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공항·2차대전때 이어 텃밭 가꾸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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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텃밭가꾸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쇠스랑을 잡고 백악관에서 텃밭을 일구는 사진이 소개되면서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대공황 때 처음 소개된 텃밭가꾸기 운동은 2차대전 때 퍼스트레이디가 재점화하면서 미 전역에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국가적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텃밭가꾸기는 미국인들의 극복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강하다. 국민적 자력갱생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금모으기운동에 비견되고 있다.
                                                                                       <데이빗 김 취재부 기자>



2차세계대전이 한창 때인 1943년 퍼스트레이디 엘러너 루스벨트가 백악관 앞마당을 텃밭으로 만들었다. 이를 모델로 텃밭만들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전시 중이어서 승리의 염원을 담아 ‘빅토리 가든’이라고 불렀다.
채소와 과일,약용식물(허브)이 심어졌다. 전쟁물자 공급 때문에 야기된 야채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또한 노동과 보상이라는 등식을 통해 국민의 사기를 부추길 목적도 숨어 있었다.
미 농무부는 20분짜리 교육용 영화 ‘빅토리 가든’을 제작, 운동에 불을 지폈다. PBS TV는 시리즈물 ‘빅토리 가든’을 방영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국방위는 1943년 전쟁위원회 사령관 명의로 빅토리 가든 소책자를 만들어 텃밭만들기 목적과 방법 등을 전파했다. 빅토리 가든은 ‘전쟁가든’ 또는 ‘국방식품가든’이라고도 불렸다.
텃밭가꾸기는 당시에 일상생활의 하나가 될 정도였다. 전성기에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야채 40%의 공급처가 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 심지어 독일에도 빅토리 가든 만들기가 장려됐다.
빅토리 가든은 1930년대 대공황 때 시작된 ‘구호가든(Relief garden)’이 원조이다. 오하오주에서 설립된 ‘영스타운 철판 & 강관’이라는 철물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야채를 심을 수 있도록 농장의 땅을 쪼개서 분할해준 게 시발점이 됐다.


백악관 텃밭


친환경운동단체인 키친가드너스인터내셔널(KGI)의 설립자인 로저 도이론(42)은 올해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 것을 주문하는 청원운동을 펼쳤다. 그는 7만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친환경적인 경제로 전환시키겠다고 한 선거공약을 염두에 둔 요구였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도 대통령이 백악관에 텃밭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인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KGI는 회원 1만명을 통해 미 전역에서 식료품 토착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이론은 “텃밭가꾸기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백악관 역사의 한 장”이라면서 “과거 역사에서 왜 텃밭가꾸기를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된 뒤 오늘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니 딱 적합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미셸 여사는 지난 20일 백악관 남쪽 뜰인 사우스론(South Lawn)에 텃밭을 만들었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 인근 초등학생들을 불러 상추 당근 무 감자 완두콩 토마토 호박 해바라기 브로콜리 등 55종을 심었다.
KGI는 웹사이트(kitchengardeners.org)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가 당근을 입에 물고 있는 합성사진을 올려놓고 “그들이 우리의 요청을 수용했고 백악관에 ‘빅토리 가든’을 다시 만들었다”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 여사도 텃밭만들기에 동참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슈라이버 여사는 24일 캘리포니아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에서 채소밭 만들기 계획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텃밭은 오는 5월에 조성될 예정이며, 캘리포니아 출신 유명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가 텃밭 조성에 동참할 계획이다. 슈라이버 여사는 성명을 내고 텃밭이 어린이와 학생, 방문객들에게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시장인 개빈 뉴섬은 지난해 시청 앞에서 워터스의 도움을 받아 텃밭을 조성했다. MSMBC TV의 칼럼니스트 키티 쉰들러는 ‘빅토리 가든이 되돌아왔다’ 칼럼을 내보낸 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22일 소개했다.




