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를 20년 전에 해서 지금은 어떻게 할지 ‘궁금’
◼ 경선 경우 후보자가 13만 달러 내고 나올지 미지수
◼ 선거 때마다 온갖 추태…선관위원회의 무능 드러내
◼ 정치 권력 단체 선거 보다 더 극성스러운 과열선거
미국에서 선거는 시민들의 자유의사의 표현으로 자랑스런 날로 인식되고 있다. LA한인회장 선거가 왜 직접선거로 했는지는 최근 이민 온 동포들은 잘 모르지만, 2000년 이전에 이민 온 동포들은 한국에서 독재정권하에서 제대로 선거란 것을 하지 못해 미국에서나마 선거를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하지만 세대도 변해 이제는 직접 선거가 우리 실정에 맞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과제로 남겨지고 있다. 그나마 직접선거가 마지막으로 실시된 20년 전인 지난 2006년 5월13일 LA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는 온갖 추태를 보여 국내외로 “어글리 코리안”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나타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에서 소수민족 중에 자랑스런 커뮤니티 대표 단체라고 자부하는 LA한인회는 2006년 선거에 4명의 후보자들이 나서고 유권자 등록도 8만여명으로 사상 최대 유권자 참여로 한층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장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며 “유권자를 기다린다”고 공언한 선관위원장의 약속은 선관위원회의 무능과 투표장의 시스템 작동 불능으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허울뿐인 유권자 검증 시스템의 추태
선관위가 사전에 자랑했던 유권자 검증 컴퓨터의 5초 확인작업은 1시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으로 화가 치민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태가 비일 비재했다. 어떤 유권자는 무려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봉사단체라는 LA한인회 회장을 뽑는 선거가 정치 권력 단체 선거 보다 더 극성스럽고 과열선거가 되어 한인회 선거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 될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다시 ‘한인회 무용론’을 제기할 정도였다. 당시 과열된 선거에 대한 열정의 10분의 1정도만이라도 미국 주류사회 정치 참여에 열성을 보였더라면 우리에게는 ‘4‧29폭동의 수난’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28대 한인회장 선거는 5월 13일 아침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개판’이 되기 시작했다.
이전 선거에서는 투표 시작이 오전 8시부터였는데 2006년에는 오전 9시부터이기에 아침 일찌기 투표 를 하고 일자리로 가려는 한인 유권자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특히 선거일에 선관위측은 제대로 투 표소를 차려 놓지 못해 제시간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더 우스꽝스런 장면 은 선관위원이 선거집행보다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정말 한심한 작태였다. 투표일 당일 오전 9시 정각에 서울 국제공원 투표소는 투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이날 아침 8시30분까지 투표장에 나와야 할 자원봉사자 10명 중 오직 1명만이 나올 정도 였다. 우왕좌왕하는 선관위원에 종사원까지 이리저리 부산을 떤 다음에야 투표는 시작됐는데 시각 은 오전 9시 15분을 지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오전 10시경에는 컴퓨터 시스템에 고장이 생겨 투표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도저히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고가 연발됐다. 서울 국제공원의 투표소에는 당시 컴퓨터가 10대가 있었으나, 작동 불능상태와 컴퓨터를 조작할 수 없는 종사원들이 있어 6대만 가동 중이었고, 또다른 동양선교교회 투표소에는 10대 중 5대의 컴퓨터 만이 작동해 엄청나게 밀려드는 투표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오전 중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 바람에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생겨났다. 도대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할 정도로 선관위는 투표소 준비를 하지 않았다.
특히 동양선교교회 투표소에는 기호 1번의 김남권 후보 지지자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김 후보 측 에서는 ‘고의적인 투표 방해”로 의혹을 삼았다. “유권자 등록 78,000여명이라며 사상 최대”라고 자만한 선관위가 투표장에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란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도 안일하게 하다가 일을 망쳐버렸다. 종사원들이나 도우미들에 대한 선거 예행연습도 했어야 했고, 도상연습도 수차례 한 다음에야 투표소의 문을 열어야 하는데도 당시 선관위는 “그저 어떻게 되겠지…”하는 허접스런 자세로만 일관했다. 투표 준비의 미비는 세리 토스 투표장도 마찬가지였다. 밸리 지역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려했는데, 이미 누군가 먼저 등록을 해버렸다.
