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에서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뉴욕시 호텔들이 ‘홈리스-죄수격리’ 호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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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의 도시’에서 ‘노숙자의 거리’로…

뉴욕 맨해튼이
침몰하고 있다

▲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6 웨스트 32스트릿 더뉴욕맨해튼호텔 - 호텔1층에는 파리바게트 코라이타운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6 웨스트 32스트릿 더뉴욕맨해튼호텔 – 호텔1층에는 파리바게트 코라이타운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필수사업장 폐쇄로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한인식당 등의 영업중단이 장기 화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타운 내 호텔 3개가 코로나19 감염우려 가 있는 홈리스와 죄수 등의 수용시설로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코리아타운 식당 등의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홈리스 등의 수용이 계속되면 자칫 코리아타운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됨으로써 영업여부와는 차원이 다른 큰 타격이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의 직격탄을 맞은 한인상인들은 ‘한인들도 코로나19 퇴치에 동참해야 하지만, 우리가 힘이 없어 홈리스호텔이 들어서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뉴욕에서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그 실태를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단 1블록, 뉴욕의 교통허브 펜스테이션과 2블록 떨어진 맨해튼 코리아타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코리아타운 식당을 이용하려면 30분에서 1시간정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뉴욕의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었던 코리아타운, 불야성이라는 말로 상징됐던 코리아타운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이 지역 호텔들이 홈리스와 죄수 등의 수용시설로 지정되면서 슬럼화될 수 있다는 존재의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맨해튼호텔-호텔앳핍스등 2개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5애비뉴와 6애비뉴사이의 32스트릿, 이 한 블록이 사실상 맨해튼 코리아타운전체를 대표할 정도로 한인상가들이 밀집해 있으며, 코압 2개를 제외하면 마주보고 서있는 상가용 빌딩은 모두 23개, 이곳에 한인식당 20여개, 노래방 13개 등이 들어서 있으며, 특히 소형호텔이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호텔 4개중 절반인 2개가 코로나19 감염우려가 있는 홈리스들의 수용시설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랜드마크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17웨스트 32스트릿’의 라퀸타호텔, 지금은 ‘더 호텔 오브 5애비뉴’로 이름이 바뀐 이 호텔을 뉴욕시가 홈리스수용호텔로 지정함으로써 홈리스들이 장기투숙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있는 이 호텔은 13층 규모로 객실이 100여개에 달하지만, 현재는 투숙객의 절반정도가 홈리스로 알려졌다. 또 대각선에 위치한 ‘6 웨스트 32 스트릿’의 ‘더 뉴욕 맨해튼 호텔[NYMA]’도 홈리스수용호텔로 지정됐다. 이 호텔은 17층 규모로, 호텔 1층에는 파리바게트가 입주한 건물이다, 이처럼 코리아타운 내 2개 호텔에 홈리스들이 수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인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코로바19증상 죄수들의 격리시설로 지정된 4 웨스트31스트릿 월코트호텔

▲ 코로바19증상 죄수들의 격리시설로 지정된 4 웨스트31스트릿 월코트호텔

이 거리에는 이들 2개 호텔 외에 항공사 승무원들이 주로 투숙하는 래디슨호텔과 한인이 운영하는 스탠포드호텔 등이 코리아타운 초입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들 2개 호텔은 홈리스수용호텔로 지정되지 않은 반면, 코리아타운 정중앙의 2개 호텔이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것이다.

이처럼 코리아타운의 호텔들이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것은 지난 4월 중순 뉴욕시가 지하철역등은 물론 셀터에 거주하는 홈리스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셀터 전체에 바이러스가 번질 것을 우려, 이들을 격리수용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뉴욕시는 코로나19 퇴치에 나선 의사와 간호원등 의료진 및 홈리스 등의 숙소로 뉴욕시내 대형호텔체인들과 무려 2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호텔임대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중 홈리스용 호텔임대비용만 무려 78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시가 이처럼 거액의 호텔임대계약을 체결한 것은 비용의 75%를 연방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영업중단과 클래스가 다른 위기 봉착