미국은 지금 텃밭 붐














 ▲ 미국 정부가 2차세계대전 때 텃밭가꾸기를 장려
하기 위해 만든 포스트. 완두콩 양배추 당근 감자
등을 배경으로 빅토리 가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
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후퇴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말그대로 ‘뿌리’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AP가 15일 보도했다. 식료품 예산을 단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원에 야채를 경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조사통계에 따르면 올해 텃밭가꾸기는 지난해에 비해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편주문 씨앗 판매도 급증해 일부 회사에서는 양파 토마토 고추 등 인기 품종이 매진됐다.
내셔널가드닝협회(NGA)는 씨앗 판매 통계와 전화조사를 토대로 올해 가정 내 텃밭만들기가 지난해에 비해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NGA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은 이미 텃밭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으며, 4분의 1은 텃밭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 개인별로 분양하는 텃밭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커뮤니티 가든’의 대기자 명단은 이미 4배로 늘어났지만 아무도 탈퇴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롱비치커뮤니티가든 회원관리책임자인 로니 브룬데이지는 “지역 텃밭을 한 해 가꾸면 2000∼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 텃밭가꾸기가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텃밭가꾸기 붐에 힘입어 씨앗 판매회사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우편주문 씨앗 판매회사인 ‘버피씨앗’의 CEO 조지 볼은 “국민들이 야채 구입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야채씨앗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종자가 매진돼 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해리스씨앗’의 리처드 챔벌린 회장은 “고추 토마토 허브 등 좁은 장소에서 키울수 있는 야채씨앗 판매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에만 40%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리스씨앗은 최근 고추와 토마토 씨앗을 추가로 주문했다. 해리스씨앗의 웹사이트는 매일 4만여명이 접속하고 있다. NGA는 야채텃밭을 잘 가꾸면 연평균 500달러어치 야채를 수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피씨앗’은 텃밭에 50달러를 투입하면 연간 1250달러어치 야채를 거둘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텃밭가꾸기 붐이 일면서 이웃 간에 ‘야채 소비조합(co-op)’ 같은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한때 구질구질한 일로 여겨졌던 텃밭가꾸기가 경제위기를 맞은 미국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정신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설명 1 : 미국 정부가 2차세계대전 때 텃밭가꾸기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포스트. 완두콩 양배추 당근 감자 등을 배경으로 빅토리 가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3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영국·프랑스·독일·체코·터키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전선(戰線)에서 미국의 힘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Rogoff)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지금 세계는 한목소리로 오바마와 미국 경제모델의 실패를 질타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오바마로부터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더십 안 통하는 G20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 런던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하지만 작년에 민주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유럽을 맞게 된다. 당장 G20 회담에선 영미(英美)식 자본주의가 도마 위에 오른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식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 모델을 따르라’는 설교식(式) 스타일에 G20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도 강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마이클 프로먼(Froman) NSC 국제경제 부(副)보좌관은 “런던 회담에서 어느 나라에 대해서든 뭔가 더 하라고 요구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대신 세계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성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뭐든지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런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미사일 발사 및 양국 경제 문제를 논의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올해 12월 만료되는 전략핵감축협정(START1) 대체 협정 논의와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한 공동 선언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과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나토는 ‘아프간 증파’ 반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6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NATO 정상회의는 오바마에게 또 다른 시험대다. 오바마는 지난 27일 미군 증파와 전비(戰費) 확대, 민간부문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NYT는 “동맹국들은 추가로 군대를 보내는 일은 없으리는 점을 침묵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프 데 호프 스헤페르(Scheffer) NATO 사무총장(네덜란드)은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럽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병력 수준에서 미국과 맞먹게 될 수도 없으며, 이번 정상회담은 파병 문제에 관한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미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도 첩첩산중이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안절부절못하는 동유럽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체코공화국과 폴란드에 미사일방어망을 확장하는 문제와 우크라이나 등의 NATO 가입 문제를 논의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레이널드 데일(Dale) 선임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8일간의 이번 순방은 정말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기브스(Gibbs)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G20 회담 참석에 대해 “단지 들으러만 가는 것이 아니라, 리드하기 위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한 현안은 산적해 있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로버트 호머츠(Hormats)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부회장은 “오바마의 가장 큰 임무는 이런 모든 노력이 단지 미국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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