LA카운티 8개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들의 준비상태는 한마디로 “개판”이고 억망이었다. 투표장에 나온 많은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로 바뀌어 선관위에 항의 했으나 선관위측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선관위의 무능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문제가 심각했다. 투표를 하지 못해 돌아가는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었다. 신성한 유권자의 권리가 선관위의 무능으로 짖밟혀졌다는 사실에 많은 유권자들은 분노했다.
선관위의 무능과 무지에서 비롯된 선거 ‘참사’
2006년 당시 선거는 2000년의 한인회장 선거 경선 이후 6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경선이었는데, 그 때의 악몽이 배가되어 재현됐다. 당시도 유권자 등록업무가 지연되어 투표일 아침에서 입력작업이 끝나 확인등록증도 배부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투표소에서는 제대로 확인 업무가 이루어지지 못해 투표를 못하고 돌아가는 유권자들이 속출했었다.
선거종사원들이나 도우미들은 제대로 훈련 을 받지 못해 선거진행을 오히려 분란으로 몰아갔다. 당시 선관위도 돈을 펑펑 쓰다가 부도사태를 겪었다. 결국 당시의 선거는 법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추태로 역사에 기록됐다. 더 한심한 것은 당시의 선관위를 인선, 의결한 LA한인회 집행부와 이사회 모두 당시 사태의 공범 자로 이름이 올라갔다. 이들 집행부와 이사회는 모든 것을 선관위에만 일임한 채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한인회장 선거는 한인회 업무 중 가장 중용한 과제의 하나이다. 따라서 선거를 집행함에 있어 한인회 집행부는 선관위를 적극 지원하고 협력했어야 했다.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날 일에 대해서는 빠지지 않은 한인회 임원들이 생색이 나지 않는 일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들 자신들이 입으로는 “봉사”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봉사’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한인회 선거의 후유증의 한 단면으로 또 다시 ‘한인회 무용론’이 제기되었다. 당시 노인단체의 임원으로 있는 L씨(당시75세)는 “우리끼리의 선거자체도 제대로 치루지 못해 부끄럽다”면서 “도대체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차례 한인회장 선거에서 법정시비 등이 끊히지 않았는데 왜 그런 시행착오를 계속하는지 의문이다”면서 “한인회가 없어서 한인의 권익이 손상되는가, 아니면 더 혜택이 많았는가”를 제기했다. 당시 상공회의소 임원을 지낸 K씨(당시56)는 “한인사회 대표조직은 현재의 한인단체들의 연합 체나 협의체를 구성하면 될 것”이라면서 “그 정도 협의체나 연합체를 만들지 못하면 그 정도가 우리 한인들의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2년전에 이민 온 G씨(당시41)는 교회 신자를 따라 투표장에 왔는데 “미국에서 동포단체 선거라서 호기심을 지니고 나왔는데 너무 기가 막히다”면서 “어떻게 이런 어설픈 난장판이 될 수 있는지 한국인이라는 것이 창피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진국 미국에 사는 동포사회 단체 선거라 선진국 선거로 생각했는데..이것은 아니올씨다”라고 내뱉었다. 과거 한인회 임원을 지닌 C씨(당시59)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선관위의 준비부족과 후보자들의 과열 현상은 고질적이 병폐”라면서 “1.5세가 회장이고, 선관위원장이라고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며 안타까워 했다.
한인회장 선거후유증으로 ‘한인회 무용론’ 제기
LA한인회는 지난 2012년 이후 거의 매 2년 마다 정관과 선거규정을 개정해왔다. 왜 이처럼 자주 정관과 선거 규정을 개정해 왔는가? 항상 기존의 정관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코로나 때문에 선거 규정을 바꾸어야 했고 그 때문에 선거 일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정관 개정은 엄두도 못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현행 정관은 한인회장 선거가 직접선거 제도 인데, 이제는 시대도 많이 변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직접선거는 시대성에도 부적절하고 효울성 면에서도 이득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직접선거는 우선 많은 비용이 들어간 만큼 그에 따른 효율 성이 거의 없었다. 현행 정관으로 직접선거를 치루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하는데, 미국의 대선 에서도 유권자 등록이 높지 않으며, 특히 한인들의 선거 참여나 재외국민 투표율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그동안 역대 한인회장들도 이런 점들은 이해하여 왔지만 자신들 임기중에 직접선거를 간접선거로 개정하는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지신들의 임기만 잘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으며, 미래의 한인사회를 꿈꾸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 예를 보자. 과거 4월 총선을 두고 중앙선 관위에서 추정한 LA총영사관 관할 지역, 남가주와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에 거주 하는 재외선거권자는 17만 7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3.8%인 6736명이 당시 재외선거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고, 실제로는 투표율이 100%가 되어도 전체 추정 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4%가 안 되는 것이다. LA한인회 정관에 따르면 ‘회원은 LA카운티 내에 거주하는 한인으로 구성 한다’로만 되어 있다.
