플레오컨설팅서비스 유한회사, SE그래픽스 간의 분쟁이 합의로 해결됐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소송을 취하하고, 추후에 동일 사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으며, 상대방에게 재판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는 김 씨 부부와 3개 법인에게만 해당된다’라고 기재돼 있다. 김 씨 부부는 이로써 삼성전자 미국법인과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 합의서에는 합의 조건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소송철회-비용각자부담’만 명시돼 있을 뿐,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한다는 등의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사소송이 합의로 종결될 경우, 대부분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기로 했는지. 또 누가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는지 등은 소송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김 씨 부부가 삼성전자에 25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등기소에서 김 씨 부부 소유의 올드타판 주택관련 부동산서류를 검색한 결과 흥미로운 서류 1건을 발견했다.

‘삼성전자아메리카가 김 씨 부부 소유의 올드타판 주택에 250만달러 모기지 담보를 설정했다’는 서류가 올해 1월27일 접수된 것이다. 이 서류 확인 결과, ‘김 씨 부부는 삼성전자에 2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가 있으며, 이 채무는 2025년 12월 8일 자 합의서에 의해 발생했다. 김 씨 부부는 이 채무의 상환을 보증하기 위해. 부부 소유의 주택을 삼성전자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2025년 12월 8일 자 합의서’란 버겐카운티지방법원 중재하에 합의컨퍼런스가 열린 날이다. 즉, 이날 합의컨퍼런스에서 ‘김씨 부부가 삼성전자에 최소 250만 달러이상을 지급하고, 삼성전자는 소송을 취하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 모기지문서에 250만 달러라고 명시된 것은 합의금이 250만 달러라는 의미는 아니며, 250만 달러가 전체합의금일 수도 있고, 전체합의금 일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소한 250만 달러에 대한 담보가 설정됐으므로, 합의금이 적어도 250만 달러 또는 그 이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피해액 밝히지 않고 250만 달러 설정

이 주택은 김 씨 부부가 지난 2021년 6월 24일 128만 5천 달러에 매입했으며, 현 시가가 150만 달러 상당으로, 250만 달러에는 못 미친다. 즉 삼성전자가 250만 달러 담보를 설정했지만, 250만 달러를 모두 돌려받기에는 부족한 셈이다. 만약 김 씨 부부가 250만 달러를 모두 갚았다면 삼성전자는 모기지 완납증명서를 완납 30일 이내에 등기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모기지 완납증명서는 등기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5월 10일까지는 이를 모두 갚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소 250만 달러 이외의 다른 것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소송 과정에서 ‘형사범죄로 기소해야 마땅하지만, 운이 좋은 줄 알아라’라는 식의 언급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합의금 외에 리베이트 등 비리 혐의 공모자들에 대한 구체적 범죄행위와 이를 입증할 결정적 정보를 넘겨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김 씨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공모자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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