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NATO 정상회담 때 김건희 여사와 바이든 손녀만나 약속
■ 바이든 손녀는 유명한 블랙핑크 광팬으로 김 여사에게 공연 요청
■ 이번 정상회담 때 미국측이 먼저 요청했으나 보고 누락으로 무산
■ 이 사실 안 김건희 여사 대노해서 ‘김성한 잘라라’ 대통령에 요구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방미를 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전격 사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김성한 전 실장은 3월 30일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김 전 실장이 윤 대통령의 4월 26일 방미 일정을 총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교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달 일본 방문에 앞서서는 김일범, 이문희 전 외교안보 비서관이 잇따라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가 외교 안보의 최전선인 국가안보실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워낙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인 만큼 이번 인사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김건희 여사가 개입이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김건희 여사와 만났던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손녀가 김 여사 등에게 블랙핑크 초청 등을 언급했고, 그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의 제안으로 성사될 뻔 하다가 안보실의 보고 누락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건희 여사가 대노해서 김성한 실장의 경질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통령실 내에서는 대통령을 V1, 여사를 일컬어 V2라고 할 정도로 여사의 영향력이 대통령 못지않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본지가 윤석열 정부를 일컬어 김건희 정부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경질도 결국 V2작품이란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김성한 안보실장 경질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의 진상을 <선데이저널>이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김성한 전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참모다.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인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부터 외교·안보 분야 ‘가정교사’ 역할을 해왔다. 윤석열 대선캠프, 인수위에서도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그는 정권 출범 후 당연한 수순으로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해외로만 나가면 계속해서 사고가 터졌던 탓에 김 전 실장에 대한 불신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퍼졌단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라는 점에서 거취 문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가안보실 안팎에서 김 전 실장 거취를 두고 묘한 뒷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3월 12일 무렵이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3월 10일경 자진 사퇴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였다. ‘대통령 통역사’로도 유명한 김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 내 알력다툼에 의해 사실상 밀려난 것이란 얘기가 새어 나왔다.
이번 경질은 V2(김건희)오더
김성한 전 실장이 이끄는 외교라인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김 전 실장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 방일·방미라는 대형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확대해석일 것이란 반응이 우세했다. 하지만 3월 26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사의를 전격적으로 표명하자 김 전 실장의 거취 문제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외교·안보 실무를 총괄했던 이문희 비서관은 ‘김성한 사단’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김 전 실장 사퇴설을 일축했다. 3월 2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 수장을 교체한다는 게 상식선에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3월 30일 오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김 전 실장 사퇴가 곧 발표될 것이란 말이 들려왔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5시 메시지를 통해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사퇴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차례 피력해 고심 끝에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전 실장과 대통령실 모두 자진 사퇴라고 했지만 외교가와 정치권 등에선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인다. 김 전 실장이 공을 들이며 진두지휘했던 윤 대통령 미국 방문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하는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쏟아졌다. 뭔가 공개하기 어려운 은밀한 사정이 작용을 했고, 윤 대통령으로서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김 전 실장의 사퇴 이유로는 몇 가지가 흘러 나왔다. 미국 측은 지난 1월경부터 윤 대통령 국빈 방문과 관련해 진행할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여러차례 제안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묵살되자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합동공연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 외에 한·미 영부인이 참여하는 또 다른 행사 역시 국가안보실 일정 조율 착오로 무산될 뻔했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의 실책을 알게 된 것은 대략 3월 5일 전후로 파악된다. 김성한 전 실장이 윤 대통령 미국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3박 5일 일정으로 출국하던 날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이 아닌 미국 현지 외교 라인을 통해 미국 측의 불편한 기류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비서실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들은 뒤 3월 10일경 김 전 실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3월 10일은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물러난 날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김 전 실장을 향한 거센 비토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던 것도 이때부터다. 표면적으론 보고 누락 및 서투른 방미 준비 등이 거론됐지만 그동안 쌓였던 김 전 실장을 향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보고누락과 김건희의 분노
여러가지 설이 나왔지만 결국 국가안보실의 보고누락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바로는 단순히 보고 누락이 아니라 보고 누락으로 인해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 간 행사가 어그러진 것이 김 여사의 분노를 불러왔다는 것이 대통령실 내에서 퍼지는 정설이다. 김 여사는 이번 방문이 국빈 방문인 만큼 의전과 각종 행사에 있어서 돋보이길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측에서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미국 측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제안은 질 바이든 여사의 제안으로 백악관과 대통령실 간 논의가 이뤄지면서 김건희 여사가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국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공식 일정을 펑크내고 손녀의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손녀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2013년 12월) 시절 DMZ를 방문한 바 있는데 이때도 손녀와 함께 판문점 인근 일반전초(GP)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손녀 사랑이 끔찍한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블랙핑크 공연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손녀딸은 열성적인 블랙핑크 팬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 손녀딸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 참석해 배우자들 회동에도 참가했는데, 이때 김건희 여사와 안면을 텄다고 한다. 그리고 블랙핑크 얘기가 이 자리에서 나왔고, 김건희 여사가 “기회가 된다면 공연을 추진해 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빈 만찬에 초청할 인사의 선정과 관련된 작업은 주빈국인 미국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친숙한 한국 영화 ‘기생충’ ‘미나리’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일부 출연 배우들도 미국의 섭외 대상 리스트에 올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번 미국 측 제안으로 블랙핑크 공연이 추진됐는데 안보실의 보고누락을 무산됐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에선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뜻을 반영해 이런 제안을 담은 서신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3월 초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미 행정부 측 요청을 받아 7차례나 답변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냈지만 안보실에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표가 된 블랙핑크 공연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이 윤 대통령에게 3월 초까지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3월 초 미국을 방문한 외교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 보고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즉 국가안보실의 보고 누락으로 인해 블랙핑크 공연은 ‘떠나간 버스’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실 측은 이마저도 늦게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 여사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어 버렸고, 김 여사가 김 실장 경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일각에선 김 실장을 주축으로 한 안보실의 ‘정보’ 칸막이가 심해 대통령 비서실이 외교·안보 관련 정보에서 소외된다는 불만이 제기된 점도 김 실장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