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야만의 시대’에서 제기한 의혹 아직 풀리지 않아
◼ 딸 논문대필, 컴퓨터 기증 등에 대해 아무 답도 안 해
◼ 처남 진동균 검사시절 ‘성추행 어떻게 무마’ 핵심 쟁점
◼ 조국보다 10배는 더하던 韓가족의 의혹, 진상규명해야
한국의 6‧3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는 단숨에 차기 보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당분간 무소속으로 독자 행동을 하겠지만, 머지않아 국민의힘에 복당해 차기 대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대선으로 향하는 그의 앞길에는 그가 넘어야 할 여러 난관이 있다. 혹자들은 그의 당원 게시판 논란, 이로 인한 보수층의 반발 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보수 진영 내부의 문제일 뿐, 그가 대선주자로 넘어야 할 산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특히 대선주자에 걸맞은 의혹들이 그의 앞길에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이미 제기된 것이지만, 클리어하게 해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제기됐고, 윤석열 정부 수사기관에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제기된 의혹 중에 풀어야 할 것들은 많다. <선데이저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연재한 ‘야만의 시대’시리즈를150회 가깝게 보도했는데, 이 중 한동훈 의원을 의혹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본국에서는 당시 본지가 제기했던 의혹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검증의 무대에 오를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모든 논란의 출발점은 2022년 5월이다.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가 한창이던 때, 그의 딸 알렉스 한의 고교 시절 학술 활동에 대한 의혹이 터져 나왔다. 알렉스 한은 고교 1, 2학년 시절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에 여러 편의 글을 게재했다. 약탈적 학술지란 충분한 동료심사(peer review)없이 게재료만 받고 논문을 실어주는 부실 저널을 뜻한다. 미국 명문대 입시에서 연구 실적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 부유층 학생들이 스펙을 쌓는 통로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방식이다. 문제는 단순히 게재 방식에 그치지 않았다.
알렉스 한의 논문 중 한국 철강 산업 관련 글은 이미 발표된 다른 논문과 58.5%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어와 문장 구조만 교묘하게 바꾸는, 이른바 ‘교활한 표절(Sneaky Plagiarism)’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수준이었다. 또 다른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의 문서 속성에서는 작성자 항목에 ‘Benson’으로 시작하는 전혀 다른 이름이 발견됐다. 문서를 최초 작성한 사람의 이름이 기록되는 이 항목의 특성상, 제삼자가 먼저 문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대필 의혹이었다. 한동훈은 당시 청문회에서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앞으로 입시에 쓸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이 된 논문들은 이후 속속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8편 가운데 7편이 삭제됐고, 삭제된 글들은 모두 표절 또는 대필 의혹이 제기됐던 것들이었다. 철회되지 않은 나머지 1편은 방글라데시 한 대학 소속 석사생과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으로, 이번에는 머신러닝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플랫폼 ‘캐글(Kaggle)’에 올라온 데이터셋을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별도 의혹이 불거졌다. 논문이 이렇게 무더기로 철회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 학술적 오류가 아닌 표절이나 부정행위가 확인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철회 이유와 경위에 대한 공식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한동훈 측은 “스펙에 사용하지 않았다”라는 반복된 해명 외에 논문 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한동훈이 전형적으로 의혹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검사 출신 한동훈 의원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의 경우 위증 등에 우려가 있어 주로 답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이 경우 사실상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논문 의혹과 거의 같은 시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엔 봉사활동 기록이었다. 알렉스 한이 어머니의 지인인 기업 임원을 통해 노트북 50여 대를 지원받아 복지관에 기증하고, 이를 미국 대학 진학용 대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y)스펙으로 활용한 것이다. 미국 대학 입시에서 봉사활동과 기부 이력은 입학사정관이 주목하는 항목이다. 당시 알렉스 한은 미국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노트북 기증 활동을 소개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어머니 인맥이 만든 ‘노트북 50대’
