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빠져나갈 구멍을…’ 지귀연은 또 하나의 내란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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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이미 여러군데서 계엄의 전주곡 확인해 보도
█ 계엄 실행이 어설펐기 때문에 우발적이었다는 궤변
█ 노상원 수첩에 담긴 정황까지도 판결에 반영 안 해
█ 애초 25년 3월 예정이었던 계엄 3개월 앞당겨 실행

본국 법원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으로 규정하면서도, 당초 특검이 구형한 사형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석열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내린 근거 중 하나는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번 계엄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과 한 몸이라는 것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오래전부터 계엄을 준비해 왔다는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데, 본지가 계엄 반년 전부터 써왔던 기사도 그 근거 중 하나다. 본지가 제기했던 김용현의 갑작스러운 국방부 장관 임명과 북한에 대한 무인기 도발 그리고 대통령실 주변에서 흘러나온 ‘박근혜처럼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윤석열의 다짐만 봐도 이번 계엄은 아무리 늦어도 반년 전부터 모의한 계엄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정황들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는 대한민국 사법부 속에 암약하고 있는 또 하나의 내란 세력이나 다름없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윤석열이 계엄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경 계엄 선포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획의 정밀함이 떨어졌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계엄 선포 당시 국회 직원들이 야근 중일 것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준비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에 군을 투입해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은 뚜렷했으나, 정작 군을 언제, 어떻게 철수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윤석열이 실행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노력한 정황이 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 실제적인 인명 피해나 장기적 헌정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 참작됐다. 재판부는 또한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요건 미비가 곧바로 내란죄 성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법리를 내세웠다. 즉, 계엄령 발포 행위 그 자체보다는 ‘국회 마비’라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실제 군 투입을 통해 실행되었기 때문에 유죄라는 논리다.

‘선데이저널은 1년 전부터 예고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지고 보면 이번 판결문이 윤석열에 대한 단죄가 아닌 변호인의 입장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비상계엄은 이미 본지 기자에게도 반년 전 들릴 정도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본지는 2024년 8월 한 정권 내부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당시 정권 안팎에서는 김용현이 경호실장에서 갑작스럽게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것을 놓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이전,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및 김건희 여사 사생활 등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그가 갑작스럽게 국방부의 수장이 되면서 정권 안팎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윤 대통령 부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탄핵 위기 때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해 게엄령을 선포할 것이다” 등등의 온갖 설들이 돌아다녔다.

그는 경호처장 때부터 이미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2022년 11월엔 경호처장이 경호 활동을 수행하는 군과 경찰에 대해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군·경을 포함한 대통령 경호 인력은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시행령대로면 경호처장이 연대급 병력을 지휘하는 거대 조직이 되는 셈이다. 대통령 경호 책임자가 군과 경찰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 이후에 없었던 일이며 오직 박정희 정권 때만 있었던 일이다. 그가 바꿔놓은 경호법 시행령 때문에 경호처는 윤석열 부부를 지키려 최후까지 발악했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들은 계엄의 전주곡이나 다름이 없었다.

본지는 2024년 11월 6일 보도를 통해서 계엄이 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경고했다. 다음은 당시 보도의 일부분이다.
“최근 북한이 남한에서 날린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는데, 본국에서는 이 무인기의 운용 주체가 국가정보원이란 주장도 나오면서 정권 차원에서 북한 도발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정부 유력인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갈등 격화-무인기 침투 등 북한 도발 유도-북한 도발에 따른 대응-전면전-계엄령 발동 등의 시나리오가 암암리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가 명태균 녹취록 파문으로 인해 탄핵 또는 하야 위기에 몰린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는 자신의 심복과 같은 충암고 인맥들을 군 요직에 박아놓고 언제든 북한과의 전면전 발발 후 계염령 발동을 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여러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우발적이라고 판단한 것은 진실을 외면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노상원 수첩 중요성 외면

지귀연 재판부가 애써 선고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배척한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이날 선고 내용 중 가장 치명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점은 ‘노상원 수첩’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이다. ‘노상원 수첩’은 내란 일당이 의견을 교환해 메모하고 개인 컴퓨터에 옮겨 놓은 것인데 “너무 조악해 개인적 감정을 하소연하고 격정을 토로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사실상 배제해 버린 것이다. 그냥 “메모”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 재판장의 이날 판결 내용을 “사법 세탁”이라고 규정했다. 지귀연 판사는 또 내란의 목적과 범행 동기를 최대한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당시 야당이 탄핵 소추를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행태를 보인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식이었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판결문 요지를 보면,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군대를 국회에 보냄으로써 절차적 요건을 위배했다고 본 것이었다. 내란의 피해가 극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의 위상 추락이나 일 년 넘게 혼란이 이어졌고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은 슬쩍 언급만 하고, 계엄에 가담한 군인들이 수사받고 있고, 지금 진행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 등으로 일부 공무원들이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에 아련한 마음을 표했다. 지 부장판사 스스로가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까지 살 만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긴급조치권의 일환이기 때문에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형식적, 실체적 요건을 따지면 대통령의 긴급 조치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상식 밖의 판단도 내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식을 드러냈는지 납득이 안 됐다. 내용을 듣는 모두가 기절할 만했다. “국회에 군인들을 보내지만 않았으면”이란 말을 누누이 강조했다. 실제로 윤석열이 그런 잘못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내란 행위로 처벌받지 않았을 것이란 인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독재 계획의 증거로 제출된 ‘노상원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지 부장판사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는 독재가 됐다’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한덕수 재판부와 극명한 대조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이 부장판사가 만 79세인 한 전 총리에 대해 양형에 참작하지 않고 강하게 질타하며 중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점▲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것 역시 사법부의 기계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이 내란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적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싸우자”며 계속해서 체제 전복을 꾀한 점이나,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을 선고했음이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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