뉴욕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홈리스호텔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뉴욕시 전역에 홈리스호텔은 139개이며 이중 맨해튼에 소재한 홈리스호텔이 30개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 시 전체호텔이 7백 개에 조금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가 홈리스호텔인 셈이지만, 코리아타운은 4개 호텔 중 2개, 즉 절반이 홈리스호텔로, 다른 지역보다 홈리스호텔 비중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코리아타운의 핵심인 32스트릿과 맞붙은 31스트릿의 한 호텔은 코로나19 감염우려가 있는 라이커스아일랜드구치소의 죄수들을 격리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죄수들의 수감이 확인된 호텔은 ‘4 웨스트 31스트릿’의 월코트 호텔이다. 이 호텔은 13층 규모의 호텔로, 몇 명이 수감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죄수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뉴욕시 교정국 교도관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시는 라이커스아일랜드구치소 수감자중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사람은 맨해튼 밸뷰병원의 죄수병동에 수감하고 있지만, 이들과 접촉하거나 코로나19증상을 보인 사람은 호텔에 격리시킨 것이다. 맨해튼 월코트호텔 외에 퀸즈 프레시메도우 186스트릿의 윈드햄 가든호텔에도 최근 100여명의 죄수가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죄수들의 호텔이감은 소리 소문없이 은밀히 진행됐지만, 인근주민들이 호송버스 등을 목격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지난 3일 현재 라이커스아일랜드구치소 수감자 약 3900명중 230명 정도가 코로나 19에 감염됐고, 이들과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 중 기저질환이 있거나, 코로나19증상을 보인 3백여명이 호텔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시 약 7백 개의 호텔 중 하필 코리아타운의 호텔이 죄수들의 격리호텔로 지정된 것이다.

여기에다 코리아타운에서 2블록 떨어진 뉴욕시 최대호텔중 하나로 객실이 1700여개에 달하는 펜실베이니아호텔은 오래전부터 홈리스들을 수용한 대표적 호텔이다. 비필수사업장 영업중단명령으로 존폐위기에 처한 한인자영업자들로서는 코리아타운일대가 사실상 홈리스 호텔로 포위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아메리카은행 맞은편 32가 브로드웨이 코너에는 일본화장품매장인 테소라이프가 둥지를 틀었다. 타민족들이 코로나 19를 틈타 코리아타운에 슬그머니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17웨스트 32스트릿 더호텔앳피스애비뉴

▲ 홈리스호텔로 지정된 17웨스트 32스트릿 더호텔앳피스애비뉴

‘30년간 일군 코리아타운 몰락위기’ 탄식

뉴욕시가 비필수사업장에 대해 영업중단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 3월 21일이지만, 코리아타운의 코로나19 한파는 그보다 약 20일 이상 빨리 시작됐다. 코리아타운은 중국인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난 1월 30일 트럼프대통령이 중국인 입국금지명령을 내릴 때부터 매출이 절반정도 줄었다. 사실상 5개월 이상 영업이 중단 되면서 일부는 폐업을 결정할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리아타운 내 호텔 등이 홈리스호텔로 지정되면서 홈리스가 넘쳐나는 우범지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아직 홈리스들의 범죄 등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일부 업소는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들고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홈리스거리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코리아타운은 존재의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영업중단등과는 클라스가 다른 근본적 위기국면에 봉착한 것이다.

뉴욕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식당의 야외영업을 허용했다. 식당 앞 인도 중 8피트를 제외한 공간과, 식당앞 차도 8피트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뉴욕시 ‘전거리의 포차화’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이마저도 힘들다. 인도가 10피트정도여서 사실상 인도에서의 식당영업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차도 8피트를 이용해 일부식당이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식당이 2-3개인 건물이 적지 않아서, 과연 누가 차도를 이용하느냐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인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도를 공동으로 이용해 영업을 하지만, 이마저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맨해튼 코리아타운 상가번영회에 가입한 한인업소는 약 45개정도, 식당이 20여개, 노래방이 10여개, 그리고 커피숍 등은 물론이고 화장품가게 등이 가입해 있고, 수시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 상인들은 ‘한인들도 미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코로나19 퇴치에 동참해야 한다. 비필수사업장에 대한 영업중단 명령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코리아타운 한 블록에 홈리스호텔이 2-3개나 들어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한 업주는 ‘30여년간 일군 상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나, 우리가 힘이 없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걱정이 돼 밤에 잠을 못잔지 오래다’라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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