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미주본사직원, 삼성 상대 보복-부당해고 소송
◼ ‘2024년 말 소송, 직장 내 성추행 사실 알렸더니 해고’
◼ 삼성 ‘퇴사 강요 아닌 자발적 퇴사’ 원고주장 전면부인
◼ 재판부, 대부분 원고 손 들어줘…쌍방 합의종결 가능성
삼성전자 미주 본사가 전직 직원으로부터 부당해고 및 보복행위를 가했다는 이유로 피소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재판부가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두 차례 이상 연거푸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궁지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원고는 ‘여직원에 대한 사내 성추행을 회사에 신고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 단순한 부당해고를 둘러싼 다툼이 아니라,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조직적 은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고위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퇴사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 측은 경영상 정당한 조치이자 자발적 퇴사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전직장 경력까지 조사하겠다는 삼성 측 요청을 ‘전형적인 낚시성 조사’라고 비판하면서 기각하는 한편 원고의 디스커버리 기간 연장요청 등을 허용하면서 삼성은 변호 인력을 추가로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삼성전자 미주 본사에서 약 8년간 근무한 한인 남성 A씨, 지난 2024년 12월 2일 A씨가 뉴저지연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법소송은 단순한 부당해고 소송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내 성추행문제’가 사실상 이 소송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삼성 측은 이 소송이 성추문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디스커비리 단계에서 사내 이메일 등의 공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질은 성추행사건 은폐의혹
A씨는 소송장에서 ‘사건의 발단은 사내에서 발생한 심각한 성추행사건과 관련이 있다. 나는 여직원 B에 대한 성추행사건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사내 규정에 따라 정당한 조사를 요구했다. 또 사내의 다른 불법적 관행 등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구체적으로 ‘삼성의 인사담당부서 및 경영진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소송장에서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조사 등을 촉구하자 회사 경영진의 조직적이고 전방위적 보복이 시작됐다.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직무에서 배제하고, 부당한 압박을 가했으며, 최종적으로 위로금 없이 회사를 떠난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이는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적대적 근무 환경조성 및 보복성 해고에 해당하므로, 육체적,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삼성이 나와 여직원 B에게 성적으로 야릇한 분위기를 강제적으로 만들었다’는 원고의 주장이다. A씨는 ‘삼성전자 미주 본사는 가전사업경영관리팀과 북미본사경영관리팀으로 나눠져 있으며, 내가 가전사업경영관리팀에 근무할 때 회사 측이 나와 여성 동료인 B씨 간에 반복적으로 이상한 관계를 세팅하려 했다. 수 차례 반복적으로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이 성적인 관계를 유발할 수 있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삼성 직원들이 나와 B씨를 같은 차에 있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 B와의 사이에 비정상적인 성적환경이 조성되게 하고, 직원들은 밖에서 이를 지켜봤다, 특히 직원들이 특정 날짜에 원고가 B와 성적인 관계를 가진다면, 너희들의 기념일은 다음 크리스마스가 될 거야 라며 놀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이 차 안에 특정 남녀를 가두다시피 하고, 이를 지켜봤다는 원고 주장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위임원, 퇴사 및 서약서 강요’
A씨는 이 같은 사항에 대해 계속 항의했고, 결국 직원들이 일상적 대화는 물론 업무에서도 배제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A씨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 인사담당부서 등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견디다 못해 2024년 5월 23일 다른 팀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하자, 북미본사 고위 임원은 가전사업경영관리팀에서 북미본사경영관리팀으로 이직을 제안했고, 나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북미 본사 경영관리팀이 성추행 당사자이므로, 더 이상 그들과 마주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 ‘2024년 6월 11일 가전사업경영관리팀 인사 담당 매니저가 북미 본사의 고위 임원이 부서 이동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임원의 제안을 반대했으므로 삼성 내에서 더 이상의 커리어를 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6월24일 이 임원이 내 지시를 거부하면 당신의 경력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직접 경고하고, 첫째) 북미 본사경영관리팀이 마지막 근무처이며 더 이상의 이직을 시도하지 않는다, 둘째) 북미 본사경영관리팀을 떠난다면 위로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 2개 사항에 대한 서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2024년 7월 30일 이 임원이 더 이상 나의 명령 무시 등을 참을 수 없다’며 당장 사표를 내고 이 건물을 떠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3개월 뒤인 2024년 11월 19일 연방공정노동위원회에 차별행위로 제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2025년 2월 4일 서면답변을 통해 ‘사내 성추행조사 및 내부고발행위와 원고의 퇴사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측은 답변서에서 원고가 소송장에서 주장한 일부 직원의 직책 등 명백한 사실만 인정한 반면, 주장 대부분을 모두 부인했다. 특히 삼성 측은 ‘당시 인사 조치는 내부규정과 철저한 경영상 판단, 그리고 원고의 직무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당한 결정이며, 원고가 주장하는 조직적인 배제나 퇴사압력, 서약서 강요 등은 사실과 다르며 왜곡된 것이며, 원고의 소송 사유는 실체가 없거나 입증이 안 되므로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직원들이 원고와 B를 차 속에 둘이 있는 상황을 세팅했다, 성관계-기념일 등을 언급하며 조롱했다’라는 등 원고 소송장의 22번과 23번 주장을 완전히 부인했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 고위 임원이 언급된 부분의 원고 주장도 모두 부인했다. 소송장에서 고위 임원이 언급된 부분은 모두 7개 부분, 이 중, 이 인물이 삼성전자 미주 본사의 임원이라는 주장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6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임원이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주장, 권력을 이용해 위협했다는 주장, 서약서 서명 등을 강요했다는 주장, 즉시 사표를 내고 이 건물을 떠나라고 했다는 주장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은 ‘원고가 성추행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조사를 요구했다는 주장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사실무근이었다. 원고는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특히 스스로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다’라며 소송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으며 ‘무고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삼성은 이외에도 소송 자체 미성립, 소송 시효 위반 등 모두 15개의 적극적 항변사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직장경력조사요청 단칼에 기각
