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단독입수] 미국무부 케네디조문서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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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80대 촌부들까지 전국적으로 추모행렬 이어져
■ 일부 국민들은 조문편지에 혈서까지 써서 국무부 대사관에 보내기도
■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삼성 레터헤드지에 인감도장 찍어 조문 편지
■ 김종필, 외유서 돌아와 부여서 조전…정재계 인사 줄이어 위로 전문

본보가 입수한 미국무부 문서철, 비밀 해제된 이 문서철은 주한미국대사관은 1963년 11월 23일 주한미국공보원[USIS]명의로 ‘시사통보’라는 제목하에 케네디대통령의 서거를 알렸으며 제주, 부산, 남원 제천, 밀양 등에서 학생, 교사들의 조문편지가 잇따랐다며, 조문편지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밀양국민학교 4학년 3반 김창열 학생은 ‘자유세계의 푸른 하늘을 밝혔던 빛나는 별이 유성처럼 졌다’며 케네디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 씨가 학생인지, 교사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만약 학생이었다면 현재 70세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동삼국민학교 교장은 ‘미국대사, 귀국 대통령 서거에 대하여 삼가조의를 표하나이다’라는 조전을 보냈고 제주신성여학교[신성여중, 신성여고]는 학생일동 명의로 23일 오전 11시 ‘케네디대통령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는 내용의 영어로 된 조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청북도 제천읍 남동국민학교 교사 정선원 씨, 경북 의성군 위성국민학교 전국진도 조문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고 이들 모두는 사무엘버거 주한미국대사 또는 부대사로 부터 조문감사 편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북 남원 동충리 447번지 전성규 씨는 ‘케네디대통령 서서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을 혈서로 작성한 조문편지를 주한미국대사관에 보냈다. 국무부는 ‘이 조문편지가 피로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고 기록, 이 편지가 혈서임을 분명히 인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희 및 육영수여사도 각각 조문편지

또 강진현 충남대 총장, 박동수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 이마동 홍익대 학장, 임영신 중앙대 총장, 조영식 경희대 총장등도 조문을 보냈으며 특히 임영신[루이제 임] 중앙대총장은 특이하게도 버거주한대사는 물론 국무부 극동담당차관보로 부터 조문감사편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 중에는 주로 한미합작회사 대표 등이 조문편지를 보냈으며 국내기업으로는 이병철 삼성그룹회장, 김노성 전남방직 사장, 신유협 대한항공[KOREAN AIR LINES INC, 전 KNA대한항공공사]사장, 그리고 한국노총,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등도 조문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문편지 통해 한국정치사 엿볼 수도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은 케네디암살이 전해진 11월 23일,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레터헤드지에 ‘삼성그룹 임직원을 대표해 케네디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영문 조문편지를 보냈다. 특이한 것은 이병철회장이 조문편지의 마지막부분에 자신을 삼성그룹회장이라고 기재한 뒤 인감도장으로 추정되는 도장을 찍었다는 점이다. 이 레터헤드지에 이회장의 주소는 ‘서울 반도호텔빌딩 524호’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신문사 등 언론기관으로는 이준구 경향신문 사장의 조문편지만이 보관돼 있었으며 이 문서철 외에 다른 문서철에 한국언론사사장들의 조문편지가 편철돼 있는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대한민국의 국가수반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도 조문을 한 뒤 11월 30일 존슨 미국대통령으로 부터 직접 감사편지를 받았고 육영수여사 또한 11월 27일 버거대사로 부터 감사편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희 의장은 1963년 10월 15일 제5대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12월 17일에 취임했기 때문에 대통령당선자 신분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박대통령을 대통령직무대행, 최고회의의장으로 기재한 감사편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존슨대통령은 박의장에게 ‘His Excellency’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버거대사는 육 여사에게 ‘미세스 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치인으로는 부통령후보로 출마했던 윤치영 당시 민주공화당 당의장이 ‘민주공화당을 대표해’ 조의를 표했고, 초대대법원장을 지낸 당시 국민의 당 대표최고의위원, 당시 5대 대통령선거에 정민회 후보로 출마했던 변영태 전외무장관, 정구영 민주공화당 총재 등의 조전도 눈에 띄었다. 정구영총재는 ‘삼가 귀국 케네디대통령의 애도합니다’라는 조전 하단에 ‘상주 출장 중’ 이라며, 자신이 상주에 출장을 가서 서울에 없다는 사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마도 한국주재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직접 조문하기 힘든 상황임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를 명기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민정이 양에 앞서 공화당 사전조직, 증권파동 등 이른바 4대 의혹사건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는 서울의 한 우체국 사서함 번호를 주소지로 기재했지만 영문으로 된 조문편지 말미에 ‘부여에 있다’고 기재했다.

이 조문편지를 통해 김종필 전총재는 군부와 공화당내의 권력암투로 ‘자의반 타의반’ 외유를 떠났다 돌아온뒤 당시 서울을 피해 부여에 기거했음을 알 수 있는 등 미 국무부가 보관중인 케네디조문편지는 급변하는 한국정치사의 생생했던 순간도 보여주고 있다. 반목과 질투, 보복이 난무하는 정치상황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자가 자의반 타의반 외유에 이어 자의반 타의반 고향 칩거를 했던 셈이다.

또 서민호 당시 민중당 최고위원, 김도연 당시 자민당 최고위원, 후일 공화당 재정위원장으로서 김종필 등과 갈등을 빚었던 ‘콧수염의 사나이’ 김성곤 당시 동양통신대표, 장준하 사상계 발행인, 장경순, 조세형의원등도 조문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현철 정부수반, 김성은 당시 국방부장관, 이한림 1군사령관, 후일 외무부 장관이 되는 김동조, 유양수 당시 필리핀대사, 박경원 경북도지사, 후일 문공부장관을 지낸 오재경, 김윤철 김제군수, 안학모 영월문화원장등도 조문편지를 보냈다.

한미동맹의 굳건한 증거

서울 이문동의 손평조 씨, 서울 서교동의 함을섭 씨 부부, 부산 보수동의 배정자씨, 부산 대청동의 최경락 씨, 경남 진주의 강재홍 씨, 경북 문경의 임근호 씨, 대구의 김동하 씨[해병대사령관 동일인여부 확인 안됨],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김인하 씨[중앙대교수 동일인여부 확인 안됨], 충북 논산의 김원태 씨, 충북 청주의 김원진 씨, 주소를 기입하지 않은 조명재 씨등이 조문편지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었다. 이처럼 케네디대통령이 총탄에 숨지자 한국 전역에서 조문편지가 쇄도했고 특히 주한미국 대사관 등 미국정부는 버거대사 또는 도허티 부대사 명의로 주소가 확인된 조문편지에 대해서는 모두 감사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 또한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59년 전 서거한 케네디대통령에 대한 한국인들의 끝없는 조문서한, 이에 대해 일일이 감사편지를 보내고, 이를 한데 묶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미국정부, 바로 이것이 한미동맹이 혈맹임을 보여주는 굳건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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