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전4] ‘한국보물 위작’논란 LACMA의 위기 LA문화계 권위언론들 일제히 의혹 제기

이 뉴스를 공유하기

◼ 한국전쟁이후 행방 묘연했던 불화 ‘영산회상도’도
◼ LACMA 수장고서 한국인 큐리에터가 뒤늦게 발견
◼ 헐리우드 리포트, ‘네팔 예술품 불법적 소장’ 폭로
◼ 불법 약탈품 소장품 의혹제기에 “원칙에 따를 뿐”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한국 보물>전시와 관련한 ‘위작’ 논란 이전에 이미 “미술품 약탈 수집 미술관”이라는 수치스런 보도도 나와, 한국보물 ‘위작’ 논란 사건까지 겹쳐 “미 서부 최대 박물관”이란 명성에 크게 금이 가버렸다. 한국에서 중앙일보가 지난 2월 27일자에 “[단독] “박수근· 이중섭이 이런 그림을?” 미 유명전시관 위작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처음으로 “LACMA 위작 논란”이 시작됐다. 그런데 아이너리컬 하게도 중앙일보 단독보도 기사가 게재되기 10일 전인 올해 2월 16일자 할리우드 연예계의 잘 알려진 The Hollywood Reporter(THR)지에 “Does LACMA Have a Looted Art Problem?”(LACMA 미술관에는 약탈한 예술품이 있나요?)라는 제목에 기사가 게재 됐다. 이 기사에서 THR
(할리우드 리포터)는 LACMA가 네팔 등 아시아 나라 등의 보물들을 불법적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와 함께 ‘여기에 한국 불교 문화재도 불법적으로 소장하고 있었다’ 는 의혹을 제기해 세계적인 미술관을 자평하는 LACMA은 약탈품 수집 미술관이라는 치명적인 오명에 휩쌓이게 되었다. <선데이저널>이 일련의 불미스러운 과정들을 짚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 문화계의 권위를 지닌 아트뉴스(Art News)는 이미 지난해부터 “LACMA는 이미 과거에 다른 나라 미술품 수집과 관련해 많은 의혹으로 받아왔는데 ‘한국 보물’ “위작 논란”으로 다시 그의 명성에 심대한 손상을 받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던졌다. LA타임스도 지난해 5월 17일 자에서 퓨리처상을 수상한 비평가 크리스토퍼 나이트(Christopher Knight)의 논평 기사에서 “LACMA는 사실상의 현대 미술관이라 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다지 좋은 미술관은 아니다.”라고 혹독한 비평을 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할리우드 연예계의 대표적 매체의 하나인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지가 LACMA의 소장품 중 네팔(Nepal)의 예술품들을 불법적으로 소장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해 사실상 LACMA는 그의 명성에 더한층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40년 소장 예술품이 약탈품?

