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의 시작] 친文 VS 친明의 전쟁 막오른 퇴로 없는 사생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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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밑에서는 이미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
◼ 차기 총선 공천 둘러싼 물러설 수 없는 목숨건 대결
◼ 친문 ‘민주당 진짜 주인 주장’ 친명 ‘진짜 개혁 완성’
◼ 각종 인사 등에 소외된 친문, 조국 복귀 준비에 심혈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당 내부 긴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겉으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친명계와 친문계의 감정의 골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계파 갈등이 아니다. 이번 당권 경쟁은 차기 대선 주도권, 공천권, 사법 리스크 대응, 그리고 민주당의 정체성 자체를 둘러싼 전면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친명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사실상 ‘이재명 체제 완성’의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 반면 친문계는 “민주당이 특정 정치인의 사법 방어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위기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2년 뒤에 있을 총선의 공천, 한 발 더 나가 차기 대선 후보 결정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갈등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충돌은 단순한 계파 경쟁을 넘어 지난 수년간 누적된 불신과 상처, 권력 재편 과정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때는 같은 진영으로 보였던 두 세력은 왜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가 됐을까. 출발점은 201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민주당 내부 권력 중심은 자연스럽게 친문계로 이동했다. 청와대와 정부, 당 핵심 요직 상당수가 친문 인사들로 채워졌고, 민주당은 사실상 ‘친문 중심 정당’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같은 시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당내 비주류에 가까웠다. 그는 기본소득·강한 개혁 드라이브·직설적 화법 등을 앞세워 독자 노선을 구축했고, 일부 친문 강경 지지층과는 충돌을 반복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와 전당대회 국면에서 SNS 계정 ‘혜경궁 김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을 공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내 충돌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당시 일부 친문 지지층은 해당 계정의 배후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있다고 의심했고, 이는 온라인상 대규모 진영 싸움으로 번졌다. 경찰은 계정 사용자가 배우자 김혜경 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법적 결론과 별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친문과 친명 사이의 상호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친문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친문 세력을 조직적으로 공격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고, 친명계는 “정치적 프레임 공격이었다”고 반발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은 단순한 SNS 사건이 아니라 친문과 친명이 서로를 ‘같은 편이 아닌 세력’으로 보기 시작한 상징적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파장

친문 진영은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정치인으로 봤다. 반면 이재명 측은 당 주류가 자신을 조직적으로 견제한다고 느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때 형성된 불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은 2022년 대선을 거치며 더욱 증폭됐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당은 형식적으로는 단일대오를 유지했지만 내부 긴장은 계속 존재했다.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문계와 친명계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친문 진영에서는 “확장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친명계는 “대선 때 당내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내부 권력 지형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친문이 장악했던 당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는 빠르게 친명 중심으로 재편됐다. 당내에서는 “민주당 권력의 세대교체이자 계파 교체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갈수록 감정적 성격까지 띠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누적된 상처, 온라인 지지층 충돌, 반복된 공개 비판이 쌓이면서 계파 간 신뢰가 크게 약화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엔 계파가 달라도 대화와 타협 여지는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정치적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친문·친명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친문계는 여전히 민주당 전통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고, 친명계는 현재 당의 실질적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당분간 통합과 분열 사이에서 불안한 공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명의 절박함

친명계의 가장 큰 목표는 단순히 당대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당의 영구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민주당 내 권력 구조는 이미 크게 재편됐다. 과거 친문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 운영 시스템은 사실상 해체됐고, 공천·당직·지역조직 곳곳에 친명 인사들이 배치됐다. 그러나 친명계 내부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장 큰 이유는 사법 리스크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재판이 멈춘 상황에서, 당권이 흔들리는 순간 정치적 방어선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실제로 친명계 의원들 상당수는 정치적 운명을 이 대통령과 사실상 공동체화한 상태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 색채가 강한 인물들이 대거 생존했고, 반대로 비명·친문계 상당수는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친명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단순한 지도부 선출이 아니라 ‘체제 수호전’으로 인식한다. 당권을 놓치는 순간 그동안 구축해온 당내 권력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 내부에서는 이미 “당권을 잃으면 공천도 잃는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장악 여부는 계파 생존과 직결된다.

친문의 반격

반면 친문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민주당 정상화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과 친문 성향 원외 조직에서는 최근 들어 “민주당이 다양성과 민주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친문계의 가장 큰 불만은 민주당이 지나치게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층 이탈이 심각해졌고, 결국 총선과 대선 경쟁력 자체가 약화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친문계는 이재명 체제 이후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수직화 됐다고 본다. 과거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 심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집단지도 체제가 작동했지만, 현재는 지도부 의중에 반하는 목소리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은 최근 친문 진영 내부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원로들은 공개적으로 “민주당이 팬덤 정치에 포획됐다”고 비판했고, 친문 성향 당원 조직 역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서는 분위기다. 문제는 친문계 역시 물러설 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마저 패배할 경우,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은 사실상 변방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 지금 가장 심각한 부분은 단순한 노선 차이가 아니라 감정적 적대감이라는 분석이 많다. 친명계는 친문계를 “결국 이재명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으로 본다. 반대로 친문계는 친명계를 “민주당 전통을 파괴한 세력”이라고 여긴다. 과거 민주당 계파 갈등은 공천이나 노선 경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 계파 자체를 정치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성 지지층이 만든 ‘퇴로 없는 구조’

이번 당권 경쟁이 더욱 격렬해지는 배경에는 강성 지지층의 존재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권리당원과 온라인 지지층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졌다.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친명 강성 지지층은 당내 비판 세력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부 의원들은 문자폭탄, SNS 공격, 지역구 압박 등을 직접 경험했다고 토로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친명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친명계는 자신들이 오히려 개혁 동력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과정에서 강한 지지층 결집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계파 간 타협 가능성을 더욱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지도부끼리 정치적 합의를 하더라도 강성 지지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을 결국 차기 대선 주도권 경쟁으로 본다. 친명계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체제를 조기에 굳히려 한다. 반면 친문계와 비명계는 최소한 견제 장치를 남겨야 한다고 판단한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재명 이후”를 둘러싼 암투도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차기 주자군 경쟁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고, 친문계 역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리더십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통합, 속으론 전쟁

결국 8월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대표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민주당이 ‘이재명 중심 정당’으로 완전히 재편될지, 아니면 내부 견제와 균형이 복원될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극단적 계파 충돌이 장기적으로 민주당 전체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중도층 피로감이 커지고, 당이 점점 내부 투쟁에 함몰되는 모습이 반복되면 외연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위기감 때문에 양측 모두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민주당 내부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존을 상상하지 못하는 정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것은 단순한 계파 갈등이 아니라, 서로의 정치적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퇴로 없는 내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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