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기기 직전, 결국 폭발했다. ‘한동훈 가족의 당원 게시판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보수 정당의 도덕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 수백 건이 한동훈 전 위원장 본인과 그의 아내, 장인, 장모, 모친, 딸 등 가족 8명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이다. 가족 구성원 전체의 이름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는데 사용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매크로성 여론 조작’이자 정당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그동안 정의를 떠들어 온 검사 출신 정치인의 한동훈 전 대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그동안 “나는 글을 쓴 적이 없다”는 말로 본인의 직접 개입만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핵심은 ‘가족이 썼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당원 신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감사를 거부해 왔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당원 게시판 글들을 보면 한 전 대표가 그동안 한사코 이 사실을 부인해 왔던 이유를 알 수 있다. 1631개에 달하는 글들을 뜯어보면 스스로에게 ‘이러니 한동훈 한동훈 한다’며 낯 뜨거운 칭찬을 해대거나, 어쨌든 주군이었던 윤석열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자가 차기 유력 보수 대선 주자라니 국민의힘은‘윤석열 시즌2’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논란의 불씨는 우연히 발견된 ‘작성자 검색’ 기능의 허점에서 시작되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되지만, 이름으로 검색할 때 작성자의 게시글 목록이 노출되는 오류가 있었다. 일부 당원들이 호기심에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을 검색했고, 놀랍게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한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비난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대표의 아내와 장인, 모친, 딸 등 가족들의 이름을 검색하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논조로, 비슷한 대상을 공격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이들이 작성한 글의 내용은 정책 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과 저주에 가까웠고, 그 수위는 야당의 강성 지지층이 작성한 글보다 더했다. 한동훈 전 대표와 그 가족 명의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은 총 1631개다. 그들은 익명 뒤에 숨어 윤석열과 김건희, 친윤계를 향해 인신공격성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 드러난 글들은 친윤계가 도저히 한동훈을 용서할 수 없었던 이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인륜적으로 봐도 자신을 발탁한 주군을 권력욕에 눈이 멀어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자뻑에 취한 한동훈의 거짓말
먼저 한 전 대표 본인이 쓴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한동훈 이러니 한동훈 한동훈하는겁니다. 한동훈 파이팅!”(2024-06-25 16:00)
“김건희는 본인 문자 답 없다고 격노하고, 윤통은 마누라 문자 답 안했다고 격노하여 비대위원장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하여간 이런 대통령 부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초일 것이다. 환장의 궁합!!!”(2024-07-06 9:38)
“김건희 전대개입하여 한동훈을 무너트리려고 하네. 그렇게 아쉬우면 지금이라도 사과하지 그래? 무슨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윤통아~~~ 이쯤에서 한동훈을 밀아라~~~ 당 대표는 한동훈밖에 없고 다음 대선 후보는 한동훈 밖에 없다. 그리고, 이재명을 이길 후보는 한동훈밖에 없다. O.K.?”(2024-07-06 9:46)
“홍준표 당 부수지 말고 탈당해라. 오늘 페북 보니 심각하다. 치매 진료도 받아야 한다.”(2024-05-21 19:22)
“트로이목마 스파이 좌파 윤석열 김건희 부부 탈당하고 꺼져라. 국힘 코스프레 이제 그만해라 역겹다.”(2024-08-13 11:10)
한동훈 전 대표는 이것 외에도 수백 개의 글을 당원 게시판에 남겼다. 그것도 한 시간에 여러 개씩 잇따라 글을 남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당대표라는 작자가 당무는 제쳐둔 채 오전 시간에 당원 게시판을 글을 계속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장인 진형구는 가장 많은 글을 남겼다.진형구의 글을 일부만 보면 이렇다.
“부부 안전만 보장해주면 머든 바치는 윤석열, 민비 민자영과 같은 놈입니다(2024-05-08 1:50)
“찢한텐 굽신거리고 당원들은 배신해도 괜찮다는 윤…이런 종자는 처음본다. 어디서 이런 해괴한 종자가 나왔을까”(2024-05-08 1:22)
“지금 윤석열은 재활용도 안되는 오물입니다. 버려야 해요. 빨리빨리.” (2024-05-08 12:25)
“황우여 개1새끼야 용산에 한자리 약속받았냐. 늙은 새끼가 욕심부리지 마! 씨1발새끼야.”(2024-06-07 12:58)
한동훈의 아내 진은정도 다르지 않았다.
“전략과 전술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알고, 타이밍 예술을 아는 정치 지도자가 바로 한동훈이다.”(2024-09-11 13:24)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대통령실 내 김 여사의 지휘를 받고 움직이는 참모가 8상시로 불린다.”(2024-10-13 14:11)
심지어 미국에 있던 딸도 댓글부대로 동원됐다.
“김건희 여사는 자숙하고 활동 중단하여 더 이상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지 말기 바란다. 죄없는 국민들이 저질스런 말 듣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데 스트레스 너무 많이 쌓인다. 제발 더 이상 나대지 말기 바란다. 대통령 영부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질이 부족하다. 아내 하나 건사 못하는 대통령 있을 수 없다.”(2024-10-21 21:30)
한동훈의 회피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한 전 대표의 대응은 ‘침묵’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거나 “당무감사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칠 때도 그는 “당원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는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이는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 범죄 혐의에 대해 추상같이 팩트를 요구하던 그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가족이 썼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족에게 물어보겠다”라거나 “사실무근” 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대신 친한계 인사들이 방송에 나와 “동명이인이 많다”라거나 “가족이 썼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는 식의 옹호 논리를 폈다. 이는 사실상 가족의 개입을 시인하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되었고, 당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본인의 ID로 작성된 글이 없다는 점만을 강조하며 ‘가족 명의 도용’이나 ‘가족의 직접 작성’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렸다. 이는 법률가 출신 특유의 ‘빠져나가기 화법’이었으나, 정치적 도의를 묻는 국민들에게는 ‘비겁한 변명’으로 비쳤다. 이번 사건이 뼈아픈 이유는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조국 사태’를 수사하며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민주당의 ‘드루킹 여론 조작’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작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 익명 게시판에서 대통령을 비난하고 여론을 호도했다면, 이는 정치적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건전한 비판이 아니었다. “건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윤석열 탄핵이 답이다” 같은 저주 섞인 선동이었다. 여당 대표를 지낸 인물의 가족이 대통령을 향해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행위이자 내부 총질의 극치다.
검사 출신 정치인의 민낯
만약 가족이 쓰지 않고 명의만 도용당했다면, 한 전 대표는 즉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범인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고발 주체인 이호선 위원장을 고발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실을 밝히려는 자를 공격함으로써 진실을 덮으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심각한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지지층은 분열되었고, 당내 신뢰는 무너졌다. 한동훈 전 위원장을 지지하던 팬덤조차 논리적 모순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한동훈의 거짓말’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가 ‘위선’프레임에 갇히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과 사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호선 위원장의 고발과 한 전 대표의 맞고발로 인해, 수사기관은 당원 게시판 서버 압수수색 등을 통해 실제 작성자(IP추적)를 가려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그 진실이 드러났을 때 감당해야 할 정치적 후폭풍이 두려울 뿐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SNS에 올린 캡처 사진 몇 장으로 이 거대한 의혹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고, 해명이 길어지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동명이인’이라는 얇은 방패 뒤에 숨어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그가 감추려 했던 것은 가족의 일탈인가, 아니면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가족까지 도구로 삼았던 비정함인가.