할리우드 영화계의 유명 제작자인 마이클 필립스(Michael Phillips)는 인기 영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 “더 스팅”(The Sting),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라는 영화를 제작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초 자신이 소장했던 네팔(Nepal)의 한 불상이 “약탈당한 불상” 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10여 년 전에 뉴욕에 있는 스위스 딜러로부터 이 작품을 구입했다며 “그 작품을 가지고 즐겁게 살고 있었는데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더 이상 이 작품을 지니고 살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네팔 대사관 측에 연락했고, 대사관측은 곧 이 작품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80세의 필립스에게 이 같은 일은 지난 반세기 동안 유물을 수집해 온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미국 학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네팔의 ‘시크릿 옹호자들’과 ‘네팔 문화유산회복 캠페인’과 같은 단체들로부터 제기된, 또 다른 예술품 출처 논란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는 40여년 전에 수집한 12세기 네팔의 한 불상 조각품을LACMA가 수집하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있는데, 이 조각 품은 매디슨 애비뉴의 한 화랑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그 때는 제기되지 않았던 일들이 오늘 날에 와서 제기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LACMA는 최근 영화 제작자인 필립스 같은 할리우드 연예계 재벌급 후원자들이 기증했거나, 후원금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소장품들에 대한 또다른 의혹 제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 지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LACMA가 아시아 나라들의 역사적으로 오래된 유명 예술품을 수집하는데 도움을 준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가 기증한 ‘세 명의 여신’을 묘사한 1679년 작품이 출처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이미 고인인 된 인기배우인 제임스 코번(James Coburn)이 기증한 네팔 조각품과 그림들까지도 출처가 논란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 할리우드 리포터지는 마이클 더글라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한편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크락 게이블(Clark Gable)과 주디 갤란드(Judy Garland) 등을 거느린 유명 에이전트였던 필 버그(Phil Berg)가 죽기 전 LACMA에 기증한 600년전의 네팔의 금동 조각품과 1734년에 제작된 황동 촛대 등 여러 예술품들도 출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문화재환수 운동가들과 관련 학자들은 이러한 신성한 물건들이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분리된 채 박물관이나 미술관 유리 케이스에 전시되면 그 의미를 잃는다고 지적하면서 LACMA의 네팔 관련 소장품 중 상당수가 네팔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물에 대한 문서가 위조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1965년에 개관한 LACMA가 소장품의 출처나 소유권에 관련된 정보 (또는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문화재 환수 운동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LACMA네팔 유물 ‘불법 수집품?’

드폴 대학교(DePaul University)의 ‘예술,박물관 및 문화유산 센터’(Center for Art, Museum & Cultural Heritage Law)의 패티 거스텐블리스 소장(Patty Gerstenblith, the Director)은 “미술관측은 가능한 한 비밀을 유지하려는 것이 답변이다.”라면서 “그들은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소송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알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스텐블리스 소장은 “그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그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배심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거스텐블리스 소장은 “그들은 스스로 결론을 내렸고 문화재를 반환하는데 적극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를 비밀로 유지함으로써 LACMA는 정말 나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좋게 만들 수 있는 유연성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여러 종류의 네팔 유물을 반환하고, 히말라야 유물을 많이 소장했던 루빈 박물관도 소장품 출처 문제를 겪은 후 폐쇄를 발표하면서, 미국 박물관들의 소장품 출처의 진위 문제가 박물관들의 고민꺼리로 등장했다. 이에 LACMA는 과연 얼마나 열심히 자체 조사에 임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힌 할리우드 리포터(THR)지는 최근 소장품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네팔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미술품 관계 대변인은 “LACMA는 소장품 출처에 대한 모든 문의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 들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ACMA의 마이클 고번 관장(Michael Govan, Director)이나 고위 관리자들은 소장품 출처와 관련 국내 또는 해외 사법 당국과 협력하고 있는지 여부 등 조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신 LACMA 측은 “새로운 증거나 연구가 뒷받침하는 요청이 있을 경우 LACMA는 적절한 경우 작품을 원래 국가로 반환한다”고 원론적인 방침을 언급했다. LACMA의 큐레이터들은 “이런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구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상호 합의에 도달하고 향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LACMA는 네팔 문화재 불법 소장에 대한 할리우드 리포터의 문의에 답변하는 대신, LACMA는 (애초 불법으로) 소장하고 있던 한국 불교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한 과정을 보도한 2020년 언론 기사를 할리우드 리포터에 소개하며 자랑했다. 이 과정에서 LACMA는 영화 ‘기생충’ 제작자이자 CJ 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의 재정 지원도 있었음을 강조했다.)

LACMA, 영산회상도 한국 반환의 저변

지난 2020년 6월 한국 불교계는 6‧25 전쟁통에 미국에 유출된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가 66년 만에 귀환한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국내 언론계도 미국 LACMA가 우호적인 협력으로 한국 문화재를 반환했다며 반겼다. 당시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간추린다. 영산회상도는 1755년 조선 영조 때 그려져 조선 후기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강원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화로 알려져 왔으며 국가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보물은 한국전쟁 이후 사라진 뒤, 2006년에 LACMA수장고에서 6조각으로 잘린 채로 처음 발견됐다. 속초 지역은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의 치열한 격전지이자 군 집결지였고, 1951년부터 1954 년까지 속초 지역에 미군정이 설치되었다.