이처럼 원고와 피고가 소송장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그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디스커버리가 시작됐다. 양측이 디스커버리 범위와 일정을 싸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된 가운데, 5차례 이상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디스커버리 단계는 재판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울 것인가. 그 무기를 획득하는 단계이다. 사실상 누가 어떤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므로, 디스커버리 단계가 신경전이 더욱 치열하다. 하지만 이 줄다리기에서 원고 측이 연거푸 유리한 판단을 받아냈고, 삼성은 다소 불리한 상황에 부닥치면서 변호 인력을 추가로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측은 지난 2025년 11월 14일 ‘원고의 삼성전자 취업 이전의 직장기록 10년 치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반면, 원고 측은 ‘과도하다’라며 이에 반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2월 15일 디스커버리 분쟁에 대한 공식 의견을 통해, 삼성전자의 요청을 전격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합의로 4월 17일부터 디스커버리가 시작됐고, 원고 측이 9월 18일 보충 자료를 삼성에게 건네자, 삼성 측은 이를 근거로 과거 직장에서 스트레스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10년 치의 과거 직장기록 전체를 요구했다’며 그간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원고 측은 ‘원고가 삼성에서 8년간 근무했으므로, 충분한 자료가 있고, 그 기간 중 발생한 것이므로, 삼성 취업 전 10년은 무관하다, 이미 10년 치 근무 회사와 직책, 급여 등 기본정보는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삼성 측의 요구를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과거 직장기록을 알려는 것은 이 사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삼성의 이 같은 요구는 낚시성 조사[FISHING EXPEDITIOM]’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은 ‘낚시성 조사’란 뭐라도 하나 걸리라고 하는 심정으로, 확실한 근거없이 광범위하게 소송상대방을 뒤지려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이 낚시성 조사를 요구한다’고 재판부가 지적한 것은 삼성이 근거 없는 요구를 한다는 것으로, 삼성을 불신한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 측은 ‘전형적 낚시성 조사’라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6월 4일 ‘비밀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6월 23일, 이에 대해서도 보완 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2연패를 당한 셈이다.
삼성 측은 6월 4일 ‘원고가 고위 임원과 인사담당부서 등의 이메일과 내부 문서에 대한 디스커버리를 요청했다. 이 문서가 외부에 공개되면 회사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니 비밀보호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6월 23일 ‘삼성은 왜 비밀보호명령이 필요한지, 그 목적과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6월 29일까지 비밀보호명령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가 ‘비밀보호명령 목적과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라고 하니, 삼성으로서는 창피를 당한 셈이다.
디스커버리 없이 합의 가능성도
삼성은 6월 29일 다시 비밀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다. 삼성 측은 ‘원고가 요청한 자료는 임원과 인사담당책임자 등의 이메일과 보고서, 인사자료 등으로 매우 민감한 내부 자료이며, 공개되면 경쟁사에 내부 전략이 노출되고, 직원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기업이미지와 평판에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 증거들을 비밀로 지정하거나, 변호사만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원고변호사도 비밀보호명령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재시도 끝에 7월 1일 결국 비밀보호명령을 받아냈다. 삼성은 또 7월 2일로 예정된 디스커버리분쟁조정회의를 단 하루 앞두고 이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측 변호인은 7월 1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내가 가족들과 함께 타주로 떠나므로, 동료 변호사에게 디스커버리분쟁조정회의에 출석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뢰인이 내가 회의에 직접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원고의 지시에 따라, 재판부에 정중하게 연기를 요청한다. 7월 말로 다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삼성 측 요청이 2차례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삼성 측은 이 문서 제출 직후 재판부에 변호사 1명을 더 선임했다. 기존변호사 외에 노동법전문변호사를 1명 더 선임했고, 해당 변호사가 자신이 삼성을 변호하게 됐다며, 재판부에 알린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삼성이 방어 인력을 더 보강한 것이다.
원고 측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기간이 하루라도 더 늘어나면 유리한 입장이므로, 디스커버리분쟁조정회의의 연장에 동의했다. 원고 측은 ‘좋다, 연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7월 9일부터 8월 10일까지 해외 출장 계획이 있으므로 7월 중에는 회의가 불가능하고, 8월 말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디스커버리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고 측에서는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이 더 늘어난다. 특히 원고 측은 ‘연기에 동의하지만 삼성 측의 전자 증거에 대한 조사에 있어 고위 임원, 인사 담당 책임자 등의 이메일과 문서를 검색하고, 이 같은 문서의 제출 방식은 인쇄본 제출이 아닌 원본 문서 제출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본 문서 제출이란 디지털 지문인 해시값 일치 여부를 확인해서 단 1자의 누락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마감에 있어 원고가 유리하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디스커버리 마감에 마감을 거듭, 8월 31일 끝날 예정이었지만, 분쟁 조정 회의가 연기되면서, 원고 측은 올해 말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조사 기간이 늘어날수록 손해라고 판단한 삼성 측은 10월 30일까지로 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단순한 부당해고 논란으로 알려졌던 이 소송은 성추행과 관련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고, 고위 임원이 직접 원고에게 퇴사 강요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송은 극적인 반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더 이상의 디스커버리없이 합의로 종결될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추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