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데이저널 ‘아리랑 아파트’ 특집기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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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 재미동포들을 부끄럽게 만든 사건’

오늘도 올림픽 불러버드와 놀만디 애비뉴에 한국 고풍식으로 웅장하게 건축된 한옥 건물 시니어 센터 앞을 지나며 왠지 푸근한 느낌이 드는 건 나 혼자 뿐일까? 어려운 시절 우리 부모 세대는 앞으로 뻗쳐 나갈 한인사회의 미래를 예견하고 예전에 베벌리 블러버드를 넘어 헐리웃에 아리랑 아파트를 설계하는 비전을 제시했고 그것에 맞추어 나날이 번창하는 한인타운과 높게 성장하는 한인들의 기상은 이제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1그러나 아쉽게도, 요즈음 코로나 사태 난리 통에 남가주 한인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리랑 아파트’ 소유권을 둘러싼 재미 한국노인회와 아리랑 아파트의 첨예한 대립을 지켜보며, 미국 공직에서 40여년 근무하면서 LA 한인사회를 항상 그리워 하는 나로서는 처음으로 접한 이 소식에 놀라움과 착잡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한인타운은 LA시에서도 낙후되고 거의 버려지다 싶은 다운타운 서쪽의 웨스턴 애비뉴와 올림픽 불러버드를 중심으로 한인들이 모여 살며 마치 한국의 지방 도시같은 촌스런 모습이었다. 영어가 서툰 이민 1세대들이 외로운 타국 생활에 서로 의지하며 각종 소규모 상점들을 위주로 미국 내 코리안 시너지 파워를 다지는 시대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한인은 먹고 살기에도 바빠서 미국 주류 사회 진출에 관심도 없었기에 막상 한인사회를 대변해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누구도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고국의 경제적 위상과 요즈음 들어 세계적으로 무섭게 퍼져가는 한류 문화 속에 이렇게 빨리 고급화 되어가는 한인타운을 갖게 되리라 생각한 이들이 없었으리라. 돌이켜보면 이렇게 눈부신 변혁을 맞고 있는 한인타운 발전의 이면에는 초기 이민 1세대의 눈물겨운 봉사와 헌신적인 노력이 주춧돌이 되었음을 우리는 모두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 이민 선배들은 서투른 영어와 낯선 미국 문화, 그리고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한민족 특유의 근면과 성실로 어려운 조건과 환경을 극복하며 우리들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자 단결했고 어렵게 모은 재산을 모금하여 각종 한인 단체를 세우고 숙원 사업을 이루었던 어른들이었다.

WEB23그 중에서도 노인 세대를 위해 언어 불편과 이질적인 문화에 거부감없이 서로 마음 편히 노후 생활 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한 사업이 ‘아리랑 아파트’였다. 이 사업을 이루고자 이민 선배들은 뜻은 크고 열정적이었으나, 언어장벽에도 불구하고 노인아파트 건립을 위해 한인들의 영향력이 전무했던 미국 정, 관계에 도움을 받고자, 미국법의 불법,합법을 제대로 인지도 못한 채 아마도 ‘한국식’으로 일 처리를 하다가, 철저한 원리원칙을 지키는 연방 국세청(IRS)의 경고와 처벌을 받았고, 그 내용은 한껏 기대와 꿈을 갖고 있던 한인사회에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하고 어떤 언론에도 보도 되지 안 된 채 미국 ‘법대로’ 아파트 소유권이 변경된 모양이다. 이러한 사실이 30년간이나 제대로 공론화도 안되고 지금까지도 재미한인노인회와 아리랑 아파트 측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깊은 오해와 불신으로 아파트 설립 당시 불법적인 추진 원인으로 위기 상황을 지켜낸 아리랑 아파트측 이사진들에 맞서 재미한인노인회는 아파트 원래의 설립취지에 맞추어 십시일반 모금 하고 건축을 시작했던 권리를 찾고자 힘든 싸움을 하는 중이다. 난, 이 대목에서 우리 한민족이 타민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하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옛적부터 우리는 “예”를 지키고 “정”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노인들을 공경했고, 부모세대는 이민 생활의 어려움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당신들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녀들이 같은 고생을 겪지 않토록 교육했다. 또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서로 도왔고 매년 어려운 고국에 수재 의연금을 모금하여 보냈고, 타민족에게 부당한 처우나 차별, 때로는 위협을 받을 때는 무서우리만큼 단결하는 힘을 보여줬다. 비록 시대가 많이 바뀌어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요즈음 세상이지만 타민족이 부러워할 만큼 성장한 한인사회의 기초가 되어준 이민 1세대를 잊을 수 없다. 이제 그들은 80, 90세대가 되었고 세상을 하나, 둘 점차 떠나가고 있다. 당신들은 지금의 번영하는 한인사회를 기쁜 마음으로 보실 것이고, 그 덕에 이렇게 자랑스럽게 누리고 사는 우리들은 그들이 혹시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고, 세상을 떠나실 때 편히 두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게 우리들의 도리라 생각된다.

아리랑 아파트 분란을 기사로 접하면서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것은 혹시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가 하는 자기반성과 세상에는 법이라는 잣대로만 잴 수 없는 가치가 있음에 혼란스러운 마음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백 여 년 전 우리 이민 선조들이 조국을 잃은 설움 속에 고국의 3·1절을 가슴에 품고 31가 버몬트 애비뉴에서 시작한 LA 한인 초기 이민 역사의 현장이었던 USC 부근에 아름다운 한옥 고풍 스타일의 ‘쓰리랑’ 아파트가 건립되는 가슴 벅찬 꿈을 꾸어 본다. 이민1세대가 그렇게 힘들게 세우려 했던 ‘아리랑’ 아파트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번영한 이민 한인 사회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고국의 경제력을 보라. 더구나, 이제는 미주류 사회에 펴져가고 있는 한인 고급 인재들도 있지 아니한가? 그러기에 다시 한번 한인타운이 단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설계하고 이룰 때 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우리 이민 선배들이 후세들을 위해 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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