이 시기 자연적 · 인위적인 위험 요인에 노출되고 방치된 신흥사는 한국전쟁과 이후 혼란기를 틈타 경판을 비롯한 다수의 성보문화재가 도난 등으로 무단 반출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원래 속초 지역 미군기지 통신장교로 근무하던 폴 뷰포드 팬처는 속초 일대를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찍은 당시 신흥사 사진에서 1954년 5월까지 신흥사 극락보전에 봉안되어 있는 ‘영산회상도’ 모습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되었지만, 같은 해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왜냐하면 폴 뷰포드 밴처가 1954년 5월에 촬영한 사진에서는 영산회상도 모습이 보이나, 리차드 브루스 락웰이 같은 해 가을에 촬영한 사진에서는 불화가 보이지 않았다. 행방을 감춘 이 불화가 수십 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미국 LACMA의 한국인 큐레이터에 의해 ‘석가여래 설법도’란 이름으로 LACMA에 소장 중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반출 후 여섯 조각으로 잘린 불화를 2010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용인대학교 문화재학과 박지선 교수와 정재문화재 연구소가 보존 처리 작업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한 후, 한동안 LACMA 한국관을 대표하는 유물이 되었다. 이후 2015년부터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환수하기 위한 반환 요청을 시작하였고, 수차례 협상을 이어간 끝에 환수가 결정됐다. 종단과 신흥사, 강원도, 속초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찾기위원회 등 불교계와 지자체, 정부기관, NGO 등이 협력해 일군 값진 성과였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보면, LACMA 측이 한국 불교 문화제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환수를 장려한 것처럼 비추지만, LACMA는 내심 이 보물을 반환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드폴 대학교의 ‘예술, 박물관 및 문화유산 센터’의 패티 거스텐블리스 소장이 지적한 것처럼 “미술관 측은 가능한 한 비밀을 유지하려는 것이 답변이다.”라면서 “그들은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소송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알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란 언급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LACMA가 내심 영구 소장하고 싶어했던 불교 문화재 ‘영산회상도’는 2006년 LACMA에 최초로 탄생한 한국인 김현정 큐레이터가 수장고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영산회상도’ 발견과 한국인 큐레이터

그녀가 LACMA 큐레이터가 되지 않았다면 ‘영산회상도’는 LACMA 수장고에서 먼지 속에 썩어 나갔을 것이다. 수장고에서 한국 불교문화재를 발견한 김 큐레이터는 서울대학교를 졸업, UC 산타바바라 대학원에서 19세기 한국과 중국미술 전공했으며, 계속 UC 산타바바라 동양미술사 전공 박사과정을 끝내고, 서울대학교에서 동양미술사 강의하면서, 한국회화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2006년 LACMA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최초 한국 및 중국 큐레이터로 선임됐다. 바로 그해 ‘위작 논란’의 주인공 체스터 장 박사도 한인으로서 최초 LACMA의 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산회상도’ 환수운동이 시작하자 2010년 3월 김현정 큐레이터는 돌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AAM) 한국 미술부 부장 겸 한국관 큐레이터로 임명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LACMA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한국인 최초 프랑스 유학생 故 박병선 박사(1928-2011)가 1972년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있는 원본 사진을 국내로 가져와 학자들이 ‘직지’ 임을 확인케 했던 공로자다. 그녀가 유학길에 오를 때 스승이 “프랑스가 약탈한 의규장각 의궤를 찾아라”는 말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들어가 하루15시간 고된 일을 하면서 끝내 ‘직지’ 원본 사진을 국내로 가져와 확인하게 만들었으며, 후에 의규장각 의궤도 발견해, 영구 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 오게끔 만들었다. 이 같은 한국 보물을 프랑스에서 찾은 소동(?)의 주인공 박병선 박사는 그 도서관에서 해고 당했다. 새삼 LACMA에서 ‘영산회상도’를 발견해 세상에 알린 김현정 큐레이터의 입장이 떠오른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