그런데 LA한인회가 회장 선거를 하는데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공지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한인 들이 자진하여 유권자 등록을 할까? 어느 누구도 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들을 대상으로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죽어라 벌려도 아주 힘든 현상이다. 그런데 LA한인회장 선거에 나와서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해도 마이동풍일 경우가 십상이다. 그러면 과거 한인회장 선거는 어떻게 했을까.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2006년 LA한인회장 직접 선거가 기록상으로는 마지막 직접 투표했던 선거였다. 당시 4명의 회장 후보가 출마했는데, 유권자 등록수가 무려 8만 여명에 가까웠다. LA한인회 60여년 역사에서 선거 유권자 등록 최대 기록 이었다. 하지만 유권자수는 실제로 8만명도 아닌 4만 5천명 정도로 밝혀졌는데 이것도 추산치였다.
하여간 당시 4명의 후보자들이 자신들에게 표를 찍어 달라고 유권자 등록을 대신 받았기 때문 이다. 말하자면 유권자 등록비를 대신 내주고, 유권자들을 끌어 모으는 선거 운동원들에게 돈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투표장에 나온 동포수는 8,061명 이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LA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자진 하여 등록을 할지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러니 후보자들이 돈을 뿌려 유권자 등록을 시켜야 하는데, 과연 지금 세상에 그렇게 돈을 뿌리고 한인회장에 나설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다. 2006년 당시 4명의 후보들이 뿌린 돈이 100만불이 넘었다는 소리가 나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다.
2006년 한인회 선거판에 뿌려진 돈 100만불
올해 선거에 회장 후보자 등록비가 5만 달러로 변함이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1세대 후보자들은 한인회에 후원하는 셈치고 5만 달러 등록비를 선뜻 지불했다. 이제는 한인회장도 1세가 아닌2세 세대가 봉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2세 세대들이 한인회 회장 후보 등록비 5만 달러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많은 2세들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LA한인회는 지난 2020 년 당시 제 35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직접 투표와 우편투표를 병행하는 선거 제도로 개정했다. 명분은 코로나 재난으로 야기된 환경에서 한인회도 미국식 선진제도로 탈바꿈하여 LA유태인연맹 과 같은 단체를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정된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은 곳곳에 불합리한 규정들이 나타났다.
당시 선거관리 규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2명 이상 경선일 경우 회장 후보의 공탁금과 추가로 선거비용 10만 달러(이번에는 8만 달러)로 도합 15만 달러라는 미주 한인회 역사상 전무 후무한 거액을 후보자들이 납부하도록 한 조치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 LA한인회장 선거에서 공탁금이 5만 달러라는 조항에 대하여 과거 LA법원의 한 판사는 ‘웃기는 이야기’라고 지적해 논란이 되기도 한 주제이기도 하다. 한인회장 후보자들이 선거관리 위원회의 제반 비용은 물론 직접 선거를 위한 지역 투표소 설치 관리 비용 그리고 선거를 위한 우편투표에 관련된 제반 비용 까지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LA한인회는 지난 35대 회장 선거를 위한 예산(안)을 총 22만 달러로 계상했는데, 그 중에는 선거 관리위원회 7인 위원의 식대 5,000달러도 있는데, 이런 비용까지 후보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 에 대하여 과연 LA지역 동포들이 수긍을 할런지 의문이다. 당시 선거에서 회장 후보에 나서려던 크리스 김 NASA(미항공 우주관리국)스페셜 에이전트는 당시 본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엄청난 후보 등록금과 추가 선거 비용 등 도합 15만 달러에 한인 회장 후보에 나서려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이런 엄청난 공탁금과 추가 선거비용 규정들이 과연 캘리포니아주 비영리 단체 관계 법에서 정당 한 행위가 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경선일 경우, 후보자가 추가 비용선거 비용이라는 것은 한인회장 선거를 위한 우편투표나 직접 투표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인데 이런 선거비용을 후보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비영리 단체 임원 선거에 부합되는 것인지도 문제이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