한동훈은 “딸의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정상적인 봉사활동을 무리한 프레임으로 폄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노트북 기증 과정에서 한동훈 배우자의 지인인 해당 기업 법무 담당 임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부모의 네트워크가 자녀의 스펙 쌓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른바 ‘부모 찬스’의 구체적인 사례로 지목된 것이다. 결국 2023년 4월, 알렉스 한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합격 사진을 올렸고, 이것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훌륭한 인재라는 것이 증명됐다”라는 환호가 나왔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해 온 쪽에서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MIT는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MIT shouldn’t be a playground for cheaters)’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에는 수만 명이 서명했다. 청원 글은 A양의 논문 표절과 대필 의혹을 열거하며 MIT가 입학 제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IT입시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미국 대학은 내신과 수능 점수만으로 합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지원자 대다수가 최고 점수를 보유한 환경에서 결국 자기소개서, 추천서, 그리고 대외활동 이력이 당락을 가른다. 한 전문가는 “대외활동 없이 MIT에 입학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의혹이 제기된 스펙들이 실제로 사용됐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한동훈은 “입시에 쓰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홀 리스틱 리뷰(Holistic Review)방식의 미국 대학 입시에서 특정 활동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처남의 성추행
딸을 둘러싼 의혹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한동훈의 가족 리스크는 또 다른 방향에서도 누적돼 왔다. <선데이저널>이 몇 차례 보도한 대로 한동훈의 처남 진동균 관련 의혹이다. 진동균은 서울남부지검 검사로 재직하던 2015년 4월, 회식 자리에서 후배 검사 2명을 성추행했다. 검사가 검사를 성추행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당시 정식 수사나 징계 절차 없이 조용히 처리됐다. 남부지검은 진 전 검사에게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수리했고, 진 전 검사는 곧바로 CJ그룹에 임원으로 입사했다. 법조계에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음에도 검찰 조직이 ‘제 식구 감싸기’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3년이 지난 2018년이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고발 이후 출범한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이 뒤늦게 진동균을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데 성추행 발생 시점으로부터 5년 이상이 걸렸다. 이 사건에서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첫째, 2015년 당시 누가 감찰을 막았는가. 검찰 내부에서 사건이 어떤 경로로 묻혔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진동균의 아버지는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요직을 거친 진형구 전 대전고검장이다. 그리고 그의 매형은 당시 검찰 내 핵심 라인에 있던 한동훈이었다. 가족 관계를 통한 사건 무마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한동훈이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둘째, 진 전 검사가 사직 직후 재벌 대기업에 임원으로 취업한 경위다. 성범죄 의혹이 있는 전직 검사가 징계 없이 조직을 떠나 대기업으로 직행한 것은 검찰 인맥이 작동했다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이 사건을 “피해자가 간신히 용기를 내 고발에 나선, 검찰이 무마하려 했던 사건”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한동훈 측은 이 사안에 대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선을 그었다.
처남의 범죄에 대한 법적 연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한 검찰’과 ‘성역 없는 수사’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정치에 입문한 한동훈에게, 가족의 성범죄가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왜 묻혔는지는 그가 마땅히 답해야 할 질문으로 남아 있다. 본지가 한동훈의 국회의원 당선에 맞추어 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제기된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 논문 의혹은 끝난 이야기인가. 8편 중 7편이 철회된 논문들에 대해 한동훈은 “입시에 쓰지 않았다”라고만 했다. 그러나 그 논문들이 왜 철회됐는지…표절이었는지, 대필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었다.
풀리지 않은 의혹
윤석열 정부 경찰은 논문에 도움을 준 해외 대필자에게 연락 한 번 취하지 않고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어머니 인맥을 통해 기업에서 노트북을 공수하고, 이를 딸의 이름으로 기부한 뒤 미국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홍보하는 일련의 과정이 ‘정상적인 봉사’와 무엇이 다른지, 한동훈은 여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부모의 권력과 인맥이 자녀의 스펙 생산에 개입했다는 구조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2019년,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의 딸을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고, 조국은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 파고의 한편에 한동훈이 있었다.
그는 조국 수사를 이끈 검사였고, ‘공정’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몇 년 후, 비슷한 구조의 의혹이 그 자기 딸에게 제기됐다. 약탈적 학술지를 통한 스펙 쌓기, 부모 인맥을 통한 기부 활동, 논란 이후 무더기 철회된 논문들. 규모와 방식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자녀를 위해 부모의 권력과 네트워크가 동원됐다’라는 의혹의 뼈대는 놀랍도록 유사하다. 한동훈이 진정 공정을 믿는다면, 그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자신이 과거 타인에게 들이댔던 기준과 똑같은 잣대로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보궐선거 당선이 그 의무를 면제해 주지 않는다. 대권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이 물음표들은 더 크게 그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대권주자로 부상한 한동훈,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